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남궁세가의 검 (2)
“오늘 아침 본 태양이 그대가 본 마지막 태양이 될 것이다.”
명운은 남궁준의 말을 받는 대신 검을 뽑았다.
스윽.
그는 생각했다.
‘그간의 성취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폐관수련 이후, 그는 여러 상대와 검을 겨루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진짜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사마진, 강하원과는 살기를 내뿜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었고, 그 외의 상대는 고수라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이 자는 강하고, 살기(殺氣)에 가득 차 있다.’
명운은 남궁준이라면 생(生)과 사(死)를 걸고 싸워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탁.
남궁준은 검갑을 멀리 버린 뒤, 한 손으로 검을 세웠다.
“후…….”
길게 내뿜는 숨은 기를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검은 검이라.’
그의 눈에 비친 명운의 묵검은 이채로운 빛을 띠고 있었다.
‘극도의 예리함을 가지고 있는 이병(利兵)일까? 아니면 단단함을 위주로 한 기병(奇兵)일까?’
남궁준은 생각했다.
‘훗, 붙어 보면 알겠지.’
그는 상대를 세밀하게 분석하기보다는 검으로 답을 얻어 내는 검객이었다.
휘익.
두 사람 사이에 먼지를 머금은 마른 바람이 불었다.
명운은 남궁준의 자세에 빈틈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빈틈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노력을 했다는 증거다.’
그는 천원대에서 무해를 진행하는 동안 남궁세가의 무공을 접한 적이 있었다.
‘남궁세가의 검은 화려함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
화려한 변초보다는 묵직한 일격, 또는 날카로운 찌르기 위주.
‘기는…….’
명운은 상대의 움직임을 기로써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궁준은 예외였다.
‘검보다는 전신에 기를 고루 분배했다.’
검에 기를 집중했다면, 검기를 날리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나 이처럼 전신에 고루 기를 분배하면, 검기가 아닌 검법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뜻이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긴 힘들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명운은 선공을 가하지 않고 검을 빙글 돌렸다.
“먼저 오겠나?”
그의 말에 남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양하지 않지.”
앞으로 돌진하기 위해서는 두 다리에 기를 불어넣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남궁준은 그러지 않았다.
명운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다리에 내력을 집중하지 않아도 거리를 좁힐 정도의 내력은 충분하다는 건가?’
그는 살짝 긴장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자의 내력은 진보다 위라 할 수 있다.’
이윽고 남궁준이 움직였다.
슉!
바람과 함께 앞으로 검이 뻗어 나갔다.
명운은 상대의 검격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빠르다.’
하지만 사마진처럼 빠른 것은 아니었다.
‘숨겨진 변초가 있는 건가?’
하지만 남궁세가의 검은 변초가 거의 없었다.
‘의도를 모르겠군.’
명운은 극도의 빠름을 추구한 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스윽.
그는 옆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묵검을 아래로 내렸다.
타앙!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불꽃이 튀었다.
남궁준은 첫 일격이 막히자 오른쪽으로 크게 움직이면서 거리를 벌렸다.
이는 명운의 반격을 흘리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이윽고 그가 검을 아래로 내렸다.
‘흠, 첫 일격이 통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이쪽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명운은 빠르지 않다고 느꼈지만, 조금 전 일격은 십이성의 공력이 실린 것이었다.
다시 말해 남궁준은 극도의 쾌검이라 생각하고 뻗은 한 수였다.
‘저 흑검, 이병은 아니고 단단한 기병에 가까운 것 같다.’
남궁준은 묵검의 단단함에 그 이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괜찮은 검이군.”
명운은 그의 일격을 막은 뒤 여유를 찾았다.
“묵철로 만든 검이지.”
“하면 묵검인가?”
“간단하지만 확실한 이름이라 생각하지 않나?”
명운은 생각했다.
‘조금 전 일격이 칠할 정도의 공력이었다면, 십이성으로 속도를 끌어 올린다고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남궁준의 내력이나 속도가 사마진 위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전력을 다한다면 이 자는 막아 내지 못할 것이다.’
명운은 호흡을 조절하면서 검을 옆으로 들었다.
‘한 번 더 보자.’
그는 급히 승부를 내기보다는 상대의 검을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남궁준은 검을 아래로 내린 채 단전의 내력을 끌어 올렸다.
