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37
사도련이라는 말에 조설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도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자신의 딸을 미끼로 쓸 모양입니다.”
“미끼……라니요?”
“소주에는 황금련의 총단이 있습니다. 우문세가와 함께 천하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지요. 우리에게 한 의뢰는 금유화를 그곳까지 호위하는 일입니다.
조설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련이 가만 있을 리 없게군요.”
“분명히 습격을 할 것입니다. 그들의 이목을 그쪽으로 집중시킨 후, 사도련을 치겠다는 계획인 듯합니다.”
“그, 그럼 딸이 위험해질 텐데……”
“딸뿐 아니라 우리도 함께 위험해지겠지요.”
조설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허술한 계획이었다.
“상이들이 세운 계획치고는 너무 허술한데요? 사도련의 힘을 집중할 수 있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지 ㅇ않나요? 황금련에서 금자항이 얼마만한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도련이 굳이 그의 딸을 노릴 지도 의문이고, 또 노린다고 하더라도 그 시선을 계속 유지하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할 텐데 아시다시피 우리 하남표국에는 그 정도로 알려진 힘이 없잖아요.”
굳이 말하자면 단형우가 있었지만 단형우는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 아닌가. 그리고 아무리 단형우라 하더라도 물밀듯한 사도련이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따. 조설연의 이런 의문은 형표의 한 마디에 단숨에 해결되었다.
“금유화는 다음 대 황금련주가 될 유백상의 약혼녀입니다. 그리고 검왕이 그녀와 함께 갑니다.”
검왕이라는 말에 조설연이 깜짝 놀랐다.
“검왕이라고요? 검왕이 왜……!”
“황금이라면 검왕도 부릴 수 있더군요. 검왕이 지금 돈이 궁한 모양입니다”
사실 형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검왕의 손녀가 병을 치료하기 위해 막대한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대주고 황금련이 검왕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의뢰를 수락할까요?”
조설연이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과연 누가 할 수 있죠?”
“그 친구밖에 없지 않습니까.”
“오라버니가 도와주실까요?”
“도와줄 겁니다 .그리고 그 친구라면 걱정 없습니다.”
결국 조설연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의뢰는 포기하기엔 너무나 컸다. 그리고 어쩌면 하남표국이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오라버니께 부탁해 보겠어요.”
그렇게 단형우의 두 번째 표행이 결정되었다.
두번째 표행
조설연과 형표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표국의 정문을 통해 빠져 나가는 마차를 바라봤다.
드디어 첫 표행을 시작했다.
이번 표행은 단형우와 종칠이 맡았다. 일단 잡일을 처리할 사람이 필요했고, 종칠은 그럭저럭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종칠은 표행을 하는 동안 단형우에게 무공을 더 배우고 싶은 열망도 있었다. 물론 지금 배우고 있는 것도 아직 제대로 소화를 못 하고 있었지만,
마차는 황금련에서 마련한 것답게 크고 화려했다. 마차를 모는 것은 종칠이었고, 단형우는 종칠 옆에 앉아서 가야 했다.
앉는 것에 익숙지 않은 단형우가 연방 인상을 찌푸렸고 그때마다 종칠은 자신이 마차를 잘못 몰아 그러는 거라 생각해 한껏 긴장했다. 덕분에 마차 안에 탄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쾌적하게 갈 수 있었다.
사방이 막힌 마차 안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마흔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고, 반대편 자리에 스물이 조금 넘어 보이는 소녀가 앉아 있었다.
사내는 품에 검을 안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긴장하며 연방 사내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소녀의 이름은 금유화, 황금련의 소련주인 유백상의 약혼녀이자, 허창에서 꽤 알아주는 부호인 금자항의 딸이었다. 그리고 그런 금유화를 한껏 긴장시키고 있는 사내가 바로 검왕 염철군이었다.
금유화는 검왕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젊은 외모에 깜짝 놀랐다. 검왕이 세간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이 벌써 육십 년이 넘었다. 그리고 검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이 무려 사십 년 전이었다.
