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35
당호관의 말에 단형우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방식은 언제나 환영하는 바였다.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당호관이 소매와 품 여기저기에서 날카로운 암기를 꺼냈다.
마치 바늘처럼 가는 침(針)들이었는데, 그것은 만천화우(滿天花雨)를 펼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었다.
만천화우는 말 그대로 하늘을 모조리 덮을 정도로 많은 암기를 비처럼 쏟아지게 하는 무공으로, 현재 당가 내에서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펼치기도 어렵고, 위력도 대단한 무공이었다.
“자, 그럼 가네.”
당호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들고 있던 수많은 침들을 모두 하늘로 던졌다.
수 백 개의 침들이 하늘을 가득 덮었다. 그리고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쐐애애액!
파바바박!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가 마구 침들을 던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침 하나하나에는 강력한 내력이 숨어 있었다. 너무나도 촘촘히 떨어져 내리기 때문에 막을 방도가 없어 보였다.
단형우는 사방을 가득 메우며 떨어져 내리는 침들을 보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검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쩌저저적!
단형우의 검이 벼락들을 만들어 냈다.
벼락들을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것도 있었고, 옆으로 넓게 퍼지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찌르듯 쏟아져 나가는 것까지 있었다.
마치 벼락으로 짠 것 같은 그물이 펼쳐졌다.
쩌저저저정!
뭔가가 깨져나가는 소리와 함게 사방으로 침들이 흩어졌다. 그 많은 것 중에서 단 하나의 침도 단형우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당호관은 망연한 표정으로 그런 단형우를 쳐다봤다.
“이상하군.”
단형우의 말에 당호관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뭐, 뭐가 이상한가?”
“왜 그렇게 던지지?”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단형우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손을 한 번 휘저었다.
촤좌좌좌좍!
단형우의 손짓에 따라 바닥에 흩어져 있던 침들이 전부 단형우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왔다.
단형우는 그것을 던지려다가 뭔가가 생각나는 듯 움직임을 멈추고 당호관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공터 위로 침들을 던졌다.
쇄애애액!
단형우의 손에서 만천화우가 펼쳐치고 있었다.
당호관은 경악을 넘어서 거의 기절 일보 직전이었다. 만천화우를 한 번 보고 따라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말이 된다는 듯 침들의 움직임은 거칠 것이 없었다. 순식간에 하늘을 가득 메운 침들이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번쩍!
쩌저저저적!
콰과과과광!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벼락들이 공터에 떨어져 내렸다. 수백의 침(針) 하나하나가 벼락을 만들어 냈고, 그것들이 바닥에 꽂히며 터져나갔다. 기의 폭발 현상이었다.
그 폭발은 어마어마한 폭풍을 일으키며 일대를 초토화시켜 버렸다.
이 놀라운 광경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턱이 덜컥 떨어졌다. 그리고 당문영와 당호관의 눈은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처, 처, 처, 천뢰(千雷)!”
천뢰였다. 그토록 열망하던 당가 최고의 비전 천뢰가 완벽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당가와 전혀 관계가 없는 한 인물에 의해.
새로운 시작
단형우가 천뢰(千雷)를 펼칠 이후, 당호관은 단형우에게 매달리다시피 해서 그것을 배웠다. 사실 그동안 단형우가 가르쳐 주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대문에 단형우로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처음 단형우가 천기자에게 배웠던 삼재검법이나 삼재기공은 사실 지금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근간에 약간 남아 있을 뿐, 지금은 전혀 다른 무공이 된 상태였다.
단형우가 익히고 있는 것은 훨씬 더 단순했고, 강력했다. 직접 몸으로 체득한 무공이었기에 훨씬 실용적이었다. 그리고 살기가 짙었다.
그러던 것이 단형우가 세상으로 나오면서 여유와 평화를 갈구한 덕분에 새로운 경지로 서서히 변해 갔다.
그 새로운 깨달음은 사실 단형우가 더 강해지는 것을 방해했다. 그간 단형우가 익히고 써 온 것들에 정면으로 위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그것들을 조금씩 체화해 갔다.
단형우가 익히고 있는 삼재기공의 극의는 천지인(天地人)을 하나로 하는 합일(合一)이었다. 일단 체화하기 시작한 새로운 깨달음은 점점 단형우와 하나가 되어 갔다.
