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46
물속에는 물고기를 비롯한 워낙 많은 생물이 살고 있고, 물 때문에 그 기척을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 더구나 단형우는 물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교룡단의 날렵한 움직임을 구분해내는 것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형우는 그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그들이 갑자기 다급히 움직였다.
단형우는 가만히 손을 뻗었다. 단형우의 얼굴에는 그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떤 다급함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물속에서 거대한 파동이 일어났다.
쿠와아아아앙!
대 폭발이었다. 배 바로 아래에서 터진 진천뢰가 사방 수십 장을 뒤집어 버렸다. 그리고 배는 화염에 쉽싸이며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쏴아아아!
뒤집어졌던 물이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중심에 있던 배가 그저 가루가 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가루가 된 배의 잔해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에 섞여 함께 내렸다.
폭발이 어찌나 거셌는지 도망치던 염왕채 배 중 몇 척이 휘말려 박살날 정도였다. 그리고 교룡단 절반이 거기 휘말려 핏물로 화해 하늘로 올라갓다. 염왕채의 부채주 장충은 폭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배에 타고 있었다. 그는 비처럼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는 컸지만 어쨌든 성공했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하니 점점 가슴에 희열이 차올랐다.
이제 자신이 채주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염왕채는 회(會)의 지원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발전하는 일만 남았다. 장강을 장악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크, 크크, 크크큭, 크하하하하핫! 이겼다!”
장충이 손을 번쩍 들어오리며 소리쳤다. 장충의 희열은 그 외침과 함께 주변으로 번져 나갔다.
“와아아아!”
염왕채 수적들이 저마다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함성을 질렀다. 비록 화탄을 쓴 싸움이었지만 어쨌든 검왕을 물리친 것이다.
“크하하핫! 검왕을 죽였다! 내가 검왕을 죽였어!”
장충은 마치 자신이 검왕을 죽인 것처럼 외쳐댔다. 사실 크게 틀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신이 부하들을 잘 이끌어 검왕을 죽일 수 있었으니까.
“허헛, 거 참. 내가 죽은 게 그렇게나 기쁜 일이냐?”
장충은 크게 웃다가 갑자기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웃음을 뚝 그쳤다. 사방은 함성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와중에 마치 귀에 입을 갖다 대고 말하는 것처럼 똑Q히 들려왔다.
장충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린 것보다 그 내용이 훨씬 중요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허허헉!”
장충은 뒤로 돌아서자마자 놀라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다리에 힘이 쭉 풀렸다.
그곳에는 아주 멀쩡한 검왕이 서 잇었다. 검왕의 눈은 인자함을 가득 담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이 장충에게는 결코 인자해 보이지 않았따. 그것은 장충에게 염라대왕의 웃음이었다.
“이럴 수가……!”
마영은 너무나 놀랐다. 진천리 세 개가 터져 나갔는데도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처음 마영의 계획은 진천뢰를 이용해서 염왕채가 검왕이나 단형우에게 타격을 입히면 자신들이 나서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시작부터 어긋나 버렸다. 애꿎은 진천뢰 세 개만 날리면서.
굳이 물 위에서 노리기로 한 것도 진천뢰를 피할 수 없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대주. 어떻게 할까요?”
마영대 무사 하나가 물어오자, 마영은 잠시 고민했다. 이대로 가서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물 위에서 싸우는 것은 마영대 역시 그리 익숙하지 않았다.
“염왕채는 포기한다.”
마영의 말에 마영대가 나눠 탄 배가 물밀 듯 뒤로 물러났다.
마영은 자존심이 상했다. 마영대가 나서면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상대에게 두 번이나 물러나고 있으니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으드득! 다음번에는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마영이 이를 갈며 분을 삼켰다.
혈마자는 혈영이 가져온 소식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영이 아직도 해결을 못 햇다고? 게다가 검왕도 살아 있어?”
혈마자는 결국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분노를 섞어 명했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마영에게 다음은 없다고 전해.”
“존명.”
대답을 마치고 물러서려는 혈영을 혈마자의 음성이 다시 잡았다.
