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7
“맹주, 그것은 너무 비약이 심한 것 아니오?”
“그렇소, 고작 그걸로 어찌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단 말이오?”
장로들의 말에도 독고운은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럼 아니란 말이오? 만일 천기자의 무공을 찾으러 갈 때에 현무단을 데려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큰 낭패를 봤을 것이오. 사도련과 녹림의 목표는 결코 천기자의 무공이 아니었소. 그곳에 있던 우리를 말살하는 것이었소.”
독고운의 말에 제갈중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살을 조금 붙였다.
“그들에게서는 그곳에 들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로돌이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그때 승룡단과 청룡단이 괴멸당하고 맹주마저 죽었다면 무림은 정사대전이라는 큰 혼란 속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장차 정사대전은 피할 수 없을 지도 몰랐다. 이미 크게 한판 붙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번 일도 그렇소. 아무리 소문이 빠르다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호북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건 말이 안 되오. 게다가 이 기세라면 천하를 뒤덮는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트리고 있음이 분명하오.”
“하지만 고작 소문으로 무슨 혼란을 조장한단 말이오.”
독고운은 방금 말을 꺼낸 장로를 지그시 쳐다봤다.
“소문의 내용이 완전히 조적되지 않았소? 게다가 천기자가 남긴 이 글귀도 무시해선 안 되오.”
독고운 앞에 있는 서탁에는 작은 목함 하나와 탁본을 뜬듯한 종이뭉치가 있었다. 장로들은 이미 그 종이뭉치를 모두 읽은 후였다.
“허어, 다른 사람도 아닌 천기자가 남긴 말이라 그다지 믿기 어렵소. 게다가 혈마자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인물 아니오.”
종이뭉치에 담긴 내용은 혈마자라는 경세의 인물이 무림을 혼란에 빠뜨리려 하니 이를 막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천기자는 일백 명의 절세고수들을 키웠다 했다. 그리고 그 절세고수들을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서는 목함 안에 있는 음양고를 잘 이용하라고 쓰여 있었다.
목함 안의 내용물 역시 모두가 확인했다. 그 안에는 작은 벌레 한 마디가 들어 있었다. 음양고 중, 양(陽)의 성질을 가지는 놈이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천기자의 무공도, 일백 명의 절세고수도 없다 하지 않았소. 그저 부서진 잔해밖에는……”
말을 하던 장로들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 그렇다면 우리보다 누군가 먼저 그곳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니오?”
독고운과 제갈중천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음양고도 쓸모없을 확률이 높지 않겠소?”
그 말에 독고운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오. 이 음양고만은 아마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 같소. 어쩌면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일백 명의 절세고수를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지도 모르오.”
“허면……”
“이것은 아주 잘 감춰져 있었소. 아마 이것을 찾아낼 수 있었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을 거요.”
독고운의 말에 장로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독고운은 확신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천기자는 이것을 금마공(禁魔功)을 익힌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교묘히 안배해 놨소. 다들 아시다시피 금마공은 아주 독특한 심법이오. 이제 천하에서 이것을 익히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소.”
독고운의 말에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과연 천기자라며 감탄을 했다. 이것이 우연이든 그렇지 않든 음양고 중 음고들을 다스릴 수 있는 양고는 무림맹 손에 있었다.
“그들은 반쪽만을 가져갔음이 분명합니다. 일백 명이나 되는 절세고수들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 그들을 다룰 수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갈중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대충 윤곽이 잡혔다. 다들 암중 누군가가 손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또한 그 누군가는 절세고수 일백 명을 이용해 무림을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었다. 다룰 수 없어도 그쯤은 충분했다.
“그럼 처음에 장보도를 가져왔던 조가장도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니오?”
장로 중 한 사람의 말에 독고운과 제갈중천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가장주는 그럴 사람이 아니지만 일단 조심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그러니 적당한 사람들을 조가장에 보내 조심스럽게 감시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갈중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부분의 장로가 조가장을 의심했다. 배후는 아닐지라도 배후의 한 팔은 충분히 될 수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일단 양고를 흡수할 사람은 맹주로 정해졌다. 양고의 특성상 금마공을 익힌 독고운이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효했다.
