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3
어쨌든 몰래 들어온 놈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다른 놈들도 잡아야 하나?”
단형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잡아야 했나?’가 아니라 ‘잡아야 하나?’라고 했다. 흑의 복면인은 목을 잡혀 대롱거리면서도 크게 긴장했다.
저렇게 말했다는 것은 지금이라도 남은 동료들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흑의 복면인은 그렇게 해석했다.
단형우는 그렇게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잡아야겠군.”
단형우의 중얼거림에 흑의 복면인이 크게 긴장했다. 그리고 대체 어떻게 이미 도망친 동료들을 잡는다는 건지 궁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단형우는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목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슬쩍 휘둘렀다.
털썩!
흑의 복면인이 바닥을 굴렀다. 움직여 보려 했지만 한군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말도 할 수 없었고, 입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동자만 굴릴 수 있을 뿐이었다.
단형우는 흑의 복면인을 내던진 후, 옆으로 몸을 돌려 한 걸음 걸었다. 그리고 사라졌다.
흑의 복면인은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단형우 때문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그렇게 뜬 눈이 더욱 커졌다. 갑자기 단형우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는 목을 제압당한 동료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털썩!
흑의 복면인은 자신과 같은 신세가 된 동료를 향해 잠시 눈을 굴렸다가 다시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흑의 복면인들을 슬쩍 쳐다보고는 또 사라졌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흑의 복면인 스물이 단형우 앞에 나뒹굴었다. 한 명도 도망치지 못한 것이다.
흑의 복면인들은 경악했다.
분명히 완벽히 도망쳤다 생각했다. 그렇게 안심한 순간, 갑자기 누군가 목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사이 이렇게 다시 의선문으로 잡혀온 것이다.
단형우는 모든 흑의 복면인들을 잡은 후, 잠시 서서 기다렸다. 일부러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덕분에 의선문 곳곳이 술렁였다. 의선문 무사들이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웬 놈이냐!”
의선문 무사들은 크게 소리치며 단형우가 있는 곳으로 곧장 몸을 날렸다. 하지만 이내 단형우를 알아보고 급히 움직임을 멈췄다.
단형우는 의선문에서 꽤 유명한 존재였다. 아니, 단형우뿐 아니라 단형우 일행들 모두 유명했다. 검마와 검왕의 일해잉니 당연했다.
“다, 단소협 아닙니까.”
의선문 무사가 더듬거리며 말하자, 단혀우는 말없이 손가락을 들어 흑의 복면인들을 가리켰다.
무사들은 그제야 흑의 복면인들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허억! 이, 이들은 대체……!”
단형우는 의선문 무사들이 법석을 떠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다시 자야 할 시간이다.
의선문에 잠임했던 자들은 잠정적으로 사도련이라고 판정되었다. 사도련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하지만 그밖에 다른 궁금증은 하나도 풀지 못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뿐더러 결국 모두 자결해 버렸기 때문이다. 입 안에 숨긴 독단을 제거했지만 스스로 심맥을 끊어 자결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혈도가 제압된 상태에서 스스로 심맥을 끊는다는 것은 거의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안심하고 있었는데, 결국 모두 그렇게 죽어 버렸다.
어쨌든 흉수들이 모두 죽었으니 더 이상 캐낼 것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듯했다.
“내 절대 은혜를 잊지 않을 걸세.”
“은혜라니요. 당치 않습니다. 오히려 저의들이 큰 은혜를 입었지요. 아무튼 살펴 가십시오.”
검왕과 의선이 그렇게 인사하자 일행은 의선문의 정문을 나섰다. 이로서 남창에서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난 것이다.
사실 당문영과 우문혜는 조금 더 의선문에서 머물렀으며 했다. 일단 두 사람에게는 헤어진 일행이 있지 않은가. 당호관과 영사는 분명히 의선무을 향해 오고 있을 터였다.
“이제 하남으로 가야 하니, 호남에는 못 들르겠군요.”
제갈린의 말에 우문혜와 당문영의 발이 멈췄다. 남창에서 하남으로 가려면 호북을 통과해 가는 편이 가장 빠르다 굳이 호남을 경유해 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당호관과 영사는 지금 호남에서 남창 쪽으로 오고 있음이 분명했따.
우무혜와 당문영이 동시에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돌아간다.”
단형우는 그저 돌아간다고만 했다. 목적지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호남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하남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당문영과 우문혜의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감돌았다.
단형우가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행은 그 뒤를 따랐다. 각자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될 텐데, 일행 중 아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제갈린은 묵묵히 단형우 뒤를 따라 걷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따.
