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75
단형우 일행은 다시 객잔 후원에 자리를 잡았다. 정천맹에 서 할 일은 모두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는 것만 남았다.
“흐음, 뭐 별로 특별한 것도 없는 여행이군. 그나저나 그냥 이렇게 돌아가도 괜찮으냐? 나야 상관없지만 네놈은 표국 대표로 왔으니 뭔가 할 일이 있는 거 아니었어?”
검왕의 질문에 단형우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조설연이 특별히 부탁한 것은 없었다. 그저 정천맹 개파대회에 참여만 하고 오라는 것이 전부였다.
가만히 있는 단형우를 대신해 제갈린이 대신 대답했다.
“일단 방명록에 이름을 적었으니 그걸로 된 거죠. 본래는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다양한 인맥을 쌓는 것이 중요하지만, 조 소저도 단 소협에게 그런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확실히 그렇겠지.”
검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조설연이라 하더라도 그런 바람은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단형우에게 그런 것을 시키느니 차라리 검마에게 시키는 것이 훨씬 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 그냥 바람이나 쐬라고 보낸 거로구나.”
“그럴 수도 있죠, 뭐. 조소저도 뭔가 생각이 있겠죠. 그리고 이런 개파대회에 방명록에 출신과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흐음, 그래? 그나저나 언제 이름을 적은 거지? 난 본 적이 없는데, 아니, 그보다 저놈이 글을 쓸 줄 안다고?”
검왕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제갈린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제가 적었어요. 단 소협이 그런 것에 신경 쓸 리가 없잖아요.”
“그럼 그렇지.”
검왕은 나직이 혀를 찼다. 그리고 새삼스런 눈으로 제갈린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꽤 싹싹하게 구는구나. 설마 마음이 있는 건 아니겠지?”
검왕의 갑작스런 말에 제갈린이 화들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저 단소협이 표국 일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도와준 것뿐이에요.”
제갈린의 대답에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다행이고. 저놈의 짝은 내 손녀로 정해졌으니까 행여 딴 맘먹을 생각은 하지도 마라.”
검왕의 말에 옆에 있던 우문혜가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뭐라 대꾸하지는 않았다. 상대는 천하의 검왕이다. 자신이 나서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속으로 몇 마디 욕을 했을 뿐이었다.
검왕은 그런 우문혜를 한 번 슬쩍 노려봤다. 그리고 단형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어차피 시간도 남는 것 같으니 남창(南昌)에 들렀다 가는 게 어떻겠느냐?”
검왕의 말을 들은 단형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설연이 자신을 이리로 보낸 이유는 명백했다.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서 그런 것이다.
단형우는 아직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마음도 추스르지 못했다. 단형우가 고개를 돌려 검왕을 쳐다봤다. 이유를 말하라는 뜻이었다. 검왕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기 내 손녀딸이 있거든. 아마 지금쯤 치료가 다 끝났을게다. 이번 기회에 손녀딸도 데리고 가야지.”
검왕의 말에 일행 모두가 인상을 찌푸렸다. 특히 우문혜가 가장 심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런 개인적인 일로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는 법 아닌가요? 할아버지 혼자 가시는 게 어때요?”
우문혜의 말에 검왕이 인상을 쓰며 그녀를 노려봤다.
“어차피 여행할 거면 그렇게 하자는 거지. 그리고 남창 근처에 있는 포양호는 꽤 볼만 해.”
어차피 남창이 있는 강서는 호남성 바로 옆이니 가는데 시간도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 모두 실력 있는 무림인들이었으니까.
“그만.”
단형우의 한 마디에 검왕도 우문혜도 입을 다물었다.
“간다.”
그렇게 일행의 남창행이 결정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당호관과 당문영도 함께 가기로 했다.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일단 만난 이상 단형우 옆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이건 기회였다. 천뢰(千雷)를 완성시키기 위한.
“단 소협. 잘 생각해 봐요. 굳이 그런 계집애 하나 만나기 위해 남창까지 갈 필요가 없잖아요? 차라리 동정호에서 좀 놀다가 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우문혜는 끈질겼다. 그렇지 않아도 조설연이라는 막강한 연적이 있는 마당에 굳이 새로운 연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제갈린의 상태도 과히 좋지 않았다. 우문혜가 보기에는.
단형우는 단형우대로 우문혜가 옆에서 계속 치근대고 말을 거는 것이 그리 싫지 않았다. 아니, 자신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 주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단형우는 결코 주변이 조용하길 원하지 않았다. 조용함과 고독은 그동안 질릴 만큼 겪어 왔다. 그래서 아무리 우문혜가 귀찮게 굴어도 그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허, 거 참. 조신하지 못하기는. 쯧쯧. 이렇게 묵직한 놈은 너처럼 가벼운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법이야.”
검왕이 단형우 옆에서 계속 붙어서 치근대는 우문혜가 너무나 못마땅해 결국 한 마디 했다. 우문혜는 아미를 살짝 치켜떴지만 뭐라 대꾸할 수는 없었다.가만 생각해 보면 검왕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가벼워 보인다는 것은 싸 보인다는 것과 비슷할 수도 있다. 우문혜는 갑자기 가슴이 덜컬 내려앉는 것 같앗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단형우의 표정을 살폈다.
