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
그들 역시 눈치가 빨랐다. 동료가 이런 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음이 분명했다. 두 사람 역시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단형우는 그들이 오든 가든 상관하지 않고 만두에 집중했다.
만두를 모두 먹은 단형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일이란 것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돈이라는 것을 벌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단형우는 그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역시 나오길 잘했어.”
단형우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다른 쟁자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오늘도 하남표국에는 일이 많았다. 항상 크고 작은 의뢰가 넘치는 곳이었다.
쟁자수들은 모두 단형우를 그냥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단형우의 눈빛 한 방에 당한 쟁자수 덕분이었다. 다른 쟁자수들 역시 눈치가 있었다.
단형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건드릴 배짱은 없었다. 그래서 쟁자수들은 되도록 단형우를 피하려고 노력하면서 또 친절하려 애썼다. 덕분에 단형우는 쉽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었다.
일은 단순했다.
그저 짐을 싣고 내리는 일만 하면 끝이었다. 짐을 실은 마차를 움직이는 것은 다른 쟁자수들 몫이었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표사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독하는 것은 표두의 몫이었다.
단형우는 짐을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쟁자수들의 눈이 찢어지게 만들었다.
그 무거운 짐을 마치 공깃돌처럼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너무도 가볍게 마차 위로 올렸다.
쟁자수들은 보통 일을 분담해서 한다. 짐을 내주는 사람과 나르는 사람, 그리고 마차 위에 짐을 쌓는 사람으로 나뉜다. 하지만 단형우는 짐을 들고 나르는 것을 혼자서 했다. 그것도 너무나 가볍게.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모든 표물이 마차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모두 단형우가 혼자서 한 일이었다. 쟁자수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런 사람과 대적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힘이 좋은데 왜 표사를 안 하고 쟁자수를 하는 거지?”
쟁자수들은 단형우 몰래 수군댔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표사가 뭐 그리 쉽게 되는 줄 알아? 그저 힘만 세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거야 그렇지만…… 저 사람은 칼도 차고 있고……”
그러고 보니 칼도 차고 있었다. 칼 찬 쟁자수라니.
단형우는 일을 마치고 생각보다 일이 쉬워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차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아직 표사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쟁자수들이 표물을 모두 싣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그렇게 서 있을 때, 익숙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단형우는 의례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 기운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조설연이 나타났다.
“오라버니, 저 왔어요.”
조설연은 단형우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었다. 쟁자수들은 갑자기 나타나 단형우에게 오라버니라고 말하는 조설연을 보며 사색이 되었다.
그들 중 조설연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남표국의 실질적인 주인인 조가장의 외동딸 아닌가.
그런 조설연이 오라버니라 부르며 따르는 인물이라면 필시 장래를 약속한 사이임이 분명했다.
조설연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만 봐도 뻔했다. 눈치로는 누구도 그들을 따르지 못했다.
‘젠장, 아마 일을 배워야 하네, 어쩌네 하면서 바닥부터 굴리려는 셈이었나 보지. 잘못하면 경을 칠 뻔했군.’
그것이 쟁자수들의 머리에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쟁자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는 조설연은 곧장 단형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젯밤에 그렇게 고민하던 것을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속에서는 수도 없이 같은 질문이 맴돌았지만 그것이 입에 도착했을 는 전혀 다른 말이 되어 나왔다.
“어떠셨어요? 불편하신 점은 없으시죠?”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설연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물어볼 수는 없었다.
“오, 오라버니가 좋아하시는 게 뭐예요?”
조설연은 그것을 물으면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결국 비슷하게나마 물어본 셈이었다. 물론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단형우는 그런 조설연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먼 하늘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평화로움.”
단형우의 대답에 조설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전혀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대답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묻는데 평화로움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먼 하늘을 응시하는 단형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것이 농담이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조설연은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싫어하는 건요?”
단형우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참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평화가 깨지는 것.”
조설연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너무도 일관된 대답 아닌가.
단형우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조설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조설연은 숨이 멎는 듯 놀랐다. 그리고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친구에게 미안하단 말을 듣는 것.”
어느새 단형우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설연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것이 단형우가 자신을 쳐다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마지막 말을 들어서 그런 건지 분간할 수 없었다.
결국 조설연은 그날 그렇게 가만히 단형우 옆에 서 있다가 표사들이 나타날 무렵 조용히 조가장으로 돌아갔다.
하남표국 표사들 중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또 성격이 급한 사람, 차분한 사람. 형포는 M중에서도 나이가 많고 차분한 편에 속하는 표사였다.
