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종가의 소협 (2)
진송의 원래 직업은 어부였다. 그는 매일 아침 장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중경 외곽에 있는 오사촌이라는 마을에 팔았다.
그러던 그가 수뢰방에 들어오게 된 것은 칠 년 전이었다.
‘방주님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장강에서 고기나 잡는 인생이었겠지.’
시장에서 시비가 났을 때, 그의 완력을 높게 본 수뢰방주 적인순이 그를 수뢰방 제자로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수뢰방에는 그처럼 어부였거나 상선의 선원이었던 이가 많았다.
“대장, 저기 앞에 누가 있습니다.”
진송은 벌판 가운데 서 있는 사내를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검을 차고 있으니, 조심해라!”
그의 외침에 부하들이 일제히 답했다.
“예, 대장!”
진송의 직책은 대장이 아닌 비조선 선장이었다. 하나 부하들은 그를 선장보다는 대장이라 불렀다.
“지금 물러선다면, 베지는 않겠다.”
홀로 서 있던 무인의 한마디.
전송은 그 한마디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무공을 익히고 있는 놈 같다. 포위해라!”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오십 명의 제자들이 만도(彎刀)를 뽑아 들고는 좌우로 흩어졌다.
진송은 사내와 거리를 좁히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그가 무기를 버리라 말한 사내는 바로 명운이었다.
명운은 수뢰방 제자들이 자신을 포위하게 그냥 두었다.
‘흩어지는 것보다는 뭉쳐 있는 것이 상대하기에 편하다고 할까?’
수뢰방 제자들은 사방에서 그를 포위하고는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명운은 그들을 훑어보고는 입술 끝을 올렸다.
“쥐가 고양이를 보는 듯 조심스럽군. 내가 두려운가?”
그의 물음에 진송이 미간을 좁혔다.
“흥! 우리가 무엇이 두렵단 말이냐?”
진송은 거칠게 목소리를 높였지만, 과감하게 거리를 좁히지는 못했다.
그는 무공을 제대로 익힌 무인과 일반 제자들의 차이점을 알고 있었다.
‘놈과 정면으로 붙으면 이쪽의 피해가 클 것이다.’
타고난 완력만으로는 고수를 제압할 수 없다.
그는 이 사실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게다가 놈은 기습이었다고는 하나, 장로님을 쓰러뜨린 상대다. 반드시 사방에서 동시에 덮쳐야 한다.’
수뢰방 제자들은 명운을 가운데 두고 두 겹으로 포위망을 형성했다.
‘이쯤이면 놈이 고수라고 해도 어려울 것이다.’
진송은 오십이라는 숫자에 용기를 얻었다.
“어떠냐? 빠져나갈 구멍이…….”
그가 목소리를 높이려는 찰나, 명운이 오른발을 들었다. 그리고는 들었던 발을 아래로 내리면서 짧게 외쳤다.
“천음진(天陰震)!”
발밑으로 뿌려진 기운이 그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수뢰방 제자들을 덮쳤다.
“악!”
“허허헉!”
그들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고통과 함께 몸을 떨었다.
“사, 살려 주세요.”
“대, 대장…….”
부하들은 대장인 진송을 애타게 불렀으나 고통에 휩싸인 것은 진송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몸을 비틀거리면서 앞으로 손을 뻗었다.
“노, 노오옴.”
하나 그의 몸부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몸에 힘이 빠지면서 의식이 멀어져 갔다.
‘무공이 아니라 요술이란 말인가?’
그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정신을 잃고 말았다.
명운은 모두가 쓰러진 것을 확인하고는 몸을 돌렸다.
‘사자후보다는 천음진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천음진(天陰震).
이 무공은 그가 초원에서 고잔을 상대로 선보인 공후검(恐吼劍)을 응용한 것으로, 한음진기를 주변에 뿌려 상대의 기혈과 심장을 아래에서부터 공격하는 수법이었다.
이 천음진의 장점은 공후검보다는 사용이 쉽고, 내력 소모가 적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단점은 내력 소모가 적은 만큼 공격이 가능한 범위가 좁고, 내공을 어느 정도 쌓은 이에게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 * *
중경 포구.
개방제자들은 상선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유심히 살폈다.
승객 대부분이 내렸을 때, 허리에 매듭이 두 개인 제자가 입을 열었다.
“타주님,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결제자의 말에 중경분타주 오개(娛丐)가 미간을 좁혔다.
“음, 여기서 일이 터지면 곤란한데 말이야.”
중경분타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사건이 없었다. 그 덕분에 그는 어려움 없이 중경분타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하긴…… 몇 년 동안 조용했다는 것은 큰 사건이 터질 때가 되었다는 말과 같지.’
이결제자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배에 올라가 보자.”
오개는 제자들을 이끌고 상선으로 향했다.
상선 선장은 그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허! 일진이 이렇게 사나울 수가 있나! 수뢰방 다음 개방이라니!’
그는 오개의 허리에 세 개의 매듭이 묶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매듭이 셋이라면 삼결제자?’
