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연전연승 (2)
대결 일각 전.
관흠은 연무장에 나와 가볍게 몸을 풀었다.
휙! 휙!
앞으로 뻗어 나가는 검이 경쾌했다.
“누가 이길까?”
질문을 던진 것은 말이 많은 팽헌충이었다.
“조광에게는 미안하지만, 관흠이 이기겠지.”
대답하는 이는 하후문이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뒤틀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조광이 도착하지 않았군.”
“오늘만이 아니야. 며칠째 얼굴도 보이지 않아.”
“어디서 묘수라도 배우고 있는 것 아니야?”
지금까지 대화에 끼지 않던 종영세가 모처럼 입을 열었다.
“묘수 하나로 승패를 바꿀 수는 없어.”
팽헌충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나?”
종영세는 관흠과 진심으로 겨뤘기 때문에 그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다.
“저 녀석…… 머리는 나쁘지만, 힘은 장사라고.”
순간 하후문이 미간을 좁혔다.
“칠공자는 왜 조광을 선택했을까?”
그는 질 것이 뻔한 싸움이라 생각했다.
팽헌충은 깊이 생각할 것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강 총관이 몇 수 가르쳐 주면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종영세가 미간을 좁혔다.
“우리를 얕봤다는 건가?”
팽헌충의 뒷짐을 지며 대답했다.
“각 대의 문제아들만 모아 놓았으니까 그럴 수밖에.”
그는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제대로 된 이는 조광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흠, 설마 그래서 그 녀석을 선택한 건가?’
팽헌충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우리 다 하나씩 문제가 있잖아. 조광, 그 녀석은 어디에 문제가 있는 걸까?”
하후문이 차갑게 말을 받았다.
“부족한 실력 그 자체가 문제 아니야?”
조광은 그들 네 사람과 치열한 비무를 벌였지만, 어느 한 명에게도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다.
팽헌충이 머리를 갸웃했다.
“부족한 실력이라? 우리와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그렇게 심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닐 텐데?”
하후문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모르지. 과거에 우리보다 더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을지도.”
잠시 뒤, 명운과 강하원 그리고 조광이 나타났다.
“오셨군.”
종영세는 조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얼굴에 감정이 보이질 않는다.’
예상보다 진중한 표정의 조광이었다.
‘눈빛도 달라진 건가? 설마 관흠이 지는 것은 아니겠지?’
관흠이 조광에게 패한다면, 그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건 곤란하지.’
그가 예상한 관흠의 승리 시점은 삼십 초식 안이었다.
“관흠, 왔는가?”
명운이 묻자 관흠이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대답했다.
“속하,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명운은 왼편에 서 있는 조광에게 시선을 돌렸다.
“조광은 준비되었나?”
조광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준비되었습니다.”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준비가 되었으니, 바로 시작하지.”
그는 뜸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강하원이 앞으로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사람은 진검으로 겨룰 것이고, 반 시진이 넘어도 승패가 갈리지 않을 경우 내가 승패를 판단할 것이다.”
관흠은 시간제한에 어깨를 으쓱했다.
‘반 시진이라니, 그렇게 오래 걸릴 리가 없잖아. 십 초식 안에 끝내 주지.’
그는 검을 틀어쥐고는 왼편에 섰다.
조광은 자연스럽게 그의 반대편인 오른쪽에 섰다.
“시작하라!”
강하원의 외침에 두 사람은 검을 세웠다.
선공을 펼친 것은 예상대로 관흠이었다.
휙!
빠른 검이 조광의 머리를 노렸다.
조광은 검을 세워 강하게 받아쳤다.
타앙!
격렬한 타격음과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제법이구나.’
관흠은 미간을 좁히면서 앞으로 오른발을 뻗었다.
조광은 그 동작을 알고 있었다.
‘추혼낙월?’
명운은 그에게 관흠이 세 초식 안으로 추혼낙월을 쓸 것이라 예언한 바 있었다.
‘말씀대로다.’
휙!
날카로운 찌르기가 그를 향해 날아왔다.
조광은 검을 들어 막지 않고 몸을 비틀어 공격을 흘린 뒤, 오른팔을 뻗었다.
이것은 그가 이틀 동안 밤낮으로 연마한 원비유가였다.
관흠은 조광이 몸을 비트는 것을 보곤 깜짝 놀랐다.
‘검을 흘린다고?’
다음 순간 조광의 검이 그의 목을 향했다.
‘위험해.’
관흠은 몸을 돌려 피하려 했으나 그의 몸은 이미 앞으로 쏠린 상태였다.
‘피할 수 없다.’
절망적인 순간, 조광의 검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목젖과는 겨우 일 촌(3cm)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승부가 난 건가?”
팽헌충의 물음에 답이라도 하듯 강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승자! 조광!”
관흠은 두 눈을 감았다.
‘이렇게 쉽게 패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상황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후문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이제 알겠어.”
그의 한마디에 팽헌충이 고개를 돌렸다.
“하후문, 뭔가 알아낸 거야?”
하후문이 미간을 좁힌 채로 대답했다.
“조광, 저 녀석은 처음부터 실력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그의 한마디에 팽헌충이 흠칫했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두 초식만에 관흠을 쓰러뜨릴 수 있겠어. 그리고 녀석이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고 가정하면, 공자가 그를 우리 상대로 지목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어.”
옆에서 듣고 있던 종영세가 입을 열었다.
“녀석의 수작에 우리가 당했다는 말인가?”
하후문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제대로 당했지. 다음 대결은 누구지?”
다음으로 명운과 상대할 이는 팽헌충이었다.
