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54
당호관의 말에 우문혜를 비롯한 우문세가의 무사들과 당가 무사들이 긴장했다.
우문혜가 데려온 무사들은 그녀의 직속부대인 청사단과 백사단이었다. 그리고 금사와 은사, 영사도 함께였다. 모두 합하면 마흔이 넘는 대 인원이었다.
마인 한둘 쯤은 나타나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었다. 특히 백사단은 우문혜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당가에서도 서른이나 되는 무사가 나왔다. 그것도 상당히 강한 수준이었다. 당가에서 고르고 골라 뽑은 정예이니 당연했다. 이들은 지난번 벽력탄의 표행까지 경험해 한 단계 더 성숙해졌다.
그 둘이 힘을 합했으니 얼마나 강하겠는가. 하지만 마공은 정말로 무서웠다. 그리고 그 마공을 익힌 사람들은 더 무서웠다.
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인간이기를 거의 포기해야 한다. 비인간적인 행위를 통해 무공을 익히는 것이 보통이고, 그 와중에 인성을 상실해 버린다.
물론 아무리 마공이라도 극에 이르면 마성을 극복해낼 수 있긴 하지만 그 수준에 이르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래도 이번엔 단단히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당호관의 말은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일행은 그 한 마디에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사방에서 칙칙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핏발 선 눈의 사내들이 괴소를 흘리며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그들의 수는 얼핏 보기에도 오십이 훨씬 넘었다.
“나타나라는 비동은 안 나타나고……”
우문혜가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그녀는 그저 불안감을 잠재우려 한 행동이었지만 그것은 마인들의 시선을 모으는 효과를 가져왔다.
“크크크크크. 이거 굉장한 먹잇감이로군.”
“크크큭. 내가 먼저야.”
“먼저 하고 싶은면 먼저 잡아. 크흐흐흐.”
마인들이 목소리에는 마기가 실려 있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듣는 사람의 집중력을 흩어 버렸다.
우문혜는 마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자,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마인들을 자극했다.
“인상 쓰는 모습이 뇌쇄적이로군. 크흐흐흐, 제일 많이 죽이는 놈이 먼저 차지하는 거다.”
한 마인의 제안에 모두가 몸을 날렸다. 압묵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물론 지켜질 지 알 수 없는 약속이긴 했지만.
마인들이 움직임은 빠르고 강했다. 하지만 우문세가와 당가 무사들도 만만치는 않았다. 게다가 수적으로도 우세했다.
“이놈들! 감히!”
우문세가 무사들은 분노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들의 주인인 우문혜를 욕보이고 있으니 당연한 분노였다.
그리고 우문혜에게 마음을 끓이고 있는 당가 무사들 역시 분노하며 사방으로 암기를 날렸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당호관은 그 싸움의 중심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도우며 균형을 맞춰 나갔다.
수적으로 우세했지만 마인들의 힘이 워낙 커서 당호관도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당문영과 우문혜도 당호관과 비슷한 방법으로 싸움을 도왔다. 하지만 그녀들 역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끄응, 이거 곤란하군.”
당호관의 뇌리에 천뢰(千雷)라는 두 글자가 스쳐 지나갔다. 너무나 아쉬웠다. 아직 그는 천뢰를 자유자재로 펼칠 수 없었다.
위력도 미약하긴 했지만 그래도 천뢰였다. 만천화우에 뇌기를 섞기 때문에 아무리 미약한 위력이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경천동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쓸 수 없었다.
단형우가 없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있었지만, 단형우가 근처에 없다면 아직 뇌기를 실을 수 없었다. 당호관은 그것을 단형유가 표행을 떠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수련은 했지만 조금씩 성과는 있을지언정 아직 뇌기를 제대로 실을 수 없었다. 천 개의 암기를 한꺼번에 날리면 그중 하나에 뇌기가 실릴까 말까였다.
“크윽!”
당호관이 아쉬워하고 있는 동안 당가 무사 하나가 어깨에 부상을 입고 뒤로 물러났다.
피잇!
당호관의 손에서 암기가 날아갔다.
챙!
마인이 그 암기를 막는 틈을 타서 당가 무사가 균형을 잡았다.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동료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다시 싸울 수 있었다.
당호관은 인상을 찌푸렸다. 점점 밀리고 있었다.
“당 할아버지. 그거라도 써 보시는 게 어때요?”
우문혜는 당호관과 친해진 이후로 그를 당 할아버지라 불렀다. 그리고 할아버지라고 불린 당호관은 우문혜를 끔찍이 생각?다. 짧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관계 치고는 사실 대단했다.
