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1
“이야, 과연 검마라고 할까. 정말 멋진 검무네요.”
단형우 옆에 붙어 있다시피 서 있는 우문혜가 빙긋 웃으며 한 말에 검마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대체 언제 여기에 오셨소?”
검마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한 것은 단형우가 아니라 우문혜였다.
“한 걸음, 아니. 두 걸음에 왔죠. 아하핫!”
우문혜는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대답이었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제갈린과 당문영도 비록 쓴웃음이지만 미소를 지었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지 않은가.
딱 두걸음이었다. 형산에서 여기 남창까지 거리는.
단형우와 세 여인은 검마의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검마도 함께였다. 검마는 제갈린으로부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을 듣고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 인간이 그럴 수 있는가. 이건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검마는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단형우라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고 생각은 거기에 꼬리를 물고 금마공으로 이어졌다.
“그렇군!”
검마는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무릎을 때렸다. 단형우와 금마공을 연결하니 머릿속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세 여인은 검마의 갑작스런 행동에 감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검마는 약간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입가에 떠오른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그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수수꼐끼를 풀었을 때의 희열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우문혜가 궁금증을 못 참고 물었다. 검마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단형우를 힐끗 쳐다봤을 뿐이었다.
검마의 행동으로 세 여인은 방금 그것이 단형우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침묵이 감돌았다. 검마가 생각에 잠겼고, 세 여인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검마와 단형우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단형우는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단형우가 입을 열었다.
“검왕은?”
단형우의 말에 검마가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손녀와 같이 있소.”
“아, 그러고 보니 손녀의 병을 치료하신다 했었는데, 아직 치료가 안 끝난 모양이군요.”
제갈린의 말에 검마가 고개를 끄덕여싸.
“꽤 희귀한 병이었나 보더군. 그래도 이제 거의 치료가 끝난 모양이야.”
검왕과 검마가 마치맞게 의선문에 도착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검왕의 손녀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검왕도, 그리고 손녀도 많이 놀랐다. 그래서 검왕은 손녀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옆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가 보지.”
단형우는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검마는 슬쩍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뒤따라 나갔다.
단형우는 뭔가를 말하고 행동함에 있어서 항상 거침이 없다. 때론 그 거침없음이 부담스럽고 무섭기도 하지만 이럴 때 보면 너무나 부러웠다.
그것은 검마의 뒤를 따라 나서는 세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의선문의 문주가 머무는 전각은 상당한 규모다. 그곳에는 문주 외에는 고칠 수 없는 병을 가진 환자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검왕의 손녀 염혜미도 그곳에 머물며 치료를 받는다.
검왕은 의선이 염혜미의 몸에 침을 놓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행여 방해라도 될 세라 최대한 기척을 죽였고, 혹시라도 누가 찾아오지 않나 세심하게 주변을 살폈다.
“후우……”
의선은 마지막 남은 은침을 염혜미의 몸에 꽂은 후 몸을 일으켰다. 염혜미는 침상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의선의 침술로 인해 살짝 잠에 빠진 상태였다.
“이제 한 시진 정도 이대로 둔 다음 침을 뽑으면 됩니다.”
의선의 말에 검왕이 고마운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내 손녀는 살지 못했을 게야.”
“허허, 아닙니다. 오히려 검왕께서 오신 덕분에 우리 의선문이 살아났으니 도리어 제가 고맙지요.”
“허허헛.”
조용히 웃음을 터트리던 검왕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근처로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때가 때인만큼 작은 일이라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 오고 있네. 혹, 제자들을 부른 적이 있는가?”
의선이 고개를 저었다.
“혜미를 치료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려뒀습니다.”
검왕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잠시 나갔다 와야겠군. 자네는 치료에 전념하게. 이제 막바지 아닌가.”
이 치료는 뒤로 갈수록 어려워진다. 훨씬 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법이다. 의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염혜미를 쳐다봤다. 염혜미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검왕이 전각을 나섰다.
다가오는 불청객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그저 방문하기 위해 온 손님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조용히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 검왕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설사 사도련의 그 단주가 다시 온다 해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지금의 검왕은 내상을 대부분 치유한 상태였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한 놈만 빼면 말이지.’
검왕의 뇌리에 문득 단형우가 떠올랐다. 이럴 때 그가 있다면 정말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적어도 이곳에 쳐들어오는 적을 염려할 필요는 사라지지 않겠는가.
검왕은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불청객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불청객들은 막 작은 문을 지나 전각이 있는 내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검왕의 몸이 그래도 멈췄다. 그리고 눈이 커다래졌다. 검마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반응이었다.
