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7
하지만 사람이 계속 도망만 다닐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정천맹은 생각 외로 거대하다. 천하 각지에 정천맹의 눈과 귀가 퍼져 있을 것이다. 즉, 평생을 불안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형우가 그렇게 할 리 없다. 당연히 맞서 싸울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일단 몸을 피하시는 게 좋겠어요.”
우문혜의 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어쩌면 단형우로 인해 자신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어떻게든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문세가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우문혜 하나 정도 빼내 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단형우는 걱정이 가득한 우문혜의 눈을 지그시 쳐다봤다. 그의 깊고 서늘한 눈이 우문혜를 집어 삼킬 것처럼 빛났다.
“걱정 하지 마라.”
단형우의 한 마디에 우문혜가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내 격정적으로 소리치고 말았따.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전……!”
우문혜는 말을 더 이상 이을 수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금까지 자라면서 거의 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너무 자주 온다. 갑자기 눈물이 늘어난 것같아 왠지 속상했다. 지금도 울고 싶지 않은데 그저 눈물이 솟아났다.
단형우는 가만히 손을 들어 우문혜의 눈물을 닦아 냈다.
“다 죽일 걸 그랬군.”
단형우의 말은 우문혜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따. 덕분에 눈물도 그쳤지만 등주릭가 싸해졌다. 그리고 왠지 단형우라면 정말로 그렇게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따.
하지만 이어진 단형우의 말에 그녀는 정신ㅇ벗이 고개를 저을 수박에 없었다.
“정천맹을 없애 버릴까?”
단형우의 이 간단한 말 한 마디는 우문혜뿐 아니라, 후워에 있는 모든 사람을 경악에 빠뜨렸다. 절대 농담이 아니다. 단형우는 농을 흘리고 다닐 정도로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그, 그러지 마세요.”
우문혜까 급히 단형우를 말렸다. 단형우를 말렸다. 단형우는 그 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일단 다들 안으로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제갈린이 나서서 주위를 환기시켰다. 일행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방으로 들어갔다.
제갈린은 모든 사람이 들어간 후, 피 냄새가 진동하는 뜰을 쳐다봤다. 시체는 없었다.
패룡의 시체는 패검문에서 가져갔고, 경천단주와 파천단주의 시체는 그들의 부하가 챙겨갔다. 하지만 그 시체들이 만들어 낸 역한 피피린내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아……”
제갈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어떻게든 이 일을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야 만했다. 그게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
패룡이 죽었다!
소문이 장사를 진동시켰다. 누구에게 죽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 이유가 천섬 때문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천섬을 빼앗으려다가 죽은 것이다.
패룡이 누구인가, 천하를 아우르는 십대고수 중에서도 강한 쪽에 속하는 자다. 더구나 내공만으로는 천하제일이다. 아무리 같은 십대고수라 하더라도 패룡을 죽이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런 패룡이 죽었다. 자연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누가 패룡을 어떻게 죽였느냐에 쏠렸다.
그렇게 해서 드런나 인물이 바로 검왕과 검마였다. 그리고 천섬의 새로운 주인이었다.
천섬의 새로운 주인이 바로 검왕의 손녀라는 소문이 날개를 달고 사방으로 날아다녔다. 그리고 패룡의 죽음은 검왕과 걸마의 협공으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을 만들어냈다.
그 어떤 소문에서도 단형우라는 이름은 빠져 있었다. 모든 소문은 제갈린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것들었다.
제갈린은 정말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천맹과 패검문이 미처 대응을 하기도 전에 움직여 소문을 사바응로 흘려댔다. 제갈린은 그것을 위해 제갈세가의 힘은 물론이고 무림맹의 힘까지 사용했다.
엄염한 월궈행위였지만 제갈린은 전혀 뒷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일에 모든 것을 건 사람처럼 행동하고 움직였다.
그렇게 소문이 퍼져 나가는데도 정천맹과 패검문은 움직이지 않았다.
패룡이 없는 패검문은 그 힘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거나 다름없다. 즉, 정천맹의 힘에 붙어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자존심은 내새워 복수를 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패검문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아까웠다. 적어도 패룡의 뒤를 이어 문주가 된 패엽에게는 그랬다.
정천맹은 검왕과 검마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갈린이 정천맹의 손을 불러들였다.
“반갑소, 내가 천영(天影)이오.”
고작 마흔이나 되었을까. 정천맹주는 생각보다 젊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봤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제갈린이에요.”
제갈린의 뒤에는 검마와 검왕을 비롯한 모든 일행이 있었따. 심지어는 당호관과 당문영까지 왔다. 그들은 정천맹주를 보며 내심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정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과연 정파의 한쪽 기둥을 이끌어 가는 사람다웠다.
