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59
당호관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손바닥에 내공을 모았다. 그리고 철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펑!
직접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손에서 튀어나온 장력이 고스란히 철벽에 흡수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럼 내공도 쓰면 안 된다는 말인가?”
당호관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당가 무사 중 한 명이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철문 앞에 다가가 아래에 있는 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힘을 썼 다. 당연히 내공도 끌어올렸다.
“흐으읍!”
얼굴에서 실핏줄이 터져 나갈 정도로 힘을 줬지만 철문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내공을 써도 흩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답은 명확해졌다. 그 홈에 손을 넣고 철문을 들어올려야 하는 것이었다.
“허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당호관의 허탈한 중얼거림이 동굴에 울렸다. 일행 모두 같은 심정이었다.
단형우 일행이 천(天)자 철문 앞에서 고민을 하는 동안 무림맹 측은 또 다른 철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철문에 새겨진 글자가 지(地)자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 철문을 제갈중천과 제갈린이 열심히 살피고 있었다. 독고운은 두 사람이 문을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제갈중천이 문에서 손을 떼고 독고운에게 다가갔다. 독고운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래, 어떤가? 해체할 수 있을 만한 기관인가?”
독고운이 제갈중천에게 보내는 신뢰는 대나했다. 동굴을 헤쳐 여기까지 오면서 제갈세가 사람들이 해체한 기관은 정말로 많았다. 그러니 기관에 대해서라면 제갈세가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별다른 기관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바로 문을 열면 되겠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제갈중천은 자신이 알아낸 것을 독고운에게 설명했다. 문이 온통 묵철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순수하게 한 사람의 힘으로 그 문을 들어올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문을 부술 수 없다는 것까지 설명했다.
제갈중천의 설명을 모두 들은 독고운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무게가 얼마나 될 것 같은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두께가 한 척쯤 될 것 같습니다. 묵철이 보통 무쇠보다 열 배 정도 무거우니 이십오만 근쯤 될 듯합니다.”
“이십오만 근?”
독고운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걸 혼자 들어올려야 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갈중천이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살펴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 문은 순수하게 위로 들어올려서 열어야 하는 문이었고, 바닥 또한 묵철로 이루어져 땅을 파도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다. 방법은 오로지 들어올리는 것뿐이었다.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독고운의 진지한 질문에 제갈중천이 한참을 고민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아마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 문게는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들 수 없는 무게입니다.”
이십오만 근을 들어올리려면 절정을 넘어선 고수가 백 명도 넘게 필요하다. 그것을 혼자 들어올리려는 시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 그때까지도 계속 조사를 하고 있던 제갈린이 몸을 일으켰다.
“뭔가 특이한 심법에 반응을 할 것 같아요.”
제갈린의 말에 제갈중천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독고운의 눈에도 호기심이 어렸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 문, 자체에 뭔가 진법 같은 것이 펼쳐져 있는 것 같아요. 몇 가지 내공을 이용해 봤는데 그때마다 반응이 미요하게 달라요.”
제갈린의 설명에 제갈중천이 감탄했다.
“대단하구나. 그런 것을 알아내다니. 그럼 그 심법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겠느냐?”
제갈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다만 문에 새겨진 글자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네요.”
제갈린의 말에 제갈중천과 독고운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문에 커다랗게 양각된 지(地)자가 그들의 눈에 박혀들었다.
“땅이라……”
수십 명이 동시에 머리 굴리는 소리가 동굴 안을 가득 메웠다.
철문 앞에서 고민하는 자들은 또 있었다. 그들 역시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헉헉…… 알 수가 없군. 대체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거지?
동굴 안은 마기로 가득했다. 마인들이 쉬지 않고 무공을 쓰고 있으니 당연했다.
사방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아니, 마인들이 걸어온 길 자체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마인들은 동굴에 들어선 후, 무림인들이 보이는 족족 죽여버렸다. 그렇게 피로 만든 길을 따라 이곳 인(人)의 철문 앞까지 올 수 있었다.
그들 덕분에 동굴 안에 남은 무림인의 수는 격감했다. 하지만 묘하게도 마인들은 자신들끼리는 절대 싸우지 않았다. 마치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듯했다.