물론 당호관뿐 아니라 당문영까지 구워삶은 우문혜의 힘이었지만,
당호관은 결국 결심을 굳혔다. 천뢰(千雷)를 쓰기로.
아무리 만천화우라 하더라도 마인들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 하나만이라도 뇌가가 실리면 다시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당호관의 품에서 수많은 침들이 나왔다.
“천뢰!”
당호관이 크게 외쳤다. 싸우고 있는 동료들에게 천뢰를 쓴다고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들 역시 당호관의 천뢰가 어떤 수준인지 알고 있었다. 외치기는 천뢰라 했지만 실상은 만천화우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당호관이 방향을 조절한다 해도 사방으로 암기가 쏟아지기 때문에 미리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모두가 긴장하며 천뢰를 기다린 순간, 수많은 침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만천화우로군! 케케케케!”
마인들이 소리치며 크게 검을 휘둘렀다. 그들은 만천화우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번쩍!
쩌저저적!
콰과과광!
그냥 빠르게 날아올 거라 생각했던 침들은 하나하나 뇌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벼락이 되어 마인들에게 쏟아졌다.
“크에에엑!”
“캬아아악!”
마인들은 벼락을 맞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벼락을 제대로 피해낼 수 없었다. 이것은 당가 최고의 비기인 천뢰인 것이다.
당호관은 멍한 얼굴로 천뢰에 의해 초토화된 공간을 쳐다봤다. 바닥에 쏟아진 벼락 때문에 여기저기가 패여 있었고, 나뭇거지들에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뭐 해요! 어서 불부터 꺼야죠!”
소리친 사람은 우문혜였다. 그제야 경악을 금치 못하던 사람들이 서둘러 움직여 천뢰의 흔적을 지워냈다.
움직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은 당가 사람들뿐이었다.
“하, 할아버지 결국……”
당문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나 감격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천뢰를 얻었다. 그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만 해도 오십이나 된는 강력한 마인들을 단숨에 처리하지 않았는가.
그들이 그렇게 감격에 떨고 있을 , 쾌활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여기들 다 계셨군요! 이런 산중에서 만나다니 반갑습니다!”
당호관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형표가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남표국?”
당호관은 순간적으로 하남표국이 이곳에 왜 있는지 생각했다. 설마 천기자의 비동을 노리고 왔을 리는 없다. 하남표국에는 아직 그만한 힘이 없으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당호관도, 그리고 우문혜도 아직 하남표국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이 허창을 떠나고 천중산에 도착한 후에야 일이 벌어졌으니까.
“이야, 큰 싸움이 벌어졌었던 모양이군요.”
형표가 너스레를 떨며 당호관에게 다가갔다. 당호관은 그런 형표를 바라보다가 그 뒤에 서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자, 자네!”
당호관은 깜짝 놀랐다. 결코 여기에 있을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어떻게 갑자기 천뢰를 쓸 수 있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단형우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랬군, 그랬어.”
당호관이 약간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빛만은 타오르고 있었다.
비록 단형우가 근처에 있긴 했지만 방근 펼친 천뢰는 엄청난 성과였다. 진짜 천뢰에 거의 근접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은 혼자 펼칠 순 없지만.
당호관이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들어갈 때, 한사람이 빠르게 단형우를 향해 달려왔다.
우문혜엿다. 우문혜는 두 팔을 벌리고 단형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목을 끌어안았다. 마치 십 년은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연인처럼.
“보고 싶었어요.”
우문혜의 다정한 말에도 단형우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우문혜는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이 안기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여기까지면 충분했다. 단형우의 반가운 표정과 미소는 차차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나? 다들 바쁘게 움직일 텐데.”
하남표국 일행 중 가장 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좌중이 살짝 긴장했다. 그 목소리에는 항거하기 어려운 마기가 뒤섞여 있었다.
새로운 마인이 등장한 것이다.
어느새 우문혜가 단형우에게서 살짝 떨어쪘다. 그리고 뒤쪽을 살폈다. 그곳에는 검을 차고 여유롭게 서 있는 사내가 보였다.
“서, 설마……!”
당호관이 경악한 얼굴을 하며 손가락을 들어 그를 가르켰다. 당호관의 손가락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검마 어르신입니다.”
형표의 대수롭지 않은 대답이 좌중을 휩쓸고 지나갔다. 검마라는 한 마디에 모두 몸이 굳은 채 시선을 집중했다.