중경에서 매듭이 셋인 개방제자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후우…… 이런, 중경분타주가 직접 납시었다는 말이군.’
오개가 배에 올라타자 선원들이 좌우로 비켜섰다. 그를 따르는 개방제자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선원들은 귓속말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개방하고 수뢰방이 전쟁이라도 하려는 걸까?”
“아까 그 사람들 개방하고 인연이 있었나 봐.”
“이거 난리 났군.”
선장이 앞으로 나서며 오개에게 물었다.
“개방 형제들께서 제 배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오개가 다짜고짜 물었다.
“이 배에 젊은 무인이 타고 있지 않았나?”
선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몇 명 있었습니다.”
오개는 고개를 갸웃했다.
“두 명이 아니라 몇 명이나 타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한데 왜 한 명도 없지? 중간에 배를 바꿔 탄 것인가?”
선장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그게…… 중간에 수뢰방과 싸움이 나서…….”
오개가 급히 그의 말을 끊었다.
“그들이 수뢰방에게 납치된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그들과 수뢰방의 싸움이 계속되었기에 제가 그들을 배에서 내리게 했습니다.”
선장은 다른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덧붙였다.
오개는 그의 말을 들은 뒤,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음…… 장강 위에서 수뢰방과 싸움이 났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들을 어디에 내려 주었나?”
선장은 명운과 소녀를 내려놓은 곳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오개는 즉시 개방제자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리도 그곳으로 간다.”
이결제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타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곳으로 간다니요? 설마 수뢰방과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오개가 앞서 걸으며 되물었다.
“향에서 전갈이 오지 않았느냐? 수뢰방과 싸우지 않더라도 서화종가의 차남이 어떻게 되었는지 후일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가 배에서 내리자 개방제자들이 재빨리 타고 갈 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둘러라!”
“어서 비조선을 준비하라!”
수뢰방 정도는 아니었지만, 중경분타에도 비조선이 몇 척 있었다.
“비조선이 준비되었습니다!”
오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믿을 수 있는 제자들과 함께 비조선에 올랐다.
“출발하라!”
그의 명이 떨어지자 뒤에 앉은 개방제자들이 일제히 노를 젓기 시작했다.
솨악. 솨악.
개방제자들이 노를 저을 때마다 비조선이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반 시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오개가 탄 비조선이 수뢰방 전선들이 닻을 내리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이결제자가 전선들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분타주님, 수뢰방 제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강가에 모인 수뢰방 제자들은 수백이 넘을 것 같았다.
그중에는 말을 탄 이도 보였다.
“오길 잘했구나.”
오개의 말에 이결제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타주님, 이런 일에는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오개가 그를 꾸짖었다.
“개방제자가 불의한 일을 어찌 그냥 보고 지나갈 수 있단 말이냐? 너희는 그러고도 개방제자란 말이냐?”
“그, 그것이 아니라.”
“갈(喝)!”
오개의 외침에 개방제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오개는 시선을 수뢰방으로 돌렸다.
“저 숫자를 보니, 방주가 직접 나선 모양이구나.”
“분타주님, 녀석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분타로 돌아가 증원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평소라면 이결제자의 말대로 물러섰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 오개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희는 돌아가서 증원을 부탁하라. 나는 저들을 추적할 것이다.”
그가 혼자 추적하겠다고 말한 것은 무공에 자신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공이 떨어지는 제자들을 데려가는 것보다는 이쪽이 나을 것이다.’
만에 하나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 하나의 목숨으로 끝날 터였다.
‘싸운다고 해도 혼자라면 홀가분하게 무공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개방제자들은 그를 혼자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분타주님,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
“혼자는 위험합니다.”
오개는 개방제자들의 말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불의를 참지 말라 할 때는 물러서자 하고, 돌아가라 할 때는 함께 가겠다니, 이는 마치 청개구리와 같구나.”
개방제자들은 그의 한마디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돌아가 증원을 청하겠습니다.”
오개는 고개를 끄덕인 뒤, 경공을 전개했다.
쉬익!
파공성과 함께 오개의 신형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앞서 오개에게 꾸짖음을 들었던 이결제자가 그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분타주님의 무공이라면 수뢰방 녀석들이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오개는 분타주답게 이결제자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마치 초상비(草上飛)를 전개하듯 벌판을 내달리고 있었다.
‘소리로 미뤄 보면, 저쪽이군.’
오개가 두 마장쯤 나아갔을 때였다.
터벅. 터벅.
수뢰방 제자 몇이 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듯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수뢰방 녀석들…… 배나 몰 것이지. 뭍까지 올라올 줄이야.’
오개는 순식간에 그들을 앞서 나갔다.
그리고 일다향쯤 더 달렸을 때였다.
그는 뭔가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췄다.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안력을 집중하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보기 드문 것이었다.
수십 명의 수뢰방 제자가 둥근 원을 그리며 쓰러져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두 손에 만도를 들고 있었다.
오개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가 처음 떠올린 것은 독이나 암기에 의한 기습이었다.