당호관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수련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른 사람들이 천뢰(天雷)를 배울 때도 함께 하고, 그것이 모두 끝난 후에는 따로 천뢰(千雷)를 수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수련은 단형우의 도움을 받아서 했지만 두 번째 수련은 혼자서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천뢰(千雷)만큼은 혼자서 펼칠 수 있어야 했다.
쐐애애애액!
퍼버버버벅!
당호관이 손에서 날아간 침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떨어졌다. 하지만 어느 하나 뇌기(雷氣)를 머금은 것이 없었다. 그래도 당호관은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만천화우를 펼쳤다.
당호관이 처음 이 수련을 시작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구경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점점 밤이 깊어갔고,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당호관은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당호관은 연방 침을 던지고 모으면서 내심 희열에 젖어 있었다.
이 얼마 만에 몸으로 하는 수련인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후부터 몸으로 직접 하는 수련을 한 적이 없었다. 운기조식이야 꾸준히 했지만 그 외에는 그저 명상 같은 정신적인 수련을 주로 해 왔다.
오랜만에 하는 육체적인 수련은 꽤 즐거웠다. 덕분에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할 수 있었다.
한창 침을 날리던 당호관은 문득 시간이 꽤 지났따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잘 시간이 한참 지났군.”
당호관은 천천히 침을 회수했다. 오늘은 이쯤 해야 할듯 했다. 더 이상 해 봐야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단형우의 도움을 받아 수련을 할 때는 틀림없이 뭔가가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검에 의해 가닥가닥 잘려 나가는 기운들을 보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가끔 뇌전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기와 기가 부딪치는 와중에 뭔가 벌어지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뇌전을 일으키는 것은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어쨌든 그런 수련을 하고 있으니 그것을 만천화우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쉽게 되지 않았다. 물론 단형우의 도움이 없으니 어려운 것은 당연했지만 이건 너무 막막했다.
“후우……”
당호관의 입에서 나직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침을 모두 회수하고 몸을 돌린 당호관이 깜짝 놀라 몸이 굳어 움직임을 멈췄따.
어느새 단형우가 바로 뒤에 다가와 있었다.
“무, 무슨 일인가?”
단형우는 다짜고짜 당호관의 정수리에 손을 올렸다.
당호관은 당황하여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단형우가 워낙 빨라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정수리를 통해 밀려오는 기운 때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흐어억!”
당호관은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단형우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다시 해 봐.”
단형우의 말에 당호관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침을 던졌다.
단형우의 기운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 뭔가가 달라 보였따. 그리고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쐐애애액!
침들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리고 쏟아져 내렸다.
퍼버벅! 쩌저적! 퍼벅!
당호관은 자신이 만들어 낸 광경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설프긴 했지만, 예전 단형우가 보여준 것만큼 위력적이지도 않았지만 분명히 천뢰(千雷)였다.
비록 대부분의 침은 그냥 떨어지고 몇 개에만 뇌기가 서렸지만 그래도 천뢰는 천뢰였다.
“이, 이럴 수가…… 내, 내가 천뢰를……!”
당호관이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눈으로 고개를 돌려 단형우를 쳐다봤다. 하지만 단형우는 그 자리에 없었다. 어느새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 가만히 서 있었다.
당호관의 눈가에 따스한 미소가 흘렀다.
그 당호관은 한잠도 자지 않고 밤새 침을 던졌다. 드디어 천뢰(千雷)의 끝자락을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물론 단형우의 도움을 받기 했지만.
사십 일이 넘는 기나긴 여정 끝에 일행은 허창에 도착했다. 무공수련 덕분에 예정보다 며칠 늦어지긴 했지만 아무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모두 나름대로 성과를 얻은 것이다.
단형우의 가르침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대부분의 검에서 뇌기가 발현된 것이다. 물론 단형우가 쓰는 것처럼 강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대단한 일이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쟁자수들의 몸속에 기가 쌓여 있었다. 비록 미약한 양이긴 했지만 내공심법 하나 없이 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즉, 단형우가 가르친 천뢰(天雷)가 동공(動功)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움직임을 통해 기를 다스리고 쌓는 상승의 공부였다.
