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천라지망(天羅蜘網) (2)
무림맹주 남궁민이 자허도장의 비보를 들은 것은 절강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청성파는 토벌대를 보내기로 한 문파 중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남궁민은 이들을 기다리지 않고 무당 및 화산제자들과 선행해 절강성에 도착했던 것이었다.
“토벌대가 떠나기 전날,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토벌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개방장로 진서문이 대답했다.
“절강으로 떠나려던 청성비검수들이 흉수를 찾기 위해 천라지망을 펼쳤습니다. 당분간은 절강으로 오지 못할 것입니다.”
청성파 입장에서 절강의 혈겁은 이제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 하루 만에 장문인과 문파 최강의 고수를 잃어버렸다.
진서문이 덧붙이듯 말했다.
“이번에 흉수를 찾아내지 못하면 청성파의 이름이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성산에서 그런 일이 있었으니, 흉수를 찾아 복수한다고 해도 명성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흉수를 찾아도 명성은 떨어질 것이다.
반대로 흉수를 찾지 못한다면?
청성파는 구파일방 말석까지 밀려날 수도 있었다.
남궁민이 미간을 좁히며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본맹은 천하 십대 고수 중 둘을 허망하게 잃었습니다.”
청성제일검 자허도장은 도왕 팽현각과 함께 십대고수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맹주, 자허도장을 습격한 자가 도왕을 살해한 자는 아니겠지요?”
천하십대고수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았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궁민은 생각했다.
‘절강에서 도왕을 쓰러뜨린 뒤 바로 배를 탔다면, 시간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는 흉수가 배로 이동했다면, 장강을 거슬러 올라갔으리라 판단했다.
“어쩌면 녀석들은 수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진서문은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장강수로채가 이번 일에?”
장강수로십팔채(長江水路十八寨).
그들은 녹림과 더불어 강호의 도적 집단을 대표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이 녹림과 다른 것은 배를 타고 다니며, 장강과 그 일대를 지배한다는 것이었다.
남궁민이 힘을 주어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맹은 그들을 좌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장강수로십팔채는 자신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거대한 음모의 배후로 지목을 받게 되었다.
* * *
비슷한 시기.
십만대산에도 자허도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청성산에서 자허도장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명증은 신교우사 공복진의 보고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 또한 각의 공인가?”
이공자 명각은 앞서 도왕 팽현각이 죽었을 때, 자신이 세운 공이라면서 정식 보고를 올린 바 있었다.
‘십대고수 중 둘을 쓰러뜨렸다면, 그 공은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명각이 자허도장을 암살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를 복권시키는 것은 물론 전공(戰功)에 걸맞은 지위를 내려야 했다.
“이번에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증은 다소 실망한 얼굴로 말을 받았다.
“그런가?”
“각은 지금 해남 근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명각은 무림맹주와 구파일방 고수들이 철수하면 다시 절강으로 밀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명증이 말끝을 올렸다.
“흠, 그렇다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인가?”
청성파 장문인 자허도장은 십대고수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강자였다.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사람은 천마신교를 통틀어도 몇 되지 않았다.
‘나와 양 좌사, 그리고 부교주 정도일 것이다.’
그는 신교우사 공복진의 무공이 자허도장과 비슷하거나 살짝 처진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희 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은 적비단주 등명군이었다.
명증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저희 쪽에서 이번 일을 벌였다면, 교주님이나 좌우양사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적어도 청성파를 공격하리란 사실 정도는 알려졌을 겁니다.”
명증이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후…… 어느 정도는 그렇지.”
공복진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서장에서 움직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서장이면 밀종인가?”
“그럴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장의 밀종과 사천의 문파들은 서장과 사천을 잇는 차마고도의 주도권을 가지고 힘 싸움을 벌인 적이 있었다.
“밀종의 고수가 청성산에 올라 청성 장문인을 베었다.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왜 하필 지금이란 말인가?”
현재 천마신교와 무림맹은 절강성과 바다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하필 지금이 아니라 지금이 좋은 기회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
“무림맹주를 비롯한 무림맹 고수들이 사천에서 먼 절강에 가 있지 않습니까?”