검왕의 나이를 정확히 유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팔십은 넘을 것이 분명했다.
헌데 고작 마흔 정도로 보이는 외모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처음에는 사기꾼으로 오인할 뻔했다. 하지만 검왕을 잘 알고 있는 금유화의 아버지, 금자항이 그렇다고 하니 그냥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검왕의 얼굴을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일을 검오아에게 부탁한 것이다. 만일 사도련이 이번 일에 검왕이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섣부른 움직임을 보일 리가 없었다.
“너무 염려 마라. 내가 반드시 지켜 줄 테니까.”
갑자기 염철군이 눈을 뜨고 말했다. 금유화는 깜짝 놀랐으나 이내 배시시 웃을 수 있었다.
검왕은 나름대로 금유화를 배려해 주고 있었다. 자신을 배려해 주는 사람 앞에서 굳이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금우화는 호흡을 고르며 긴장을 풀었다. 아무리 돈 때문에 이 일에 끼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검왕이다.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는 열 사람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 자신을 지켜 주는데 뭐가 무섭겠는가.
“잘 부탁드립니다.”
금유화가 새삼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염철군은 그런 금유화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유백상이 선택할 만하군.”
검왕의 말에 금유화가 잠시 눈을 빛냈지만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다시 눈을 감아버린 검왕의 입은 마차가 설때까지 열리지 않았다.
마치를 몰고 있는 종칠 옆에서 계속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단형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본 종칠이 깜짝 놀라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그런 종칠을 한 번 힐끗 쳐다본 후, 몸을 슬쩍 날려 마차 지붕 위로 올라섰다..
사뿐히 지붕에 내려선 단형우는 그제야 원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바람을 맞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흔들리는 마차 위였지만 단형우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보다 훨씬 더 흔들리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서 있을 수 있었다.
종칠은 단형우의 행동에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나 서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을 거야. 허, 참.”
잠시 고개를 젓던 종칠은 이내 마차를 모는 일에 집중했다. 꽤 빠른 속도였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마차가 심하게 흔들릴 수도 있었다. 그것은 종칠도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도 결코 바라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결국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무렵 큰 마을로 들어설 수 있었다.
종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마을 안에 있는 커다란 객잔으로 마차를 몰아갔다.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객잔에 도착한 종칠이 서둘러 마차를 세운 후, 문을 열었다.
마차 문이 열리자 안에서 검왕과 금유화가 나왓다. 금유화의 얼굴은 상당히 아름다워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옆에 있는 검왕의 날카로운 기세 때문에 아무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종칠은 검왕과 금유화를 안으로 안내했다. 종칠은 그들이 마차에서 내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객잔 후원을 통째로 빌려버렸다. 이번 여행에 드는 모든 경비는 황금련에서 나오기 때문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큰 객잔답게 후원도 상당히 규모가 크고 아름다웠다.
금유화는 종칠의 안내로 가장 화려한 방으로 들어갔고, 검왕은 그 맞은편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종칠과 단형우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짐을 대충 풀고는 수련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큰 규모의 후원답게 무공을 수련하기 적당한 너른 뜰도 있었다. 이곳을 찾는 무림인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이 객잔은 무림인들이 종종 머물러 가는 곳이었다.
“히야, 좋은 곳이었다.”
종칠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단형우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지만 종칠은 연방 단형우에게 친한 척을 하며 뜰로 나가 검을 뽑아 들었다. 지금은 종칠도 어엿한 표사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예전 하남표국의 표사들보다 실력이 조금 딸리지만 그래도 머지않아 그들을 훨씬 넘어설 것이 분명했다. 종칠 옆에는 단형우가 있었으니까.
종칠은 검을 꺼내 신중하게 내려치기를 연습했다. 단형우는 그런 종칠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서 있었다.
