DEMON RAW novel - chapter 32
하지만 진천뢰의 열기는 그 조건을 모두 무력화 시켜 버린다. 즉, 진천뢰의 폭발 영역 안에 벽력탄이 있다면 그것들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가는 것이다. 벽력문이 진천뢰 때문에 멸문하게 된 원인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흑사방에서 당가가 벽력탄을 마련했다고 했지만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진천뢰의 무서운 점 중 하나는 그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진천뢰를 얼마나 회전시켜 열었느냐에 따라 그 범위가 달라지는데, 그것은 표면을 자세히 보면 눈금으로 새겨져 있어서 누구나 수비게 이용할 수 있었다.
형표는 진천뢰를 이러저리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천을 준비해 그것이 드러나지 않게 잘 쌌다.
아직 그것을 발견한 사람이 없었으니 조설연과 단형우의 입만 잘 단속시키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가질 수 있었다.
그것은 앞으로 유사시에 하남표국에게 큰 힘을 더해 줄 것이다.
진천뢰를 잘 싸서 등에 멘 형표가 급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벌써 쟁자수들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조설연은 그런 형표의 모습을 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저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나머지 하나도 부수지 말고 가져올 걸 그랬군.” 단형우의 말에 조설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오라버니. 이게 딱 좋아요. 어쨌든 기분이 중요한 거니까요. 저것을 쓸 일이 없기를 바라야죠.” 조설연의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진천뢰의 무서움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 열기는 지옥에서도 수준급에 속할 정도로 대단했다.
그래서 두 번째 진천뢰를 발견했을 때, 즉 흑사방 일 방주가 그것을 스려고 할 때, 주저하지 않고 갈라 버렸다.
단형우의 검 아래 진천뢰와 일 방주가 동시에 두 쪽 났고, 단형우는 미처 일 방주가 사용하지 못하고 남겨뒀던 마지막 진천뢰를 들고 흑사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둘로 가라져서 더 이상 화탄으로써 사용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진천뢰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뚜껑이 전혀 돌아가지 않아 범위는 지극히 좁았지만 일 방주가 있던 전각을 완전히 날려 버리는 데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 파편으로 흑사방 여기저기에 불이 옮겨 붙었다. 덕분에 흑사방의 절반이 불에 타 버렸다.
그것이 흑사방과 단형우 사이에 있었던 일의 마지막이었다.
조설연은 그 진천뢰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지 솔직히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경험 많은 형표에게 맡겨 버린 것이다. 형표는 현재 조설연이 믿을 수 있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 중 하나였다.
“우리도 빨리 가요, 오라버니.” 조설연이 단형우의 팔을 잡아끌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호오? 흑사방이 무너졌다고?” 장막 안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두려움에 몸을 떨게 했다.
그 장막 앞에 깊이 부복하고 있는 무영(無影)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영은 떨리는 몸을 억지로 참으며 혈마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네가 꽤 공을 들인 곳이 무너졌으니 상심이 크겠구나.” 혈마자의 말에 무영이 몸을 부르르 떨어JT다.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을 정도의 공포가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 어떻게 무너졌느냐?” “그, 그것이……, 천, 천기자의……” 무영의 말에 채 시작하기도 전에 혈마자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그 빛은 장막을 뚫고 무영의 몸을 옭아맸다.
“천기자의? 그 다음은 왜 말하지 않느냐?” “커억, 처, 천기자가 키운 그놈이……!” 무영의 몸을 옭아매던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크허억!” 무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엎어졌다.
“허억! 허억!” “좀 더 차분하게 얘기를 해 보거라. 그래, 천기자가 키운 놈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고?” “그, 그렇습니다. 아, 알아냈습니다.” 혈마자의 음성이 부드럽게 변했다.
“수고했다. 조서당(鳥鼠黨)은 정말로 쓸 만하구나.” “그, 그렇습니다. 조서당을 총동원해서 알아냈습니다. 그자는 지금 하남표국과 함께 있습니다.” “호오, 하남표국.” 혈마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움직이고 있는 표행이 있다고 했지?” “그, 그렇습니다. 그 표행에 쟁자수로 한 놈이 섞여 있습니다.” 무영의 대답에 혈마자의 몸에 거대한 기세가 일어났다.