“그리고 검영(劍影)을 보내. 마영이 실패하면 이어서 하도록 하고, 아주 좋은 자극이 될 테니까.”
혈영이 신형이 사라졌다.
혈마자는 여전히 인상을 쓴 채로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상해. 뭔가 엇돌아 간다는 느낌이 들어.”
천기자의 비동
염왕채의 부채주 장충은 식은땀을 흘리며 직접 배를 몰고 있었다.
장충의 뒤에는 검왕을 비롯한 일행이 있었고, 살아남은 염왕채의 수적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일행의 시중도 들고 노를 젓기도 했다.
염왕채는 몰락했다. 그들은 검왕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뼈저르게 느낄 수 있었다.
남아 있던 수십 척이 배들은 모조리 박살났고, 대부분의 수하들이 물어 빠지거나 죽음을 당했다. 검왕의 손속은 결코 인정을 두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고자 한 자들을 그냥 보내 줄만큼 검왕의 마음이 너그럽지 않았다.
“이제 슬슬 부는 게 어떠냐? 네놈들 뒤에 누가 있느냐?”
검왕의 질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그때마다 장충은 그저 모른다고 해야 했다. 회(會)의 지원을 받기 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엇기 때문이다.
혈마회가 염왕채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와 희망은 그 정도에 불과했다.
“전 정말 모릅니다. 진짭니다. 만일 안다면 제가 왜 사서 고생을 하겠습니까.”
따악!
장충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에잉, 쯧쯧. 뭔가 이리 약해? 한 번도 견디질 못하네.”
검왕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 장충은 정말로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물론 검왕을 죽이려 했으니 이런 반응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는 걸 어떻게 말한단 말이가.
“끄으으으.”
방금 맞은 뒤통수가 너무 아파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프냐?”
검왕의 얄미운 물음에 장충은 억지로 웃어야 했다.
“헤헤, 아, 아닙니다. 아프긴요.”
아프다는 말과 동시에 맞았던 기억이 장충을 그렇게 만들었따.
“그럼 빨리 배를 몰아야지, 왜 그러고 앉아 있는 거냐?”
“아, 예!”
장충이 벌떡 일어나 다시 배를 몰기 시작했다. 뒤통수는 여전히 아팠다.
“그래, 네놈들 뒤에 누가 있다고?”
검왕의 질문이 곧바로 이어지자 장충은 크게 당황했다. 지금까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뒤통수의 아픔이 어느 정도 가신 다음에 물어봤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만일 이대로 또 맞는다면 정말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무, 무슨 회라는 것 외에는 모릅니다. 정말입니다. 채주라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회? 회라 이거지?”
검왕은 회라고 불리는 단체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음흉한 일을 벌일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회라고 불리는 곳은 없었다.
“흐음, 모르겠군.”
검왕의 중얼거림에 장충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르신, 그만 하세요. 저자는 정말 모르는 것 같아요.”
보다 못해 금유화가 나서서 말리자 검왕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배에서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 불편한 것은 자신들이었으니까.
“이놈아! 똑바로 휘둘러!”
검왕은 더 묻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호통으로 달랬다. 그 호통에 정면으로 부딪친 종칠은 울상을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신중하고 힘차게 수적들이 모는 배는 빠른 속도로 소주를 향해 나아갔다.
“뭐? 검영대(劍影隊)?”
마영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마영과 검영은 회 내에서도 대립이 심하기로 유명했다.
그 검영이 검영대를 모조리 이끌고 왔다니 마영의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실패하면 그 일을 이어서 한다니.
“검영대처럼 가느다란 놈들이 제대로 그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영의 화를 모두 받아주고 있는 사람은 마영대 무사 중 하나였다. 그 역시 마영이 얼마나 검영을 싫어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묵묵히 마영의 화를 받아줬다.
어쨌든 마영대의 대주 마영은 그들에게 있어서 신과 비슷한 존재였다.
“여기 있었군.”
마영은 들려오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흰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체격의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검이 매달려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새까만 색으로 된 것이었다. 그래서 흑백의 조화가 기묘하게 어우러져 특이한 분위기를 풍겼다.