종칠은 그렇게 저녁을 먹기 전까지 수련한 후, 대충 저녁을 먹고 나서 밤늦은 시각까지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피로에 절어 파김치가 되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따. 최근 검로를 따라 나타나는 뇌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종칠의 첫 번째 목표는 단형우가 없는 곳에서 뇌기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종칠이 그렇게 한창 수련을 하고 있을 때, 검왕이 슬쩍 뜰로 나왔다. 방에만 있자니 답답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며칠 동안은 별다른 위험도 없을 테니 금유화는 잠시 저대로 내버려 둬도 상관없었다.
검왕 염철군이 나온 이유 중 첫 번째는 호기심이었다. 염철군은 마차 안에 있을 때, 마부석에 있던 표사 하나가 마차 위로 올라선 것을 알아챘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흔들리는 마차 위에 서 있으려면 보통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하체가 상당히 안정되고 균형 감각이 남다르다는 의미였다. 즉, 재능이 있거나 깊은 수련을 거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검왕은 상당히 괴팍하다고 소문난 사람이었다. 모습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검왕을 겪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말했다.
사실 검왕은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일뿐이었다. 그래서 더러는 검왕에게 큰 도움을 받았고, 또 몇몇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기고 했다. 그리고 죽음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지금 검왕은 자신의 호기심이 시키는 대로 방에서 나와 종칠의 수련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흐음.”
검왕은 눈을 빛내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저 단형우에 대한 호기심으로 나왔는데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을 보게 되었다.
“이거 참…… 대단하군.”
검왕은 감탄했다. 종칠의 검에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은 검왕 뿐일 것이다. 그저 내려치기가 전부인데다가 그나마도 힘업이 슬쩍 슬쩍 휘두를 뿐이니 보통 사람이 본다면 장난하는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검왕은 달랐다. 검왕만은 종칠의 검이 만들어 내는 변화를 똑똑히 살필 수 있었다.
“기를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군. 아니, 재능이라고 해야 하나?”
검왕은 그렇게 고개를 연방 끄덕이다 결국은 저을 수밖에 없었다.
“기를 다루는 능력은 발군인데, 검을 휘두르는 능력은 형편없군.”
검왕의 지적은 당연한 것이었다. 종칠이 비록 표사들의 무공을 조금 얻어 배웠다고 하지만 그래도 초보자였다 .이제 갓 무공에 입문한 사람의 검이니 검왕의 눈에 어설퍼 보이는 게 당연했다.
“내가 좀 봐 줄까?”
검왕은 홀로 중얼거렸다. 사실 지금까지 이렇게 검왕의 도움을 받은 사람도 몇몇 있었다.
검왕이 누구인가. 검으로는 정점에 이른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의 도움이라면 차라리 기연에 더 가까웠다. 그저 한 마디 거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지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도 있었다.
검왕은 지금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손녀의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서 기뻤고, 또 그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런 상황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광경을 봤으니 더더둑 기뻤다.
이 기쁨에 대한 대가로 자세를 바로 잡아 주는 것 정도는 싸다고 할 수 있었다. 검왕이 그 결심을 마쳤을 때는 종칠의 수련도 막 끝났을 무렵이었다.
“이보게.”
검왕의 부름에 종칠이 흠칫 놀라 쳐다봤다. 그리고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종칠 역시 자신이 누구를 모시고 가는지 알고 있었다.
“저, 저 말입니까?”
종칠이 당황하자 검왕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도 당연한 반응이었고, 기대하던 반응이었다. 어쩌면 이런 반응을 즐기느라 지금까지 이런 일들을 해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자네 참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군. 기를 다루는 능력이 상당해.”
검왕의 칭찬에 종칠의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천하의 검왕이 자신을 인정해 준 것 아닌가.
“가, 가, 가, 감사합니다!”
종칠의 과격한 인사에 검왕이 손사래를 쳤다.
“아닐세, 당연한 말에 감사는 무슨. 그보다 자네 초식이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이는군. 내가 한 수 다듬어 주고 싶은데 어때, 괜찮은가?”
