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88
염혜미는 휘두름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이 얼마나 계속되었을까, 염혜미는 마치 자신이 벼락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온몸이 하나의 벼락이 되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쩌저적!
우르르르!
강렬한 섬광이 일었다. 그리고 뇌성이 사방을 진동했다.
그 순간, 염혜미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사도련주 갈천악은 커다란 의자에 앉아 앞에 늘어서 불하들을 쳐다봤다. 정말로 믿음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었다. 부하들의 피부는 조금씩 검게 변해 가고 있었다. 그들 역시 흑전사가 된 것이다.
흑전사가 되면 죽은 후, 철강시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렇게 했다. 더 강한 사람을 재료로 하면 훨씬 강한 철강시를 만들 수 있다.
갈천악은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갈천악의 손 역시 거무튀튀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흑전사가 된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고, 둘러날 필요가 없다. 너희들이 죽으면 그 육신을 이용해 복수를 해 주마.”
갈천악의 말에 그의 부하들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흑전사가 된 이후부터 말을 최대한 아꼈다. 지금 갈천악의 부하들은 흑전사이면서도 동시에 지휘자였다.
당연히 더 특별한 대법이 필요했고, 그것은 그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황금련의 계략에 넘어가 검왕과 피 튀기게 싸우는 동안 기습을 당해 사도련이 몰락했다.
아니, 몰락이라기보다는 몸살에 가까웠다. 그들의 동료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모조리 죽었다. 황금련은 너무나 잔인했다.
갈천악과 사도련 무사들은 목숨을 부지해 도망가면서 복수심에 이를 갈았다. 혼백을 불살라서라도 반드시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그자였지.’
거의 죽음을 눈앞에 둔 갈천악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갈천악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 사내가 누군지 갈천악은 아직도 모른다. 다만 ‘회(會)’라는 곳에서 나왔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무슨 회인지도 모른다. 그저 회라고만 했다.
갈천악은 회로부터 엄청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육체라는 대가를 지불하고.
갈천악과 함께 살아남은 사도련 사람들은 천 명이 넘었다. 물론 다 무공을 익힌 무사들은 아니었다. 그저 사도련 무사들의 가족에 불과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복수심 하나로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아무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모두 흑전사가 되었다.
다만, 흑전사의 최후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을 아는 사람은 지금 이곳에 모인 자들이 전부였다. 자신의 몸이 강시로 변한다면 대부분 흑전사가 되길 거부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내버려 두기에는 갈천악과 그의 부하들에게 남은 복수심과 증오가 너무 깊었다.
“일단 회와 약속한 세 가지 명은 완수해야겠지.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갈천악이 부하들을 둘러봤다. 일단 이곳에 있는 부하들은 아직 멀쩡했지만 꽤 많은 흑전사들이 죽었다.
하지만 그들은 철강시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이제 곧 세번째 철강시들이 완성된다.
첫 번째 철강시들은 회의 두 번재 명령을 정천맹을 습격했다. 그리고 두 번째 철강시들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첫번째보다 훨씬 더 강한 철강시들이다. 이제 세 번째 철강시들이 나오면 회의 마지막 명을 이행할 것이다.
그 명령 중 일부는 갈천악으로서도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황금련을 박살냈다. 그리고 정천맹과 무림맹을 부순다.”
갈천악의 음산한 목소리가 대전 안을 울렸다. 대전 안에 있는 모든 사내들의 눈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로 섬뜩하게 빛났다.
동정호에 떠 있는 커다란 배의 갑판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느긋하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
바람이 많은 날이라 배가 심하게 흔들리는 편이었지만 바둑판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둑을 두는 두 사람도 미동도 없이 바둑에만 집중했다.
한 사람은 인자한 얼굴의 노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준미한 청년이었다. 노인의 나이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보였고, 청년은 고작 이십대 정도로 보였다.
노인의 뒤에 한 사내가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사내의 눈에는 은은한 혈광이 맴돌았는데, 노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기세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많이 늘었구나. 허허헛,”
노인, 혈마자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사내를 향해 말하자 사내가 앉은 자세에서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당치 않습니다. 회주님께서 많이 사정을 보아주신 덕입니다.”
둘의 대화로 바둑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혈마자 뒤에 서 있는 혈영은 놀란 눈으로 사내를 쳐다봤다.
혈마자와 바둑을 두 사내는 혈마자의 그림자들 중 하나인 월영(月影)이었다.
월영은 혈마자를 마주 볼 수 있는 세 명 중 하나다. 혈마자의 그림자들 중 가장 어리고,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었다.
