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73
“정말 놀라워요. 어떻게 이런 진을……!”
제갈린의 말에 일행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환영진을 두 겹으로 만들었어요. 여기서 저 문까지 가려면 또 하나의 진을 통과해야 해요.”
제갈린은 그렇게 말하고 한참이나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결국 고개를 저었다.
“안 되겠어요. 진을 풀 수가 없어요.”
제갈린의 말에 일행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의 최고봉은 제갈세가다. 그리고 제갈린은 그 제갈세가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기재였다. 진에 관한 능력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진 백봉(白鳳) 아닌가.
“정천맹에 진법의 대가가 있나보군.”
당호관의 말에 제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네요.”
“꼭 진법의 대가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요? 그냥 전해지는 진을 설치할 수도 있는 거고…… 예를 들면 천기자가 예전에 만들었던 진을 구했다던가.”
우문혜의 말에 제갈린이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이건 천기자가 즐겨 쓰던 방법이에요. 천기자는 이렇게 진을 몇 개 겹쳐서 새로운 진을 만들어 내곤 했죠. 정말 천재라고밖에 할 수 없는 능력이에요. 하지만 아무리 그 진을 구했다 하더라도 설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에요.”
우문혜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제갈린이 말을 이었다.
“제가 진의 설치법을 아무한테나 건네준다고 해서 누구라도 진을 설치할 수 있는 건 아니란 뜻이에요. 그 진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는 한 절대 설치할 수 없어요. 주변 환경이나 기의 흐름, 그밖에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진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쓸모없는 진을 만들게 되거나 아니면 폭주로 이어져 버리죠.”
제갈린의 설명에 우문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린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마무리했다.
“그러니 정천맹에 진의 대가가 있다는 뜻이 되죠.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혼자서 이렇게 거대한 진을 설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는 게냐?”
검왕의 질문에 제갈린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선 안에서 열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제갈린의 말에 검마가 단형우를 쳐다봤다. 검마의 시선이 갑자기 움직이자 일행 모두가 자연스럽게 단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혹시 가를 수 있겠소?”
검마가 단형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형우를 바라보고 있던 일행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로 진을 갈라 버릴 수 있단 말인가요?”
제갈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이론으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막강한 힘으로 진을 파괴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갈라 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진이란 것은 유기적인 기의 흐름으로 만들어진다. 그 기의 흐름을 인간이 강제로 끊을 수는 없는 법이다. 차라리 파괴해서 흐름을 없애 버릴 수는 있을지언정.
단형우는 몇 걸음 걸어 제갈린이 서 있는 곳까지 갔다. 그리고 가볍게 검을 빼 들었다.
제갈린은 여전히 회의적인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스윽.
단형우의 검이 제갈린 앞 공간을 가볍게 가르고 지나갔다. 그 단순한 일 검에 제갈린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제갈린은 불가능한 광경을 보고 말았다. 눈앞에서 공간이 갈라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으로 정천맹의 진정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걸음만 옮기면 진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가니 지나자 갈라진 틈은 금세 메워졌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제갈린은 놀란 목소리로 단형우에게 물었다. 하지만 단형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제갈린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마를 짚었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이제 다시 객잔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도, 돌아가겠어요.”
말을 마친 제갈린은 객잔을 향해 살짝 비틀거리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제갈린이 걱정되었는지 당문영과 당호관이 따라붙었다.
검마는 복잡한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에게 진을 갈라 보라고 한 것은 그 일 검을 다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예전에 천중산에서 진법을 가르던 그 일 검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보고 나니 더욱 깊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확인할 수도, 볼 수도 없는 세상이 저 위에 있었다.
처음 그 일 검을 보았을 때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은 의지를 불태웠다. 어떻게든 그 경지로 올라가고 말겠다고.
하지만 오늘 다시 보고나니 희망 자체가 박살나는 느낌이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저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뭔가가 자신을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은 너무나 절대적이었다. 적어도 검마 자신에게만큼은.
“나도 돌아가야겠군.”
검마가 힘없이 들어서자 검마와 거의 비슷한 심정인 검왕이 함께 돌아섰다.
검왕 역시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검마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중이었다. 너무나 거대한 벽을 만나 버린 것이다.
단형우는 일행이 하나둘 사라져 감에도 그저 가만히 서서 방금 전의 일 검을 음미했다.
오늘의 일 검은 예전 천중산에서 진에 갇혔을 때 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때는 기의 흐름과 흐름 사이의 빈틈을 갈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흐르는 기를 강제로 갈라 버렸다. 예전에는 할 수 없었떤 것인데 이제는 할 수 있었다.
그동안 특별히 수련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더 강해졌다. 단형우는 그 이유를 할 수 있엇다.
결국 단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알 수가 없군.”