“한 놈? 고작 한 놈이란 말이지.” “허억!” 무영이 다시 괴로운 숨을 토해냈다. 혈마자는 그런 무영의 모습을 장막 안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내 기세를 거뒀다.
“그래, 그래서 그놈이 흑사방을 부쉈다고?” “그, 그렇습니다. 그 한 놈에게 흑사방이 무너졌습니다.” 혈마자의 눈이 기대로 빛났다.
“흑사방에 꽤 공을 들였지?” 무영이 지체 않고 대답했다.
“흑사방에 전해 준 무공은 혈월검법(血月劍法)입니다. 근처에 있던 악가장을 상대하기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무공이지만 당가도 함께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혈마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혈월검법 정도면 당가쯤이야 충분하지. 시간도 충분했고.” “그리고 진천뢰 셋을 주었습니다.” 그 말에는 혈마자도 안색이 살짝 변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것을 사용했는데도 못 막았다 그거지?” “그, 그렇습니다. 흔적을 조사하니 진천뢰 두 발을 사용했고, 하나는 탈취 당했습니다.” 혈마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해, 정말로 대단해. 대체 천기자가 무슨 술수를 부린 거지? 고작 그 정도 시간에 그런 괴물을 만들다니. 과연 천기자야.” 무영은 사라진 압력과 기세에 안도하며 조용히 고개를 조아렸다. 이내 혈마자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혈마대에게 폐관수련을 명해라. 아직 조금 모자라.” “존명.” “그리고 화가장을 정리해라. 화가장 따위를 치기 위해 천뢰당을 쓸 수는 없으니까.” “존명.” “슬슬 무림을 흔들어 봐. 네 능력을 다시 한 번 보도록 하지.” “존명!” 무영이 큰 소리로 대답한 후,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혈마자는 그 모습을 보며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큭큭큭. 모조리 부숴주지. 네놈의 더러운 흔적들을.” 혈마자의 웃음소리가 대전 안을 가득 메웠다.
현재 하남표국을 이끌어 가는 사람은 당연히 조설연이었지만, 실질적인 표행의 우두머리는 사실 형표였다. 표행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형표뿐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형표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난감했다.
“형 표사님. 다시 하남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사천 성도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우문혜였다. 객잔에서 사라졌다 싶더니 어느새 이렇게 길을 막고 서서 형표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 그렇습니다.” “아, 잘 됐네요. 저도 마침 하남으로 가려고 했는데, 함께 가도 되죠?” 우문혜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형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환한 웃음에 담긴 마력은 남자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렇게 우문혜 일행이 합류했다.
우문혜는 합류하자마자 단형우 옆으로 다가갓다. 그리고 세 마리 뱀, 영사(影蛇), 금사(金蛇), 은사(銀蛇)가 그 뒤를 따랐다.
“또 함께 하게 되었네요.” 우문헤의 아름다운 미소에 조설연은 약간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당당하게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저도 반가워요.” 두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마음까지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잠시 멈췄던 이동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채 몇 장을 이동하기도 전에 가던 길을 또 멈출 수밖에 업었다. 일행을 가로막은 또 다른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어, 어르신?” 형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당호관이나타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해기 때문이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나?” 당호관의 말에 형표의 고개가 위라래로 연방 움직였다. 누구의 부탁디라고 거절하겠는가.
“마, 말슴하십시오.” 당호관의 눈짓에 뒤에 서 있던 소녀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나와 이 아이도 함께 하남에 갈 일이 있는데 같이 가도 되겠나?” 당호관이 말을 마치자, 앞으로 나선 소녀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당문영이라 해요.” 상당히 아름다운 소녀였다. 하지만 우문혜의 얼굴에 익숙해진 형표는 그녀의 얼굴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당가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가 그의 머리를 맹렬히 회전시킬 뿐이었다.
