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38
아무리 마차를 안락하게 몬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야 하는 속도가 있었다. 허창에서 소주까지는 이천 리가 넘는다. 절반 정도는 마차로 이동하고 그 이후에는 물길을 이용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종칠은 하남(河南) 영성(永城)을 지나는 관도로 달려 안휘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안휘를 지나 강소로 접어들면 홍택호(洪澤湖)에서 배를 타고 소주까지 갈 계획이었다. 종칠은 감기려 하는 눈을 억지로 뜨며 연방 채찍을 휘둘렀다 어쨌든 속도는 이 정도로 유지해야만 했다.
마차 안에 있는 검왕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금유화는 검왕과 말이라도 좀 나누고 싶었지만 검왕이 본체만체 눈을 감고 있으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얼마자 지났을까. 검왕이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왔군.”
검왕의 말에 금유화는 피가 싸늘히 식는 것 같았다.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정수리를 뚫어 버렸다.
“사, 사도련인가요?”
금유화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묻자 검왕이 빙긋 웃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아무도 너를 어쩌지 못한다. 그리고 이 마차도.”
검왕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마차 문을 열었다. 마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검왕이 마차 밖으로 슬쩍 몸을 날렸다.
턱!
가볍게 땅을 찍은 검왕의 몸이 어느새 마차 위로 올라갔다. 놀라운 신법이었다. 금유화는 검왕의 움직임에 문을 닫는 것도 잊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뭘 하고 있느냐? 내가 문까지 닫아야 하느냐?”
검왕의 말에 금유화가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문을 닫았다. 마차는 여전히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검왕은 마차 지붕에 올라서서 단형우를 새삼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단형우는 전혀 흔들림 없이 서 있었다.
“굉장하군.”
검왕은 자신의 호기심을 물씬 자극하는 이 청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실력을 한 번 알아보고 싶었다. 검왕이 막 단형우에게 뭔가를 얘기하려는 순간 단형우의 몸이 마부석으로 내려갔다.
종칠은 자기 옆에 서 있는 단형우를 힐끗 쳐다봤다.
“그냥 계속 몰아.”
단형우의 말에 종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어떤 의심이나 생각을 지워버렸다. 지금은 잠을 참으면서 마차를 모는 것만도 버거울 지경이었다.
어제는 검왕에게 배운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밤을 샐 수밖에 없었다. 간단해 보이는 초식이었지만 그리 쉽게 익힐 수 없었다. 단순한 내려치기와는 차원이 달랐고, 또 표사에게 배운 무공과도 차원이 달랐다.
그랬으니 지금 이렇게 마차를 몰고 있는 것 자체가 한계를 초월한 일이었다.
열심히 마차를 몰던 종칠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고 마차에만 집중했다. 그 뭔가는 사람들이었다. 흑의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복면까지 쓰고 마차 옆에서 불쑥불쑥 솟아나왔다. 그들은 놀랍게도 마차와 똑같은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다.
“으헉! 뭐, 뭐야?”
종칠이 놀라 소리쳤지만 마차를 멈추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 순간에 단형우의 말이 떠오른 것이다. 자신은 그냥 마차나 계속 몰면 그뿐이었다. 종칠은 단형우를 믿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검왕을 믿었다.
마차는 속도를 유지했고, 흑의 복면인들은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들은 한순에는 날렵하게 생긴 도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암기를 들고 있었다.
슈슈슈슉!
수많은 암기가 검왕을 향해 날아갔다. 검왕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암기를 보며 입가를 살짝 말아 올렸다. 가소로웠다.
쩌저저정!
검왕의 검이 번득임과 동시에 그 암기들이 고스란히 주인을 향해 되돌아갔다. 하나하나에 막대한 힘을 싣고서.
“크윽!”
쉬쉬쉭!
몇몇 복면인들이 암기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 가벼운 상처만으로 움직이지 못한 걸 보면 독이 묻어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검왕의 입가에 떠오른 비웃음을 비울 수는 없었다.
검왕이 장난스럽게 검을 휘둘렀다.
쌔애애액!