평소 피와 광기에 젖어 사는 마인들의 속성과 전혀 맞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마인들은 아무리 해도 소용없는 철문치기를 쉬지 않고 계속했다. 철문에 닿는 순간 모든 힘이 사라져 버리는 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 뒤에 분명히 금마공이 있을 텐데!”
퍽!
마인의 주먹이 철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철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마인의 주먹에선 피가 튀었다.
스으으ㅡ 철문에 묻은 피가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마치 철문이 피를 빨아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길……”
털썩.
결국 마인이 주저앉았다. 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서는 마인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한 사람을 쳐다봤다.
아직까지 한 번도 나서지 않은 사람. 하지만 나서기만 하면 분명히 뭄을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
혈도객(血刀客)은 있는 대로 인상을 구긴 채, 철문을 노려봤다.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철문이 내력을 흡수한다는 사실을.
“끄응……”
혈도객은 결국 앞으로 나섰다. 마인들은 숨을 멈춘 채 그를 주목했다. 혈도객이 철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도를 뽑으려 했다.
그 순간, 혈도객의 눈에 철문 아래 있는 틈이 보였다. 마치 손을 집어넣으라는 듯 만들어진 틈이.
“젠장. 들어올리는 게 정답이었군.”
혈도객의 허탈한 투덜거림이 동굴에 울렸다.
천지인(天地人)
단형우는 묵묵히 철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나서서 잘라 벌리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뭔가 기묘한 느낌이 들어 가만히 서서 보기만 했다. 철문에서 흐르는 기운이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기이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아무도 철문에 흐르는 기(氣)를 모르는지.
검마나 당호관이 철문을 부수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철문에 흐르는 거대한 기에 그들의 기가 먹혀 버렸기 때문이다. 흐름의 틈을 갈라 버리면 충분히 철문도 잘라 낼 수 있을 것이다.
“대체 천기자는 왜 저런 문을 만들었을까요? 아무도 열 수 없는 문을. 역시 자신의 것을 아무에게도 주고 싶지 않았던 걸까요?”
조설연의 말에 옆에 있던 우문혜가 대답했다.
“그건 아닐 것 같아. 분명히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아무나 함부로 물건을 가져가지 못하게 방비한 거겠지.”
우문혜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조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우문혜의 말을 받았다.
“그럼 대체 어떤 사람을 안으로 들이고 싶었던 걸까요? 누굴 걸러내고?”
“글쎄. 천기자만 알겠지, 뭐.”
우문혜의 단순한 대답에 조설연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머리를 좀 더 굴렸다. 분명히 뭔가 있었다. 그리고 그 뭔가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천기자는 왜 이런 관문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누구에게 이것들을 전하고 싶었을까? 그것을 찾아낸다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았다.
“참, 오라버니가 잘라도 저 철문이 멀쩡할까요?”
조설연이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단형우는 즉시 고개를 저었다.
“자를 수 있다.”
단형우의 대답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그 대답에 반응한 것은 우문혜였다.
“그럼 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거죠? 다들 고생하잖아요. 조금만 도와줘요.”
우문혜의 말에도 단형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조설연과 우문혜는 단형우가 이렇게 가만히 있는 데는 분명히 뭐가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단형우가 얼핏 보기에는 단순해도 실상은 절대로 그렇지 안다는 것을 두 여인은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속이 깊고 머리가 좋았다.
“흐음, 움직이기 싫단 말이네요. 대체 왜 그럴까?”
우문혜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여인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몇 가지 궁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정리해 나갔다.
“천기자가 원하는 사람……”
“무림맹주쯤 될까?”
조설연의 중얼거림에 우문혜가 대꾸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무림맹주가 뭐라고 천기자가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남기겠는가.
“천기자와 좀 더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없을까요?”
“글쎄, 뭐 자식이라든가 제자라든가, 그렇지 않을까?”
우문혜의 대답에 조설연의 머릿속이 환해졌다.
“그렇군요. 분명히 그럴 거예요. 천기자한테는 제자가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제자가 이 문을 발견하고 열 수 있기를 바랐던 거예요.”
거기까지 말한 조설연이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와 천기자의 관계는 분명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천기자의 제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단형우와 그의 아흔아홉 동료들밖에 없었다.
우문혜는 조설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어떻게? 천기자의 제자는 저 문을 들어오릴 수 있을 정도로 힘이 센 건가?”