“나야.”
“있는 힘을 다해서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보기에 조광 저 녀석은 우리보다 한 수, 아니 적어도 두 수는 위인 것 같아.”
종영세는 하후문의 말을 듣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한 달이라. 그 안에 녀석을 넘어서야 하는 건가?’
그는 네 명의 사내 중 가장 긴 시간을 부여받은 바 있었다.
명운이 의자에 앉은 채로 말했다.
“관흠, 앞으로 삼 년 동안 사사로운 싸움을 금한다.”
평생이 아닌 삼 년.
관흠은 바로 고개를 들었다.
“공자님!”
“삼 년 뒤 다시 대결하여 조광을 이긴다면 금지를 풀어 주마.”
조건부 금지.
관흠은 생각했다.
‘최악은 면했군.’
삼 년 뒤 대결에서 승리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한쪽 무릎을 굽혔다.
“존명.”
명운은 관흠을 보며 생각했다.
‘이쪽은 단순한 만큼 대처가 쉬웠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아니다.’
팽헌충, 하후문, 종영세.
이 세 사람은 관흠과 달리 머리 회전이 빨랐다.
강하원이 비무를 정리하듯 말했다.
“오늘 비무는 여기까지다. 해산!”
비무장을 나오자 강하원이 명운에게 말했다.
“두 초식 만에 관흠을 제압할 줄은 몰랐습니다. 예상보다 뛰어난 이가 가르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명운이 조광을 가르쳤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자네 말대로 우리가 생각한 이상의 고수가 가르치는 모양이야.”
강하원이 물었다.
“혹시 귀주석가입니까?”
그는 명운이 귀주석가와 어느 쪽이든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명운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내 편이라면 좋겠지만, 아직은 아닐세. 그건 그렇고, 청하령은 어떻게 되었나?”
청하령에는 그가 침을 발라 놓은 정문이 근무하고 있었다.
“사람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정문은 밤낮으로 무공을 연마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 밤낮으로 무공 연마라.”
“덕분에 그를 만나는 것에 실패했습니다.”
명운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화운심공에 심취한 것인가? 아니면 좌천되었다는 사실을 잊고자 무공에 몰입하고 있는 건가?’
어느 쪽이든 정문의 무공이 강해진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 * *
지하 연공실.
조광은 오늘 대결에서 승리했음에도 얼굴이 밝지 않았다.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병풍 뒤에 앉은 명운이 답했다.
“허락하겠다.”
“관흠이 추혼낙월을 삼 초식 안에 쓸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명운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궁금했다면, 왜 처음 말했을 때 묻지 않았느냐?”
조광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하나 실제로 경험하니,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명운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관흠이라는 자는 성격이 난폭하고 급해 바로 승부를 내려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것뿐입니까?”
“너희가 겨루는 것을 보았다.”
첫날.
다섯 사람은 보위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단내가 날 때까지 비무를 펼쳤다.
조광은 멈칫했다.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비무를 펼치라 했던 것인가?’
그는 모든 것이 다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관흠이라는 자는 추혼낙월을 가장 즐겨 사용했다.”
조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난폭하고 급한 성격을 가진 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초식이니, 다음 대결에서도 그 초식을 바로 쓸 것이라 예상하신 것입니까?”
명운이 짧게 대답했다.
“그렇다.”
조광은 생각했다.
‘고수의 판단이라 해서 기묘한 것은 없구나. 다만 생각의 폭이 우리보다 넓다.’
이번에는 명운이 그에게 물었다.
“대답을 듣고 난 뒤에도 얼굴이 편해 보이지 않는구나. 이유가 무엇이냐?”
조광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이겼으나 이긴 것 같지 않아 그렇습니다.”
명운은 그가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재차 질문을 던졌다.
“이겼으나 이긴 것 같지 않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조광이 허리를 굽혔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 힘으로 이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과 관흠의 차이가 두 초식만에 승부가 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 힘으로 이겼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조광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명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공을 배운 자와 배우지 않은 자의 차이를 아느냐?”
“강함의 차이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함이 아니라 지식의 차이다. 무공을 배운 자는 상대를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 너 또한 내게 이기는 법을 배웠다. 무공을 배운다는 것은 무릇 이러한 것이다.”
조광은 명운의 설명을 들었음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제가 관흠을 두 초식만에 이긴 것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명운이 혀를 찼다.
“쯧쯧, 아직도 모르겠느냐?”
그의 한마디에 조광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명운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깨닫지 못했다니, 안타까울 뿐이구나. 오늘은 이곳에서 내 가르침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면벽하도록 하라.”
면벽참선은 대개 불가(佛家)에서 하는 것이었다.
하나 경우에 따라 천마신교에서도 이를 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조광이 벽을 마주한 채 가부좌를 틀자 명운은 경은과 함께 연공실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차구나.”
경은이 그의 뒤를 따르며 말을 받았다.
“곧 겨울입니다.”
명운이 물었다.
“내 가르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경은은 조광이 배운 그 모든 것을 배웠으며,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명운과 함께했다.
“추혼낙월과 원비유가 말씀이십니까?”
“그 이상은 깨닫지 못했느냐?”
경은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명운은 그녀가 대답하지 못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조광처럼 내 가르침에 대해 생각해 보거라.”
경은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녀는 명운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내가 궁금한 것은 관흠을 제압한 초식이 아니라 바로 공자님,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입니다.’
명운의 겉모습은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무인들마저 크게 놀랄 정도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러한 소년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교주님의 아들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경은은 가끔이지만 명운에게 경외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