하지만 결과는 결코 장난스럽지 않았다. 검의 움직임을 따라 사방으로 쏟아져 나가는 날카로운 검기들이 흑의 복면이들을 마구 헤집었다. 그들은 들고 있는 도를 채 써 보지도 못하고 피를 흩뿌리며 사지를 잃어버렸다.
“크아악!”
“커억!”
연방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마차가 지나간 길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흑의 복면인은 아무도 없었다.
검왕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참상을 마치 산책하듯 여유롭게 관찰했다. 그리고 단형우를 힐끗 쳐다봤다. 단형우는 그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마부석에 가만히 서 있었다.
검왕이 피식 웃으며 마차 안으로 연기처럼 스며들어갔다. 마차 문이 열렸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절묘한 움직임이었따. 물론 종칠은 그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것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은 단형우뿐이었다.
검왕은 단형우 때문에 그런 움직임으로 마차에 들어간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시위였다.
단형우의 입가가 살짝 늘어났다.
사도련(邪道聯)은 최근 마치 함정에 발목을 빠드린 것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사도련주(邪道聯主) 갈천악은 그래서 항상 고민에 싸여 있었다. 오늘도 그는 고민에 고민을 계혹하며 한 장의 서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끄응, 실패라니. 고작 어린 계집애 하나 잡아 오는 게 그리 힘들단 말인가.”
갈천악은 결국 서찰을 집어버렸다. 그 서찰에는 이번 일에 대한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다.
“그 많은 놈들이 갔는데 모조리 죽었다니, 말이 돼?”
갈천악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일을 맡기면 제대로 결과를 내는 수하가 없으니 사도련이 무너져 가는 것도 당연했다.
“끄응, 머리 쓰는 놈이 필요해. 이렇게 머리가 없어서야 원.”
갈천악이 푸념을 늘어놓으며 궁리를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 사도련의 자금줄은 지난 형산 사태 이후로 마르기 시작해서 이제는 파산 지경이었다.
“제길. 그 미친놈들의 말만 듣지 않았어도……”
지금은 이렇게 말하지만 그때는 정말로 귀가 솔깃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쳐 온 그놈들이 능력이 너무 대단했다. 하나하나가 사도련주인 갈천악에게 버금갈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혹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녹림과도 연계를 했다. 무림맹의 정예와 부딪치겠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그것도 전멸이었다.
덕분에 사도련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녹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군. 녹림과 손을 잡는 수밖에.”
갈천악은 그렇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아직 사도련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고작 상인들 하나 어쩌지 못하고서야 어찌 앞으로 험난한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황금련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어쨌든 상인일뿐이었다. 뼛속까지 무사인 자신들의 상대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나저나…… 꽤 강한 놈을 끌어들였나 보군. 그래 봐야 돈에 미촌놈이겠지. 내, 돈 좋아하는 놈치고 제대로 된 고수를 못 봤지.”
갈천악은 상대가 검왕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마차를 습격한 자들이 전멸했기 때문이었다.
갈천악은 재빨리 서찰을 작성해 녹림 쪽으로 날려 보냈다. 그렇게 두 번째 습격이 결정되었다. 이번에는 힘을 아끼지 않고 쏟아 부을 생각이었다. 녹림 쪽도 함께 움직일테니 이번에는 절대 실패할 리가 없었다.
상대가 검왕이 아니라면 말이다.
마차를 일정한 속도로 빠르게 몰았지만 결코 서두르지는 않는다.
이번 표행에 형표가 당부한 부분이었다. 즉, 노숙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비록 날이 완전히 저물지 않았어도 마을에 들어섰다면 그냥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출발해야 했다.
종칠은 마차를 열심히 몬 덕분에 오후 늦게 마을을 하나 또 지날 수 있었다. 형표의 당부가 있었으니 당연히 마을에 머물렀고, 가장 큰 객잔을 잡아 후원을 통째로 빌렸다.
종칠은 점점 통이 커지고 있었다. 객잔을 빌린 김에 좋은 음식도 잔뜩 시켰고, 좋은 술까지 시켜서 마셨다.
