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AW novel - chapter 90
반쪽짜리 정사대전
정천맹의 주축은 현 맹주인 천영이 끌어온 무사단들이다. 각각 경천단, 파천단, 멸천단으로 불리는 새 무사단이야말로 정천맹의 가장 큰 힘이었다. 물론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그 세 무사단을 제외한 정천맹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일단 패검문을 비롯한 호남 유수의 문파들이 있다. 호남에 근거지를 가진 문파들은 대부분 무림맹에서 떨어져 나왔다. 자연히 호남에 있는 문파들이 정천맹의 큰 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천맹의 장로들은 무림맹과 달리 무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무림맹의 경우 구대문파의 요인이 장로를 맡는 것이 보통이다. 구대문파의 힘을 자연스럽게 끌어모으기 위함이다.
하지만 정천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패룡이 장로가 된 것은 패검문이라는 문파의 힘이 아니라 패룡이 십대고수였기 때문이다.
정천맹의 장로는 그렇게 이름난 고수로 채워졌다. 그렇기에 정천맹 장로 중에는 문파에 속하지 않고 홀로 무림을 주유하던 자들도 몇 있었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 정천맹 안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천영은 그들 모두를 이끌고 왔다. 즉, 장사에 있는 정천맹은 거의 빈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진법으로 보호를 해 놨다고 하지만 만일 사도련이 교묘히 빠져 나간다면 정천맹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정천맹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사도련의 움직임을 촉각을 곤두세웠고, 아주 작은 정보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사도련이 너무 크고 당당한 움직임을 보이니 일단 남창 쪽으로 이동하고는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예전에는 사도련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기에 지금도 그럴 것이 틀림없긴 했다. 사도련의 련주는 여전히 갈천악이니까.
정천맹주는 장로들을 비롯한 맹의 주요 인물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들은 가장 앞에서 움직임을 제어하며 이동했다. 진법을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 움직였다.
어쨌든 그들은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만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진법만 설치할 수 있다면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이대로 가면 내일 밤에는 도착할 수 있겠군요.”
패엽이 천영 옆으로 다가가며 말을 꺼냈다. 천영은 슬쩍 패엽을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기세가 좋소. 이대로 가면 사도련보다 최소한 사흘은 먼저 도착할 듯하오.”
“그 정도라면 충분히 진법을 설치할 수 있겠군요.”
“물론이오, 다만 충분히 시간을 들이지 못해 진법의 위력이 조금 떨어지긴 할 거요.”
“하하, 그거야 뭐가 문제되겠습니까. 이렇기네 기세가 등등한데, 아마 사도련을 별다른 힘도 못 쓰고 지리멸렬할 것입니다.”
패엽의 말에 천영이 빙긋 웃었다.
“그랬으며 나도 좋겠소.”
두 사람의 화기애애한 분위기 덕분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다소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어쨌든 계획대로만 되면 거의 피해없이 적을 섬멸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정천맹의 이름이 천하에 울려 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즉, 무림맹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천맹 주요 인사들은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는 무림맹을 속으로 맹렬히 비웃었다.
일단 정천맹의 입지가 강화된다면 무림맹에 속해 있는 문파들을 더 끌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나중에 무림맹을 와해시켜 버릴 수도 있다. 정천맹이 무림맹에 홀로 우뚝 서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방밋빛 미래가 모두의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 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움직이는 정천맹 무사들을 향해 말 한 마리가 먼지를 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음? 저것은?”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의 옷은 분명히 정천맹 무사의 것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큰일났습니다.”
말을 타고 달려온 무사가 구르듯 말에서 뛰어내려 천영 앞으로 달려갔다.
그의 손에서 서찰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서찰은 전서구에 묶였던 듯 구겨진 자국이 남아 있었다.
천영은 그 서찰을 받아 펼쳐 읽었다. 그리고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맹주, 무슨 일이기에 그러시오?”
장로들이 불안감을 억누르며 물었다. 천영은 말없이 서찰을 그들에게 넘겼다. 그 서찰을 읽는 사람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이게 사실이오!”
“사, 사도련에게 속았다니! 이럴 수가!”
서찰에는 사도련의 또 다른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쓰여 있었다. 다급한 필채로 겉으로는 보이는 사도련의 움직임은 가짜고, 진짜는 강서성 남쪽을 통과해 호남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어서 방향을 틀어야 하오! 맹주!”
어느새 정천맹의 이동은 멈췄다. 맹주와 장로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뒤 따라 오던 무사들 역시 멈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가만히 서 있던 천영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인원을 나눠야 할 것 같소.”
천영의 말에 장로들의 눈이 커다래졌다. 물론 함께 데려온 무사의 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둘로 나눈다면 사도련을 막기가 어려울 터였다.
“맹주! 안 됩니다! 인원을 나누다니요! 사도련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이젠 진도 설치하기 어려울 터인데!”