“어, 어떻게……!”
“잘 있군.”
단형우의 무심한 말이 조용히 울렸다.
의선의 거처에 사람이 늘어났다. 단형우와 세 여인, 거기다 검마까지 들이닥쳤으니 다섯이나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각은 넓었기에 그들 모두 함께 머물 수 있었다.
“손녀 분은 좀 어떠신지요.”
검왕의 기분을 가장 먼저 헤아린 세람은 제갈린이었다. 제갈린의 질문에 검왕이 의선을 쳐다봤다. 의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제 며칠만 요양하면 거뜬히 일어날 게요.”
의선의 대답에 다들 안도했다. 의선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었기 때문에 계속 걱정을 해 오던 차였다.
“다행이네요.”
일행은 조심스럽게 검와의 손녀가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검왕의 손녀인 염혜미는 침상에 누운 채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단형우는 염혜미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방에 퍼져 있는 기의 흐름을 손에 잡힐 듯 볼 수 있는 단형우다. 염혜미는 몸속을 관통하는 기를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염혜미의 몸은 기의 흐림이 일반인돠는 상당히 달랐다. 그리고 군데군데 막혀 있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병이 생긴 듯했다. 지금 혀 있는 침들은 막힌 기의 흐름을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막힌 거의 흐름은 뚫을 수 있을지언정, 보통 사람들과 같은 흐름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단형우가 염혜미를 계속 쳐다보고 있자, 검왕이 빙긋 웃으며 다가갔다.
“어떠냐?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지? 내가 지금까지 어디를 가도 우리 혜미보다 나은 애를 본 적이 없다. 여기 있는 얘들보다 훨씬 낫지, 안 그러냐?”
단형우는 검왕의 말을 그저 흘려들으며 계속해서 염혜미의 몸을 살폈다. 역시나 기의 흐름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저 이상하다는 것만 알뿐 그 때문에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런 방면의 지식이 전혀 없으니 당연했다.
“이상하군.”
단형우가 중얼거리며 의선을 쳐다봤다. 의선은 단형우와 눈이 마주치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단형우의 눈빛이 마치 뇌리를 꿰뚫는 듯했다.
“뭐, 뭐가 이상하단 말이오.”
의선 도한 검마와 마찬가지로 단형우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겉보기에는 어려 보이지만 기세에 눌려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마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 같은 연륜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보통 사람과 달라. 그래도 괜찮은 건가?”
단형우의 말에 의선의 눈이 커졌다. 염혜미를 치료하기 시작한 지 거의 일년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수차례 진맥을 했고, 체질을 조사했다. 그렇게 해서야 간신히 알아내 치료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염혜미의 체내에 흐르는 기는 그 흐름이 보통 사람과 반대였다. 그렇기에 기가 원할하게 흐르지 못하고 여기저기 막혀 있는 상태였다.
그 막힘을 뚫기 위해 수많은 영약이 필요했다. 검왕이 황금련에서 받은 돈을 영약을 사들였고, 최근 의선문 비전의 침술을 이용해 기를 뚫어냈다.
이것은 한 번에 할 수 있는 시술이 아니었다. 그리고 막힌 흐름을 뚫다보면 다른 곳이 막힐 수도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염혜미는 걸을 수가 없었다.
가장 중요한 심장 부위의 기를 뚫었는데, 덕분에 다리로 이어지는 흐름이 막혀 버렸기 때문이다.
기가 거꾸로 흐르기 때문에 훨씬 더 몸에 많은 무리를 주고 있었다. 아마 치료가 모두 끝난 후에도 건강한 몸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조심해서 산다면 제 명을 다 채우고 죽을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 모든 사항은 검왕과 미리 얘기가 되었다.
치료를 한 번에 끝낼 수 없다는 것도 말했고, 그리고 치료가 된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몸이 약할 거라는 사실도 미리 얘기했다.
하지만 염혜미의 체질에 대한 얘기는 아직 하지 않았다. 그지 특이한 체질이라는 얘기만 했을 뿐이다.
의선은 설마 단형우가 단 한번만 보고 그 모든 사항을 파악하지는 않았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검왕을 쳐다봤다. 특이한 체질이라는 얘기를 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검왕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 무슨 뜻이오?”
의선은 감정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단형우는 무감정한 말투로 그 의문에 대답했다.
“기가 반대로 흐른다. 몰랐나?”
의선의 입이 벌어졌다. 정말로 정확히 짚어냈다. 자신이 거의 일 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 알아낸 것을 한 번 본 것만으로 알아냈다.
“어, 어떻게 알았소?”