명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림맹이 절강에 힘을 쏟자 서장밀종이 이를 기회라 판단했다. 그 말인가?”
공복진은 한발 더 나아갔다.
“밀종이 움직였다면, 그들의 공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명증은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인지 깨달았다.
“서장밀종이 사천 무림맹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말이군.”
“저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명증이 웃었다.
“후후후, 그렇게 일이 돌아간다면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는 서장밀종을 도와 사천 무림을 공격할 작정이었다.
“우사는 명을 받으라.”
공복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주님의 하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명증이 목에 힘을 주어 말했다.
“지금 즉시 밀종에 사람을 보내 동맹을 제안하라!”
공복진이 두 손을 모았다.
“존명!”
그는 뒤로 물러서며 이번 일의 적임자를 떠올렸다.
‘장공자에게 이번 일을 맡겨 공을 세우게 한다면, 명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명각은 하북팽가 가주 도왕 팽현각을 제거한 뒤, 그 위상이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공복진은 명천이 명각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서장밀종과 동맹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 * *
명운은 깨끗한 옷과 비단으로 만든 모자를 쓴 채 말 위에 올랐다.
“대주님, 그 모습을 보니 명가의 자제(子弟) 같습니다.”
명운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서진의 말을 받았다.
“명가의 자제 같은 것이 아니라 서화종가(西和鐘家)의 차남일세.”
서화현은 천수현과 접하고 있는 현으로서 감숙성에 속했다. 그리고 종가는 그 서화현에서 장원과 표국을 운영하고 있는 세도가였다.
명운은 서화종가의 차남으로 위장해 사천성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내 이름은 외웠겠지?”
“공자님은 종조훈, 저는 장필삼 아닙니까?”
서진은 종조훈의 수행원으로 호위무사와 시종을 겸하고 있었다.
그는 명운보다 덜 화려한 옷과 말을 지급받았다.
“그래도 놀랐습니다. 이 정도 물품을 정시에 준비할 수 있다니 말입니다.”
“넷째 형 일로 타격을 받았지만, 사천지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세.”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말과 입고 있는 옷은 모두 천마신교 사천지부에서 준비한 것이었다.
“이쪽의 정보가 새어 나가진 않았겠죠?”
“그럴 일은 없을 걸세.”
명운이 사천지부에 알려 준 것은 옷과 말을 받는 날짜와 시간뿐이었다.
그는 누가 그것을 받게 될 것인지, 어떠한 사건에 사용될 것인지 전혀 밝히지 않았다.
“지금쯤 청성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할 겁니다.”
명운이 앞을 바라보며 말을 받았다.
“경은이 걱정일세.”
“그들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지 않습니까? 방향도 성도이고 말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세상에는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지 않나?”
명운은 그들의 철수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고려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건을 일으키면, 파리가 너무 많이 꼬이고 만다.’
무림맹이 겹겹으로 포위진을 치면, 자신은 몰라도 서진은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었다.
‘경은 쪽은 신강이문이 함께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는 정문과 하후문을 믿었다.
“승부가 그렇게 빨리 날 줄은 몰랐습니다.”
서진은 명운과 자허도장의 대결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다.
“의외였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힘든 승부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명운이 말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그는 자허도장이 검기 이상의 힘을 사용하자 잠시 긴장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싸운 자 중 가장 강한 자였다.’
물론, 지금까지 싸운 자 중에 천마신공을 익힌 신교 교주 명각은 들어가지 않았다.
서진이 눈썹을 위로 올리며 물었다.
“공자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셨다는 말씀입니까?”
“왜? 그렇게 보이지 않았나?”
“공자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가 넘쳐 보이셨습니다.”
서진은 실제 결과도 그 여유와 같았다고 생각했다.
‘실로 무서운 검이었다. 청성제일검이 십 초식도 버티지 못했으니까.’
무림맹주 남궁민도 명운만 못할 터였다.
“필삼, 그 공자라는 말은 입에 붙여 두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그의 위장 신분은 서화종가의 차남 종조훈이었다.