그게 바로 문제였다. 진을 설치할 시간이 없었다. 사도련이 어디로 이동할지는 더 지텨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미리 그쪽으로 이동해서 길목을 막을 수는 있어도 진까지 설치할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진을 설치하지 못한다면 사도련을 답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치열한 전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인원을 둘로 나누면 승리조차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정천맹 주요 인사들은 자신들의 염려가 기우로 끝나지 않고 이렇게 현실이 되어 다가오자 암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천영은 그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무조건 나눠야 하오. 다만 똑같이 둘로 나누지는 않을 것이오.”
천영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에는 왠지 거역하기 어려운 힘이 담겨 있었다.
천영은 일사천리로 인원을 나누었다.
일단 파천단과 멸천단을 원래 목적지로 이동시키고, 진을 설치할 수 있는 자들을 함께 딸려 보내기로 결정했다.
장로들도 이 결정에 딱히 반대할 수 없었다. 파천단과 멸천단은 인원도 얼마 되지 않는다. 그들이 없다고 해서 전력에 큰 손실을 입을 것 같지는 않았다.
“맹주, 만일 이번 정보 자체가 사도련의 함정이라면 큰일입니다.”
패엽의 걱정스런 말에 천영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염려하지 마시오. 사도련은 함정을 팔 여유 따위는 없을 테니까.”
천영의 자신 있는 말에 패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너무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낭비했고, 결과적으로 커다란 패 하나를 놓쳤는데도 너무나 여유가 넘쳤다.
“자, 출발합시다!”
천영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정천맹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천영이 그들을 이끌고 가는 곳은 강서 남부에 있는 백운산이었다.
사도련은 본래 두뇌 역할을 하는 자가 없어, 가지고 있는 힘에 비해 무력했다. 황금련의 단순한 계략에 말려 몰락한 것도 그래서였다.
물론 그때까지 무림맹과 분쟁하느라 힘을 많이 소진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사도련이 허무하게 몰락하는 바람에 천하 각지에 있는 사파들은 그냥 숨을 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적으로는 사파가 정의를 압도한다. 물론 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한데 뭉쳐서 조직적으로 대항하지 않으면 균형을 이룰 수 없는 법이다. 사도련이 가진 의미는 바로 그것이었다. 사파를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바로 사도련이 해 왔다.
그런 사도련이 무너지니 사파들은 바로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정파 입장에서는 사파들이 몽땅 사라져 줘야 자신들의 입지가 강화된다. 당연히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사파들이 큰 위기에 봉착해 있을 때, 사도련이 다시 등장했다. 물론 예전의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무리인 상태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사파들에게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파들은 암중으로 사도련을 도왔다. 소문을 퍼트리거나 움직임을 조작하는 것은 사파들의 전문분야 아닌가.
그래서 사도련이 남차을 향해 가고 있다는 헛소문이 천하 각지로 퍼져 나간 것이다. 물론 사도련 중 일부는 진짜로 남차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정천맹이 남창 쪽을 소홀히 하면 바로 장사로 들어가 정천맹 자체를 박살내 버릴 계획이었다.
갈천악은 쉬지 않고 몸을 날리며 이 모든 계획을 세운 인물을 힐끗 쳐다봤다.
검은 복면을 쓰고 있어 그 진면목을 알 수 없는 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믿을 만한 사도련의 조력자였다.
흑전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했고, 사도련의 두뇌 역할까지 해 주었다. 게다가 모자란 자금까지 지원을 해 주고 있으니 사도련의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무영이라 부르라 했다.
‘무영(無影)이라…… 정말로 어울리는 이름이군.’
그는 이름대로 정말로 형체를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정말로 대단한 계책이오. 정천맹은 손을 쓰기 어려울 것이오.”
갈천악이 무영을 쳐다보며 말하자, 무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정천맹을 우습게보지 않는 게 좋을 거요. 그리고 내가 세운 계책은 그리 완벽한 거 아니니 아마 눈치챈 사람들도 꽤 많은 거요. 미리 준비를 해 놓은 게 좋소.”
무영의 부정적인 대답에 갈천악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머리 쓰는 일은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갈천악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묵묵히 몸을 날렸다. 갈천악을 선두로 사도련 일천 명의 흑전사들이 백운산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남창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너른 평지가 나타난다. 관도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이백 정도 되는 흑의인들이 그곳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소매가 없는 흑의를 입었는데, 피부색도 옷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새까맸다.
그들은 마치 누군가를 호위하는 듯한 진형을 이뤘는데, 호위 받는 사람 역시 거무스름한 피부에 흑의를 입은 사내였다. 하지만 그의 피부색은 다른 자들에 비해 그나마 덜 까만 편이었다.
“끄응, 역시 안 나타나는군. 과연 보통 사람이 아니야. 이런 일까지 염두에 두고 작전을 짜다니.”