살짝 겁을 먹은 듯한 표정으로 단형우의 옆얼굴을 살피는 우문혜의 모습은 상당히 뇌쇄적이었다. 근처에 있던 몇 안 되는 남자들의 가슴을 뒤흔들 정도로.
근처에 있는 남자라고 해 봐야 검왕과 검마, 그리고 당호관과 영사가 전부였다.
검왕과 검마는 겉보기는 마흔이지만 실제로는 일흔이 훨씬 넘은 노인들이었고, 당호관 역시 예순이 넘는다. 유일하게 영사만 나이가 어리지만 그마저도 서른이 훨씬 넘으니 그리 어리다고는 할 수 없다.
헌데 그렇게 나이를 먹어 인간의 오욕칠정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가슴이 진탕될 정도니 우문혜의 관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관능과 아름다움도 단형우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단형우가 보기에는 그저 살짝 겁먹은 여자일 뿐이었다.
“난 상관없다. 계속 해.”
단형우의 말에 우문혜는 물론이고 일행 모두가 혹시 잘못 들었나 싶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저, 정말이죠?”
우문혜의 확인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문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엇다.
제갈린과 당문영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남자는 다 똑같다니까.”
제갈린의 중얼거림에 당문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그녀들이 보기에는 우문혜의 관능에 단형우가 완전히 넘어간 것처럼 보였다. 사실 누가 보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제갈린과 당문영은 우문혜에게 조금 질투가 났다. 인간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고, 그 아름다움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아는 우문혜는 그녀들이 보기에 가장 무서운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제 곧 삼봉이화에 한 사람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네요.”
제갈린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일행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문혜는 지금까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천맹 개파대회 때 그 미모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당시 일행의 기묘하고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대로 접근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몇 번이나 사고가 났을 것이다.
조만간 강호에는 새로운 꽃이 하나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일행은 관도를 따라 강서(江西)로 넘어갔따. 그대로 관도를 따라 올라가면 남창이었다. 경공을 이용하면 훨씬 빨리 갈 수 있지만 굳이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남창에 가는 이유는 검왕의 손녀를 만나기 위함도 있지만 여행의 의미도 섞여 있다.
일행은 한동안 말없이 이동했다. 우문혜도 입을 다문 채 그저 묵묵히 걷기만 했다.
단형우가 괜찮다고 했으니 치근대도 상관없었지만 멍석을 깔아 주니 왠지 하던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던 침묵을 깬 사람은 바로 제갈린이었다.
“여기서 한 시진 정도 가다 보면 쾌 큰 마을이 나올 거예요. 그 마을에 제가 잘 아는 곳이 있으니 거기서 묶어요.”
제갈린의 말에 당호관이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갔다.
“그러는 게 좋겠구나. 헌데 잘 아는 곳이라니 아마도 제갈세가와 인연이 있는 곳인가 보구나.”
“예, 맞아요. 유가장이란 곳인데, 그곳 장주님과 작은 인연이 있어요.”
“호오, 유가장이라, 그렇군. 강서에서 유가장은 그곳밖에 없지. 칠성검진(七星劍陳)으로 유명한 바로 그 유가장이로구나.”
당호관의 말에 제갈린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요. 바로 그 유가장이에요.”
당호관과 제갈린의 대화 덕분에 일행의 분위기가 상당히 풀어졌다. 그리고 다시 용기를 낸 우문혜가 단형우 옆에 붙어 이런저런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행의 분위기는 처음 장사를 출발할 때로 다시 되돌아갔다.
그렇게 한 시진쯤 이동하니 큰 마을이 나타났다. 그냥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건물도 화려하고 번성한 곳이었다.
“꽤 큰 마을이구나.”
마을이 이렇게 커진 것은 유가장 덕분이었다. 유가장은 상당한 규모였고, 주변에 많은 돈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유가장을 찾는 손님도 많았고, 유가장이 쓰는 돈도 많았으니까. 그리고 유가장이 벌이는 사업도 상당했으니 마을이 번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구나.”
당호관은 마을에 들어서며 인상을 찌푸렸다. 마을이 크고 화려한 것은 맞는데 왠지 분위기가 한껏 죽어 있었다. 생기가 거의 없었다.
제갈린은 불안한 표정으로 몸을 날렸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제갈린이 몸을 날리자 일행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제갈린이 가는 곳은 유가장이었다. 헌데 유가장까지 가는 동안 사람을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절대 아니었다. 집집마다, 그리고 건물마다 안쪽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검왕이나 검마같은 고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군. 다들 겁먹고 있는 것 같아.”
검왕은 그렇게 말하며 속도를 높였다.
제갈린은 유가장 옆에 도착했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유가장 정문을 쳐다봤다.
산산조각 난 정문의 잔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정문과 이어지는 담장이 무너진 상태였다.
“이, 이게 대체……!”
제갈린은 황급히 안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다가온 검왕이 제갈린의 어깨를 잡았다.