창천진기(蒼天眞氣)가 단전에서 오른손을 타고 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소문대로 대단한 놈이다.’
검을 마주하기 전.
그는 소문이 과장되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상대한 명운의 검은 소문 이상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이쪽의 목이 날아가겠군.’
이윽고 검에 푸른빛이 돌았다.
명운은 기의 움직임만으로도 그가 검기를 쓰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뒤늦게 검기인가?’
검에 잔뜩 기를 모으자 전신에 고루 퍼져 있던 기운이 흐릿해졌다.
‘날 실망시키는군.’
검기는 극강의 내력을 지닌 고수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것은 닿지 않은 것을 닿게 했고, 뚫을 수 없는 것을 뚫게 해 주었다.
하지만 상대가 검기를 쓸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고 있다면, 그 이점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지금처럼 자신보다 고수를 상대할 때는 검기를 쓴다고 해도 이점이 크지 않았다.
“하합!”
기합과 함께 남궁준이 거리를 좁혔다.
명운은 그의 검에 흐르는 강렬한 기운을 선명하게 느꼈다.
‘다음에 오는 공격은 무조건 검기다.’
남궁준은 검기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검기를 선택한 것은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묵검의 단단함을 뚫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일 척, 묵검을 넘어 일 척만 더 뻗으면 된다.’
상대가 예상한 것보다 일 척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검격.
그는 이 일격으로 묵검의 방호를 뚫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쉬익!
검을 앞으로 뻗으면서 동시에 검기를 발출했다.
‘길게 뻗어라!’
검의 방향과 속도만을 보고 이 일격을 막으려 한다면, 검기에 몸이 꿰뚫리고 말 터였다.
하지만 명운은 공격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가 검기를 쓰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흐릿한 잔상과 함께 그의 신형이 남궁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엇!”
짧은 외침.
다음에 느껴진 것은 차가운 감각이었다.
‘뒤!’
그는 급히 검을 돌렸다.
촤악!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묵검이 그의 오른쪽 허벅지를 훑고 지나갔다.
“큭!”
짧은 비명.
그러나 남궁준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멈추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그는 격렬하게 검을 휘두르며 요해를 보호하고자 했다.
슈슈슉!
명운은 그의 반격에 무리하지 않고 뒤로 물러섰다.
‘승패는 났다.’
남궁준의 허벅지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적지 않았다.
목숨을 건 승부가 아닌 비무였다면, 이쯤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건 그렇고, 연격을 허락하지 않다니, 남궁세가의 검, 얕볼 수 없겠어.’
명운이 노린 것은 허벅지가 아닌 허리였다. 그러나 남궁준이 반격을 위해 몸을 틀자 그의 검은 허리가 아닌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헉… 헉…….”
탁! 탁!
남궁준은 급히 혈도를 찍어 출혈을 막았다. 그리고는 검을 세웠다.
‘저 녀석, 호흡에 변화조차 없다.’
명운은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는 그와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괴물 같은 녀석.’
남궁세가에서 한창 검을 겨룰 때도 이와 같은 강자는 만난 적이 없었다.
‘어쩌면 아버지보다 강할지도 모르겠군.’
남궁준은 자신이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후후, 아무래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군.’
일과 종영세.
두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관전하고 있었다.
“종 대협, 조금 전에 봤어요?”
종영세는 그녀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보지 못했다.”
그의 시선은 남궁준의 뒤로 돌아가는 명운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렇게 멀리서 보는데도 따라가지 못했단 말인가?’
정면에서 보는 것과 이렇게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여기서도 따라가지 못한다면, 정면에서는 절대 공자님의 움직임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남궁준은 종영세를 압도하는 강자였지만, 명운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종영세가 명운의 앞에 서 있었다면, 그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이 말했다.
“저와 싸울 때는 본래의 실력을 다 발휘한 것이 아니었나 봐요.”
우란산의 요새에서 그녀와 명운은 제법 오래 손과 발을 주고받았다.
당시 명운은 그녀의 움직임에 호기심을 느껴, 수십 초식을 겨룬 바 있었다.
“공자님은 여자에게 약하니까.”
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 그대로야. 공자님은 여자에게 약하다고.”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남궁준이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쉬익!
빠른 찌르기.
하지만 명운은 두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묵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그 검을 튕겨 냈다.
‘느려!’
타앙!