사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연방 주변을 살폈다. 그래도 혹시 자신이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현재 련(聯)이 보유한 대부분의 철강시들을 데리고 나왔다.
만일 진짜 정천맹의 주력부대가 근처를 지나가는데 마주치지 못한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낭패였다.
이백이나 되는 철강시라면 정천맹을 상대로 이기지는 못해도 시간을 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끈 시간이 정천맹의 목을 쥘 것이다.
주변을 살피던 사내는 다시 앞을 주시했다. 그리고 저 말리서 있는 일단의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음? 정천맹인가?”
하지만 정천맹이라고 하기에는 수가 너무 적었다. 아무리 진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백 명도 안 되는 수로 사도련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역시 정천맹도 알아차렸나보군. 어쨌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이것으로 된 건가.”
사내는 유심히 앞을 살폈다. 꽤 오래 전부터 이곳에 도착해서 뭔가를 준비한 듯했다. 분명히 진을 설치했을 것이다.
“큭큭, 과연 어떤 진을 설치했는지 한 번 볼까?”
사내는 음산하게 웃었다. 이미 무영으로부터 각종 진법에 대한 해결책을 전수받았다. 어떤 진이 나타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자신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상대가 진을 믿고 방심한다면 훨씬 간단하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이제는 서로의 면면을 자세하게 살필 수 있을 정도였다. 사내는 철강시들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어떤 진이 설치되어 있는 지 일단 확인해야 했다.
철강시의 전체적인 제어는 사내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사내가 죽는다고 해서 철강시들의 움직임이 멎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아군이 없을 때는 훨씬 더 무서워진다.
제어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은 철강시의 자제력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다.
인간이 제어하는 철강시는 알게 모르게 그 영향으로 약간의 자제력을 갖기 마련이다. 헌데 그 자제력이 사라진다면 정말로 무시무시한 마물이 되고 만다.
사내는 철강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설치된 진을 확인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실체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분명히 진이 있는데……”
진은 있었다. 그런데 알 수가 없었다. 진의 범위조차 알아낼 수가 없었다. 사내는 이미 자신과 철강시들이 진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젠장! 이런 진법이!”
무영이 알려준 방법으로 파해할 수 없는 진이었다. 어쩌면 무영조차 모르는 진일 수도 있다.
무영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정천맹 고유의 진이 분명했다. 만일 그렇다면 큰일이다.
사내는 당황했다. 철강시들은 벌써 그의 제어에서 풀러났다. 진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가만히 서 있던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진 안으로 들어와 사내에게 다가갔다.
사내는 그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기척은 느낄 수가 없었다. 마치 귀신들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으으……”
그것은 진법의 영향 때문이었다. 사내는 잠시 신음을 흘리다가 이내 검을 뽑았다.
챙!
사내 역시 흑전사다. 게다가 꽤 고수였다. 상대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쉽게 죽어줄 수는 없었다. 일단 진에서 벗어나고 나면 철강시들을 다시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새 세 사람이 사내 앞으로 다가섰다. 사내는 그들을 향해 힘차게 검을 뻗었다.
피슉!
날카로운 검기가 검에 덧씌워졌고, 그대로 다가가던 사람들을 갈라 버렸다.
촤촤촤악!
사내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분명히 손에 느낌이 왔다. 그런데 그들은 멀쩡했다. 아니, 사내는 그저 그들의 잔상만을 베었을 뿐, 그들은 처음부터 움직이지도 않았다.
‘진의 효과인가.’
사내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푸슉!
그리고 섬뜩한 파육음(破肉音)을 들었다. 사내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검을 쳐다봤다. 검붉은 피가 검을 따라 흘렀다.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뒤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로 무서운 진이로군.’
그것이 사내가 한 마지막 생각이었다.
털썩!
사내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주변 공간이 살짝 흔들렸다.
주변을 채우고 있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방금 전가지 아무도 없던 곳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정천맹에서 데려온 진법가들이었다. 스스로의 몸을 매개로 진을 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날뛰던 철강시들이 갑자기 염전해졌다. 철강시들은 마치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조용히 서서한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쓰러진 사내의 뒤에 서 있는 사람. 멸천단주(滅天團主)였다.
멸천단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한 번 떨쳐 피를 뿌린 후, 가볍게 검을 집어넣었다.
“철강시를 회수해라.”
단주의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주변에 서 있던 멸천단과 파천단이 움직였다.
그들은 철강시를 한데 모아 미리 준비한 마차에 실었다. 마차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되어 있었다. 철강시는 그곳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제갈린은 일행을 이끌고 백운산 어림에 도착했다. 당연히 목적지는 이곳이 아니라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움직일 수는 없었다.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정천맹이 도착할 것이다.
“정말로 적들이 이리로 오는 게 확실한 것이냐?”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니 조금 더 기다려야 해요.”
제갈린의 대답에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제갈린에게 모든 것을 맡겼으니 끝까지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