“그런데 가시는 길은 알고 계신지요.”
단형우는 그 질문에 굳이 답하지 않앗다. 그저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제갈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자신 있게 가는 사람이 길도 모르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가장 앞에 단형우가 걸어갔고, 그 바로 뒤에 제갈린과 당문영, 우문혜가 따라갔다. 그리고 그 뒤에 검마가 있었고, 가장 뒤에 검왕과 그의 손녀 염혜미가 조용히 뒤따랐다.
염혜미는 품에 천섬을 안고서 조심스레 걸었다. 천섬이 염혜미에게 전해진 후, 그녀는 그것을 손에서 떼지 않았다. 정확히 천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아주랴?”
검왕이 옆에서 인자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염혜미는 검왕을 올려보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할아버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검왕은 그런 염혜미가 대견했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무 무리할 것 없다. 지금은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으면 충분하다.”
“예, 할아버지. 그렇게 할게요.”
염혜미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품에 안은 천섬을 한 번 추슬렀다.
천섬은 다른 도에 비해 꽤 가벼운 편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염혜미가 들기에는 조금 버거운 무게였다.
“대체 왜 저에게 이걸 주셨을까요?”
염혜미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어렴풋한 인연을 느끼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그것은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 없다. 저놈은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단다. 아마 분명히 이유가 있을게야.”
이번에도 염혜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뭔가 속 시원한 말을 듣고 싶었다.
단형우에게 몇 번이나 물었지만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해 줄 말이 전혀 없다는 듯이.
염혜미가 천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제갈린 역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물론 그녀가 하는 고민은 염혜미와는 달랐다.
“단소협, 이쪽으로 가면 길이 없습니다.”
제갈린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단형우는 지금 전혀 엉뚱한 길로 가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면 호남과 호북의 중간쯤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제갈린의 머릿속에 있는 지도에 따르면 이대로 가면 커다란 산을 만나게 된다. 관도를 완벽히 벗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관도를 벗어난 길로 이동하면 불편한 점이 많다. 게다가 일행 중에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소녀도 끼어 있다. 물론 검왕이 도와주면 상관없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제갈린은 답답한 표정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단소협.”
제갈린이 다시 단형우를 불렀다. 단형우가 결국 고개를 돌려 제갈린을 쳐다봤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단형우의 말에 제갈린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뭔가 따로 목적지가 있으신 거로군요?”
단형우는 고개를 저었다.
“만날 사람이 있다.”
단형우의 말에 제갈린은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단형우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지 않은가.
‘분명히 남창 쪽은 처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남창이 처음이라고 아는 사람이 없으란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의아함을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일행은 초목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섰다.
“여긴 너무 길이 험하군. 미야, 일단 내게 업히거라.”
길이 험해지자마자 검왕이 염혜미에게 말했다. 하지만 염혜미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괜찮아요. 힘들면 말씀드릴게요.”
“그럼 그러려무나.”
검왕은 그렇데 대답해 준 후 못마땅한 얼굴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전혀 변함없는 속도로 걸어가고 있었다. 검왕은 그것도 못마땅했다.
염혜미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무공을 익혀 이런 험한 길을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염혜미는 오히려 보통 사람보다 몸이 약하지 않은가.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다. 염혜미는 결국 지쳐 버렸다. 그래서 검왕을 쳐다보며 막 도움을 요청하려 했다. 그 순간, 단형우가 걸음을 멈췄다.
단형우를 제외한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단형우가 멈춰선 곳은 그저 수풀이 우거진 곳이었다.
길도 아니었고 공터오 아니었다. 가만히 서 있기도 불편한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는 없다.
“왜 멈추셨나요? 설마 길을 잃으신 건 아니시죠?”
제갈린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단형우는 가만히 한쪽을 응시했다. 제갈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단형우의 눈을 따라 움직였고, 다른 일행 역시 같은 곳을 쳐다봤다.
한참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일행의 눈에 의아함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단형우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래서 일행들 역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자시 후, 검왕과 검마의 눈에 놀람이 어렸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염혜미를 제외한 나머지의 눈에도 살짝 놀람이 어렸다. 지금 누군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단형우가 바라보는 쪽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염혜미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행이 있는 곳에 한 사내가 거칠게 다렬들었기 때문이다.
“허억!”
사내는 일행을 발견하고 엄청나게 놀라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형산에서 헤어진 영사였다.
“아가씨!”
영사는 우문혜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쳤다.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내력은 바닥났고, 체력도 바닥났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일행을 발견한 것이다. 영사로서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영사는 일행을 한 번 훑어보고는 그대로 정신을 놓았다.
