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61
아무리 정파의 무공이라 하더라도 순수한 기운을 쌓을 수는 없는 법이다. 불순한 기가 섞인 채, 격체전력을 하면 결국 그 화를 피할 수 없었다.
독고운은 누군가가 그런 피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무림맹이 선택한 방법은 철문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것이었다.
지금 제갈세가 사람들 전원이 철문에 달라붙어 문을 열 방법이나 안으로 들어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솔적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단형우를 따라나선 일행은 순식간에 또 다른 철문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동굴 안은 상당히 복잡했지만, 단형우는 마치 원래 길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거침없이 이동했다.
단형우 일행이 나타나자 원래 철문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분분이 일어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크흐흐흐. 그렇지 않아도 좀이 쑤셨는데 잘 됐다. 일단 피 맛부터 보락? 크흐흐흐.”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마인이었다.
마인들은 마기를 풀풀 날리며 단형우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넓게 퍼지면서 다가와 천천히 포위망을 형성했다. 하지만 단형우 일행 중 누구도 도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단형우는 사람들에게서 풍기는 마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검마의 마기는 그런대로 봐줄만 했는데 이들의 마기는 참기 어려웠다. 너무나 지저분한 것들이 많이 섞여 있어서 거부감이 일어날 정도였다.
결국 단형우가 검을 뽑았다.
마인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한꺼번에 들려들었다. 당가 무사들과 우문세가 무사들은 그때까지 긴장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무기를 暳欲?마인들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그 순간, 그들의 앞에 단형우가 나타났다.
단형우는 갑자기 몸이 수십으로 불어나 일행을 둘러쌌다. 그리고 검을 내리쳤다.
쩌저저적!
일행을 중심으로 벼락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남은 것은 둘로 갈라진 마인들의 시체뿐이었다.
단형우는 어느새 처음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는 듯 고요한 모습으로.
혈도객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인들이 수십 명이나 죽은 다음에야 이들이 누구인지 깨달았다.
“젠장, 모두 멈춰! 네놈들 눈에는 저기 검마가 보이지도 않는 거냐!”
혈도객의 외침은 과연 효과가 있었다. 검마를 발견한 마인들이 그제야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눈동자에 비친 광기는 전혀 잦아들지 않았다. 언제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여자도 있네. 크흐흐.”
마인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조설연을 비롯한 세 여인을 발견한 것이다. 그 말 한 마디에 사방이 또 술렁였다.
마인들은 피와 새에 미쳐 사는 자들이다. 우문혜나 당문영처럼 아름다운 여자들이 왔는데 가만있으라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단혀웅가 방금 보여준 한 수가 무섭긴 했지만 그녀들의 미모는 그런 공포를 마비시켜 버렸다.
“크하핫! 나도 모르겠다!”
마인 하나가 우문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수많은 마인들이 달려들었다.
혈도객은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콰드드드득!”
단형우의 검이 횡으로 움직였다. 검의 궤적을 따라 땅이 일어났고, 마인들 앞에 흙으로 된 얇은 벽을 만들었다.
“뭐야, 이건!”
마인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퍼버버버벅!
흙벽이 터져 나가며 마인들을 꿰뚫었다. 벽 앞에 있던 마인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흩어졌고, 그나마 뒤에 있던 마인들은 형체가 조금 남아 있었다.
전멸이었다.
단형우는 가볍게 검을 집언허었다. 그리고 서늘한 시선으로 마인들을 훑어봤다. 남아 있는 마인들이 눈에 공포가 어렸다.순식간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대단하군.”
혈도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천마성에서 온 마인들은 건재했다. 그들은 혈도객의 명이 없이는 결코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쯧쯧, 말도 안 듣고 나대더니, 결국 다 죽었잖아.”
혈도객은 다른 마인들을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말대로 주변은 시신들이 처참하게 뒹굴고 있었다. 천마성에서 데려온 마인들은 다 합해야 마흔도 안 되는 수였다.
원래 검마의 부하 스물과 혈도객의 부하 스물이 있었지만, 그중 다섯은 하남표국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산을 내려갔고, 결국 서른다섯의 부하만 남았다.
