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39
“그런데 내공이 없다는 게 정말인가요?”
“날 누구라 생각하느냐?”
금유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검왕 염철군이었다. 상대가 내고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순식간에 알아낼 수 있는 실력자였다.
“설혹 나보다 내공이 높다 하더라도 내 눈은 피해갈 수 없다. 자연에 흩어져 있는 기운(氣運) 자체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저놈의 단전에는 전혀 뭉쳐진 기의 흔적이 없더구나. 즉, 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뜻이지.”
검왕의 말에 금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까마득한 얘기였지만 검왕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검왕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내공도 없이 어떻게…….”
금유화는 사실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공도 없는 사람이 어찌 달리는 마차 위에서 하루 종일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찌 고수를 둘로 쪼갤 수 있단 말인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련을 거쳤겠지. 그리고 저놈이 가지고 있는 검, 꽤 좋아 보이더구나.”
결국 좋은 검과 혹독한 수련의 결과라는 뜻인데 그래도 금유화는 이해할 수 없었다. 혹독한 수련을 하면 강해질 수 있겠지만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인간은 누구나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혹독한 수련으로 이룰 수 있는 경지에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뛰어 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내공이고, 훨썬 더 효율적으로 수련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내공이었다.
‘그리고 나이도 고작 스물 정도로 보이는데 혹독한 수련을 하면 얼마나 했겠어.’
금유화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 말할수 없었다. 자칫 검왕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속으로만 끙끙 않으며 호기심만 더욱 증폭시켜 갔다.
안휘(安徽)에는 남궁세가가 있다. 남궁세가는 오대세가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전통적인 검의 명가이자, 안휘에서만큼은 그 영향력이 신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이번 표행이 안휘성을 거쳐 가야 하긴 하지만 그다지 오래 머물 일은 없었다. 그저 하루나 이틀 정도 마을에 묵으면 그뿐이었다.
그래도 남궁세가의 이목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남궁세가의 눈과 귀는 안휘 모든 곳에 깔려 있었다.
종칠은 안휘 소현(蕭縣)으로 들어서며 하늘을 힐끗 쳐다봤다. 시간을 가늠하기 위함이었다. 아직 해가 중천에서 조금 기울어져 있을 뿐이었다. 마음먹고 달리기만 한다면 소현을 지나 다음 마을까지 오늘 중으로 도착할 수도 잇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꽤나 애매했다.
결국 종칠은 오늘은 그냥 소현에서 머물기로 결정했다.
소현에서 가장 큰 객잔에 마차를 댄 종칠은 역시나 후원 하나를 통째로 빌려버렸다. 객잔의 규모가 상당한 만큼 엄청난 돈이 필요했지만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이렇게 거침없이 돈을 써 대는 것이 종칠에게는 상당한 히열을 안겨 주었다. 종칠이 언제 이렇게 돈을 써 봤겠는가.
상당히 이른 시간에 객잔에 들어섰기 때문에 저녁을 먹을 때까지도 하참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종칠은 주루라도 가서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표행 중인 표사들은 상당히 엄격하게 자신을 관리한다. 쟁자수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표사만큼은 아니었다.
종칠에게는 아직까지 쟁자수 때의 마음가짐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참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훌륭한 객잔 후원을 통째로 빌릴 정도로 돈을 쓰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었다.
종칠은 잡념을 털어 버리려는 듯 검을 들고 일어섰다. 그리고 후원에 마련된 뜰에서 검술 수련을 시작했다.
이내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후원을 가득 채웠다.
단형우는 그런 종칠의 수련을 묵묵히 지켜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휘두를 거지?”
단형우의 말에 종칠이 흠칫 놀라 수련을 멈췄다. 종칠은 약간 불안한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생각해 보면 단형우에게는 상당한 무례가 아닐 수 없었다.
검왕의 가르침 때문에 단형우가 애써 알려 준 것을 대부분 버릴 수밖에 없지 않았는가.
“왜, 왜 그러십니까? 이 초식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까?”
종칠이 말을 더듬으며 묻자 단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왜 검을 그렇게 휘두르는 거지?”
“그, 그야 거, 검왕께서……”
종칠은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검왕이 가르쳐 준 초식이 더 훌륭하니까 그렇다는 말을 어떻게 꺼낼 수 있겠는가. 그것도 단형우 앞에서.
단형우는 종칠의 말에 그저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형우는 머리가 나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좋은 편이다. 그저 그간에는 경험이 지나치게 부족했을 뿐이었다. 종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못 알아들을 리 없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겋게 말하자 종칠의 안색이 환해졌다. 종칠은 단형우에게 연방 고개를 조아렸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단형우는 그런 종칠을 무심히 바라보다 한쪽으로 걸어갔다. 이내 다시 종칠의 수련이 시작되었고, 단형우는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단형우는 종칠이 수련을 끝낼 때까지 자릴르 떠나지 않았다. 자신이 옆에 있어야 그나마 종칠에게 성과가 있을 거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무너지는 사도련
갈천악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체 얼마나 인원을 쏟아 부었는데 실패란 말인가.