“끄응……”
마영은 대꾸도 하지 않고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검영은 그저 자신이 할 말만을 계속 했다.
“회주님의 명이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더 이상은 없다. 그리고 그 뒤를 내가 잇는다.”
검영의 말에 마영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더 이상은 없다고?”
마영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검영은 죽을 정도로 싫었다. 하지만 임무에 실패해서 고리를 내리고 검영에게 그 뒤를 물려주는 것은 훨씬 더 싫었다.
결국 마영은 결심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손을 잡자.”
마영의 말에 검영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마영을 쳐다봤다.
“뭐?”
“나 혼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지. 그러니까 손을 잡자고.”
마영의 말에는 자존심이 조금 빠져 있었다. 그것은 검영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체 어떤 상대이기에 마영이 자존심을 한풀 껐는단 말인가.
검영은 묘한 호승심이 느껴졌다. 그 상대를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영이 어쩌지 못한 그자를 자신이 해치워 버리고 싶었다.
검영의 얼굴에 기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마영은 그 웃음을 상당히 싫어했다.
“일단 그놈을 한 번 보고 와서 결정하지.”
검영의 말에 마영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경고하는데 절대 손대지마. 그러면 너는 죽는다.”
마영의 말에 검영이 코웃음을 쳤다.
“흥, 네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마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내가 아니라 그놈한테 죽는단 말이다. 뭐 나한테 덤벼도 상황은 마찬가지겠지만.”
말을 마친 마영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더 이상 검영과 함께 있기 싫었기 때문이다.
검영은 마영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봤다. 그의 눈에는 짙은 호기심과 불신이 어려 있었다.
“저 마영이…… 정말 궁금해지는군. 과연 어떤 놈인지.”
검영은 느긋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소주로 가야했다. 그놈들의 목적지가 바로 그곳이었으니까.
새로운 하남표국은 첫 표행을 맡은 이후로 조금씩 기반을 다져가고 있었다. 황금련으로부터 선불로 받은 보수와, 또 표행을 완수하면 돈을 더 지급받기로 했기 때문에 자금에 여유가 생겨났다.
덕분에 하남표국은 탄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전각이 더 올라갔고, 사람들도 더 모였다.
하남표국이 커지면 커질수록 조설연과 형표는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면 어느 날 하남표국에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인 것 같군.”
“그러게 말일세.”
두 사람은 하남표국 정문 앞에서 감회가 새롭다는 듯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팽철영과 남궁진이었다.
“어쨌든 안으로 들어가세. 조 소저를 만나 봐야지.”
팽철영과 남궁진이 안으로 들어서자, 그들을 발견한 표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이 이내 조설연과 형표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조 소저, 오랜만입니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오.”
“다른 분들의 일은 정말 안 되셨소이다.”
팽철영과 남궁진의 인사에 조설연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이제 마음도 웬만큼 가라앉았다. 다시 그 일을 상기시키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해진 것이다.
“두 분 반가워요.”
조설연의 미소는 눈부셨다. 팽철영과 남궁진은 잠깐 새에 조설연이 정말로 아름다워졌다고 생각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인사를 나눈 세 사람은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형표도 방에서 나가지 않고 근처에 있었다.
“그나저나 무림맹 일도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어쩐 일로 오셨나요?”
조설연의 물음에 팽철영이 웃으며 대답했다.
“끄야 조 소저가 걱정이 되어서 왔지요. 그리고 감사도 들리 겸……”
“감사라니요?”
“그때 조 장주님께서 우리를 살려주시지 않으셨소? 엄밀히 말하면 생명의 은인이라 할 수 있지요?”
팽철영의 말에 조설연은 뭐라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아버지의 일을 폄하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또 염치없어 보였다.
“어쨌든 우리는 이번에도 무림맹에서 임무를 받고 나왔소이다. 하남표국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기로 했소.”
“아,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무림매에서 흉수도 찾지 못해 체면이 안 서는 모양이오. 그래서 내린 결정이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소. 우리가 일차로 왔지만 앞으로 승룡단 사람들이 조금 더 올 거요.”
승룡단이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되긴 하겠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표행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도 고민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