남궁준은 굴하지 않고 잇달아 세 번을 더 공격했다. 하지만 명운은 그 공격을 모두 간단히 막아 냈다.
“크윽!”
남궁준은 뒤로 물러선 뒤 짧은 신음을 터트렸다.
‘진짜 괴물이군.’
그가 짧은 신음을 터트린 이유는 손바닥에서 올라온 통증 때문이었다.
‘검이 막힐 때마다 쇠로 된 기둥을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이 온다.’
이대로라면 공격을 하다가 검을 놓칠지도 몰랐다.
혼비국 병사들은 이제야 남궁준이 다리에 상처를 입은 것을 깨달았다.
“정 대협이 밀리고 있다.”
“큰소리를 친 것치고는 별로군.”
그러나 제대로 된 눈을 가지고 있는 자는 별로라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혼비국 장수들은 남궁준의 움직임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더 빠르기 때문에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천산대영웅이라는 명운의 위명이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잔을 이끌던 마후와 마무 형제는 초원의 강자였다. 그들이 패퇴한 것은 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남궁준은 잇달아 두 번을 더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공격은 명운의 검세를 뚫을 수 없었다.
탕!
마지막 불꽃과 함께 남궁준이 뒤로 물러났다.
“헉… 헉… 헉…….”
그의 숨소리는 이미 한계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이럴 수가! 이십 초식도 싸우지 않았는데 한계란 말인가?’
남궁세가에서 검을 휘두를 때는 수백 초식을 싸우고도 숨을 헐떡이지 않았다.
하지만 명운과는 십여 초식이 되기도 전에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는 극한으로 움직임을 끌어 올렸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여기서 그만둘까?”
명운은 생과 사를 건 싸움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남궁준은 이를 악물었다.
“무인(武人)에게는… 무인의 자긍심이 있다.”
마교의 공자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겠다.
그는 그렇게 결심을 굳혔다.
명운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
“후… 꼭 여기서 죽어야 할 이유가 있나?”
그는 그와 싸움으로서 남궁세가의 검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남궁준이 얼굴을 굳혔다.
“날 모독하려 하는가?”
“모독인가?”
남궁준은 검을 세웠다. 그리고는 남은 내력을 모두 일검(一劍)에 모았다.
명운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마지막 일격을 준비하는 것 같지만, 처음 검기를 썼을 때보다 모인 기운이 약하다.’
같은 검기를 펼친다고 해도 그 예리함은 처음과 같지 않을 터였다.
“좋아. 받아 주지.”
그가 자세를 취하자 남궁준이 그를 향해 돌진했다.
“하합!”
기합과 함께 뻗어 나간 검기는 이번에도 명운의 가슴을 노렸다.
‘느려!’
명운은 두 손으로 묵검을 잡은 뒤, 날아오는 검기를 막았다. 그리고는 몸을 낮추며, 검을 회전시켰다.
파악!
중간에서부터 부러진 검신이 허공에 떠올랐다.
남궁준은 부러진 검신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까지구나.’
아버지에게 처음 검을 받았던 때와 처음으로 짚단을 베었을 때가 그의 눈앞을 지나갔다.
‘이것이 주마등인가?’
그는 자신의 목숨이 다했다고 생각했다.
팍!
짧은 파열음과 함께 복부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컥.”
대지에 쏟아진 피.
투툭.
남궁준은 죽음을 직감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이렇게 죽을 것을 알았다면, 서역으로 도망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참 헛되게 살아왔구나.’
두 눈을 감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명운이 입을 열었다.
“적당히 베었다. 돌아가서 치료를 받으면,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남궁준은 눈을 떴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적당히 베었다고?’
명운은 몸을 돌리며 생각했다.
‘등을 보여 주면, 그가 어떠한 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는 자라면, 상대가 등을 돌렸을 때 독이 묻은 암기라도 던질 터였다.
하나 남궁준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서역으로 도망치긴 했지만 남궁세가의 무인이었다.
“마교의 공자들은 전부 그대처럼 강한가?”
명운이 걸음을 옮기며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글쎄.”
그는 확답할 수가 없었다.
‘형들과는 제대로 붙어 본 적이 없으니까.’
명운은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언젠가는 명천이나 명각과 싸우게 될 것이라고.
‘그때가 되면 그 물음에 대한 답을 해 줄 수 있을까?’
그는 아마도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