그리고 내공을 가지고 있는 우문혜나 조설연, 그리고 형표의 경우 자신들의 무공에 뇌기를 실을 수 잇게 되었다. 물론 지극히 미약한 양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무공의 강력함이 한 단계는 상승했다 할 수 있었다.
사실 이들이 단형우에게 천뢰를 좀 더 확실히 오래 배운다면 보법 하나하나에도 뇌기를 실을 수 있고,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뇌기를 실을 수 있겠지만 그런 경지로 가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쨌든 그런 성과를 얻었으니 누구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당호관이었다.
당호관은 그야말로 피나는 수련을 통해 천뢰(千雷)의 열쇠를 거머쥐었다. 앞으로가 문제였지만 그 열쇠를 잡은 것이 어디인가. 문제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구결로 풀어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천뢰를 익히기 위해서는 단형우의 도움이 필수였다. 물론 나중에 당호관이 높은 경지에 이른다면 다른 사람에게 전수를 해 줄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전수이지 무공을 풀어서 후세에 남길 수는 없었다.
어찌 되었건 천뢰를 익힐 수 있게 되었으니 당호관의 기분은 하늘을 마구 찔러댔다.
반면 단형우에게 무공을 배우지 못한 네명의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발전을 눈앞에서 보면서도 자신들은 참여 할 수 없으니 얼마나 애가 타겠는가. 하지만 단형우는 그런 점에서만큼은 단호했다. 그들은 그 이후에도 절대 수련에 참여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렇게 허창에 도착한 일행은 하남표국과 조가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럴 수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군요.”
조설연과 형표는 망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먼저 온 곳은 하남표국이었다. 표국은 대부분의 전각이 불에 타고 부서져 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형표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불타버린 전각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미련을 털어 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제 조가장에 가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형표의 말에 조설연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아직 거기는 가기 싫어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가 보도록 하죠.”
형표는 그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집이 두 개나 있을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표국을 일으키자면 자금도 많이 필요할 터였다.
“차라리 조가장 쪽은 정리를 해 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형표의 말에 조설연이 눈을 크게 뜨고 형표를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네요.”
일단 결정을 하고 나니 처리는 바로 되었다. 당호관이 나선 것이다.
“그 장원은 내가 구입하도록 하지. 어차피 이번 기회에 허창에 분가(分家)를 하나 낼 생각이었으니까.”
당호관의 말에 형표가 재빨리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 해 주시면 저희로서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당호관이 나서지 않더라도 형표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형표는 경험이 많은 만큼 인맥도 넓었따.
허창에서 장원 하나 처리하는 것쯤이야 별것 아니었다. 하지만 당가와 계속 인연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이득이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다시 시작하려는 하남표국을 넘보는 잡스런 세력들로부터 경계막을 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조가장을 정리했다.
당호관은 언제라도 조설연이 원할 때 방문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조가장은 조설연이 지금까지 살아온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천뢰를 얻은 마당에 그 정도야 별 것 아니었다.
“그럼 이제 남은 문제를 처리해야겠네요.”
조설연이 돌아섰다. 그녀 뒤에는 쟁자수들이 서 있었다. 이젠 그들에게 남은 보수를 줄 시간이었다.
조설연은 미리 준비해 놓은 보수를 쟁자수들에게 나눠주었다. 꽤 고생스러운 표행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액수를 책정해 주었다.
쟁자수들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받았다.
“조만간 하남표국이 다시 일어설 테니 그때 또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조설연이 머리 숙여 부탁하자 쟁자수들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
“이, 이러지 마십시오. 저희들에게 머리를 숙이시다니요.”
쟁자수들은 그렇게 조설연을 다시 일으킨 후 잠시 머뭇거렸다. 그리고 종칠이 앞으로 나서서 대표로 말을 꺼냈다.
“저희들은 따로 갈 곳도 없고 그냥 여기서 계속 있었으면 합니다. 아가씨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종칠의 조심스러운 말에 조설연이 환하게 웃었다.
“물론이지요, 얼마든지 괜찮아요.”
하남표국이 새로 일어서는 마당이니 경험자들이 필요했다. 마음 같아서는 억지로라도 붙잡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헌데 쟁자수들이 알아서 남아 주겠다고 하니 너무마 기뻤다.
“감사합니다.”
종칠을 비롯한 쟁자수들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쟁자수들의 인사에 조설연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하남표국이 새롭게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