“끄응. 뭐야, 설마 십대고수라도 끼어 있단 말인가? 설사 십대 고수가 끼어 있어도 그러지. 채호령 그놈이 그렇게 쉽게 당할 놈이 아닌데……”
갈천악은 신경질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탁자를 내리쳤다.
꽝!
탁자가 산산히 부서졌고, 그 잔해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갈천악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좋아,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고.”
갈천악은 결심을 굳혔다.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그 계집을 잡고야 만다. 아울러 계집과 함께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 주지. 으드득.”
갈천악은 부서질 정도로 이를 간 후, 서찰을 하나 작성했다. 또다시 녹림을 끌어들이기 위한 서찰이었다.
어쨌든 녹림이나 사도련이나 이번 일을 성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얼굴 들고 다니기 힘들게 분명했다.
지금까지는 너무 상대를 우습게 봤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다리에 서찰을 묶은 전서구(傳書鳩)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사도련과 녹림이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을 때, 그곳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 사천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다급히 움직이는 자들이 있었다.
당가의 가주와 장로들이었다.
“화가장이 재만 남고 사라졌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탄식이 되어 흘렀다. 당가가 화가장에 쏟아 부은 노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덕분에 벽력탄을 다시 세상에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그 일부가 당당히 당가 안에 비치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벽력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화가장이 몰락해 버린 것이다. 아니, 완전히 몰살당했다. 전각은 모조리 불타버렸고, 살아남은 사람도 전혀 없었다.
당가에 상당수의 벽력탄이 있엇지만 그간 들인 공(功)과 금(金)을 생각한다면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양이었다.
당가 가주 당천상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화가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동안 들인 노력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래도 덕분에 당가가 화약에 대한 다양한 기술을 익힐 수 있었고, 그를 암기에 응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지요.”
가주의 말에 장로들이 침음성을 발했다.
“끄응……”
“그래도 이거 원 아까워서……”
당천상은 장로들을 쭉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보다 지금은 허창에 새로 만드는 분가에 집중하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좋은 일은 빨리 잊는 편이 좋았다. 물론 당천상이 이대로 손을 떼버릴 리는 없었다. 화가장을 무너뜨린 흉수를 찾아낼 것이다. 대가는 그때 한꺼번에 받아내면 그뿐이었다.
“일단 대충 모양새는 갖춘 듯합니다. 어차피 그곳에 백부님도 계시니 애들만 몇 뽑아서 보내면 될 듯합니다.”
당천상의 말에 장로들이 잠시 머뭇머뭇 하다가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크흠, 그 일 때문인데 말일세. 우리 명곤이가 꼭 가고 싶다고 하는구먼.”
장로가 추천하는 사람이니 당천상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당명곤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인재였다. 최근 벽력탄을 당가로 이송해 오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내기도 했다.
“크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장로들이 저마다 입을 열어 사람들을 추천했다. 하나같이 본인이 원해서 가는 것이었고, 대부분 지난 번 벽력탄 호송 임무를 맡았던 자들이었다.
이쯤 되면 당천상도 눈치를 채지 않을 수 없었다.
“뭔가가 있나 보군요.”
당천상의 말에 장로 하나가 헛기침을 하며 억지로 입을 열었다.
“큼, 크흠. 그러니까 그쪽에 우리 애가 마음에 들어 하는 처자가 하나 있는 모양일세.”
당천상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엿다. 함께 사천으로 왔다던 우문혜에 대해서는 당천상도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었다. 우문세가의 여식이며 지금 허창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당천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흔쾌히.
“모두 그쪽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장로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경쟁자가 너무 많아 빠지게 되면 어쩌나 고민을 좀 했었다. 장로 체면에 그런 것 하나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어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
어쨌든 당천상으로서도 나쁠 것이 없었다. 당가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우문세가와 연을 맺는다면 당가에게 득이 되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우문세가는 무림세가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부자 아닌가.
“그럼 그렇게 결정하고, 서둘러 허창으로 애들을 보내야겠습니다. 그리고 화가장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당천상의 말에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만 마음 한구석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슬며시 피어올랐다.
무림의 평화가 조만간 깨지고 말 거라는 예감이 그들의 가슴을 조금씩 파고들었다.
남궁세가가 안휘를 휘어잡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안휘에 문파나 세가가 남궁세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문파들이나 세가들은 힘이 약하기만 한 것도 결코 아니었다.
안휘에는 나름대로 이름이 꽤 알려지거나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문파나 세가들이 꽤 있었다.