천영은 제갈린의 소개를 받은 후 시선을 그녀의 뒤로 향했따.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일행들에게 간단히 인사를 한 천영은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패엽이 앉아 있었다.
패엽은 맹주의 눈길을 받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갈린 쪽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패엽입니다.”
패엽이 자리에 앉자, 천영이 제갈린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라고는 생각도 못했소. 얼마 전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오신 것 같구려.”
천영의 말에 제갈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일에 대해 확실히 해 두고 싶었서요.”
제갈린의 말에 천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한 게 좋지. 그래, 말해 보시오.”
“당시의 일은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그건 인정하시겠지요?”
천영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정하오.”
“맹주님!”
천영이 인정해 버리자 패엽이 소리쳤다. 절대 이렇게 인정해선 안 된다.
자그마치 패룡이 죽었다. 패검문의 문주이자, 십대고수의 일원이며, 정천맹의 장로인 패룡이.
천영은 손을 들어 패엽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제갈린에게 눈짓해 계속 말을 하도록 했다.
“이쯤에서 덮었으면 해요.”
“그렇게 합시다.”
천영은 아주 흔쾌히 대답했다. 패엽은 그저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었다.
“자, 이제 내가 말을 할 차례로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두 분께서는 사도련과의 싸움에 도움을 주셨으면 하오. 물론 다른 분들도 함께 도와주시면 더 좋소. 한 분만 빠진다면 말이오.”
천영의 말에 검왕과 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처음부터 제갈린과 논의가 된 사항이다. 제갈린은 천영이 이렇게 나올 거라는 사실을 아주 정확히 예측했다.
“그리고……”
천영이 살짝 말을 끌며 염혜미를 쳐다봤다. 염혜미는 여전히 천섬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천섬에 대해서 말인데……”
“천섬의 주인은 이미 정해졌어요. 그건 절대 바꿀 수 없지요.”
“지금 주인은 결정됐지만 다음 주인은 모르지 않소. 지금의 주인이 더 이상 천섬을 못 쓰게 되면 그것을 패검문에 넘겨주시오. 그게 내 조건이오.”
천영의 말에 제갈린은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쳐다봤다. 제갈린의 눈에 염혜미와 검왕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단형우가 보였다.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린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다시 천영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렇게 비밀스런 회담은 끝이 났다. 정천맹은 두 단주와 장로 하나를 잃었지만 대신 사도련과의 싸움에 활약할 큰 힘을 얻었다. 그리고 패검문은 차후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천섬을 예약했다.
정천맹과 패검문은 실리를 선택했다.
“맹주님의 지혜로움에 정말로 놀랐습니다.”
패엽의 말에 천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당치 않소. 그저 끌려 다녔을 뿐인 것을.”
천영은 그렇게 말했지만 패엽은 고개를 저었다. 정천맹주는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검왕과 검마의 힘은 얻었다. 그리고 천섬까지 얻었다. 이 정도면 정말로 대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천영은 속이 쓰렸다. 그가 한 말은 진짜였다. 그저 끌려 다니기만 했다. 제갈린은 정말로 무서운 여인이었다.
검마와 검왕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도 사실은 제갈린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패룡이 죽은 이상, 그에 걸맞은 인물을 다시 찾아야 했다. 아직 역사가 얕은 정천맹으로서는 십대고수 정도 되는 인물이 있어야 했다.
검마는 마도의, 그것도 천마성에 속한 사람이다. 그런 자가 사도련과의 싸움에서 큰 역할을 한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제갈린은 그것까지 노렸다.
천섬을 가져오는 것은 천영이 얻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것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지금의 주인을 바꾸지도 못했다.
‘그래도 일단 천기자의 흔적을 표면에서 가라앉히는데 성공을 했으니……’
제갈린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는지 모르지만, 천영은 단형우의 이름이 널리 퍼지는 것을 막아야 했다.
예전 패룡이 패했을 때,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조작한 것도 바로 천영이었다. 이것은 회의 지침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했다.
회와 천기자는 물과 거름 같은 사이다. 그리고 회에서는 왠지 천기자가 만든 병기 중 하나인 단형우를 조심하고 있었다. 조서단의 움직임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흐음, 천기자……’
새삼 천기자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껴졌다.
‘그래도 역시 그분께는 미치지 못하지. 세상 그 누구라도 이 천영의 유일한 주군이신 그분보다는 못하지.’
천영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슬쩍 맺혔다. 패엽은 그런 천영을 여전히 존경심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일행은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제갈린과 단형우가 가장 앞에서 걸었고, 나머지가 뒤를 따랐다. 이번만큼은 우문혜도 단형우 옆으로 가지 못하고 뒤로 살짝 처져 있었다.