“공자님께서는 신경 쓸 것이 많지 않아 편하시겠습니다.”
“흠, 왜 그렇게 생각하나?”
“서화종가의 차남이라면 평소와 같으신 것 아닙니까?”
같은 공자다.
그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지금이 평소보다 낫지. 이쪽은 막내가 아니라 차남이니까.”
그가 막내가 아닌 차남이었다면, 지금보다는 덜 고생스러웠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비극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서진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공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명운은 말끝을 올렸다.
“이제 와서 말인가?”
“정신이 들고나니,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더군요.”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일세.”
서진이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제 목숨은 이제 공자님의 것입니다.”
“이번 일 전에도 그러하지 않았나?”
서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명운은 앞서 걸으며 주변 경치를 살폈다.
‘꽃이 핀 오 월이라. 계절은 정말 좋군.’
그는 강호를 여행하는 서화종가의 차남답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윽고 두 사람은 산길을 벗어나 대로로 접어들었다.
– 지금부터는 말을 조심하게.
서진, 아니 장필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가 진 뒤.
두 사람은 자양현에 도착했다.
자양현은 성도 남동쪽에 위치한 현으로, 이곳에서 남쪽으로 내려가 호주(濠洲)에서 배를 타면 파 땅으로 갈 수 있었다.
파(巴).
삼국 시대에는 성도가 있는 촉(蜀)과 파 땅을 합쳐 파촉(巴蜀)이라 부르기도 했다.
현재 이곳은 파라는 이름보다는 중경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정지!”
현성 앞에서 두 사람을 멈추게 한 것은 문지기가 아닌 개방제자 둘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서진이 앞으로 나와 물었다.
그러자 허리에 매듭을 하나 가지고 있는 개방제자가 대답했다.
“신분을 확인하겠소.”
개방제자들은 명운과 서진의 복장을 살피면서 생각했다.
‘좋은 말과 좋은 옷이라. 돈이 좀 있는 가문의 공자로군.’
명운은 그의 말에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포권을 취했다.
“이 사람은 서화종가의 둘째 종조훈이고, 저 친구는 호위인 장필삼이라 합니다.”
일결제자가 명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화종가의 공자님이시군요. 이곳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사부님의 소개로 형산에 가는 길입니다.”
일결제자가 멈칫했다.
“형산 말입니까?”
형산파는 장강이남 문파 중 그 세력이 가장 커서 쇠락한 곤륜파를 밀어내고 구파일방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사부님과 친분이 있는 협객께서 형산에 계신다고 하십니다.”
“하면 그 협객께 뭔가를 전하시는 것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이 편지와 함께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가는 길입니다.”
일결제자가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군요.”
형산파와 연이 있는 자라면 개방과 한 식구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통과.”
일결제자는 명운에게서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서화종가의 둘째 종조훈인가?’
그는 이상한 점은 찾지 못했지만, 이름과 가문만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지나간 직후.
일결제자가 전서를 썼다. 그 모습을 본 백의개가 그에게 물었다.
“사형, 이것이 무엇입니까?”
“성도의 향으로 보낼 것이다.”
“그들이 의심스러우신 것입니까?”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신분을 확인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가 보낸 전서에는 딱 일곱 글자만이 적혀 있었다.
– 서화종가 종조훈
전서는 한 시진 뒤 성도의 향에 도착했고, 성도의 향에서는 그것을 개봉 총타가 아닌 난주의 향으로 보냈다.
난주의 향에서 답변이 온 것은 명운이 호주에 도착했을 때쯤이었다.
– 서화종가 차남 종조훈 불시(不視).
“서화종가 둘째 아들 종조훈이 보이지 않는다.”
이결제자가 향주의 말을 받았다.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는 이곳에 와 있지 않습니까?”
향주는 이결제자의 말에 전서를 태웠다.
“이쪽은 문제가 없는 것 같군.”
이결제자는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서장과 청해로 나아가는 길이다.’
천라지망을 총지휘하고 있는 자현도장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그는 서장과 청해로 나아가는 길과 접경지를 최대한 막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