결국 망설임 없는 형표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물론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르신.” 형표가 깊이 허리를 숙였다. 당호관이 고맙다는 듯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네. 그럼 우린 저쪽에서 걸어가도록 하겠네.” 당호관이 가리킨 곳에는 단형우가 서 있었다.
“그, 그렇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남으로 가는 표국 일행에 당호관과 당문영이 합류했다.
조설연은 살짝 불편함을 느꼈다. 자신 주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것도 대단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으니 당연했다.
당호관은 당가의 장로였다. 그리고 그런 당호관과 함께 온 당문영은 강호의 호사가(好事家)들이 흔히 말하는 삼봉이화(三鳳二花)의 일인이었다.
게다가 우문혜는 또 어떤가. 우문혜의 미모는 비봉(飛鳳)이라 불리는 당문영보다 훨씬 뛰어날 정도였다. 게다가 무공은 또 어떠한가.
당문영이야 비봉이라 불릴 정도니 당연하고, 우문혜 또한 조설연으로서는 추측조차 못할 정도로 고강하니 자연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우문혜를 수행하는 호위무사들조차 하나같이 보통이 넘으니 그야말로 대단한 인물들만 모아 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단형우였다.
단형우는 그렇게 많은 눈길을 받으면서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묵묵히 걷기만 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문영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단형우를 이리저리 살폈다. 아버지인 당천상과 장로인 당호관의 신신당부를 받은 터라 더욱 관심이 갔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당호관의 말로는 절세고수라고 했는데 그녀가 우무리 살펴도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문영은 비봉이라 불릴 정도로 무공에 관심이 많았고, 그 수준 또한 높았다. 삼봉이화 가운데에서 무공만큼은 가장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보는 눈도 높았고, 안목도 좋았다.
헌데 그런 당문영의 눈으로 단형우의 뛰어난 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당문영은 참지 못하고 단형우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래도 함께 가게 되었는데 인사는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당문영이 단형우 옆으로 슬쩍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단형우는 고개를 잠깐 돌려 당문영을 쳐다봤지만 그 뿐이었다. 앞으로 되돌아간 얼굴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단형우의 입도 열리지 않았다.
당문영의 아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사람이 말을 하는데 그렇게 무시하실 건가요?”
당문영의 말에 단형우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단형우.”
평소와 다름업이 이름만 말하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했다. 당문영은 기가 막혔지만 그래도 아버지와 당호관이 당부가 있었던지라 화를 꾹 눌러 참았다.
“저는 당문영이라고 해요, 제 이름은 들어봤죠?”
단형우가 그 이름을 들어봤을 리 없다. 결국 보다 못한 조설연이 나섰다.
“단 오라버니께서는 산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신 분이라 세상이나 무림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조설연의 말에 당문영이 고개를 홱 돌려 조설연을 쳐다봤다. 잠시 조설연의 눈을 쳐다보던 당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군요.”
하지만 당문영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가 살아온 열아홉 세월 동안 이렇게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사내는 처음이었다.
당문영의 시선이 조설연과 우문혜를 슬쩍 훑었다.
내심 분한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지금까지 자신이 최고라고만 생각했다.
삼봉이화라고 주변 사람들이 치켜세워 주니까 정말로 그런 줄로만 알았다. 헌데 오늘 그 생각들이 모두 무너져 버렸다. 세상은 역시 넓었다.
“여전히 절 무시하시는군요. 제가 그렇게 보기고 싫을 정도로 못생겼나요?”
당문영은 살짝 억지를 부려봤다. 어떻게든 관심을 할번 끌어 보고 싶었다. 아버지나 당호관의 명이 아니더라도 이젠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되어 버렸다.
단형우의 고개가 다시 당문영을 향해 움직였다.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얼굴을 돌리지 않고 당문영을 쳐다봤다.
당문영은 그렇게 단형우와 눈이 마주친 채로 한동안 멍하게 걸었다.
“뭘 원하지?”
단형우의 말에 당문영이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무, 무슨 말이에요?”
단형우의 시선이 이번에는 당호관을 향했다.
당호관은 그 눈빛에 쓴웃음을 지었다.