비록 표두는 아니었지만 다른 표사나 표두들로부터 그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고, 국주인 사마철도 그것을 인정했다. 무공은 모자랄지언정 그가 가진 경험이나 연륜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형표는 오늘 아침 사마철을 만나고 왔다. 그리고 이상한 부탁을 받고 왔다.
‘쟁자수를 돌봐달라니.’
형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 국주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마철은 이렇게 사사로운 정으로 누군가를 돌봐주라거나 할 사람이 아니었다.
“단형우라……”
형표는 나직하게 이름을 중얼거리며 표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아마 일은 거의 끝났을 것이다. 하남표국은 표사들뿐 아니라 쟁자수들도 남달랐다.
“음?”
형표는 어느새 표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벌써 일을 마친 듯 쟁자수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의 일을 끝냈으리라 생각하긴 했지만 지금 모습을 보면 일을 끝낸 지 한참은 지난 듯했다.
“나오셨습니까.”
쟁자수 하나가 급히 달려와 형표에게 인사를 했다. 형표가 고개를 돌려보니 종칠이었다. 종칠은 형표 역시 익히 알고 있었다.
은연중 쟁자수들을 이끌고 있다는 것과 표사들 중 하나로부터 은밀히 무공을 전수받고 있다는 것도. 아마 조만간 표사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일이 빨리 끝났군. 고생들 했네.”
형표의 말에 종칠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은 거의 한 일도 없는데 칭찬을 받으려니 아무리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라도 표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형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지만 굳이 걸고 넘어가지는 않았다.
“여기 쟁자수들 중에 단형우라는 자가 있나?”
형표의 질문에 종칠의 얼굴이 일시적으로 사색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신색을 되찾고는 억지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예. 어제 들어온 신입입니다.”
종칠은 그렇게 말한 후 고개를 돌려 한쪽을 쳐다봤다. 형표의 고개도 종칠이 쳐다보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그곳에는 허리에 칼을 찬 사내가 하나 서 있었다.
형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직 옷을 지급하지 않은 겐가?”
형표의 말에 종칠이 화들짝 놀랐다.
“아차!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금방 가서 가져오겠습니다.”
종칠은 말을 마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갔다. 뭔가를 잊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직 옷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하남표국에서 일하는 사람은 표사든 쟁자수든 복장응 맞춰 입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옷은 표국에서 지급해 줬다.
표사들은 푸른색 무복을 입게 되어 있었고, 쟁자수들은 회색 옷을 입었다. 표사들이 입는 무복에는 앞뒤로 하(河)자가 수놓아져 있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하남표국의 표사들임을 알 수 있었다.
형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자신이 누군가를 찾는다고 종칠에게 말하면 종칠은 그 사람을 불러서 달려오게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종칠은 쟁자수들 사이에서 그 정도 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저 단형우라는 자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설마 종칠이 힘으로 눌렸단 말인가?’
형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형우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검을 보니 뭔가 무공을 익히고 있을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런 것이 확실했다. 그렇지 않다면 국주가 굳이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할 리 없었다.
형표는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쟁자수 하나를 쳐다봤다. 형표와 눈이 마주친 쟁자수는 급히 형표 앞으로 달려왔다. 형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싸움이라도 났었나?”
형표의 물음에 쟁자수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런 일 없었습니다.”
쟁자수의 대답에 형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괜찮으니까 말해 보게. 종칠의 반응이 예전 같지 않아서 물어보는 것이야.”
형표는 말하며 단형우가 있는 쪽을 슬쩍 쳐다봤다. 눈치 빠른 쟁자수들이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형표 앞에 서 있는 쟁자수는 더욱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맹세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정말입니다.”
형표는 쟁자수의 말이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러면 더욱 이상한 일 아닌가. 대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저렇게 눈치를 보고 있단 말인가. 그저 쟁자수에 불과한데.
형표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종칠이 옷을 들고 달려왔다.
“헉헉…… 가, 가져왔습니다.”
종칠은 형표에게 보고를 한 후, 단형우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단형우의 모습을 보니 다시 한 번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저…… 여, 여기, 이 옷을……”
종칠은 단형우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며 손에 든 옷을 내밀었다. 단형우는 그런 종칠을 힐끗 쳐다본 후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자신만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이 자리에 그냥 옷을 갈아입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쟁자수와 표사들만 다니는 곳이 아니었다.