물론 그 특성은 천기자가 남긴 글에 있는 것이었다. 천기자는 동굴 안에 있는 석벽에만 글을 남긴 것이 아니었다.
음양고가 있는 목함에도 한 장의 서찰을 남겼다. 그곳에는 음양고의 자세한 사용법와 앞으로의 무림을 지켜 달라는 당부가 적혀 있었다.
독고운이 양고를 흡수했고, 조가장에 파견 나갈 사람은 승룡단에 있는 후기지수들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결국 두 부단주인 남궁진과 팽철영이 조가장으로 출발했다.
하남표국의 쟁자수는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표국에 소속되어 표국에서 먹고 자며 일하는 쟁자수였고, 다른 하나는 표국의 일이 많을 때 임시로 고용되어 일하는 쟁자수였다.
당연히 표국에 소속된 쟁자수들이 훨씬 좋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인만큼 나름의 위계질서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위계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보통 폭력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하남표국의 경우 다른 곳보다 위계질서도 세고, 그만큼 대우도 좋았다.
하남표국의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넓은 마당이 보인다. 그곳은 마차를 수비 대 세워 둘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모든 작업은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쟁자수들의 거처는 바로 그 마당의 구석에 있었다. 가장 빠르게 일하러 갈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사마철은 자신이 직접 그곳에 단형우를 데리고 갔다. 표국의 국주가 일개 쟁자수를 직접 데리고 간다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헉, 국주님 오셨습니까!”
거처에서 뒹굴 거리고 있떤 쟁자수들이 사마철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나 급히 인사를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표국주는 하늘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사마철은 쟁자수들을 쭉 훑어봤다. 그동안 셀 수도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안목만큼은 자신 있었다. 사마철은 한순간에 쟁자수들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잠시 미묘한 눈으로 한 쟁자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사마철이 이내 입을 열었다.
“자네로군, 이름이 뭔가?”
사마철과 눈이 마주친 쟁자수가 퍼뜩 놀라며 살짝 몸을 떨었다. 뭔가 꿀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사마철이 자신을 지목한 것에는 놀랐지만 어쨌든 질문에 대답을 해야 했다.
“종칠입니다.”
사마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형우를 소개했다.
“새로 온 친구일세, 자네가 좀 잘 돌봐주게.”
부들부들 떨던 종칠은 사마철의 말에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사마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산에서만 살던 친구라 아직 모든 것에 서툴 테니 알아서 잘 가르치게.”
말을 마친 사마철은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단형우는 그런 사마철을 한 번 힐끗 쳐다본 후 가만히 서 있었다.
쟁자수들은 사마철이 밖으로 나가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뒹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마철의 부탁을 받은 종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젠장, 일이 좀 꼬이네. 너 이름이 뭐냐?”
“단형우.”
단형우의 대답에 종칠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말이 짧네?”
종칠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마철의 예상대로 종칠은 현재 하남표국 쟁자수들을 이끌고 있었다. 물론 공식적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표사들도 표두들도 그것을 인정해 주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이 일하기에도 훨씬 편하기 때문이었다.
종칠이 쟁자수의 꼭대기에 오른 것은 이 일을 오랫동안 해 온 탓도 있었지만 힘이 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동안 수많은 신입들이 들어와 힘자랑을 하려 했지만 모두 종칠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연했다. 종칠은 하남표국 표사 중 하나로부터 은밀히 무공을 배우고 있었으니까. 종칠의 목표는 표사였다. 그것도 대 하남표국의 표사. 그저 힘만 센 쟁자수들은 종칠의 상대가 아니었다.
종칠은 사나운 눈으로 단형우를 노려보다가 허리춤에 매달린 검을 발견했다.
“어라? 이놈 봐라?”
종칠은 잠시 머뭇거렸다. 검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검을 들고 설치는 모과 싸우려면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힘을 과하게 쓸 수도 있었다. 종칠은 아직 공력의 조절이 완벽하지 못했다.
