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4
“장사로 가실 생각이시군요.”
단형우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일행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영사를 찾았으니 당호관도 찾지 않겠는가.
대체 어떻게 영사가 그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이번에도 분명히 당호관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영사는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꽤 내상이 깊어 무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행을 따라 걷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아무리 내상을 입었어도 염혜미보다는 나을 테니까.
그렇게 하루 종일 걸었다. 그리고 또 날이 어둑어둑해졌다. 단형우는 걸음을 멈췄다.
“오늘은 벌써 쉬는 건가요?”
제갈린의 물음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린은 약간 의아했지만 따지지는 않았다.
사실 어제는 훨씬 더 무리해서 이동했다. 굳이 오늘은 이렇게 일찍 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단형우에게 뭔가 생각이 있을 거라 믿었다. 지금까지 아무 이유 없는 행동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은가.
제갈린은 그렇게 생각하며 내심 스스로에게 놀랐다. 그녀가 누군가를 이렇게나 깊이 신뢰한 적은 지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는 세가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갈린은 새삼스런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그리고 서둘러 노숙을 준비했다. 검왕과 검마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쉴 수는 없었다.
그날 일행은 잠들기 저에 영사보다 훨씬 더 망가진 당호관을 만날 수 있었다.
날이 밝았다. 하지만 단형우는 더 이상 서둘지 않았다. 이제 만날 사람은 모두 만났으니 앞으로의 계획은 제갈린에게 모두 넘겨 버렸다.
제갈린은 네가 하라는 ?㈎裏?한 마디 말에 처음에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그녀도 단형우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제 생각에는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장사로 가서 정천맹을 한 번 더 살피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갈린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천하의 검왕과 검마 앞에서 어떻게 그런단 말인가 물론 단형우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 이상 검왕과 검마도 따를 것임을 알 수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네가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검왕의 말에 검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라.”
일단 두 사람이 결정했으니 나머지는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중 그 둘의 의견에 반박할 만한 용기를 가진 살마은 단형우를 제외하고는 우문혜밖에 없었는데, 우문혜는 그렇게 가는 것이 단형우와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으니 당연히 환영이었다.
일행이 다시 출발했다. 이번 목표는 장사였다.
일행은 생각보다 금방 장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형우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영사와 당호관의 내상을 단숨에 치료해 버렸다. 덕분에 일행은 경공을 써서 순식간에 장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염혜미는 검왕이 조심스럽게 안고 달렸다.
검왕은 호신기지(護身之氣)로 염혜미를 보호하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달렸다. 그렇게 하면서도 누구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으니 역시 검왕은 검왕이었다.
“왠지 어수선하군요.”
장사에 도착한 제갈린은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무림인들이 많네요. 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사도련이 다시 나타났지 않느냐.”
당문영은 당호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었다. 새로 등장한 사도련은 정말로 막강한 힘을 가진 듯했다. 그들이 흑전사라 부르는 자들은 상대하기 까다롭다.
막강한 힘과 속도는 둘째치고,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웬만한 상처는 무시한 채 미친 듯 다렬드니 그 기세에 눌려 더욱 상대하기 어렵다.
“하긴 그들의 힘은 정말로 무섭지요.”
게다가 그 수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더욱 무섭다. 그들은 분명히 사악한 대법에 의해 만들어진 무사들이야.”
당호관은 그렇게 확신했다. 독을 연구한 당가의 장로답게 당호관은 그런 쪽으로 눈치도 발랐고 이론도 꽤 빠삭했다.
그가 판단하기에 사도련이 들고 나온 흑전사는 분명히 약과 대법에 의해 만들어진 자들이었다.
어쩌면 대량의 마약을 썼을 수도 있다. 그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절대로.
“좀 알아보도록 하죠.”