원래는 오늘도 수련을 해야 했지만 어제 밤을 새는 바람에 너무 피곤해서 하루 쉬기로 결정했다.
일찍부터 술을 마셔댄 종칠은 쉽게 잠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그럴 이유가 없었다.
단형우는 앞에 잔뜩 쌓여 있는 음식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음미하며 먹었다.
단형우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검왕에게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검왕 뿐 아니라 누구라도 단형우가 먹는 모습을 본다면 신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식욕이 당기게 된다.
그래서 검왕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은 상태였다. 당연히 금유화도 마찬가지였다.
금유화는 오늘 이렇게 식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단형우를 제대로 살필 수 있었다. 비록 명목상이지만 자신을 호위하는 표사 아닌가.
하남표국이 비록 몰락했다고는 하지만 조설연이 허튼 사람을 호위로 붙였을 리 없었다. 자신들의 목적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단형우는 글허게 두 사람의 눈길을 받으며 열심히 먹는 것에 집중했다. 결국 차려 놓은 그 많은 음식을 모두 먹은 후에야 단형우가 젓가락을 놓고 일어섰다.
단형우는 젓가락을 놓으며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은 대부분 잊어서 다시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젓가락질만큼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예전 처음으로 음식점에 들어가 소면을 시켰을 때 손으로 먹었어야 할 것이다.
단형우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슬쩍 미소를 지었다. 조설연을 처음 만난 순간이었고, 나름대로 단형우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단형우가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서자, 금유화와 검왕이 그제야 놀란 숨을 내쉬었다.
“허어, 정말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저 몸이 이 많은 음식이……”
어느새 단형우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검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검왕은 금유화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방에서 나오지 말거라.”
검왕의 말에 금유화가 흠칫 놀랐지만 이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검왕은 흡족한 표정으로 뒤돌아 방으로 들어갔다. 금유화의 옆방이었다.
검왕이 방에 들어가자 금유화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단형우의 방을 한 번 쳐다본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객잔에서 은밀한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채호령은 은밀하게 숨어 객잔 후원의 동태를 살폈다. 이 객잔에 저들이 묵을 거라는 사실은 진즉에 예측했다. 상대는 황금련의 사람이다. 허접한 객잔으로 갈 리 없었다.
일단 거기까지 예측했으면 일사천리였다. 먼저 객잔을 접수한 후, 여러 가지 방도를 모색했다.
가장 먼저 행한 것은 독이었다. 독은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이다. 게다가 이렇게 객잔을 접수한 경우 음식에 독만 섞을 수 있다면 훌륭하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단, 목표물이 죽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극독을 쓸 수는 없었다. 내공을 흩어 버리는 산공독(散功毒)을 써야 ?다.
요리사들을 구워삶아 음식 맛과 조화를 이루도록 산공독을 섞었다. 그리고 목표물들은 그 음식을 모두 먹었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비록 적이 독을 먹었다지만 절재 방심해선 안 된다. 일순간의 방심으로 다 잡은 고기를 놓칠 수도 있었다.
채호령의 손짓에 수하들이 은밀히 움직였다. 이미 객잔 주변은 녹림에서 나온 무리들이 겹겹히 둘러싼 상태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상대가 십대고수가 아니라면.
‘아니, 십대고수라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놈들이라고 용배는 재주 있겠어? 산공독을 먹었는데.’
산공독이 온몸에 퍼지는 시간은 일각. 지금쯤이면 아무도 내공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다.
채호령은 일단 가장 중요한 금유화부터 챙기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채호령의 손짓이 어지럽게 허공을 수놓았다. 수하들이 그 손짓에 각각 맡은 방으로 스며들었다. 채호령은 수하들의 움직임을 확인하지도 않고 금유화의 방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침상 위에 금유화가 가만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꿀꺽.”
채혹령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잠든 금유화의 모습은 마치 채호령을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아름답고 도발적이었다. 그저 잠을 자고 있을 뿐인데도 채호령은 아랫도리가 불끈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제길. 아깝군.’