헌데 지금 남아 있는 마인을 모두 합해도 칠십 명이 될까 말까였다. 서른다섯을 빼면 서른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조리 단형우에게 죽은 것이다.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그나저나…… 여기에 나타날 줄은 몰랐는걸?”
혈도객의 말에 검마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문을 여는 법을 알고 있다.”
검마의 말에 혈도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게 정말이냐?”
혈도객은 분명히 단형우에게 물었지만 단형우가 대답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검마가 서둘러 대답했다.
“방금 전에 하나 열고 오는 길이다.”
검마의 말에 혈도객의 눈을 빛냈다.
“그래? 거기엔 뭔가 있었지?”
“혈영검.”
“크하하핫! 이거 축하할 만한 일인거? 벌써 혈영검을 얻었단 말이지?”
혈도객의 웃음에 검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안 가져왔다.”
검마의 대답에 혈도객이 웃음을 뚝 그쳤다.
“안 가져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설마 아까 말했던 것처럼 진짜로 폭한 건 아니겠지?”
검마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혈영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있지만 나중에는 틀림없이 그것을 가져올 거라 결심했다. 일단 지금은 혈영검 외에 다른 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특히 금마공을.
그 전에는 이 비동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만 했다.
“흥, 멍청한 놈.”
혈도객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검마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지만 검마는 끝까지 참았다. 지금은 이렇게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서 금마공을 확인해야 했다.
그래야 혈영검을 뽑을 테니까.
검마는 말없이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러자 모든 마인의 시선이 단형우에게로 향했다. 단형우는 천천히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번에는 인(人)인가.”
역시 인의 문에도 천의 문과 같은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다만 그 흐름의 방향이 미묘하게 다를 뿐이었다.
“보법이군.”
인의 문은 보법을 펼치라 말하고 있었다. 단형우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뒤로 몇 발 물러났다.
천기자가 가르쳐 준 삼재보는 현재 단형우가 펼치는 인보(人步)에 대부분 녹아들어 있었다. 그러니 이것 역시 조금 연습이 필요했다.
단형우의 신형이 기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재보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단형우의 움직임을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쳐다봤다.
단형우의 움직임은 대단하다 못해 아름다울 정도였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를 신호로 단형우의 움직임이 멎었다. 사람들은 아쉬운 감정이 들었지만 여전히 단형우를 주시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단형우는 다시 철문 앞에 가서 섰다. 그리고 삼재보를 펼쳤다. 이번에도 모두의 입이 놀라 벌어졌다. 마치 단형우가 철문에 반쯤 파고들어서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종국에는 단형우와 철문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단형우가 멈췄다.
그그그그긍!
굉음과 함께 철문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번 방에도 제단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 뭔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새알만 한 단환이었다.
단형우는 그 앞에 걸어가 그것들을 유심히 쳐다봤다. 단환 하나하나에 느껴지는 기운의 흐름이 싱상치 않았다. 단환에 내재된 기운은 지금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순수하게 압축된 기운이 단환 내부를 꽉 채우고 있는데도 조금씩 기운이 단환으로 모여들었다.
단형우가 고객를 끄덕였다. 이 단환은 비동 자체가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단환의 수는 꼭 백 개였다. 이것 역시 천기자가 자신들에게 남긴 것이었다. 단형우의 머릿속에 있던 혼란이 조금 가셨다.
“이게 뭔가요?”
조설연이 어느새 다가와 단형우에게 물었다. 대답은 조설연과 함게 온 우문혜에게서 나왔다.
“뭐긴 뭐야, 영약이지 모르긴 해도 천기자가 만든 걸 테니까 한 알만 먹어도 내공이 일 갑자는 늘어나지 않을까?”
우문혜의 기대는 옆으로 다가온 당문영이 만족하게 해 줬다.
“아마 그렇겠죠. 천기자는 의술이나 독술에도 조예까 깊었으니까. 어쩌면 독일 수도 있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독일 리는 없었다. 아마 천고의 영약일 것이다. 소림사에 전해진다는 대환단을 넘어서는, 그런 영약이 백 개나 있었다.
모두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무림인들은 좋은 무공과 영약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그것은 정파인이나 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단형우는 가만히 단환을 쳐다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 단환은 삼재기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그것은 현재의 단형우도 마찬기지였다.