“아마도요. 아니면 뭐가 다른 비밀이 숨어 있겠죠. 천기자의 제자만이 알 수 있는.”
조설연은 단형우를 쳐다보고 말했다. 마치 단형우에게 하는 말인 것처럼.
우문혜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단형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군. 제자였군.”
단형우의 말에 우문혜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단형우가 움직였다.
단형우는 철문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철문에 흐르는 기운을 살폈다. 철문에 커다랗게 새겨져 있는 천(天)자는 분명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왜 그러나? 설마 이 문을 자르려고 하는 건가?”
당호관의 질문에 검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번만큼은 힘들거다.”
검마는 자신했다. 기(氣) 자체를 흡수해 버리는 데 무슨 방법으로 저 육중한 철문을 잘라 낸단 말인가. 그것도 묵철만으로 이루어진 철문을.
단형우는 검마의 말을 무시하고 철문 앞에 섰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천기자였군.”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기의 흐름이 왜 익숙했는지, 그리고 왜 기이한 느낌이 들었는지. 이 흐름은 아주 오래전, 천기자에게 배운 그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일단 천(天)은 검(劍)인가.”
천기자는 유난히 천지인(天地人)을 좋아했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그것을 강조했다. 이 철문은 천기자에 걸맞았다. 너무도.
단형우가 검을 뽑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단형우는 철문에 검을 내리긋지 않았다. 옆으로 돌아서서 허공에 검을 그었다. 그것도 몇 번이나. 마치 내려치기를 연습하는 거서럼 보였다.
단형우의 연습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려치기뿐 아니라 꽤 다양한 방법으로 검을 휘둘렀다. 검에 기(氣)는 전혀 실리지 않았지만 그 움직임은 상당히 심오했다. 검마의 경우 단형우가 펼치는 검법을 보며 번득이는 깨달음 한 자락을 쥘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오묘한 검법이었다.
단형우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이미 기억 속에서 지위지기 직전에 있던 천기자의 무공이었다. 천기자가 모든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무공. 그리고 백 명의 동료들이 함께 배웠던 무공이었다.
보통이라면 문의 흐름만 보고 단번에 재연할 수 있었겠지만 천기자의 무공은 그렇게 간단히 할 수 없었다.
거의 이 각에 달하는 시간 동안 검을 휘두르던 단형우가 드디어 돌아섰다. 그리고 철문을 바라보며 검을 들었다.
스스스슥.
검에 실린 기운은 미약했다. 그리고 움직임도 그리 호쾌하거나 빠르지 않았다. 그저 방금 연습했던 것을 그대로 펼쳐낸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너무나 놀라웠다.
“처, 철문은 분명……!”
당문영의 입에서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철문은 누구보다 자세히 관찰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렇기에 지금 단형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단형우의 검은 마치 철문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니, 철문에 나 있는 틈에 검을 밀어 넣고, 미리 나 있는 길을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반쯤 문에 파고든 검이 단형우의 손짓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광경은 그녀가 보기에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놀란 사람은 당문영뿐이 아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검마의 놀람은 누구보다 더했다.
단형우가 검을 다시 넣었다.
원형의 삼재검법을 모두 펼친 것이다. 원래 삼재검법은 지금 단형우가 쓰고 있는 것 보다는 조금 더 복잡했고, 모두 펼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그그그긍!
철문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무겁고 육중한 철문이 올라가는 광경에 모두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천기자가 남긴 보물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 안쪽으로 가장 먼저 들어간 사람은 당연히 단형우엿다. 단형우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스윽 주변을 둘러봤다.
안쪽은 넓은 공터였다. 그리고 공터 끝에 단상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뭔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단형우는 지체하지 않고 그 앞으로 걸어갔다. 단상 위에 있는 것은 검이었다. 그것은 모두 백 자루였다.
“대단한 검이네요.”
뒤따라 들어간 일행이 검을 보며 눈을 빛냈다. 어쨌든 자신들이 찾아냈으니 이검은 그들의 소유가 된 것이다. 물론 단형우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瑁嗤?
조설연은 검을 하나하나 눈여겨 렛눼? 모두 같은 모양이었고, 크기도 같았다. 마치 백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에게 주려고 맞춰 놓은 듯했다. 그 순간, 그녀의 뇌리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