자칫하다가는 상대를 크게 상하게 할 수도 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자그마치 국주가 직접 데려온 사람 아닌가.
‘뭐 그래 봐야 쟁자수지만.’
종칠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냥 조용히 자라. 내일 할 일을 알려 주마.”
종칠이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자 다른 쟁자수들이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종칠이 이렇게 참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겁을 먹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종칠을 빤히 쳐다봤다.
“뭣들 해! 디비 자지 않고!”
종칠이 성을 내자 쟁자수들이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아무리 봐도 겁을 먹은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뒤에 있는 국주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종칠은 침상에 누우면서 이를 갈았다. 검만 빼앗으면 자신 있었다. 그리고 아까 검을 빼기 전에 재빨리 기습했으면 훨씬 더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뭐든 안전하고 확실하게 해야지.”
종칠이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을 자지는 않았다. 지금은 절대 잠들 수 없었다. 저 신입이 먼저 잠든 후에야 잘 수 있다. 물론 그때가 되면 허리춤에 있던 검도 사라지리라.
깊은 밤, 종칠이 슬며시 눈을 떴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는 모두가 잠들었음을 알려 주었다. 종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단 신입이 어디 누워 있는지부터 찾아야 했다.
“헉!”
종칠은 하마터면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방 한가운데 누군가가 서 있었다.
아직 어두워 사방이 제대로 분간되지 않았지만 종칠은 약간의 호흡법까지 배워 내력을 가졌다. 환하지는 않았지만 대충 윤곽은 볼 수 있었다. 그 누군가는 가만히 서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종칠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래도 그 사람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종칠은 용기를 내서 그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늘 들어온 신입이었다.
“이런 젠장. 놀랐잖아.”
종칠은 나직하게 투덜거리며 신입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눈을 감고 미동도 않는 걸로 봐서 잠든 듯했다.
“허, 참. 서서 자고 있는 건가? 희한한 놈일세.”
종칠은 조금 더 다가갔다. 일단 좀 더 확인한 후, 검을 빼앗아야 했다. 단형우에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검집조차 없는 검에서 흘러나오는 시퍼런 예기에 섬뜩섬뜩 몸이 떨렸다.
“젠장 할.”
종칠은 나직하게 투덜거리며 단형우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일단 눈은 확실히 감고 있었고, 숨소리도 고른 것이 자고 있는 게 맞는 듯했다.
그 순간, 단형우가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마치 번갯불이 튀는 듯 눈에서 시퍼런 광망이 솟아났다.
“으허헉!”
쿠당탕!
종칠은 너무나 놀라 급히 뒷걸음치다가 바닥에 꼴사납게 자빠졌다.
“으어어어.”
종칠은 입을 벌리고 손가락으로 단형우를 가리키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흘렸다.
단형우는 그런 종칠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 종칠은 한참 동안이나 멍한 표정으로 그런 단형우를 바라보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단형우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그 번갯불이 마치 뇌를 모조리 녹여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으으으으.”
종칠은 오한이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눈이었다. 종칠이 고개를 돌려 단형우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단형우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종칠은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만 생각하니 사람이 서서 잘 수는 없지 않은가. 자신이 이렇게 나올 것을 알고 기다린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지금도 깨어 있다는 뜻이다.
종칠은 서둘러 잠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결국 종칠은 밤새 한잠도 못자고 단형우를 몰래 훔쳐보기만 했다. 단형우는 밤새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아침을 맞이했다.
종칠이 단형우에게 놀라 잠을 설치고 있을 무렵, 조설연 역시 잠을 못 이루고 이리저리 뒤척였다. 물론 종칠과는 전혀 다른 이유였다.
조설연은 결국 벌떡 몸을 일으켰다.
“대체 그게 무슨 뜻일까?”