검왕의 말에 종칠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검왕이 누구인가. 천하십대고수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강하며, 검으로 따지면 정점에 이르렀다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검을 가르쳐 준다는데 어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저, 저, 저, 정말이십니까?”
종칠의 말에 검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내가 허튼 말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이는가?”
종칠은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천하의 검왕을 상대로 자신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으, 으아악!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 저는 그저 너무나 기뻐써……! 그래서 믿을 수가 없어서!”
종칠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했다. 검왕은 그런 종칠의 모습을 즐기듯 지켜보다가 빙긋 웃었다.
“자자, 이리로 와 보게.”
검왕의 손에 이끌려 종칠은 다시 후원에 마련된 뜰로 걸어갔따. 그리고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검왕의 말을 한 자도 빼놓지 않고 들으려 집중했다.
“자네가 수련하는 모습을 쭉 지켜봤는데, 자네는 기를 다루는 능력은 탁월하지만 너무 집작하는 경향이 있네.”
종칠은 검왕의 말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말인데 고개를 가로 저을 것인가. 게다가 종칠은 그런 것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일단 자네 식으로 한 번 검을 휘둘러 보게.”
종칠은 최대한 신중하게 자신이 수련한 대로 검을 내리쳤다.
스윽.
종칠의 검이 가볍게 이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검왕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보게. 검로(劍路)가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검로가 흔들린단 말입니까?”
종칠이 깜짝 놀라며 반문?다. 검로가 흔들린다는 것은 이제 갓 무(武)에 입문한 종칠이 생각해도 문제가 있었다.
“검로가 흔들리는 이유는 자네가 너무 기에 집착하기 때문일세. 때로는 과감해져야지.”
검왕은 그렇게 말하며 종칠의 디ㅜ로 가 손을 잡고 검을 휘둘렀다.
쌔애액!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게 검이 깨끗하게 아래로 떨어졌다. 그 공간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조각날 것 같은 기세를 담고 있었다.
종칠이 놀란 표정을 짓자 검왕이 빙긋 웃었다.
“어떤가? 이게 바로 올바른 길일세.”
“가, 가, 감사합니다.”
종칠은 연방 감사 인사를 한 후, 검왕이 시킨 대로 검을 움직여 봤다.
쉬익!
종칠의 검에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흘러 나왔다. 오늘 저녁 내내 연습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검 놀림이었다. 종칠의 검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그저 검왕의 말 몇 마디가 만들어 낸 성과였다.
검왕은 그런 종칠의 검격에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초식에 대한 재능도 나쁘지 않았다.
검왕은 그 이후로 몇 가지 초식을 더 알려 주었다. 모두 종칠에게 꼭 필요한 초식이었다. 열심히 수련만 한다면 꽤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검왕은 자신이 가르친 초식을 펼치는 종칠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초식을 가다듬어 줬으니 앞으로 종칠은 엄청난 발전을 할 것이다. 기를 다루는 능력까지 합해진다면 훨씬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했다.
종칠은 그렇게 검왕의 눈길을 받으며 다시 수련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단형우는 그런 검왕과 종칠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검왕은 종칠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단형우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이놈 봐라. 내가 자기는 가르쳐 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냥 들어갔나?’
검왕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분명했다.
“쯧쯧. 참을성 없기는…… 조금만 기다렸으며 한 수 지도해 줬을 텐데. 어쨌든 오늘이 아니라면 의마가 없지.”
그렇게 중얼거린 검왕이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뜰에는 종칠만이 남아 검왕에게 배운 검로를 밤이 새도록 휘두르고 또 휘둘러 댔다.
다음 날, 종칠은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마부석에 타고 고삐를 쥐었다.
“흐아아아암.”
종칠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마차에 검왕과 금유화가 탔는지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단형우가 마차 지붕에 올라서자 천천히 마차를 출발시켰다.
오늘 종칠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어제 한숨도 못잤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인적인 인내와 집중력으로 마차를 안락하게 몰도록 노력했다. 마차 안에는 검왕이 타고 있었다. 자신에게 은혜를 내려준 검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