혈마자는 월영을 만날 때 항상 동정호 위에서 만났다. 그리고 바둑을 두었다. 그동안 항상 월영이 졌지만 결국 오늘 혈마자를 넘어서고 말았다.
“내가 사정을 바줘서 뭐 하겠느냐. 내 기대에 크게 부응하는구나. 앞으로도 그 기세를 잃지 말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월영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혈마자는 그렇게 배 위의 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힌 후, 입을 열었다.
“새로 만든 검진은 그 위력을 확인했다. 확실히 철강시만을 위한 진법답게 위력이 대단하더구나.”
혈마자의 말에 월영은 그저 공손히 고개만 숙였다. 이렇게 분위기가 무거울 때는 입을 열지 않고 듣기만 하는 것이 좋았다. 혈마자는 월영에게 은인과도 같은 사람이지만 종잡을 수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것을 사람이 펼칠 수 있게 해 봐라. 위력이 떨어져선 안된다.”
“존명.”
월영의 대답에 혈마자가 인자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해내리라 믿는다. 앞으로 네 성취에 우리 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한시도 자만하거나 방심해선 안 된다.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월영의 대답에 혈마자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슬쩍 흔들었다.
“이제 가 보거라.”
그 말과 동시에 월영의 모습이 사라졌다. 월영은 어느새 배에서 나가 동정호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절정에 이른 등평도수의 신법이었다.
“무공도 저만하면 괜찮군. 그렇지 않으냐?”
혈마자의 물음에 혈영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월영은 볼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그렇지, 그게 내가 저 녀석한테 기대를 거는 이유지.”
혈영은 잠시 분위기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림자들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자칫 흔들릴까 우려가 됩니다.”
상당히 조심해서 말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혈마자의 행동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영은 순수한 충심으로 꺼낸 말이었다. 목숨을 아까워했다면 이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혈마자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허헛, 걱정될 만도 하지. 하지만 그게 나다. 내가 천기자의 다른 점이 바로 그것이다.”
혈마자는 그렇게 말하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천기자는 모든 것을 홀로 짊어졌다. 덕분에 그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도 고작 그런 일밖에 못했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재능은 천기자와 똑같지만, 나는 그것을 나눌 수 있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면에서 천기자를 앞지르지 않았더냐.”
혈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내가 모든 분야에 천기자를 앞섰지만 단 두 가지를 그렇게 하지 못했지. 하나는 독이고, 다른 하나는 진법이다. 독이야 상관없지만 진법만큼은 참으로 아깝더구나. 천기지와 내가 가진 시간이 너무 달라서 그것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어. 그때 발견한 것이 바로 저 아이다.”
혈마자의 눈이 스산하게 빛났다.
“월영은 진법으로 천기자를 능가할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저렇게 무공까지 아우를 필요는 없지. 진법에만 투자한다면 훨씬 더 큰 발전을 할 텐데 재능을 낭비하는 꼴 아니냐.”
혈마자의 말에 혈영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존명.”
혈영의 목소리가 채 흩어지기도 전에 몸이 꺼지듯 사라졌다.
혈마자의 눈빛은 여전히 스산했다.
동정호 위, 바람에 흔들리는 배가 소리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으음……”
염혜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고, 눈앞이 밝아졌다. 그녀의 눈에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얼굴 뒤로 천장이 보였다.
“아!”
그제야 염혜미는 자신이 천섬을 휘두르다 정신을 잃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정신이 좀 드느냐?”
검왕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염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모든 일행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 괜히 저 때문에……”
자신의 약한 몸이 사람들에게 걱정을 안겨 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쓰려왔다. 이번에 정신을 잃은 것은 너무 무리를 한 탓이 분명햇다.
“죄송해요, 앞으로는 이렇게 무리하지 않을게요.”
염혜미의 말에 검왕이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에 아니야.”
검왕의 눈에 물기가 살짝 어렸다. 검왕은 염혜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염혜미는 검왕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랐다.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배시시 웃으며 검왕을 마주 안았다.
“할아버지, 저 이제 괜찮아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염혜미는 되도록 밝은 목소리를 내려 노력했다. 하지만 검왕은 여전히 염혜미를 안고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
검마의 말이었다. 검왕은 그 말에 결국 염혜미에게서 떨어졌다. 다른 사람이 말했다면 콧방귀도 안 뀌었을 테지만 검마의 말은 그 무게가 달랐다.
“에잉, 분위기도 없는 늙은이 같으니.”