‘독무(毒霧)를 쓸 수 있는 고수라면 충분히 이런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오개는 급히 내력을 끌어 올렸다.
이는 주변에 남은 독 기운에 대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조금 더 접근해 보자.’
그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갔지만, 독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독무 같은 것은 아니란 말인가?’
오개는 그래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강호에는 기괴한 일이 많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기습을 받게 될지 몰랐다.
‘방심하는 순간 독침이 날아올 수도 있다.’
그는 오감을 연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았다. 이윽고 쓰러진 수뢰방 제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지금이 가장 위험하다.’
그는 손으로 수뢰방 제자를 만지지 않았다. 대신 등에 메고 있던 봉(棒)을 풀어 수뢰방 제자를 밀어 보았다.
툭.
당연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흠.”
오개는 숨을 길게 내쉬고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수뢰방 제자의 코에 손을 가져갔다.
‘숨은 쉬고 있다.’
이는 수뢰방 제자들이 죽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맥을 살폈다.
‘맥도 괜찮다.’
상태를 보면 그냥 기절한 것 같았다.
‘이 많은 제자를 일시에 기절시켰다고?’
그가 생각할 수 있는 무공은 이제 하나였다.
‘사자후(獅子吼)!’
사자후는 소림의 절기 중 하나였으나 그와 비슷한 음공(音功)은 여러 문파에서 다루고 있었다.
“사자후를 쓸 정도라면 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다.”
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추격할 것인가? 추격을 단념할 것인가?’
그러나 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개방제자가 무엇을 고민한단 말인가?”
오개는 이번 일을 일으킨 자를 추적하기로 했다.
* * *
명운은 수뢰방 제자들을 제압하고는 산을 향해 경공을 전개했다.
휘익! 휘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그의 귓전을 때렸다.
그는 말을 타고 달릴 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 빨리 달려 볼까?’
명운은 최대한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마치 쏘아진 화살처럼 허공을 날았다.
쉬이이이익!
주변에 기파(氣波)가 흩어질 정도의 빠름.
그러나 이 정도의 빠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백여 장을 지나자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한계인가? 진기가 가라앉고 있다.’
보통 때였다면, 여기서 속도를 늦췄을 것이다.
하나 오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명운은 두 발로 대지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지인보(地絪步)를 써 볼까?’
그는 단전의 내력이 아닌 대지의 용맥을 이용해 경공을 전개했다.
쉬이이익!
다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군.’
지인보.
그것은 대지의 용맥을 이용한 경공술이었다.
명운은 지인보가 보여 주는 속도에 만족했다.
‘지인보를 이용하면, 적어도 일식경 정도는 이 속도로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속도로 일식경을 나아갈 수 있다면, 백 리를 넘어 이백 리까지 단숨에 내달릴 수 있었다.
* * *
청문은 해가 완전히 지자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두 말의 고삐를 잡았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앞서겠네.”
청풍은 부상 때문에 말에서 내릴 수 없었다.
“미안하게 되었군.”
“미안하긴 이 친구.”
청문이 앞서 걷기 시작했을 때였다.
쉬이이이익!
귀를 찢는 듯한 파공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이것은?”
청문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신형(身形)이 마치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와 그들을 지나쳤다.
쉬이이익!
그는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고수를 보고는 혀를 차듯 말했다.
“사람이 저렇게 빨리 달릴 수도 있는 건가?”
청풍이 그의 말을 받았다.
“저것은 달리는 게 아니라는 날아간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군.”
“저 정도 속도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자신들의 무공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명운은 지인보를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진을 따라잡았다.
그는 서진을 보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장 호위!”
서진은 명운이 자신을 부르자 바로 걸음을 멈췄다.
“공자님, 일은 잘 마무리되신 것입니까?”
명운은 순식간에 그의 곁에 도착했다.
“아침까지는 괜찮을 걸세.”
서진은 명운에게 어떠한 수법으로 수뢰방 제자들을 쓰러뜨렸는지 묻지 않았다.
‘공자님이라면 그들을 상대할 방법이 백 가지도 넘을 것이다.’
소녀는 서진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내려 주세요.”
서진이 그녀를 내려 주려는 순간, 명운이 말했다.
“혼자 걷는 것은 무립니다.”
소녀의 아미가 위로 올라갔다.
“네?”
“곧 밤이슬이 내릴 겁니다.”
명운은 밤이슬을 맞으면 안 된다는 청풍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장 호위, 소저를 이쪽으로.”
서진은 재빨리 그에게 소녀를 넘겨주었다.
소녀는 서진의 품에서 명운의 품으로 옮겨지자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걸음걸이로는 밤이슬이 내리기 전에 민가에 도착할 수 없었다.
서진이 물었다.
“공자님,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명운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객잔을 찾아볼 생각이네.”
서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벌판에서 객잔입니까?”
명운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쪽으로 오다가 동쪽 하늘의 불빛을 보았네. 아마 그곳이 중경이겠지. 일다경이면 도착할 걸세.”
그는 소녀를 안은 채 중경으로 내달릴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