제갈린은 섣불리 상황을 판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심 장사로 돌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는 것은 간단했다. 근처 객잔으로 가서 잠시 귀를 열었을 뿐인데 각종 정보가 물밀듯 밀려왔다. 장사 어디를 가든 객잔과 주루에는 사람으로 가득했고, 그들은 최근 일어난 일들에 대해 서로 열을 올리며 대화했다.
그 대화들만 붙잡아도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간단했다. 더구나 제갈린처럼 정보 수집과 이용에 능한 사람에게는 더더욱 간단했다.
일행은 장사에게 꽤 크고 이름난 객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몇몇이 돌아다니며 정보를 긁어모았다. 물론 단형우를 비롯해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나치게 아름다워 주변의 시선ㅇ르 단숨에 휘어잡는 우문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열심히 뛰어다녀야 할 사람은 제갈린과 당문영, 그리고 영사뿐이었다.
영사는 그렇다 쳐도 제갈린과 당문영은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일행에 남자가 너무 없었다.
언제 그녀들이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며 정보를 긁어모으는 일을 해 봤겠는가. 게다가 노숙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이 잠자리를 준비하고 요리를 해야만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내심 투털거렸지만 어쨌든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그녀들뿐이었으니까. 물론 우문혜에 대한 불만은 가득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자신들과 차원을 달리한다는 것을 인정하긴 했지만 말이다.
세 사람이 정보를 모으기 위해 객잔에서 나가자, 염혜미는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마치 그녀도 나가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냥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가 나선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검왕은 그런 염혜미의 마음을 알았는지 빙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다. 다 각자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란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열심히 먹어서 어서 건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편히 쉬거라.”
검왕의 말에도 염혜미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그래도……”
염혜마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단형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를 다 했으니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더 이상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앉거나 눕는 일에 집착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것에 대한 집착을 떨쳐버리는 순간 뭔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단형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염혜미를 한 번 쳐다봤다. 그리고 우문혜를 쳐다보고 입을 열었따.
“오늘은 여기서 잔다.”
단형우의 말에 우문혜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웃는 얼굴은 마치 광채가 일어나는 듯했다. 순식간에 객잔이 환해졌다. 그리고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붙잡혔다.
사실 단형우 일행이 객잔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예사롭지 않은 미녀들이 넷이나 한꺼번에 들어섰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검마와 검왕이 내뿜는 심상치 않은 기운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을 억지로 돌리게 만들었다.
우문혜의 웃음은 그것조차도 뛰어넘는 뭔가가 있었다.
“그렇게 할게요. 공자님.”
우문혜는 단형우에게 대답해 준 후, 점소이를 손짓해서 불렀다. 그리고 즉시 객잔 후원을 빌렸다.
우문혜는 우문세가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다. 당연히 돈에 구애받지 않았따.
물론 그녀가 직접 돈을 쓰는 일은 없다. 돈은 대부분 영사가 관리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을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우문혜는 품에서 작은 금덩이 하나를 꺼내 점소이게 넘겼다. 점소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일행은 객잔 후원을 통째로 차지할 수 있었다.
일행은 점소이의 너무나도 친절한 안내로 객잔 후원에 도착했다. 점소이는 마치 정수리를 땅에 처박을 듯한 기세로 허리를 꾸벅 숙인 후, 다시 객잔으로 돌아갔따.
후원을 빌리고 남은 돈은 모조리 점소이 몫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우러났다.
점소이가 사라지자, 단형우는 염혜미를 쳐다봤다. 염혜미는 약간 겁먹은 얼굴로 검왕 옆에 서 있었다. 물론 천섬을 가슴에 꼭 끌어안은 채.
“시작한다.”
단형우의 말이 떨어지자 염혜미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무엇을 시작하자는 것인지 충분히 알아들었다.
“벌써요? 아직 해가 중천인데……”
“자기 전까지 계속 해라.”
단형우의 말에 염혜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절대 불가능했다.