표국에 드나드는 소님도 지나다니고, 표국에서 일하는 하인과 하녀들도 수시로 지나다니는 곳이었다.
“어, 저……!”
종칠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손을 들어 단형우를 가리키며 입을 벌리고 의미 없는 소리만 흘렸다.
단형우는 순식간에 옷을 벗었다. 그러자 그의 매끈한 몸이 드러났다. 군살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작당하고 탄탄한 근육이 온몸을 둘렀다. 게다가 살은 아기 속살처럼 희었다. 아무도 만져보진 않았지만 아마 만진다면 너무나 부드러울 것 같았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단형우는 종칠이 준 옷을 입었다. 옷을 벗는 것에 비해 입는 것은 상당히 서툴러서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어쨌든 제대로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이제 단형우도 다른 쟁자수들과 같은 옷을 입었다. 단형우는 마치 자신이 이들 틈에 자연스럽게 파고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옆에 놓아뒀던 검을 다시 허리에 차는 것을 마지막으로 옷 갈아입기가 끝났다. 단형우는 자신이 원래 입고 있던 옷을 소중하게 접어 품에 넣었다. 이 옷 역시 그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것이었다.
형표는 묘한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정말로 특이한 사람이었다. 몸의 균형이나 근육상태로 보건대 분명히 뭔가를 수련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검술은 절대 아니었다. 검을 수련했다면 저렇게 몸이 깨끗할 수 없었다.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상태를 말함이다. 힐끗 봤던 손도 매끈하니 굳은살 하나 없었다.
형표는 단형우에게 다가갔다.
“자네가 단형우인가?”
형표의 질문에 단형우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형표는 단형우의 태도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철 국주의 말 대로였다.
상당한 교육이 필요했다. 그것도 기본적인.
“자네는 당분간 나와 함께 다닐 걸세. 일단 따라오게.”
형표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갔다. 단형우는 그런 형표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형표와 단형우가 사라지자 쟁자수들 틈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 죽는 줄 알았네.”
“무슨 사람이……”
쟁자수들은 그제야 떠들썩해졌다. 종칠은 그 모습을 보며 이제야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아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곳에서 가장 많은 심력을 소모한 이가 바로 그였으니까.
형표가 단형우를 데리고 간 곳은 작은 다루(茶樓)였다. 그냥 표국 내에 있는 자신의 거처나 조용한 곳을 찾아서 얘기 할 수 있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형표는 다탁(茶卓) 앞에 앉으며 단형우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게.”
단형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억지로 의자에 앉았다. 어쨌든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일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렇게 앉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단형우가 자리에 앉자 형표는 단형우를 가만히 쳐다봤다. 먼저 무슨 얘기부터 꺼내야 할지 잠시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런 형표의 고민을 단형우가 해결해 줬다.
“먹을 것은 어디 있지?”
단형우의 말에 형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봤다.
“먹을 거라니? 아, 차를 말하는 거로군. 잠시 기다리게. 곧 가져올 테니까.”
형표의 말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표는 그제야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좋은 검이로군.”
형표는 일단 검 얘기로 말을 꺼냈다. 단형우는 그런 형표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형표는 참으로 난감했다. 정말로 함께 얘기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검집이라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나?”
“맞는 검집이 없다.”
단형우의 말에 형표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말에 대한 교육부터 시켜야 할 듯했다. 어디 가서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칼 맞아 죽기 십상이었다.
“일단 자네 말부터 고쳐야겠군. 뭐 그건 천천히 하기로 하고, 일단 검집부터 하나 보기로 하지. 검집은 내가 선물해 주겠네.”
형표는 잠시 단형우를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들었네.”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누굴 찾는지 물어도 되겠나?”
사마철이 형표에게 부탁한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단형우가 사람 찾는 것을 도와주라는 것. 형표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좀 더 쉽게 찾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일부러 고르고 골라 부탁한 것이다.
“글쎄……”
형표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누굴 찾느냐는 질문에 글嘶遮?
“누굴 찾는지도 모르고 찾는단 말인가?”
형표가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이 차가 위에 찾잔이 놓였다. 형표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하지만 단형우는 그저 찻잔을 무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고미을 하던 단형우가 찻잔을 들었다. 그리고 단숨에 차를 입에 털어 넣었다.
뜨거운 차가 단형우의 목을 타고 넘어갔지만 단형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맛이 밋밋하군.”
단형우의 행동에 형표가 아연실색했다. 그 뜨거운 차를 단숨에 마시고도 저렇게 태연하다니. 필시 억지로 참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