아까워도 어쩔 수 없었다. 금유화만은 절대 손댈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상품이었으니까.
채호령이 조심스럽게 침상으로 다가가 금유화를 안아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채호령은 채 그 동작을 더 이상 이어나갈 수 없었다.
어느새 새하얀 살기를 흘리는 검 한 자루가 채호령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꿀꺽.”
채호령은 또 침을 삼켰다. 이번에는 긴장감을 풀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삼킨 침이었다. 해초령의 얼굴이 천천히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섬뜩한 살기를 뿌리며 검을 들고 서 있는 한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검왕이었다.
서걱.
채호령의 머리가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피피피핏!
검왕의 검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채호령의 몸과 머리가 잘게 흩어지면 열린 문틈으로 쏟아져 나갔다. 방 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했다.
검왕은 가볍게 검을 검집에 넣은 후, 방에서 나갔다.
방문이 슬며시 닫혔다.
금유화는 잠에서 깨지도 않고 아침까지 편안하게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 검왕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단형우를 관찰했다. 그의 눈에 어린 호기심은 여전했다.
어제 검왕은 사도련의 습격에서 의도적으로 단형우와 종칠을 지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방에 들어온 자들과 금유화의 방에 들어간 사람, 그리고 객잔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자들만 처리했을 뿐이었다.
헌데 단형우도 종칠도 전혀 다치지 않고 상대를 깨끗하게 제압했다. 아니, 죽였다.
검왕은 단형우 방 앞에 죽어 자빠져 있는 시체를 보며 살짝 놀랐었다. 시체는 정확히 둘로 갈라져 있었다.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이 정도 검격을 쓸 수 있으려면 보통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더구나 상대가 가만 서 있는 것도 아니고 검왕이 보기에도 꽤 수준이 있는 고수들이었다.
그런 자들을 일격에 둘로 가르다니 보통이 아니었따.
“정말 알 수 없는 놈이로군, 흥미로워.”
검왕이 중얼거리며 마차에 올랐다. 금유화는 그런 검왕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마차가 출발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며 마차는 어느새 하남을 벗어나 안휘로 들어섰다.
“마차 위에 타신 분한테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금유화의 말을 들은 검왕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금유화는 검왕의 미소를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넓지도 않은 마차 안에서 하루 종일 쥐줏은 듯 있으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관심이 많을 수밖에. 특이한 놈이거든.”
검왕의 말에 금유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특이하다고요?”
가만 생각해 보면 특이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누군가의 관심을 끌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검왕의 관심을 끌정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암, 특이하지. 특이하고말고.”
검왕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말하자 금유화의 표정이 더욱 아리송하게 변했다. 금유화가 보기에는 단형우는 마차 위에 서서 간다는 것과 별로 말이 없다는 것 빼고는 그다지 특이할 게 없는 사람이었다.
무공이 높아 보이지도 않았고, 얼굴이 빼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하남표국이 비록 예전에는 잘 나갔다고 하지만 지금은 몰락한 표국 아닌가. 그래서 이번 일에 선정되었고 말이다.
“앉아 있기도 힘든 마차 위에 서서 갈 정도로 뛰어난 신법과 사도련의 고수를 단숨에 둘로 쪼갤 정도로 고강함 검을 가지고 있는데도 한 줌 내력도 느낄 수 없으니 특이하지. 특이하고말고.”
검왕의 말에 금유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도련의 고수를 그가 둘로 쪼갰다고요?”
금유화 역시 호신술 정도지만 무공을 익혔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인 금자항은 꽤 알아주는 고수였다. 덕분에 금유화는 무공에 대한 안목이나 지식이 꽤 있었다.
그런 만큼 사람을 둘로 쪼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서 있는 사람도 아니고 사도련의 고수를 그렇게 했다니 정말로 뛰어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공의 힘이 뒷받침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공은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신비로운 힘이니까. 헌데 단형우는 내공도 없이 그것을 가능케 했다. 그렇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수라는 뜻이 된다.
“어떠냐? 내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좀 알겠느냐?”
금유화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자신도 단형우에 대해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