단형우가 대답해 줄 리 없다. 여전히 시선을 염혜미에게 향한 채로 기의 흐름을 읽어 나갓다. 염혜미 몸속에 흐르는 기는 상당히 복잡해서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괜찮은 건가?”
단형우의 질문에 의선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최선이오.”
의선의 대답에 이번에는 검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최선이라니? 자네는 분명 낫게 해 준다 하지 않았는가.”
“틀림없이 낫습니다. 다만 본래 가지고 있던 체질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미리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의선의 말에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의선은 그렇게 말했다.
손녀의 체질이 특이해 병을 고칠 수는 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그리고 무공을 익히기도 힘들 것이란 사실도.
“그렇군. 그 특이한 체질이란 것이 그거였군.”
검왕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기가 반대로 흐른다면 내공을 이용한 무공은 아예 익힐 수가 없다.
아니, 익힐 수는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염혜미에게만 특화된 무공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보통 사람은 그녀의 체질을 이해할 수 없으니 제대로 된 무공을 만들 수 있을 리 없다.
“그래도 해 봐야겠지. 왜 미리 말해 주지 않았나.”
“검왕께서 무리한 시도를 하실까 봐 그랬습니다. 기가 반대로 흐르고 있으니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직접 나서실까 봐 두려웠습니다.”
검왕은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군. 그때의 나라면 아마 그랬겠지. 앞뒤 가릴 여유 따위는 없었으니.”
의선은 조용히 시선을 단형우에게로 돌렸다.
“그나저나 이분은……”
“내 손녀사위가 될 사람이네. 어떤가? 꽤 대단하지?”
검왕의 말에 의선이 흠칫 놀랐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우문혜가 발끈했다.
“그렇게 혼자서 마음대로 정해 버려도 되는 거예요? 우리 단공자님을 난처하게 만드시지 마시라고요.”
우문혜의 말에 제갈린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흠칫 놀라 얼굴을 붉혔다.
검왕은 우문혜 족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봐도 우문혜의 미모는 대나했다. 염혜미 역시 아름답긴 했지만 그래도 우문혜만큼은 아니었다.
“에잉, 요즘 어린 것들은 버릇이 없어.”
검왕의 말에 우문혜가 또 발끈했다. 하지만 대꾸하지는 않았다. 우문혜가 입을 다물어 버리자 방 안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리고 단형우가 입을 열었다.
“방법이 없나?”
단형우의 질문에 의선이 잠시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염혜미의 체질을 개선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궁리를 해 봤지만 그저 난감하기만 할 뿐이었다.
일단 염혜미의 체력이나 몸의 기가 너무 쇠하기 때문에 강한 방법을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의 흐름을 뒤바꾼다는 것은 강한 힘을 필요로 한다. 즉,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의 흐름을 반대로 바꾼다 하더라도 일시적인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뭐가 더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않으면 몸에 흐르는 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의선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그대로 풀어냈다. 의선의 설명을 들은 일행은 대부분 그 해박한 지식과 쉽게 풀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
하지만 설명을 모두 들고 난 후에는 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의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단형우는 의선의 설명을 들으면서 가만히 염혜미의 몸 상태를 살폈다. 의선이 꽂은 침의 효과로 막혔던 곳은 대부분 뚫렸다. 아마 이번이 거의 마지막 시술이었던 모양이다.
“길은 다 뚫렸군.”
단형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빛냈다.
?㈎裏?말에 의선이 염혜미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일단 치료는 모두 끝났습니다.”
의선은 그렇게 말하고 염혜미 몸에 있는 침들을 뽑아냈다. 얼굴과 목, 그리고 팔과 다리 정도에만 꽂았기 때문에 뽑는데 그리 신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침을 모두 뽑았지만, 염혜미는 여전히 잠든 상태였다. 검왕이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니 의선이 말을 덧붙였다.
“한 시진쯤 후에 깨어날 테니 너무 심려 마십시오.”
“수고했네.”
검왕은 의선의 손을 꽉 잡았다.
“정말 고맙네. 어쨌든 자네 덕분에 우리 혜미가 살았네. 정말 고마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의선은 그렇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단형우를 쳐다봤다. 뭔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기대감이 물씬 올라왔다.
사실 염혜미의 몸은 앞으로가 진짜 문제였다. 기(氣)가 거꾸로 흐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였다. 물론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고된 활동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몸에 무리가 갈 것이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수명을 단축시킨다.
‘내가 정말로 늙었나보군. 이런 쓸데없는 망상을 하고 있으니……’
의선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의(醫)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단형우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에게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단형우는 여전히 깊이 가라앉은 눈으로 염혜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형우가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으니 방 안에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