검왕은 그렇게 투덜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눈가와 목소리에는 물기가 어려 있었다. 더 이상 뭔가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제갈린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축하드려요, 염소저.”
“예?”
염혜미는 갑작스런 제갈린의 말에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뭔가 달라진 걸 못 느끼시겠어요?”
제갈린의 말에 염혜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제갈린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염혜미의 눈이 더욱 커졌다.
몸이 너무나 가벼워졌다. 염혜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몸속에서 활력이 샘솟았다.
“이제…… 이제 저도 평범한 사람이 된 거로군요.”
염혜미의 말에 제갈린이 빙긋 웃었다.
“평범하지 않아요. 훨씬 좋아졌죠. 벌써 장사에서 제일 유명한 의워이 다녀갔어요. 몸에 기력이 충만하다고 하더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염혜미의 몸이 좋아진 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하나같이 고수 아닌 사람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염혜미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던 검왕은 그녀의 몸 상태를 가장 먼저 알아차렸다. 그래도 못미더워 의원을 불렀다. 마음 같아서는 의선문에 다시 달려가고 싶었지만 장사에서 제일가는 의원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저 천섬을 휘두르다가……”
염혜미는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천섬을 휘두르다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천섬을 휘두르는 건지 천섬이 자신을 휘두르는 건지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벼락이……”
“벼락을 맞았다는 말이냐?”
검왕이 놀라서 물었다. 염혜미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 자칫 오해를 해서 더욱 걱정이 커지면 큰일 아닌가.
“마치 제가 벼락이 되어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이 있었요. 그리고 머릿속이 하얘졌고……”
염혜미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천섬이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모두의 시선이 단형우에게로 향했다. 단형우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서 있었다.
“아직 멀었다.”
단형우의 말에 염혜미가 빙긋 웃었다.
“물론이에요. 그만두기에는 너무 즐거운걸요.”
염혜미는 단형우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리고 공손히 허리를숙였다.
“고맙습니다.”
염혜미의 인사에 단형우의 눈이 아주 살짝 커졌다. 단형우는 고개 숙인 염혜미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다.”
그렇게 말한 후, 단형우는 고개를 돌려 제갈린을 쳐다봤다. 제갈린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단형우 때문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왜 그러시죠?”
단형우는 제갈린의 말에 대답할 생각도 않고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천섬과 제갈린의 인연이 시작된 것 같았다.
단형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인연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독 천섬에 관계된 것만은 확연히 보였다.
처음 자신에게 이어진 인연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그랬다.
여전히 천섬의 인연은 염혜미에게 있었지만 얼마 전부터 그 인연이 제갈린에게도 이어졌다.
“천섬을 살펴봐라.”
단형우의 뜬금없는 말에 제갈린은 물론이고 천섬의 주인인 염혜미마저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형우의 말에 고개를 저을 수가 없었다.
지금 비록 천섬의 주인이 염혜미라 하지만, 사실 진짜 주인은 단형우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염혜미는 정신을 잃으면서까지 손에서 놓지 않았떤 천섬을 제갈린에게 내밀었다. 제갈린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신중하게 천섬을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갈린은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정말로 열심히 살폈다. 단형우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형우는 그런 사람이니까.
제갈린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천섬을 조사하는 동안에도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했다. 천섬의 손잡이 근처에 흠집들이 보였다.
그 흠집들은 마치 날카롭고 예리한 칼로 이리저리 선을 그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손으로 쓰다듬지 않으면 선이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무심한 눈으로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제갈린은 고개를 갸우거렸다. 이것은 분명히 전에는 없던 것이었다.
“이건?”
흠집을 살피던 제갈린은 깜짝 놀랐다. 그 선들은 뭔가 규칙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상당한 현기(玄氣)가 느껴졌다.
일행은 흥미로운 눈으로 제갈린을 지켜봤다. 제갈린은 정신없이 그 기묘한 문양에 빠져들었다.
“뭔가 있기 있다보구나.”
검왕의 말이 제갈린의 정신을 일깨웠다. 제갈린은 퍼뜩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분명히 진법입니다.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 천섬이 가지는 기운에 관계된 것 같습니다.”
제갈린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섬은 천기자가 만들었다. 그리고 천기자는 진법의 대가이자 천재였다. 그러니 천섬에도 그가 만든 진법이 섞여 있는 것이 당연했다.
아마 그 덕분에 염혜미의 몸을 변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제갈린은 염혜미를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천섬을 연구하고 싶어 하는 강렬한 마음이 그 눈빛에 고스란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