조설연은 아까 단형우가 자신에게 한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니,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냥 별 의미 없는 말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조설여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당시 그 말을 할 때의 단형우를 생각하면 뭔가 큰 의미를 담아 한 말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게 뭘 뜻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때 얘기했던 친구와 관계가 있는 말일 수도 있었다. 그 얘기가 생각나니 자연스러베 아까의 상황이 떠올랐다.
혼자라도 괜찮다고 말하던 단형우의 얼굴은 그녀가 보기에 분명 쓸쓸해 보였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당돌한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하아……”
조설연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답은 없었다. 아니, 답은 있지만 알 수 없었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직접 물어봐야겠어.”
조설연은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에게 물어보려면 어서 자야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남표국으로 달려가리라 결심하며 눈을 감았다.
단형우는 어색하게 의자에 앉으며 앞으로 이것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앉거나 누워본 적이 없었다.
그 지옥에 있을 때는 그렇게 잠시라도 쉬거나 방심할 틈이 없었다. 오죽하면 잠도 서서 자겠는가.
너무도 다행스러운 점은 그가 익힌 무공인 삼재기공은 기본이 입공(立功)이라는 것이었다. 삼재(三才), 즉 천(天), 지(地), 인(人)을 하라로 아우르는 공부였다.
하늘의 기운과 땅의 기운을 동시에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그야말로 기공(奇功)이었다.
덕분에 단형우는 자면서도, 또 쉬면서도 운기를 할 수 있었다. 경지에 이르면 걸으면서도 가능했지만 단형우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서서 자는 동안만 운기해도 충분했다.
어쨌든 지금 이곳은 지옥이 아닌 평화로운 곳이다. 더 이상 앉거나 눕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아직 눕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고작 이렇게 식사를 할 때 앉는 것이 전부였다.
단형우는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침 식사로 나온 것은 커다란 만두 두 개였다. 그동안 이곳 하남표국까지 오면서 꽤 다양한 음식들을 맛봤다. 단형우의 입장에서는 하나같이 굉장했다.
그 지옥에서는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마물들의 질기고 피 냄새 짙은 고기뿐이었다. 그나마 초반에는 익혀 먹을 수도 없었다.
나중에 강해진 후에야 익혀 먹을 여유가 조금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냥 날로 먹었다.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지옥에서 나와 이렇게 음식을 먹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렇게 음식을 앞에 두고 있을 때마다 역시 직옥에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을 거 앞에 두고 고사 지내나?”
단형우는 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제 본 쟁자수들 중 하나였다. 단형우는 만두를 입에 가져갔다. 어쨌든 지금 이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아무리 옆에서 떠드는 사람이 있어도.
단형우 옆에 서 있는 쟁자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셋이었다. 그들은 종칠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자신들이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기강은 잡아야 하니까.
“이놈이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은가 보네?”
쟁자수 하나가 단형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단 만두를 빼앗아 바닥에 패대기친 후, 분위기를 험악하게 몰고 갈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는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단형우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단형우와 눈이 마주쳤다.
“헉!”
그는 손을 뻗은 채로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단형우가 제압한 것은 아니엇다. 그저 단형우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마치 심혼이 얼어붙은 듯한 는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공포심이 그의 뇌리를 마구 두드려댔다. 어서 이곳을 떠나라고.
단형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만두를 천천히 음미하며 먹기 시작했다. 손을 뻗었던 쟁자수는 그제야 슬금슬금 손을 원위치로 돌린 후 뒤로 물러났다.
그는 충분히 종칠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었다. 이자는 결코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 쟁자수들 역시 표행을 하며 목숨을 건다.
산적들이 쟁자수를 건드리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알 수 없는 것이 표행이었다. 그렇게 단련되었기에 누구보다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를 읽는 것이 능숙했다. 약하기 때문에 눈치가 빨라진 것이다.
쟁자수가 하나 빠졌지만 정작 남은 두 쟁자수는 그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대체 저 친구가 왜 이러나 싶었다. 그래서 그들이 남은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뒤로 빠진 쟁자수가 너무나도 강한 힘으로 두 사람의 팔을 꽉 움켜쥐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