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6
패룡의 억지에 염혜미는 눈에 간절함을 가득 담아 단형우를 쳐다봤다.
“천섬은 천기자가 만든 거예요. 어째서 그런 것이 패건문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시는 거죠? 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네요.”
우문혜가 또 나섰다. 패룡은 고개를 돌려 우문혜를 쳐다봤다. 눈이 부섰다. 절로 미소가 만들어졌다.
“천기자가 천섬을 만든 이유가 바로 패검문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패검문의 무공에 천기자의 손길을 닿았다. 이제 이해가 가느냐?”
패룡의 말에 우문혜는 놀란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천기자가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패검문의 무공에까지 관여를 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물론 패검문의 무공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무공을 손본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다.
“정말로 놀랍네요.”
패룡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짙어졌다.
“널 가지고 싶구나.”
패룡은 서슴없이 그렇게 말했다. 우문혜는 패룡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패룡의 나이는 검왕과 동급이다. 여든이 훨씬 넘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자신을 c나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우문혜는 몸을 부르르 떨며 단형우 뒤로 살짝 숨었다.
“죄송해요. 전 이미 몸과 마음을 단공자님게 바쳤답니다.”
사실은 바친 것이 아니라 바치기로 결심한 거지만 그런 사소한 차이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쨌든 그녀의 말은 패룡의 기분을 상당히 건드리고 말았다.
“패검문의 힘을 너무 우습게 보는구나. 그놈이 널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으냐?”
“당연하지요.”
우문혜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단형우의 팔에 살짝 매달렸다. 단형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패룡을 쳐다보고 있었다.
“흥!”
패룡은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단형우를 노려봤다. 단형우가 얼마나 강한지는 겪어 봤으니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패검문과 정천맹의 힘을 들고 왔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단형우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아니, 제압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잠시 시간만 끌어 주면 그틈을 타서 천섬을 빼앗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누구라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명실상부한 천하제일인이 되는 것이다.
단형우는 이미 객잔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기척을 죽이고 있었지만 단형우의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천섬을 이리 내라. 모두 죽고 싶지 않다면.”
패룡의 말이 후원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도저히 더 못 들어주겠군. 그래, 내 손녀를 어쩌겠다고?”
검왕이 방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말했다. 검왕의 말에 패룡이 살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검왕의 손녀였군.”
왜 저런 보잘것 없는 소녀에게 천섬을 주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천섬 하나로 검왕을 얻는다면 단형우 입장에서는 상당히 괜찮은 거래 아닌가. 물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이유였지만 적어도 패룡이 보기에는 그랬다.
검왕의 뒤로 검마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도 몸을 드러냈다. 사실 패룡과의 싸움에는 그다지 도움을 줄 수 없겠지만 객잔 주변에 몰려든 떨저지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정천맹을 적으로 돌릴 셈인가?”
패룡이 비웃음을 머금으며 물었다. 정천맹의 힘은 거대하다. 아무리 검왕과 검마가 힘을 합한다 하더라도 상대할 수 없다. 정천맹을 제대로 상대하려면 적어도 천마성 정도는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었다.
“정천맹은 참으로 한가한가 보군. 사도련도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야.”
“흥, 사도련쯤은 안중에도 없다.”
패룡은 그렇게 말한 후, 염혜미를 노려봤다. 염혜미가 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패룡은 슬쩍 웃으며 손을 위로 들어오렸다. 그것을 신호로 담장 밖에 기척을 감춘 채 숨어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후원을 포위해 버렸다. 하나하나 눈에 정기가 흘러 넘쳤고, 품고 있는 기세도 범상치 않았다. 게다가 백 명이 넘는 수였다.
검왕과 검마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정말로 심상치 않아 보이는 고수들이 몇몇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작정을 하고 왔군. 이게 정녕 정천맹의 뜻인가?”
검왕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기세가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패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니, 패룡뿐 아니라 후원에 모인 모든 무사들이 그랬다.
일행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래서는 아무리 단형우가 고수라도 무사히 빠져 나가기 힘들 것 같았다. 이들은 예쩐 검왕을 습격했던 사도련과 녹림의 고수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이것이 정천맹의 힘인가.”
당호관이 탄식하듯 중얼거리자 패룡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렸다.
오늘 데려온 무사들은 경천단(驚天團)과 파천단(破天團)이다. 그리고 패검문의 정예를 데려왔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승산은 자신에게 있었따.
후원을 포위한 무사들 중 두 명이 패룡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패룡은 크게 고개를 끄덕여 그들의 인사를 받았다. 그 두 사람은 경천단과 파천단의 단주(團主)였다.
“저들을 제압하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패룡의 명이 떨어졌다. 하지만 두 단주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패장로님의 명을 받고 달려오긴 했습니다만…… 조금 곤란합니다.”
경천단주의 말에 패룡의 눈썹이 크게 휘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패룡이 크게 소리쳤지만 경천단주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정천맹은 정파의 기둥입니다. 장로님의 개인적인 일을 위해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가볍지 않습니다.”
경천단주의 당당한 말에 패룡의 몸이 거세게 떨렸다.