단형우가 익힌 것은 삼재기공이었지만 지금은 그 삼재기공이 원래의 삼재기공과는 상당히 달라져 버렸다.
단형우가 돌아섰다. 그리고 조설연과 우문혜의 손을 잡고 방 중앙으로 걸아갔다.
조설연과 우문혜는 단형우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일에 더 놀라야 했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영약이 있는 곳으로 달려든 것이다.
“멈춰!”‘
“그걸 당장 내려놔!”
콰과광!
챙! 챙! 챙!
쩌저정!
싸우는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우문혜는 몰라도 조설연이 그곳에 있었다면 아마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설연은 그제야 단형우의 생각을 알고 얼굴을 살짝 붉혔다. 항상 자신을 구해 주고 도와주는 단형우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래도 하나 먹고 싶었는데……”
우문혜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단형우가 이렇게 손을 잡아 끌어주니 좋긴 하지만 영약을 하나 먹고 더 강해질 수 있다면 훨씬 좋지 않겠는가.
“소용없다.”
단형우의 말에 조설연과 우문혜가 눈을 동J게 뜨고 쳐다봤다. 그리고 이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형우가 한 말의 뜻을 알아들은 것이다.
“설마 그럴리가요. 천기자가 어떤 사람인데, 아저씨가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에요?”
우문혜의 말에 단형우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장내가 정리되었다.
영약의 수는 백 개, 하지만 이곳에 있는 사람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았으니, 싸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많은 사람이 죽임을 당했다.
죽은 사람은 대부분 마인들이었다. 당문이나 우문세가는 서로 힘을 합해 마인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마인들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천마성에서 온 마인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죽고 말았다.
검마와 혈도객은 처음부터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부하들이 달려드는 거야 막지 않았지만 직접 움직여 영약을 얻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단형우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단형우가 바로 비동의 열쇠였다.
단형우는 방 한가운데 서서 천장을 쳐다봤다. 그곳 역시 자루만 남은 칼이 박혀 있었다. 천의 방에서 본 것과는 상당히 다른 기운이었다.
“도(刀)인가.”
단형우의 중얼거림에 혈도객이 눈을 크게 떴다.
“천섬!”
혈도객이 갖고 싶어 한 바로 그 도였다. 혈도객이 몸을 날렸다. 천장이 비록 낮지는 않았지만 혈도객에게 있어서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몸을 날린 혈도객은 천섬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안 돼!”
검마가 소리쳤다. 혈도객이 이렇게 재빨리 움직일 줄은 몰랐기 때문에 도저히 말릴 틈이 없었다.
“크하하핫! 천섬은 내가 갖는다!”
콰직!
천장에서 천섬이 뽑혀 나왔다. 찬란하게 빛나는 도신이 몸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방이 날카로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
검마는 얼굴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우문혜와 조설연의 손을 잡고 가만히 서 있었다.
드드드드드!
사방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단형우가 당호관을 쳐다봤다. 당호관은 당황하고 있었다. 천장에 박힌 칼을 뽑으면 무너진다는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 줄은 몰랐다.
“가지, 무너지기 전에.”
당호관이 몸을 날렸다. 단형우는 그것을 보며 걷기 시작했다. 여유가 가득한 움직임이었지만 나아가는 속도는 화살 같았다. 단형우 뒤로 당호관을 비롯한 일행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경공을 펼치며 따라붙었다.
드드드드드!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독고운이 크게 놀라며 제갈중천에게 물었다. 멀쩡하던 동굴이 갑자기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철문을 조사하고 있던 제갈세가 사람들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누군가 기관을 건드려 비동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요. 서둘러야 해요.”
제갈린이 소리치듯 말하자, 제갈중천이 독고운을 쳐다f다. 독고운은 지체 없이 명했다.
“서둘러 나간다!”
제갈린이 가장 먼저 몸을 날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온 길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 가장 빠른 길로 일행을 안내할 수 있으니 그녀가 앞장서야만 했다.
제갈린이 몸을 날리자 그 뒤를 따라 무림맹 사람들이 급히 움직였다.
콰드득! 콰드드드!
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비동 전체가 흔들렸다. 비동을 지탱하던 세 기둥 중 하나가 무너지면서, 균형을 잃어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콰과과과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