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56
조설연의 말에 형표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천기자가 비동보다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이 훨씬 더 급했다.
“그리고 저 사람을 그들에게 넘겨야지요.”
조설연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독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하남표국이 짊어진 오해를 모두 풀 수 있을 것이다.
조설연의 말에 당호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단형우가 없다면 당호관의 천뢰(千雷)도 없다. 위험이 가중되는 것이다.
“끄응,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면 어떻겠나?”
당호관의 말에 검마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 부하 몇을 보내 주지. 마기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단, 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해.”
검마의 말에 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놀랐다. 천하의 검마가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무, 물론입니다.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당연히……”
조설연은 말까지 더듬으며 대답했다. 너무나 놀라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대체 검마가 왜 이렇게 친절하게 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어렴풋이 단형우 때문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럼 그렇게 하면 되겠군.”
검마가 검을 뽑았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검을 뻗었다.
스아아악!
검마의 검에서 시꺼먼 끼운이 솟구쳐 올랐다. 그 기운은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넓게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새까만 기운이었지만 넓게 퍼져 나가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엷어졌다.
검은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검마는 검을 다시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몇몇 사내가 빠르게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검마의 부하였다.
형표와 쟁자수들은 다섯 마인들과 산을 내려갔다. 그리고 당가에서 온 무사들 중 절반이 그들과 함께였다. 마찬가지로 우문혜가 데려온 청사단 역시 그들을 따라갔다.
그들에게는 하남표국 쟁자수들과 마인들을 지키는 임무가 새로이 내려졌다. 이제 남은 사람은 모두 서른셋이었다. 수는 적었지만 정예였다. 그리고 단형우가 있었다.
형표는 서둘렀다. 고독에 중독된 사람들을 한시라도 빨리 구해내야 했다. 그리고 누명을 벗어야 했다. 형표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모두 발걸음은 급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은 없었고, 해야 할 일은 많았다. 그래서 형표가 선택한 것은 바로 천의문(天意門)이었다.
천의문에 도착한 혀F는 곧장 독영을 그들에게 넘겼다. 그리고 마인들을 이용해 고독을 해독했다. 당가의 무사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결국 하남표국의 누명을 벗길 수 있었다.
하남표국에서 범인을 잡고 해독법을 알아냈다면 문제가 되지만 당가가 그랬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공은 당가에서 가져갔지만 형표는 전혀 아쉽지 않았다. 하남표국의 결백이 증명된 이상, 표국을 핍박했던 모든 문파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남표국은 하남 대부분의 문파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은 거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하남표국은 날아오르는 일만 남아 있었다.
천의문은 초상집에서 다시 잔칫집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천의문에 있는 문도들 대부분이 고독에 중독되었는데 그것을 해독했으니 죽었다 살아난 거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이성을 잃어가던 중독자들도 해독이 되자, 차츰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닿애이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 후유증도 거의 없었다. 그야말로 천의문에게는 복이었다.
소식을 늦게 들은 문파들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하남 땅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마인들이 움직이는 동안 고독이 지나치게 활동한 경우 잃어버린 이성을 되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모든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었고, 마인들은 이례적으로 천의문의 보호 아래 다시 천중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사실 천의문에서는 그 마인들을 제거하려 했었다. 문파가 마인들의, 그것도 천마성 마인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파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 아닌가.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당가 무사들과 우문세가 무사들이 끝까지 그들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파의 위신이 걸려 있다고는 해도 대놓고 그들을 죽일 수는 없어다. 그리고 다섯 마인들은 모든 일을 아무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마인의 약속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지만.
어쨌든 그렇게 다섯 마인은 다시 천중산으로 돌아갔고,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독영은 천의문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강도 높은 고문으로 뒤를 캐야 하기 때문이다.
하남에 있는 대부분의 문파가 당했다. 이것은 필시 뭔가 커다란 음모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독영은 천의문 깊숙한 곳에 있는 뇌옥(牢獄)에 앉아 있었다.
“젠장! 천하의 이 독영이 이 꼴이 되다니……”
독영의 투덜거림이 뇌옥을 울렸다. 뇌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달랑 독영 하나뿐이었다. 간수도 존재하지 않았다. 뇌옥은 지하 깊은 곳에 위치했고, 쓰지 않은 지 오래되어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독영이 사람을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두 번, 밥 먹을 때뿐이었다. 아침과 저녁만 나왔는데 그나마도 간신히 허기만 면할 정도였기에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배가 고프다니……”
무공을 익힌 이후로 배고픔을 경험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먹고 버틴 적도 있었지만 그때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배가 고팠다. 그것도 아주 많이, 독영의 뇌리에 단형우의 서늘한 눈이 떠올랐다. 몸이 절로 부르르 떨렸다.