최근 며칠 동안 천섬을 하루에 백 번씩 휘둘러 왔다. 처음에는 불가능할 거라 여겻지만 신기하게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백 번을 휘두르고 나며 온몸의 힘이 빠져 그대로 쓰러져 잠들기 일쑤였다.
“부, 불가능해요.”
염혜미의 말에 단형우가 검왕을 쳐다봤다. 검왕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생각해도 단형우가 너무했다.
“네놈은 지금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느냐?”
검왕이 약간 불만을 섞어 말했다. 단형우는 즉시 소개를 끄덕였다. 검왕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허어……”
검왕은 안쓰러운 눈으로 염혜미를 쳐다봤다. 그리고 단형우를 쳐다봤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어도 속 시원히 대답해 주지 않으니 더더욱 속이 탔다.
하지만 믿을 수는 있었다. 왜 믿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단형우를 믿을 수 있었다.
“남들이 들으면 검왕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구나.”
검왕은 그렇게 중얼거린 후, 염혜미를 쳐다봤다. 검왕의 눈에는 어떤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염혜미는 검왕의 눈을 보고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이 약간 파랗게 질렸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었다. 할아버지가 괜찮가고 한다면 괜찮은 것이다.
“하겠어요.”
염혜미는 그렇데 대답한 후, 천섬을 뽑았다. 그리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단형우는 염혜미가 천섬을 휘두르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구경했다.
당호관은 검왕과 단형우의 눈치를 살짝 살핀 후, 조심스럽게 한쪽으로 가서 역시 수련을 시작했다. 단형우가 있을 때 최대한 수련을 해야 했다. 그래서 최대한 깨달음과 느낌을 얻어내야 했다.
당호관이 수련을 시작하니 검마와 검왕이 서로를 쳐다봤다. 그들도 한쪽으로 가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검을 들지 않고, 내공도 쓰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은 틀림없는 검무였다.
다들 수련을 시작하니 우문혜도 가만히 서 있기가 뭐했다. 그래서 단형우 옆에 바짝 붙어 검을 꺼냈다. 그리고 단형우에게 배웠던 내려치기를 시작했다.
객잔 후원에 수련 열풍이 몰아닥쳤다.
제갈린을 비롯한 세 사람이 객잔으로 돌아왔을 때도 여전히 모두 수련 중이었다. 염혜미는 도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쓰러질 듯 위태롭게 비틀거렸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단형우는 그런 염혜미를 가만히 서서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제갈린은 후원에 들어서자마자 놀라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수련 열풍이 가라앉았다.
일행은 방으로 들어갔다. 물론 염혜미는 여전히 천섬을 휘둘렀다. 단형우는 그런 염혜미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감시하는 것처럼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우문혜도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세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방에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다.
사도련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일을 저질렀다. 벌써 열 개가 넘는 문파가 문을 닫았고, 몇 개 세가도 피에 잠겼다. 덕분에 무림이 뒤숭숭해졌고, 무림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일로 정천맹도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기가 이렇게 어수선했던 거고요.”
“정천맹이? 역시 그랬구나. 하긴 이런 일에 나서지 않으면 정천맹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정천맹은 무림대회를 열 생각이에요.”
제갈린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 있고 현명한 계획이다. 개파대회를 개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따. 당시 모여들었던 무림인들이 대부분 아직 장사에 남아 있었다.
장사 근처에는 동저호가 있다. 장사까지 온 김에 동정호를 보고 가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들을 모조리 무림대회로 끌어모을 수 있으니 얼마나 효과적인가.
“생각보다 사도련의 힘 대단한 것 같은데, 정파는 둘로 나뉘어 있으니……”
당호관이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검왕은 조금 생각이 달랐다.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닐세. 두 집단이 경쟁을 할 테니 어쩌면 훨씬 큰 힘을 낼 수도 있을 게야.”