“내, 개인적인 일이라고? 천섬을 찾는 것이 어찌 나 혼자만의 일이란 말인가! 정천맹을 훨씬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길이거늘!”
“고작 도에 의지할 정도로 정천맹이 약하지는 않습니다.”
패룡의 분노가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그 분노에 따라 기세도 함께 거대해졌다.
“정녕 내 말을 따르지 않겠다는 말인가!”
“정당한 명이라면 목숨을 바쳐 수행하겠습니다.”
경천단주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대답했다. 패룡의 눈빛이 흔들렸다. 경천단주는 결코 약하지 않다. 처음 그를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정천맹에 있는 세 개 단의 단주들은 십대고수와 비견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눈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경천단주 또한 마찬가지였다. 패룡이 온 힘을 다해서 싸워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자였다.
패룡은 고개를 돌려 검마를 쳐다봤다. 그리고 눈을 빛냈다.
“어쨌든 자네들은 내 명을 수행해야 하네. 이들은 검마와 동료니까.”
검마라는 말에 경천단주와 파천단주가 흠칫 놀랐다. 패룡은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어쩌면 천마성과 손을 잡은 자들일 수도 있겠지.”
경천단주가 고개를 들어 패룡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확신하십니까?”
“검마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 않나. 저기 서 있으니까. 나머지는 의심만 갈 뿐이지만 잡아들일 명분으로는 결코 약하지 않지.”
패룡의 말에 두 단주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후원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그들의 판단으로는 절대 천마성과 손을 잡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패룡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최소한 명분이 갖춰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저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듯합니다. 장로님께서도 도와주십시오.”
“물론이네.”
패룡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어차피 힘을 쓸 생각이었다.
힘만 있다면 혼자서 모조로 처치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무리였다. 상대는 검왕과 검마, 그리고 단형우였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을 한 수에 제압한 단형우는 결코 상대하고 싶지 않았따. 그것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패룡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경천단주와 파천단주는 굳은 얼굴로 좌중을 둘러봤다. 검왕과 검마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는 마치 피부를 칼로 갈라내는 듯 날카로웠다. 절대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나머지는 별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단지 당호관에게서 특이한 느낌을 조금 받긴 했지만 그냥 넘겨 버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단형우에게로 향했다.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 위협은 되지 않았다.
“두 단주는 저자를 상대하게. 막강한 자이니 조심해야 하네.”
패룡의 말에 두 단주가 흠칫 놀랐다. 그리고 새로운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대단한 고수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패룡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런 것이다. 패룡은 절대 허튼소리를 하지 않는다.
두 단주는 조심스럽게 움직여 각각 단형우 앞과 뒤에 자리를 잡았다. 단형우 옆에는 여전히 우문혜가 매달려 있었고, 뒤에는 염혜미가 있었다.
염혜미는 파천단주가 움직이자 자신도 모르게 단형우에게 바짝 다가갔다.
단형우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직접 불필요도 없었다. 날카롭게 일어선 감각이 주변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줬다. 눈을 감고 있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상황이 들어왔다.
패룡은 두 단주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서 잣니도 슬쩍 우직였다. 경천단주와 파천단주가 협공을 하면 누구도 당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고, 정천맹주인 천영도 마찬가지다. 두 단주가 함께 펼치는 이인검진(二人劍陳)은 패룡이 보기에 천하무적이었다.
패검문 무사들이 패룡의 움직임에 맞춰 염혜미가 있는 쪽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패검문의 목적은 다른 이들과 싸우는 데 이는 게 아니라 오로지 천섬을 얻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경천단과 파천단 무사들이 남은 사람들을 향해 마음껏 기세를 뿜어냈다. 그들의 능력은 이름에 충분히 걸맞았다.
단형우는 그때까지 움직이지 않다가 슬쩍 손을 뻗어 염혜미를 끌어당겼다. 염혜미는 단형우의 손길에 끌려와 우문혜와 나란히 섰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경천단주와 파천단주의 몸에서 실같이 가느다란 기(氣)가 뽑혀 나왔다. 그 기의 실은 단형우 주변을 칭칭 감듯 감쌌다.
두 사람이 검을 뽑자, 검에서도 비슷한 기운이 흘러나와 단형우 주변을 감쌌다. 그리고 두 단주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펼치는 검진은 상당히 기묘했다. 빈틈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확인하면 빈틈이 사라졌고, 또 사라졌다 싶으면 다시 나타나 혼란을 안겨줬다. 게다가 주변을 감싸고 있는 실처럼 가느다란 기운들이 움직임을 방해했다.
우문혜는 중간에서 그 모든 것을 체감하며 크게 당황했다. 상당히 난해하고 까다로운 검진이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워낙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누구 하나를 공격하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우문혜는 고개를 돌려 단형우를 쳐다봤다. 패룡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지시했으면 분명히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우문혜의 눈에 살짝 걱정이 어렸다.
‘과연 괜찮을까? 당해낼 수 있을까? 이 검진을?”