하지만 뭔가 희미한 가닥이 하나 잡힐 듯 말 듯했다. 그 가닥을 잡아서 완전히 끌어낼 수만 있다면 아직 이루지 못한 그것, 천뢰(天雷), 지룡(地龍), 인혼(人魂)으로 이루어진 삼재검법의 완전한 합일(合一)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단형우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삼재검법의 합일을 이루어 내면 전혀 새로운 곳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는 것을.
단형우는 말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우문혜가 말없이 단형우 옆으로 따라붙어 팔을 살짝 감싸앉았다. 그리고 더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발맞춰 걸음을 옮겼다.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단형우 일행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다음 날, 단형우 일행은 정천맹으로 향했다.
“조금 늦게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한산할 줄은 몰랐네요.”
“다들 궁금하긴 한가 보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당문영과 당호관의 대화를 듣다보니 금세 정천맹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천맹에 둘러쳐진 진법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제갈린은 어제 단형우가 가른 틈으로 봤던 광경과 똑같은 것을 확인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갈랐었어.”‘
아무도 못 들을 정도 혼잣말을 중얼거린 제갈린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진이 펼쳐졌던 자리에서 직접 진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확인할 수가 없었다. 마치 원래 진이 없었던 것처럼 말끔했다.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제갈세가보다 한 수 위였다.
“믿을 수 없군요.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당문영이 물었다. 제갈린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요. 정말로 대단해요. 확실히 저보다 몇 수 위니까요.”
제갈린의 말에 당문영이 깜짝 놀랐다. 설마 그 정도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정천맹주가 누구일지 정말 궁금해지는군요.”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일행은 활짝 열린 정천맹의 정문 안으로 들어섰따.
정천맹은 그 규모가 실로 거대했다. 무림맹보다 훨씬 더 컸다. 단순히 비교를 하자면 적어도 다섯 배는 되는 듯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공터는 수천 명이라도 수용할 수 있을 것처럼 넓었다. 만일 바닥을 촘촘히 메우고 있는 석판들이 아니었다면 그냥 넓은 땅덩어리로 착각할 정도였다.
“대단하군.”
당호관이 놀라며 말했다. 그 역시 이 정도 규모의 장원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당가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리고 사천을 휘어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장원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비단 건물을 짓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정도 규모의 장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필요한 법이다.
“이렇게 거대한 장원은 나도 처음이야.”
검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리고 그것은 검마도 마찬가지였다. 검마가 머무는 천마성 역시 대단한 규모이고, 천산에 세워진 만큼 짓기 어려운 성임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정천맹의 규모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것은 규모만이 아니에요. 이 바닥, 진(陳)입니다.”
제갈린의 말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일행은 그 말에 깜짝 놀라 바닥을 쳐다봤다. 바닥을 메우고 있는 석판들은 그 모양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모양이 들고 난 부분이 서로 맞물리게 되어 있어써 바닥의 흙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촘촘했다.
“정확히 진의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밖에 설치된 환영진(幻影陳)처럼 미지근한 진이 아니에요. 강력한 살상력을 가진 진이 분명해요.”
제갈린은 나름의 지식을 총동원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의 판단은 꽤 정확했다.
“아무래도 조금 긴장하고 있는 편이 좋겠군.”
검마의 중얼거림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따.
공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장사에 몰려든 무림인들이 전부 이 공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행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공터의 끝에는 높은 단상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 단상 위에는 미리 마련된 의자에 앉은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패룡이 저기 있군.”
단상 위에 있는 사람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바로 패룡 패장천이었다. 그리고 패룡 주변에 앉아 있는 몇몇은 사람들에게 익히 얼굴이 알려진 무림의 명숙들이었따.
“꽤 끌어모았군. 그래도 저들 중에 정천맹주는 없을 거야.”
검왕의 평가에 일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로는 어림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끌고 있는 문파의 힘만으로는 절대 정천맹 정도 되는 단체를 만들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패룡 정도라면 그릇은 모자라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 여겼다. 하지만 오늘 정천맹에 들어와 보고는 생각을 바꿨다. 패룡 정도로는, 또 패검문 정도로는 절대 불가능했다.
단상 아래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흘렀다. 수백 명이 있음에도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단상 위를 주목했다.
패룡은 의자에서 일어나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군웅들을 향해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행동은 정중했지만 기세는 그렇지 않았다. 패도적인 기세가 공터에 모인 사람들을 짓눌렀다.
“오늘 정천맹의 개파대회에 모여 주신 모든 영웅들께 우선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패룡의 말투 또한 더없이 정중하고 공손했다. 하지만 말을 하는 와중에도 패도적인 기세는 여전했다.
패룡은 포권을 마친 후, 꽂꽂이 서서 말을 이었다. 패룡의 말에는 서서히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투도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당금 무림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소!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활력이오! 그리고 이 시대를 이끌어 갈 새로운 영웅이오!”