제갈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검왕을 쳐다봤다.
“서둘리 말거라. 아직 안에 사람들이 있다.”
검왕의 말에 제갈린이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검왕이 어깨를 놓아 주었다. 검왕이 제갈린을 붙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문 뒤 가려진 공간에 사람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숨어 있는 자의 공력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어디 한 번 볼까?”
검왕이 나직이 중얼거리며 문 안으로 들어섰다. 검왕의 발이 문턱을 넘어선 순간, 날카로운 검기 두 개가 양 옆으로 날아왔다.
쐐애액!
쩌정!
검왕은 검도 뽑지 않고 손을 휘둘러 검기들을 박살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양 옆을 살피니 놀란 표정의 사내 둘이 어정쩡하게 검을 든 자세로 서 있었다.
“기본이 안 되어 있군.”
검왕의 손이 쾌속하게 움직였다.
스팟!
“크윽!”
“컥!”
두 사내가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검왕의 손에서 발출된 경기(勁氣)에 당한 것이다. 기에 제압된 두 사람은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검왕이 장원 안으로 완전히 들어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제갈린을 비롯한 일행들이 모두 따라 들어갔다.
부서진 전각들이 보였다. 그리고 여기저기 싸운 흔적들과 핏자국들이 보였다.
“이럴 수가……”
제갈린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장은 제갈세가와 인연이 있는 만큼 무림맹에 몸을 담은 무림세가였다.
일행이 모두 안으로 들어설 무렵 장원 안쪽에서 일단의 무사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문 옆에 쓰러진 두 사내와 마찬가지로 흑의(黑衣)를 있었는데, 역시 상당한 실력을 가진 사내들이었다.
“보통 놈들이 아니긴 한데……”
검왕은 인상을 찌푸리며 사내들을 훑어봤다. 사내들의 몸에서 은은히 피어나는 기운은 결코 정순하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녹림이나 사파 계열의 무공을 익힌 자들 같았다.
“네놈들 정체가 뭐냐!”
제갈린이 참지 못하고 사내들을 향해 소리쳤다. 보아하니 유가장은 완전히 몰락한 듯했다. 흉수의 정체만은 어떻게든 알아내야 했다. 그래야 복수를 해 줄 수 있을 것 아닌가.
사내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벙어리처럼 그저 숨만 규칙적으로 내뱉을 뿐이었다. 사내들의 수는 오십이 넘었다.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이 숨조차 맞춰서 쉬고 있었다.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제갈린은 그것을 발견한 순간 오싹 소름이 돋았다.
“제갈세가의 계집인가? 우리 사도련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제물이로군.”
제갈린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내들이 모여 있는 곳 옆에 있는 전각 꼭대기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역시 흑의를 입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복면을 하고 있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사도련이라고? 사도련은 완전히 끝장났을 텐데?”
사도련이라는 말에 검왕이 눈을 빛냈다. 검왕도 사도련과는 과히 좋지 않은 관계 아닌가.
“끝장날 뻔했지. 하지만 완전히 끝난 게 아니야. 아니,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지. 천하를 피로 씻어 복수를 마칠 때까지 절대 끝나지 않아!”
사내의 말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저 나직이 말하는데도 군데군데 광기가 묻어났다. 그리고 사내를 중심으로 거대한 힘이 파동이 일어났다.
“크하하핫! 이 힘을 봐라! 세상을 피로 씻어 버릴 우리 사도련의 힘이다!”
콰지지직!
사내가 서 있던 전각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사내는 전각을 무너뜨린 반동으로 다시 하늘로 튀어올랐다. 그리고 소리쳤다.
“깨끗이 죽여 없애!”
사내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흑의 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진을 펼치려고 하는군.”
검왕이 중얼거렸다. 검진은 얼마 전에도 겪어 봤다. 그 어설픈 검진은 검왕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아직 채 검진이 완성된 것도 아닌데 주변을 잠식하는 기운이 어마어마했다.
“검진이 만들어지기 전에 박살내는 게 낫겠군. 애들도 있으니까.”
검왕의 말에 검마가 움직였다.
화아악!
검마의 몸에서 짙은 마기가 쏟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마기는 검진을 형성하려는 흑의 무사들을 감쌌다.
흑의 무사들은 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몸을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검왕의 검이 그들을 난도질했다.
콰콰콰콰콰!
순식간에 흑의 무사 다섯이 잘게 다진 육편이 되어 사라졌다. 검왕의 검은 한치의 망설임도, 인정도 없었다. 상대는 사도련이었다. 한때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뭐냐! 네놈들은!”
흑의 복면인은 검왕과 검마의 힘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저 제갈세가의 무사들이라고만 여겼다.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헌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도 가만있을 수는 없지.”
이번에는 당호관이 나섰다. 단형우가 옆에 있을 때 확실히 연습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둬야 했다. 당호관은 검왕과 검마가 흑의 무사들을 모조리 없애기 전에 서둘러 움직였다.
당호관의 소매에서 수많은 침(針)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하늘로 쏟아져 나갔다.
촤아아악!
당호관의 손에서 쏟아진 침들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당호관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소리쳤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