검진 밖은 이미 거센 바람에 휩싸여 있었다. 정천맹 무사들과 패룡이 일행을 압박해 들어가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실력이 달리는 제갈린과 당문영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다.
검진 밖은 그렇게 소란스러운데 검진 안은 그야말로 고요 그 자체였다. 아무런 소리도 안으로 스며들지 못할 정도였다.
‘헉!’
우문혜는 갑지가 숨이 막혀왔다. 그리고 이 검진의 진정한 무서움을 깨달았다.
검진 안으로 공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점점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염혜미를 쳐다보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따.
우문혜의 다급한 눈이 단형우를 찾았다. 단형우는 여전히 같은 표정과 같은 자세로 서 있었다.
“다, 단공자님……”
우문혜는 간신히 입을 열어 단형우를 부르자, 단형우의 서늘한 시선이 우문혜에게 닿았다. 우문혜는 그 와중에도 얼굴이 붉어지는 자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번쩍!
그리고 벼락이 솟아올랐다.
단형우가 만들어 낸 벼락은 단숨에 검진을 둘로 갈라 버렸다.
쉬아아아.
다시 바람이 흘렀다. 공기가 들어와 우문혜와 염혜미의 호흡을 도왔다.
단형우는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공기를 차단해 버리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사실 단형우에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물론 두 단주가 그런 것을 알고 했을 리는 없지만 덕분에 우문혜와 염혜미가 위험할 뻔했다. 만일 우문혜가 부르지 않았다면 상황이 조금 더 심각해졌을 수도 있었다.
단형우의 눈이 더욱 깊어졌다.
경천단주와 파천단주는 크게 당황했다. 애써 뽑아 놓은 기의 실들이 모조리 끊어졌다.
덕분에 다시 처음부터 기를 뽑아내야했다. 기를 뽑는 것은 별 것 아니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단형우는 당연하게도 그 시간을 주지 않았다.
번쩍!
벼락 한 줄기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보다 훨씬 크고 강렬한 벼락이었따.
우르르르!
은은한 뇌성까지 울렸다. 그리고 두 단주가 경악을 가득 담은 눈으로 단형우를 쳐다봤다. 검을 들고 있던 두 단주이 팔이 깨끗이 잘려 나갔다. 그 어떤 느낌도 없었다.
그저 벼락을 봤을 뿐이다. 두 단주의 능력으로는 단형우의 검을 볼 수도, 막을 수도 없었다.
“서, 설마……”
경천단주의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스며들었다. 회에서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했던 인물 하나가 떠올랐다.
정천맹을 세우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아직 제대로 지시사항을 파악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 본 벼락은 너무도 강렬했다. 덕분에 당시 잠시 들췄던 지시사항에서 유독 눈을 사로잡았던 구절이 떠올랐다.
‘벼락을 부르는 검이라 했었지.’
어쨌든 이미 늦어버렸다. 팔을 잘렸고, 검진은 완벽히 파괴되었다. 그리고 단형우의 검이 다시 위로 올라갔다.
번쩍!
그렇게 두 단주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깊이 가라앉은 단형우의 눈이 주변을 둘러봤다. 방금 전의 강렬한 벼락으로 장내의 모든 움직임이 동시에 멈춰 버렸다. 아무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단형우 홀로 그렇게 멈춰선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단형우의 검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 모두의 시선이 두려움을 안고 검 끝을 따라 움직였다.
번쩍!
또다시 강렬한 벼락이 떨어졌다. 그리고 한 사람의 목숨을 가져갔다.
“허억! 모, 모두 물러나라!”
방금 쓰러진 사람은 패룡이었다. 강렬한 벼락 한 방에 패룡이 두 쪽으로 갈라져 쓰러진 것이다.
패검문 무사들은 경악해서 뒤로 물러났다. 패룡은 단숨에 쪼개버릴 수 있는 사람이 당금 강호에 누가 있단 말인가.
단형우의 서늘한 눈이 다시 장내를 훑었다. 정천맹 무사들과 패검문 무사들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단형우 일행 역시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패룡을 단번에 쪼개버릴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당호관은 막 천뢰를 쓰려고 침을 든 상태였는데 너무 놀라 그것을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였다.
“꺼져라.”
단형우의 입에서 스산한 말이 흘러나왔다.
경천단과 파천단은 그 말에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표정으로 순식간에 후원에서 몸을 뺐다. 일단 단주가 죽은 이상 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훈련을 받았다.
경천단과 파천단이 물러가자 패검문 무사들 역시 더 이상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비록 문주의 어이없는 죽음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들만으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패룡이 없는 패검문의 힘은 검왕과 검마를 감당하기에도 벅차다.
패검문 무사들은 조용히 물러났다. 분루(忿淚)를 삼키며.
“고, 공자님……”
우문혜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패룡이 죽었으니 분명히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이 들어올 것이다. 패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정천맹도 그럴 것이다.
단형우가 아무리 강하다 하지만 정천맹처럼 카다란 단체와 홀로 싸운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계속 도망 다닌다면 정천맹으로서도 어쩔 수 없을지 모른다. 단형우의 신법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신묘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