패룡은 그렇게 말하며 좌중을 훑어봤다. 패룡의 부리부리한 눈과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등골이 쭈뼛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패룡의 눈에서는 흡사 번갯불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따.
“평화가 너무 길었소. 지금 무림은 위기 상황이오. 음지에서 조용히 힘을 기르며 무림을 호시탐탐 노리는 놈들이 벼려뒀던 칼을 하나둘 들고 있소! 그 징후가 무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잘 알 것이라 믿소!”
패룡은 그렇게 말한 후 한곳을 노려봤다. 그곳에는 검왕과 검마, 그리고 단형우가 있었다.
패룡의 무시무시한 눈빛이 단형우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단형우는 너무도 무심한 눈으로 그런 패룡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정천맹은 그 모든 것을 타파하기 위해 일어섰소. 개파대회는 앞으로 열흘 간 계속될 것이오. 그동안 우리 정천맹이 재시하는 미래상을 잘 관찰해 보시기 바라오. 정천맹은 함께 미래로 나아갈 영웅들을 절대 박대하지 않소.”
받을 마친 패룡이 다시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그리고 패도적인 기세를 순식간에 거둬들였다.
“우와아아!”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수백 명이 거의 동시에 내지르는 소리가 정천맹을 쩌렁쩌렁 울렸다.
패룡은 만족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서 돌아갔다.
그때에서 여기저기서 정천맹 무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공터에 모여 있는 수많은 군웅들을 성심껏 안내했다. 드디어 개파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단형우 일행은 정천맹 무사의 안내로 넓은 방에 도착했다. 남녀가 섞여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상당히 특이한 개파대회네요.”
“그러게 말이다.”
당문영의 말에 당호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특이했다. 보통 잔치를 열고 끝내던가 아니면 흥을 돋우기 위해 비무대회를 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그 비무대회를 통해 맹의 힘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림맹이 그랬다. 비무대회를 통해 현 무림맹주인 독고운의 초절한 무위를 모두에게 각인시키는 수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었다.
헌데 정천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열흘이나 개파대회를 지속한다는 것은 정천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일 것이 분명했다.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숙식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었따.
“그나저나 대체 뭘 보여주려고 하는 걸까요? 맹주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고.”
“글세, 뭔가 노리는 게 없겠지.”
아무리 의논을 해 봐야 별 소용은 없었다. 어차피 곧 알게 될 테니 말이다.”
정천맹에서는 개파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큰 잔치를 벌였지만 잔치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단형우만이 새로운 음식들을 관심 있게 즐겼을 뿐이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이걸 노린 거였군.”
당호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날부터 정천맹의 목적이 드러났다. 정천맹은 말 그대로 맹 자체의 힘을 과시했다. 열흘은 그것을 위한 시간이었다.
정천맹 자체가 개방되다시피 했다. 개파대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은 정천맹 어디를 가더라도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들은 정천맹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진법이 발동되었다. 열흘 동안 정천맹 안에서 밖으로 아무도 나갈 수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정천맹의 그런 조치에 불만을 표했지만 반복되지는 않았다.
정천맹은 그 규모만큼이나 볼 만한 것들이 많았다. 거의 호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연못도 있었다. 그리고 인공적으로 만든 산과 폭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정천맹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모름지기 무림의 단체는 힘이 중요한 법. 정천맹은 가진 바 힘을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힘을 보길 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곳이 바로 연무장이었다.
정천맹에는 큰 규모의 연무장이 여러 개 있었다. 그리고 모든 연무장에 같은 옷을 입은 무사들이 모여 무공을 수련했다.
무공 수련은 외부에 보여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지금은 볼 수 있었다. 아니, 보여주기 위한 수련이었다.
그리고 각 연무장에는 정천맹 무사 몇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단형우 일행 역시 연무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대단하군요. 무림맹에 있는 청룡단이나 백호단보다 훨씬 뛰어난 것 같아요. 대체 어디서 저런 무사들을 키웠을까요?”
“아마 맹주가 키웠겠지.”
검왕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극서이 정답일 것이다. 그럼 어제 맹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만 남는다.
일행의 대화를 들었는지 옆에 서 있던 정천맹 무사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맹주님께서 직접 키운 무사들입니다. 모두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지요. 여러분께서 보시고 계신 이들은 경천단(驚天團)이라고 합니다.”
“경천단이라…… 의미심장한 이름이로군.”
“하하, 그저 멋진 이름을 붙였을 뿐입니다. 정천맹은 말 그대로 올바른 하늘, 즉, 올바른 세상을 원할 뿐입니다.”
“각 연무장을 돌아보시면 정천맹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검왕 어르신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무사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새겨든지.”
검왕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이곳에서 볼 것은 없었다.
일행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정천맹 곳곳을 둘러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