“단소협, 대체 정체가 뭐죠?”
제갈린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단형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쟁자수.”
제갈린은 여전히 인상을 굳힌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이다. 하지만 우너하는 대답은 아니다.
“그렇게 쟁자수가 좋으세요?”
제갈린의 물음에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마음에 든다.”
결국 제갈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정말 어쩔 수 없는 분이로군요.”
제갈린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형우는 정말로 쟁자수라는 직업이 좋았다.
자신이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갖게 된 직업이기에 그랬고, 자신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랬다.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에 그랬고,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기에 그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평화로웠기에 그랬다.
제갈린은 발걸음을 조금 더 서둘렸다. 어쨌든 이제 사도련과의 싸움에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무림맹도 움직일 게 분명하니 어차피 관계는 없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단형우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그것은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었다. 물론 단형우도 일행과 함께 움직인다. 다만 나서서 싸우지 못할 뿐이다.
단형우의 이름이 커지는 것은 정천맹도 원하지 않았지만 제갈린도 원하지 않았다.
이것은 논리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답지 않지만 즉흥적인 느낌이었다. 왠지 단형우는 그냥 이대로 있는 것이 좋을 것만 같았다.
제갈린은 단형우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있어선 꽤 중요했다.
지금까지 느낌으로 일을 처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월권행위까지 하면서 힘들게 처리했다. 고작 느낌 때문에.
“그나저나 이제 모두가 인정하는 천섬의 주인이 되어 버렸네요.”
제갈린은 갑자기 생각난 듯 염혜미를 향해 말했다. 염혜미는 천섬을 더욱 꼭 끌어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서둘죠.”
제갈린의 말에 일행의 발놀림이 달라졌다. 이제 사도련과 싸울 때까지 장사에 머물러야 했다.
그때까지 이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일행의 마음에 조금씩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사도련(邪道聯)
단형우는 가만히 서서 염혜미가 천섬을 휘두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벌써 며칠 째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과였다.
요 며칠 동안 단형우는 염혜미를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 그리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 대해.
사천에 있는 악가장 사람들을 비롯, 하남표국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객잔에 함께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과의 관계는 때로 단형우를 옭아매기도 했고, 자유롭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즐거움을 주기도 핫고, 가슴을 울리기도 했다.
얼마 전 있었던 정천맹과의 일에서도 사실 단형우가 참을 필요는 없었다. 정천맹과 싸우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 정도 힘은 가지고 있다.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을 지키면서 정천맹을 몰살시키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갈린의 조언을 받아들였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모두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따.
그것이 인연을 지키는 길이었다. 그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길이었다. 단형우는 지금 맺은 사람들과의 인연을 결코 끊고 싶지 않았다.
홀로 지낸 그 오랜 시간 동안 고독했지만 외로운 줄 몰랐다. 하지만 이제 그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때 얼마나 외로웠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다시는 그런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이제 다시 그런 외로움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물리 어린 눈으로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던 조설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은은한 미소로 떠나는 자신을 지켜봐 주던 악비환의 얼굴도 떠올랐다.
이젠 혼자가 아니다.
단형우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파란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잠시 하늘을 쳐다보던 단형우는 고개를 내렸다.
더 이상 파란 하늘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하늘은 회색이 아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단형우는 빙긋 웃었다.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가장 환하게 지은 웃음이었다. 잠시 그렇게 미소를 짓던 단형우는 고개를 돌려 염혜미를 쳐다봤다. 염혜미는 여전히 천섬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거의 무아지경에 이른 상태였다.
그녀가 도를 휘두르는지 도가 그녀를 휘두르는지 모를 정도로 ‘휘두름’에 빠져들었다.
단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으로 기본적인 목표는 이루었다. 앞으로는 그녀가 이뤄 나가야 할 일이었다. 잠시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린 단형우가 방으로 들어갔다.
염혜미는 단형우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천섬을 휘둘렀다. 아니, 단형우가 있든 없든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다. 지금 그녀는 오로지 천섬을 휘두르는 것만 생각했다.
땅에서 솟아오르는 기운과 천섬에서 만들어진 기운이 계속해서 부딪쳤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천섬에서 만들어진 기운은 하늘에서 온 것이다.
하늘의 기운을 천섬이 받아들여 염혜미의 몸을 타고 오르는 땅의 기운과 부딪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딪침은 뇌기(雷氣)를 만들어 냈다.
처음에는 뇌기가 발바닥에서 등을 타고 올라가 정수리로 빠져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몸속에서 터져 버렸다. 그 누낌이 너무나 짜릿하고 황홀해 하면 할수록 중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