“천뢰(千雷)를 원하네.”
당호관의 직접적인 말에 주변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이건 그냥 상대의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말 아닌가. 무림에서 절대 함부로 해선 안 되는 행동이었다.
“그런 건 난 몰라. 내가 아는 건 천뢰(天雷)뿐이다.”
단형우의 말에 당호관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걱정해 주지 않아도 되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호관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단형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봤다.
사람들은 당호관의 말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것은 당문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천뢰(千雷)라니. 정말로 그 전설상의 무공을 저 무뚝뚝한 사내가 익히고 있단 말인가.
“크, 큰 할아버지……”
당문영이 당황해 당호관을 부르자 당호관이 그녀를 향해 포근하게 웃어 주었다.
“됐다,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꾸나.”
당호관의 말에 당문영은 더 이상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 다만 새삼스러운 눈으로 단형우를 좀 더 세심히 살폈을 뿐이었다.
모두 놀란 눈을 하고 있을 때, 당호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설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
당호관은 다정한 할아버지처럼 조설연을 댕했다. 조설연은 그런 말투에 약간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대답했다.
“표국을 재건할 생각입니다.”
당호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차서 좋구나. 앞으로 당가가 하남 지역에서 물품을 운반할 때는 반드시 하남표국을 이용하도록 하지.”
“예? 그, 그게 정말이신가요?”
조설연은 크게 놀라 반문했다. 이건 너무나 큰 기회이자 은혜였다. 분명히 뭔가 거절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어차피 좋은 조건일 테니까. 그 표행에 반드시 우리 당가 사람이 한두 명 낀다는 게 조건이다. 원하는 것을 우리가 얻을 때까지.”
당호관의 말에 조설연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당호관이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조건이었다.
“그거 괜찮군.”
대답은 단형우가 했다. 놀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조설연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준 단형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당호관을 쳐다봤다.
조설연은 너무도 확연히 드러난 단형우의 미소에 다른 모든 것을 잊고 놀라 버렸다.
이제 단형우는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가 최고의 비기 천뢰(千雷)
하남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동안 평안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였다.
형표는 평소보다 조금 더 여유를 부렸다. 본래 표행이 끝나고 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편안히 간다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했다. 앞으로의 일을 천천히 계획하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아무 일도 없는 평안한 길이 계속 이어졌다.
처음 삼 일 동안은 그랬다.
현재 일행은 노숙이 결정되어서 각자 알아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쟁자수들이 준비한 모닥불과 저녁식사 덕분에 모두 편안히 쉴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앉거나 누워 있는데 단형우만은 가만히 서 있었다. 단형우가 잠을 잘 때조차 서 있다는 사실은 당문연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람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잠을 자지 않고 단형우가 잘 때까지 기다려 보려 했지만 한 번도 그것을 완벽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사흘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당문영은 앉지 않는 단형우가 신기해 보였다.
덕분에 당문영의 시선은 최근 매번 단형우에게 머물러 있었다. 그동안 한 번도 봇지 못했던 신기한 종류의 사람이니 당연했다.
게다가 천뢰를 완성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리고 우문혜는 그런 당문영을 크게 경계했다. 당문영은 호기심이라기엔 조금 지나칠 정도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경쟁자는 하나라도 적은 게 좋았다.
그리고 조서령는 그런 두 여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그렇게 사흘이나 지났다. 그리고 사흘 째 되던 날, 그때까지 입 한 번 열지 않고 가만히 있던 당호관이 단형우에게 다가갔다.
“대련 한 번 하지 않겠나?”
가만히 서 있던 단형우는 그 말에 물끄러미 당호관을 쳐다봤다.
“내가 이겨.”
단형우의 간단한 말에 근처에 있던 당문영이 발끈 했지만 당호관의 손짓 때문에 입을 열지 않았다. 당호관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당문영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금세 알아챘다.
“그거야 나도 당연히 알고 있네. 내가 말하는 대련의 의미는 누가 더 강한지 알아보자는 게 아닐세.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당호관의 말에 단형우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단형우의 고개가 움직이는 순간 당호관이 기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