“분명이 그놈이야. 그놈이 내 몸에 수작을 부린 거야.”
혈도도 제압당하지 않았고, 내력도 몸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헌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디로 함부로 내력을 건드릴 수도 없었다.
자칫 지난번처럼 조절을 못해 몸의 일부가 터져 나갈 수도 있었다. 그때는 단형우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다리가 터져 나갔을 것이다.
독영은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운 존재였다. 독영은 결국 누워 버렸다. 지금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식사 시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기 때문에 독영은 궁금함에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놀람과 반가움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조영(鳥影), 서영(鼠影)!”
독영은 너무나 반가웠다. 뇌옥에 들어온 사람은 혈마회의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두 사람이었다.
“쯧쯧, 역시 여기 있었군.”
조영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서영은 씨익 웃으며 뇌옥 문을 가볍게 부숴 버렸다.
“나오지 않고 뭐해?”
조영의 말에 독영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력만 금제해 놓았군.”
조여의 말에 독영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야. 지금 내 상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아. 그러니까 회주께 데려다 줘.”
조영은 독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내력만 금제하는 수법은 조영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 금제를 푸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조영은 독영의 손목을 잡은 후 내력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금세 당황한 얼굴로 손을 놓았다.
“이게 대체 뭐야? 멀쩡하잖아?”
하지만 멀쩡하지 않았다. 분명이 아무런 금제도 없었다. 하지만 뭔가 금제가 있었다. 조영은 결국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서영과 함께 독영을 부축해 뇌옥 밖으로 나갔다.
뇌옥 입구에는 천의문 무사 다섯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당연히 숨은 쉬지 않았다.
“곧 몰려오겠군. 서둘러야겠어.”
조영의 말에 서영이 독영을 들쳐 멨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그렇게 천의문에서 세 그림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체 다섯을 남기고.
비동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원을 줄인 이후, 일행은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규모가 작아져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훨씬 단순하고 발리 빨라진 것도 있었지만, 잡스러운 일들을 모두 처리했기에 마음이 가벼워진 것이 가장 컸다.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헤매야 하는 걸까요?”
우문혜의 질문에 당호관이 고개를 저었다.
“글쎄다. 아무래도 뭔가 겉돌고 있는 것 같구나.”
당호관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조설연이 나섰다.
“맞아요. 지금 우리는 겉돌고 있어요.”
조설연의 말에 모두의 발걸음이 멈췄다. 모두의 시선이 조설연에게 향했다.
조설연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 있는 나무를 보세요.”
모두의 시선이 조설연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곳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가지가 두 개 꺾여 있지요?”
조설연의 말대로 가지가 두 개 꺾여 있었다.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채 덜렁거리며 붙어 있는 모양이 누군가 인위적으로 해 놓은 것이 분명했다.
“두 시진쯤 전에 제가 해 놓은 거예요.”
조설연의 말에 당호관의 안색이 변했다.
“그 말은 우리가 지금 한 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뜻이냐?”
조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두 시진쯤 전부터 일정한 시간마다 근처에 있는 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렸어요. 두 개가 부러진 것을 보면 두 번째로 부러뜨린 나무죠. 말씀은 안 드렸지만 조금 전에 한 개 부러뜨린 나무를 발견했어요. 아마 이대로 조금 더 가면 세 개가 부러진 나무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조설연의 말에 일행의 안색이 굳었다.
“일단 확인을 해 보도록 하자꾸나.”
당호관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날렸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그들은 가시 세 개가 부러져 있는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진법이로군.”
당호관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 역시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천기자는 진법의 대가였다. 당연히 비동 근처는 진법이 펼쳐져 있을 거라 예상했어야 했다.
아마 비동에는 더 무서운 진법과 기관이 설치되어 있을 것이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가라앉은 분위기 위로 조설연의 말이 이어졌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단지 진법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느냐, 아니면 진법에 걸려들었느냐 하는 거예요.”
“끄응, 골치 아프구나.”