단형우를 제외한 나머지는 멍한 눈으로 바닥에 쓰러진 영사를 쳐다봤다.
일행은 다시 산에서 나왔다. 그리고 관도를 타고 걸었다.
영사는 검마가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검왕은 결국 염혜미를 업었다. 산을 돌아다니느라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사는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로지 달리는데 모든 힘을 써 버렸기 때문이다.
걷는 속도가 더디니 밤이 찾아왔는데도 얼마 이동하지 못했다. 마을도 찾지 못한 채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행은 익숙한 솜씨로 노숙을 준비했다. 검왕은 특히 신경을 썼다. 염혜미는 노숙이 처음이다. 자칫 몸이 상할 수도 있었기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노숙을 준비하는 동안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둘 있었다. 정신을 잃은 영사와 단형우였다. 몸이 약한 염혜미마저도 다른 사람을 도와 열심히 움직이는데 단형우는 그저 물끄러미 일행들이 하는 양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단형우가 주시하는 사람은 염혜미였다. 염혜미는 천섬을 바닥에 내려놓은 채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였다.
잠시 염혜미를 쳐다보던 단형우가 움직였다. 한 걸음으로 천섬이 있는 곳에 도착한 단형우는 그것을 집었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걸어 염혜미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천섬을 내밀었다.
염혜미는 갑자기 자기 옆에 나타난 단형우 덕분에 깜짝 놀랐다. 글고 눈앞으로 내밀어진 천섬을 쳐다보며 살짝 입을 벌렸다. 염혜미의 눈이 복잡하게 물들었다.
염혜미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결국 손을 내밀어 천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천섬을 든 상태로는 다른 사람을 돕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지금 잠자리를 준비하고, 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체 이걸 왜 제게 주신 거죠?”
염혜미는 몇 번이나 반복했던 질문을 다시 입에 담았다. 그때마다 단형우는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다 몸을 돌렸을 뿐이다. 이번에도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에 대한 푸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지지 않기 위한 발악이었다.
단형우는 손가락을 하나 들어올렸다.
염혜미는 그것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눈은 의아함으로 가득했다.
“백 번.”
단형우의 말에 염혜미의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염혜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휘두르라고요? 이걸? 백 번이나?”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끄러미 쳐다봤다. 백 번을 휘두를 때까지 지켜보고 있겠다는 뜻이었다.
염혜미는 기가 막혔다. 도를 휘두르라니. 그것도 백 번이나. 그것이 가능했다면 차라리 무공을 배웠을 것이다. 그녀 옆에는 누구보다 무공이 뛰어난 할아버지가 있지 않은가.
염혜미는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검왕을 쳐다봤다. 검왕과 염혜미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검왕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염혜미의 눈이 더없이 커졌다.
염혜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여전히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염혜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누구라도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 어색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얼굴이 붉어지기 마련이다. 염혜미는 지금까지 이렇게 사람의 얼굴을 마치 뜯어보듯 빤히 쳐다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당사자 앞에서 당당하게 말이다.
“하아……”
염혜미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새나왔다. 그리고 천섬을 뽑았다.
스르릉.
매끈한 도신이 부드럽게 밖으로 나왔다.
“휘둘러라.”
“어떻게요?”
“마음대로.”
염혜미는 단형우의 대답에 살짝 堊판玖?천섬을 들어오렸다. 다른 도에 비하면 가볍지만 결코 가벼운 무게가 아니다. 얼굴에 힘겨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머리끝까지 도를 치켜든 염혜미는 그것을 그대로 내리쳤다.
쉬익!
턱!
날카로운 바람소리와 함께 아래로 내려온 도는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박혔다. 본래 내려치기는 내려치는 것보다 그것을 중간에 멈추는 것이 훨씬 힘든 법이다. 또한 그것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염혜미는 그렇게 할 힘이 없었다.
염혜미의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살짝 달아올랐다. 그리고 단형우를 쳐다봤다. 단형우는 그저 무표정하게 염혜미를 쳐다볼 뿐이었다.
“좋군. 계속해라.”
단형우의 말에 염혜미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몰래 훔쳐보던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좋긴 뭐가 좋단 말인가.
어쨌든 염혜미는 단형우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천섬을 휘둘렀다.
결국 그날 백 번을 휘두를 수 있었다. 염혜미는 커다란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도 함께 얻었지만.
그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다.
다음 날, 단형우는 일찍부터 걸음을 재촉했다. 제갈린이 보기에 단형우가 향하는 방향은 분명히 호남 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