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금의환향(錦衣還鄕) (4)
“흑살대가 셋째 형의 휘하가 되었다면, 큰형은…….”
양대충이 고개를 흔들었다.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할 걸세.”
천마신교는 대외적으로 보위산 정벌을 성공이라 선전하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실패에 가까웠다.
명증은 명천과 공복진에게 벌을 내리진 않았지만, 두 사람을 중요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실각 이전의 단계라 할 수 있었다.
“셋째 형에게 유리한 상황이군요.”
“자네에게도 유리한 상황이지.”
명운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어찌 형님들과 같은 위치에 설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나?”
“옛말에 과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양대충은 생각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며 내 질문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군.’
그는 사마진이 명운을 지지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았다.
‘무공은 뛰어나지 않지만, 지혜는 형제 중 가장 뛰어나다.’
뭔가 계기가 있다면, 위로 날아오를 수도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좌사님, 제가 가져온 선물이 있습니다.”
“선물?”
“안으로 들고 들어올 수 없는 것입니다.”
양대충이 웃었다.
“하하, 내가 운에게 선물을 다 받아 보는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좌사부 앞에는 한 마리 말이 서 있었다.
“이것은 천리마인가?”
“하간국의 천리마입니다.”
명운이 양대충에게 선물한 천리마는 하간국 가한이 그에게 하사한 것이었다.
“안장의 검은 무엇인가?”
천리마의 안장에는 황금빛 검갑을 가진 패검이 매달려 있었다.
“뽑아 보시죠.”
양대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뽑았다.
스릉.
푸른빛이 은은하게 도는 검은 명검 그 자체였다.
“뇌물이 과하군.”
“뇌물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양대충이 검을 꽂고는 고개를 돌렸다.
“내게 이 정도 선물이면 교주님께는 더한 것을 준비했겠군.”
그는 날카롭게 정곡을 찔렀다.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대를 탓하려고 한 말이 아닐세.”
양대충이 명운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선물은 잘 받겠네. 다만 내게 뭔가를 기대하지는 말게.”
“제가 어찌 좌사님께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운, 자네는 말일세. 입에 꿀을 바른 것 같네. 그래서 하나 충고를 하고 싶네.”
“새겨듣겠습니다.”
양대충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운, 말을 너무 잘하는 것도 좋지 않아.”
명운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좌사부 앞에서 양대충과 작별을 고했다.
양대충은 명운을 보낸 직후, 집무실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야! 운이 정말 늠름해졌더군!”
오른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중년 부인으로 변장한 사마진이었다.
“그런가요?”
“자네답지 않게 시큰둥하군.”
사마진은 말이 없었다.
양대충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대성한 아들이 집을 떠난 느낌인가?”
“아뇨. 집에 돌아온 느낌이죠. 그리고 아들이 아니라 동생이에요.”
“동생인가?”
양대충은 그렇게 나이 차이가 많은 누나 동생이 어디 있냐고 말을 하려다가 그것을 삼켰다.
‘그렇게 말했다가는 불호령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군.’
그는 최소한의 분위기는 아는 남자였다.
사마진이 왼쪽에 앉으며 말끝을 올렸다.
“가장 먼저 좌사를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
“내게 보고해야 하니까.”
“그래도…….”
“자네를 먼저 찾아 줬으면 했다는 건가?”
사마진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무슨 기대를 했던 것인지.”
양대충이 말했다.
“운이 사라진 방향을 보니, 자명단으로 간 것 같은데, 가 보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가야죠.”
“한데 왜 여기 앉아 있는 건가?”
“저도 모르겠네요.”
양대충이 목소리를 높였다.
“후견인이 이렇게 힘이 빠져서야 어찌 운을 밀어줄 수 있겠나! 정신 차리게.”
사마진이 팔걸이에 몸을 기대며 말을 받았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별로 힘이 나지 않네요.”
양대충이 혀를 찼다.
“쯧쯧, 단단히 삐졌군.”
그는 사마진이 삐진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 * *
자명단.
사마진은 과할 정도로 밝았다.
“어떤 사람이야?”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뿐이야?”
명운이 대답했다.
“그뿐이라고 하면 그녀가 화를 내겠죠?”
사마진이 오른손 식지를 세웠다.
“물론이지.”
그녀는 명운이 도착하자마자 그를 크게 환대하며 그의 신부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일단 예쁘긴 합니다. 누님보다는 아니지만.”
사마진은 명운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예, 정말입니다.”
“성격은?”
“성격도 좋죠. 차분하고 결단력이 있고.”
“상냥하진 않은 건가?”
명운이 대답했다.
“상냥하기도 하죠.”
“그러면 단점이 없는 거네?”
명운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가요?”
사마진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어린 아가씨의 단점을 찾아내서 어쩌자는 걸까?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구나.’
과하게 높아졌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운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정말 좋은 사람인 것 같네.”
명운은 그녀의 목소리가 낮아지는 것을 느끼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누님께 미리 언급을 드리지 못한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니야. 내게 무슨 권리가 있다고.”
“서역을 여행하고 있어 누님께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마진이 물었다.
“서역은 어땠어?”
그녀는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황량했습니다.”
“화려한 낙원은 없었던 건가?”
“그런 곳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운은 의외로 차갑네.”
명운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마냥 즐거운 그런 여행이 아니었으니까요.”
“영웅의 여행에는 피가 함께하지.”
“적지 않은 사람을 베었습니다.”
물론 명운이 벤 이들은 대부분 악인(惡人)이었다.
사마진이 말끝을 올렸다.
“후회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된 거야.”
사마진은 명운의 눈빛이 전보다 더 맑아졌다고 생각했다.