그 모든 시선을 담담히 받으며 검마가 슬쩍 미소 지었다.
고독(蠱毒)
“흐음, 그렇게 된 거로군.”
당호관은 수긍하는 듯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어떻게 검마를 믿을 수 있겠는가. 상대는 천마성 사람이다. 천마성이 무서운 이유는 뭉쳤기 문이다. 천마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마임들은 신강이나 청해 쪽에서 활동한다. 그곳은 아직 무림맹의 영향력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마인들의 수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에 무림맹이 그곳을 정리하기에는 상당한 애로가 있었다.
그리고 마공을 익힌 마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강했다. 아무리 무림맹이라 하더라도 맹주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쉽게 이길 수 없었다.
천마성은 그 신강에서도 가장 끝부분에 있는 천산에 위치한다. 그리고 신강에 있는 수많은 마인들 중 강하다고 소문난 자들만 골라서 영입했다.
그들은 천마라는 이름 아래 모여들었다. 마인들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은 잘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특히 강하면 강할수록 더 그런 경향이 있다. 천마는 그런 마인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강자였다. 그리고 모략가였다.
검마는 그런 천마 아래에 있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함부로 믿을 수 없었다.
“어쨌든 자네들도 비동을 찾는다니, 함께 다니면 되겠군.”
비록 검마가 함게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당호관은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단형우만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단형우는 만천화우를 한 번 본 것만으로 천뢰(千雷)를 펼쳐낸 사람이다. 그리고 그가 내리치는 일 검은 그야말로 절대적이다.
게다가 인간이 펼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그 보법과 신법은 또 어떤가.
“헌데, 산속을 헤매고 다니기에는 인원이 많은 듯합니다.
조설연이 조십스럽게 말하자 당호관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당가에서 온 사람만 해도 서른이 넘었다. 또 우문세가 사람들까지 합하면 아흔 명에 이른다.
거기에 하남표국까지 끼어들면 백 명이 훨씬 넘는 대 인원이 되어 버린다. 들판을 이동하는 거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이곳은 산이었다.
“절반은 돌려보내도록 하지.”
당호관의 제안에 우문혜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설연과 형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쟁자수들에게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당호관은 그제야 하남표국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생각해 보면 하남표국이 이런 위험한 싸움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그렇지 않은가?”
당호관의 말에 형표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하남표국은 하남 대부분의 문파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뭣이?”
형표의 대답에 모두가 놀랐다. 대체 하남표국이 그런 일을 겪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형표는 놀라는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얘기를 모두 듣고도 당호관이나 당문영, 그리고 우문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상해요.”
당문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대체,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요? 하남표국이 몰락해서 그들이 얻는 이득이 뭘까요?”
당문영의 의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형표나 조설연도 계속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한 것이기도 했다.
“어쩌면 하남표국은 그저 희생양일 수도 있지 않겠는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정말 그렇다면 슬픈 일이네요.”
조설연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이번 일 때문에 하남표국은 또 한 번 스러지고 말았다. 조설연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 힘을 키워야 했다. 누구라도 넘볼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조설연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당호관이 그녀의 어틘?살짝 토닥여 주었다.
“괜찮다. 그래도 이렇게 다들 살아남지 않았느냐. 살아 있기만 한다면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법이다.”
당호관의 말에 조설연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해요.”
당호관은 그런 조설연에게 빙긋 미소 지으며 말을 꺼냈다.
“헌데 고독(蠱毒)이라니, 참으로 남감하구나.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한 번 방법을 찾아보겠는데……”
당가는 전통적인 독과 암기의 명가다. 그리고 당호관은 그런 당가의 장로였다.
고독이 비록 희귀하고 다루기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당가라면 어떻게 방법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조설연의 눈에 희망이 감돌았다. 고독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면, 그리고 범인을 잡아 누명을 벗을 수 있다면 하남표국은 순식간에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에 중독외었다는 문파를 찾아가서 살펴보면 어떨까요?”
당문영의 말에 당호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써는 그것밖에 방법이 없겠구나. 독을 살포한 놈이 여기 있을 리도 없으니……”
당호관은 그렇게 말하며 약간 낯빛이 어두워졌다. 고독은 그 종류도 많을뿐더러 효과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증상을 보일지,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지도 예측할 수 없었다.
만일 자신들이 천기자의 비동을 찾는 동안 고독이 발작을 일으킨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고독이란 게 이건가?”
당호관은 말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단형우가 손바닥을 내민 상태로 서 있었다. 당호관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단형우의 손바닥을 쳐다봤다.
당호관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