당호관은 그렇게 말하며 우문혜와 당문영을 쳐다봤다. 재지(才智)가 남다른 여인들이니 혹시 진법에 대해 뭔가 알고 잇는 것이 없나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둘 모두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진법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제 생각에는 이미 진법에 걸려든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우리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조설연의 말에 당호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더없이 무거웠다.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결국은 이 근처로 올 것이다.
아마 진법에 조예가 있는 사람이 끼어 있다면 섣불리 달려 들지 않고 진법을 파훼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헌데 지금까지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미 일행이 진법에 걸려들어 외부 사람들과 단절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혹시 진법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는데……”
당호관이 중얼거리며 검마를 쳐다봤다. 하지만 검마는 당호관의 시선을 슬쩍 외면했다. 평생 검을 쥐고 검만을 위해 살아온 검마가 진법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당호관이 결국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난감한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다. 최소한 당호관에게는 그랬다.
당호관의 시선을 따라 다른 사람들 역시 기대에 찬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가 진법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단형우가 조설연을 쳐다봤다. 마치 어떻게 하기를 원하느냐는 듯한 눈이었다.
조설연이 환하게 웃었다.
“힘으로 진을 파괴할 수도 있을까요?”
단형우를 보며 물었지만, 사실 이곳에 있는 모두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일부는 고개를 저었고,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으로 진을 파괴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있으려면 진에 들어오기 전에 했어야 해. 이젠 늦었을 게다.”
당호관이 말했다. 독과 암기에 정통하려면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특히 암기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면 기관에 대한 연구도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당가 사람들은 기관이나 진법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물론 진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파훼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였다.
당호관의 의견은 진법에 대한 일반론이었다.
당호관의 말에 당문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봉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재지가 뛰어난 여인이다. 당문영 역시 진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한 바 있었다.
하지만 진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사람들은 당호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어쨋든 강한 힘만 있으면 진을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검마가 그랬다.
“정말로 안에서는 안 되는가?”
스릉.
검마가 결국 검을 뽑았다. 검을 뽑은 검마는 한 자루 날 선 검이 되었다. 검마의 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흘러나와 사방 곳곳을 누비고 돌아다녔다.
스윽.
검마가 가볍게 검을 한 번 내리그었다.
촤촤촤촤악!
그저 가벼운 내려치기였지만 나타난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묵직한 검기 수십 가닥이 뻗어 나와 땅과 바위, 나무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쉬쉬쉬쉭!
막 목표에 명중하려는 순간, 검기들이 방향을 바꿔 버린 것이다. 땅으로 향하던 검기도, 바위나 나무를 쪼개려던 검기도 모두 하늘로 방향을 바꿨다. 그리고 하늘 높이 올라가 버렸다.
검마는 놀란 눈으로 하늘에서 흩어진 검기를 쳐다봤다.
“설마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군.”
검마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나무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쉬익!
검마는 조금 전보다 더 놀랐다. 검이 나무를 스치지도 못한 것이다. 마치 통과해 버린 것처럼. 사실, 통과한 것은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나무에 닿지 안을 정도 스치듯 지나간 것이었다.
검마는 조금 더 깊이 검을 휘둘렸다.
쉬익!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여전히 나무에 닿을 듯 검 끝이 스쳐 지나갔다. 검기를 내뿜으며 휘둘러도 마찬가지였다. 검은 나무를 스치듯 지나가고 검기는 휘어져 나무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난감하군.”
결국 검마는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당호관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에서 부술 수 없다면 이제 평생 여기를 맴돌아야 한단 말인가?”
검마가 날카로운 눈으로 당호관을 쳐다보며 물었다. 당호관은 검마의 물음에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당호관의 생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가장 컸다. 아니면 누군가 밖에서 진을 파괴해 준던가.
“아마 천중산에 들어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거예요. 그러니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하죠. 그들 중 누군가 진을 파훼할 수도 있으니까요.”
당문영의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금은 돌아다녀 봐야 힘만 빠질 뿐이다. 차라리 푹 쉬면서 채력을 비축하는 것이 앞으로를 위해서 나은 선택이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쉬는 와중에도 단형우는 가만히 서서 주변을 슬쩍슬쩍 살폈다.
단형우가 잘 앉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곳에 잇는 대부분이 알고 있으니 그리 특별한 광경이 아니었다. 하지만 검마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검마는 단형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다. 단형우를 쳐다보는 그의 눈은 호기심을 넘어선지 오래였다. 검마의 눈에는 기이한 열망마저도 보일 정도였다.
단형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