‘진짜 남자가 되었구나.’
그녀는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키도 더 커졌고, 사내라는 느낌이 확들 정도야.’
사마진의 느낌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명운은 서역을 여행하는 동안 키가 부쩍 자라 이제는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역의 이야기를 더 들려줄 수 있겠어?”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마진은 그에게 뭉실뭉실한 느낌을 받았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내이기 때문일까? 목소리가 감미롭네.’
두 사람의 만남은 해가 지기 전에 시작해 저녁 식사까지 계속되었다.
“아, 더는 못 먹겠어.”
사마진이 젓가락을 내려놓자 명운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얼마 드시지도 않았잖아요.”
“평소보다 두 배는 먹은 것 같아.”
“그럼, 평소에는 거의 드시지 않는 겁니까?”
사마진이 오른손을 내저었다.
“여자는 말이야. 항상 먹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명운이 웃었다.
“이제야 누님 같네요.”
그는 사마진의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혼인에 마음이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사마진이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그래도 운이 이렇게 빨리 장가를 가게 될 줄은 몰랐어. 적어도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리라 생각했거든.”
그녀가 우울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명운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받았다.
“바로 혼례를 올리진 않을 겁니다.”
사마진의 손이 멈췄다.
“왜? 왕의 딸에다가 아름답고 성격도 좋다면서?”
명운이 대답했다.
“지금은 그녀를 행복하게 해 줄 자신이 없습니다.”
사마진이 술잔을 비운 뒤 말했다.
“뭐야? 내가 아는 운이 아니네?”
“진심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무엇이 문제인 거야?”
“아직 대업을 이루지 못했다고 할까요?”
사마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대업? 그렇게까지 혼인을 미루면, 상대방이 파혼을 선언하게 될걸?”
“그렇게 돼도 지금은 미룰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마진이 재차 술을 따르려 하자 명운이 손을 뻗었다.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운이?”
“안 될까요?”
“안 될 이유는 없지. 이제 운도 다 컸으니까.”
사마진은 운이 따른 술을 마셨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아버님을 만나 뵐 생각입니다.”
“그런 것 말고.”
사마진은 후계자 경쟁에 대해 묻고 있었다.
명운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제가 먼저 나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지?”
“세력이 많이 부족하니까요.”
“하긴 천원대만으로는 부족하긴 하지. 내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
게다가 명운은 천원대주에 올랐지만, 천원대를 완전히 장악한 것이 아니었다.
“한 차례 파도가 더 치지 않을까요?”
“파도?”
“보위산 정벌 같은 파도 말입니다.”
사마진이 말했다.
“당분간은 없지 않을까?”
이것은 그녀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천마신교와 무림맹 양쪽 모두 보위산 전투와 같은 전면전은 당분간 벌어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아직 둘째 형이 남아 있습니다.”
사마진이 미간을 좁혔다.
“각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말인가?”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술독에 빠졌다는 것은 필시 연기일 것입니다.”
그는 명각이 어떻게 명원을 저지하려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게 연기라고?”
“둘째 형은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실각 이전에 명각은 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흠, 하지만 교주님의 마음이 돌아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누님은 아버님이 둘째 형을 정말로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마진이 되물었다.
“그러면 운은 아니라고 생각해?”
“시련을 던져 둘째 형을 시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마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교주님께서 진짜 후계자를 키우기 위해 시련을 주었다는 말인가?’
명운의 말대로라면 후계자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것은 명각이었다.
“대단하네.”
“예?”
“다른 사람이라면 거기까지 생각하진 못할 거야.”
명운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과한 칭찬은 곤란합니다.”
“칭찬이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을 이야기한 것뿐이야.”
명운이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누님은 잘 계셨습니까?”
“나야 매일이 같지.”
사마진은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그냥 놀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수많은 비선을 돌려 중원의 정보를 모으고 그것을 분석했다.
‘보위산 정벌 실패가 컸지.’
여유가 있었다면 서역은 몰라도 신강의 석하자까지는 다녀왔을 터였다.
‘하지만 여유가 전혀 없었어.’
명운이 자신의 잔에 술을 채우려 하자 사마진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내가 따라 줄게.”
명운은 자신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이 매우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생각했다.
‘진은 천상 여자구나.’
쪼르륵.
잔에 술이 가득 담기자 명운은 단숨에 그것을 마셨다.
“조금씩 마셔야지.”
명운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서역에서 술버릇이 나왔다는 건가?”
사마진은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서역에서 강자를 만나진 않았어?”
명운은 잠시 생각을 했다가 대답했다.
“한 명 있었습니다.”
“한 명?”
“남궁세가의 무인이었습니다.”
사마진은 호기심이 일었다.
“서역에서 남궁세가 무인을 만났다고?”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준이라 했습니다.”
사마진은 손가락을 더듬었다.
“남궁준, 남궁준…… 그런 자가 있었던가? 아! 있었지.”
그녀가 떠올린 남궁준은 준수한 귀공자였다.
“하늘의 재능을 받았다고 해서 천검(天劍)이라 불리던 녀석이었는데, 그 녀석이 서역에 있었다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역에서 만났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명운은 그와 대결 과정을 상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사마진은 명운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강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았다는 말이지?”
“짧게 줄이면, 그렇습니다.”
사마진이 말했다.
“내 생각인데…… 넌 이미 무극(武極)에 이른 것이 아닐까?”
명운은 이번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전 강기를 쓸 수 없습니다.”
사마진이 말끝을 올렸다.
“강기를 쓸 수 없다고 해도, 강기를 쓸 수 있는 자를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무극이 아닐까?”
그녀는 무의 극한이라 불리는 무극이 강기의 유무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