단형우 일행이 머물로 있는 소현에는 마을의 규모에 맞지 않게 힘 있는 문파가 둘이나 있었다.
현천문(玄天門)과 백검회(百劍會)였다.
두 문파는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았다. 둘 다 검이 뛰어난 문파였고, 안휘에서는 그 이름도 꽤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십 년 전부터 도약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전엔 별 볼일 없는 삼류 문파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똑같았고, 당시 수장의 아들을 잃었다는 점도 같았다.
이렇게 공통점이 많았지만,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사이가 나쁜 편이었다. 같은 마을에서 발전해 나가고 있으니 서로 부딪칠 일도 많았고, 경쟁심도 높았으니 당연했다.
그 두 문파가 지금은 사이좋게 나란히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현가(玄家)는 아직 이냐? 대체 이놈이 왜 이리 늑장을 부리는 게야!”
주루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치는 사람은 백검회주(百劍會主) 전철량이었다. 그는 지금 현천문주(玄天門主)인 현제영을 가다리는 중이었다.
소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주루인 화월루(花月樓)는 오늘 백검회와 현천문이 통째로 빌렸다. 두 문파간의 역사적 순간을 위해서였다.
“시끄러운 건 여전하군.”
누군가 차갑게 중얼거리며 주루로 들어섰다. 현천문주 현제영이었다.
현제영의 말에 전철량이 잠시 발끈했지만 그냥 화를 꾹 눌러 참았다. 오늘은 이렇게 감정을 앞세우는 날이 아니었다.
현제영이 전철량 앞에 다가가 앉았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위기상황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마주앉아 눈을 마주칠 일도 없었을 두 사람이었다.
“그래, 생각은 해 봤겠지?”
전철량의 말에 현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십 년.”
현제영의 대답에 전철량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좋군. 십 년이라,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두 사람의 합의가 도출되자 주루 한쪽 구석에 있던 문사 하나가 달려와 재빨리 지필묵을 꺼냈다. 그렇게 즉석에서 문서가 만들어졌고, 현천문과 백검회가 손을 잡았다.
“좋아. 일단 언제 그놈들을 박살낼 건지부터 얘기해 보자.”
전철량의 말에 현제영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 급한 성격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의 말이 옳았다. 그놈들을 한시라도 빨리 박살을 내버려야 했다.
현제영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주루의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콰과과광!
부서진 천장의 잔해와 함께 다섯 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가슴에 마(魔)자가 수놓아진 옷을 입고, 손에는 거대한 도를 들고 있었다.
콰콰콰콰!
다섯 사람이 휘두른 도에서 막대한 도기가 파도처럼 밀려갔다. 현제영과 전철량은 이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하며 몸을 굴려 일단 도기(刀氣)를 피해냈다.
“뭐 하는 놈들이냐!”
전철량의 외침에 돌아오는 것은 막대한 기운을 머금은 도뿐이었따.
쩡!
어느새 뽑혀진 전철량의 검이 도를 정면에서 막아냈다. 강렬한 소리가 주루 안으로 울렸다.
그리고 주루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천문과 백검회의 무사들이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웬 놈이냐!”
채채채챙!
동시에 검이 움직였고, 다섯 사내는 커다란 도를 연방 휘두르며 검을 막아냈다. 다섯 사내의 움직임은 여유로웠다. 그리고 조금씩 몸에서 기이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츠츠츠츠.
이내 그 기운들이 주루 안을 장악해 버렸다. 그것은 막대한 마기(魔氣)였다.
“흑검문(黑劍門)만으로는 조금 버거웠겠군. 우리가 나서길 잘했어.”
도를 든 사내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그의 몸에서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마기가 일어났다.
주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리를 후들거리며 억지로 서 있었다. 한 번이라도 검을 휘두른다면 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럼 슬슬 끝내 볼까. 다른 사람들보다 늦으면 안 되잖아.”
나직한 중얼거림과 함께 주루 안이 피바다로 변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다섯 사내를 노려보던 현제영의 목을 마지막으로 주루 안은 조용해졌다.
“목표 근처로 집결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서둘러.”
마영대(魔影隊)의 다섯 사내가 눈을 빛내며 주루에서 빠져나갔다.
주루 안에 쌓인 짙은 혈향이 조금씩 밖으로 새나가고 있었다.
마영(魔影)은 권태로운 눈으로 객잔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주어진 임무였다. 그분의 명이니 절대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자신과 마영대 전부가 나서다니, 이는 수치였다.
설사 상대가 십대고수라 하더라도 자신 혼자면 충분했다. 만일 그 십대고수 전부를 동시에 친다고 하면 조금 이해가 갈 수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당하는 것은 자신들이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아. 고작 애송이 하나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