무림맹이야 워낙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만일 경쟁하듯 움직인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무림매이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힘인 구파(九派)가 나선다면 그야말로 해일과도 같은 힘이 천하를 뒤덮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천맹입니다. 정천맹도 꽤 큰 힘을 가진 듯하지만, 무림맹이 가지고 있는 구파의 힘에 비하면 사실 약간 손색이 있어요. 자칫 사도련에게 큰 피해를 입으면 그것이 그대로 전체 무림의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제갈린의 말에 일행이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정천맹의 힘은 약해 보이지 않는구나. 지난 번 개파대회 때도 보지 않았더냐. 오히려 무림맹이 걱정이지.”
검왕이 그렇게 말했지만 제갈린은 쉽게 수긍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무림맹과 정천맹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쨌든 정천맹이 여는 무림대회가 사흘 후에 열린다니 일단 거기에 가 보도록 하자꾸나.”
정천맹이 벌인다는 무림대회는 사흘 후에 열린다. 일단 사흘 동안 객잔에서 쉴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휘두르게 할 셈인지, 원.”
검왕은 대충 앞으로의 일이 결정되자 대번에 관심을 손녀에게로 돌렸다. 염혜미는 여전히 쉬지 않고 천섬을 휘두르고 있었다. 검왕의 얼굴에 한 줄기 염려가 스쳐갔다.
사흘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사흘 동안 일행이 한 일은 충분히 쉬는 것과 수련이었다.
염혜미는 사흘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천섬을 휘둘러야만 했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몸도 약한 소녀가 그렇게 수련을 하는데 명색이 무인이라는 사람들이 가만 있을 수는 없었다.
덕분에 사흘 동안 객잔 후워에는 때 아닌 수련 열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사흘간 일행은 상당한 진전을 얻을 수 있었다. 그저 수련을 했을 뿐인데 그랬다. 이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는 사람은 검왕과 검마 정도였다. 그들도 정말로 열심히 수련을 했다. 이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듯이.
그렇게 사흘이 지나자, 장사는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점점 많은 무림이들이 정천맹으로 몰려들었다.
일행은 무림대회가 시작될 즈음 느긋하게 정천맹으로 향했따. 정천맹의 정문은 활짝 열러 있었다. 모든 사람을 환영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굉장한 자신감이로군요.”
제갈린은 정문으로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정문을 지키는 무사도 전혀 없었다. 개파대회 때처럼 방명록을 작성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들어갈 수 있었다.
무림맹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무리 무림대회를 연다 하더라도 엄선된 사람만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사도련에서 가만히 있을까요?”
당문영이 걱정스러운 듯 말하자 당호관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뭔가 도발을 하겠지. 부디 큰 피해가 없으면 좋겠구나.”
이럴 때 사도련이 도발한다면 피해를 당하는 것은 정천맹이 아니다. 무림대회에 참여한 무림인들이다.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사도련이 사람을 가려가며 칼질을 할 리 없지 않은가.
어쨌든 일행은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 광경은 개파대회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커다란 단상이 보였고, 그 위에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패룡이군요.”
패룡은 이미 정천맹의 핵심이었다. 일행이 들어서자 패룡의 눈에서 광채가 일어났다. 정확히는 단형우를 발견한 패룡의 눈에서 광망이 일어난 것이다.
패룡은 단형우를 노려보다 천섬을 품에 안고 있는 염혜미를 발견했다. 패룡은 눈이 커다래졌다.
우드득.
패룡이 앉아 있는 자리가 약간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리석을 통째로 깍아 만든 단상이다. 하지만 패룡의 기세를 감당하기에는 크게 모자랐다.
패룡은 급히 기운을 거두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난장판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무림대회가 시작되었다. 정천맹주인 천영도 나타났고, 정천맹에 속한 수많은 명숙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천영은 개파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나서서 좌중을 휘어잡았다.
의례적인 말들이었지만 강한 힘이 깃든 천영의 말에 좌중은 점차 그에게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천영의 입에서 본론이 튀어나왔다.
“사도련은 인간의 길을 포기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