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수룡(水龍)과 독룡(毒龍) (1)
아미파 삼대제자 임아련, 그녀는 열흘 만에 백옥현으로 복귀했다.
“사질이 사고를 뵙니다.”
아미파 이대제자 금옥수는 사질의 복귀에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 내가 정한 기일을 넘겼구나.”
임아련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불분명한 것들이 있어서 조금 더 시간을 쓰고 말았습니다.”
금옥수가 말끝을 올렸다.
“불분명한 것이라고?”
“수상한 것 같으면서도 수상하지 않고, 수상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수상했습니다.”
금옥수가 임아련을 상단에 붙인 것은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르는 흉수 때문이었다.
‘흠, 출발하기 전에 자세히 이야기했어야 했나?’
그녀는 자신의 지시가 두루뭉술했기 때문에 임아련이 시간을 더 소모한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면에서 수상했다는 말이냐?”
“우선 상단 사람들이 지나치게 친했습니다.”
“흠, 긴 여행을 함께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격이 없다고 할까요? 상단주를 제외하면 다 신분이 비슷해 보였습니다.”
금옥수는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다른 것은 없느냐?”
“돈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금옥수는 임아련의 시선이 제법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상단에서 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심해 볼 만한 여지가 있구나.”
그녀는 뭔가 놓친 것이 아닌가 하고 속으로 혀를 찼다.
‘그냥 보내 주면 안 되는 이들이었나?’
그들은 이번 청성제일검 사건이 아니라고 해도 뭔가 다른 사건에 연류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계속 추적했으나 결정적인 단서는 찾지 못했습니다.”
금옥수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흉수는 보지 못했느냐?”
그는 마차나 짐 사이에 숨은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임아련에게 명을 내렸던 것이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임아련이 대답했다.
“흉수 같은 이는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나흘을 더 허비하고도 그냥 발길을 돌린 이유는 그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금옥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지금은 흉수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이 이곳 백옥현에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자잘한 악당이나 비첩을 찾아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허도장을 해한 흉수를 찾을 때까지 다른 일은 밀어 둘 수밖에 없다.’
사천성에는 무림맹의 천라지망이 펼쳐져 있었다. 하나 흉수를 찾았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같은 시각.
아미산 상현각(上炫閣).
산허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말끔한 도인과 청아한 비구니가 마주 앉았다.
“흉수를 아직 찾아내지 못한 모양입니다.”
비구니의 불호는 혜명이었다.
“혜명사태께서는 이번 일을 어떻게 보십니까?”
묻는 이는 청성파 임시장문 자현도장이었다.
“사천 무림의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번 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혜명사태가 자현도장에게 물었다.
“도장께서는 이번 일로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청성파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예정입니까?”
“어떻게든 이번 일을 수습해야겠지요.”
“흉수를 잡지 못하면……”
자현도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외 대답이었다.
혜명사태가 눈을 크게 뜨며 말끝을 높였다.
“청성파는 끝까지 흉수를 추격하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자현도장은 혜명사태의 표정을 보고는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뼈에 사무친 원한을 갚지 않고 물러서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군. 하나…….’
흉수를 잡기 위해 청성이라는 이름을 잃을 수는 없었다.
“이쪽은 어떻게든 장문 사형의 원수를 갚고 싶습니다. 하나 복수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혜명사태가 눈썹을 위로 올렸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청성입니다.”
혜명사태가 눈썹을 내리며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아…….”
“사태께서도 무엇이 중한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혜명사태 또한 일문을 이끄는 장문인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형제 간의 감정이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본문이라는 말인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도장께서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셨겠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도를 닦은 도인이었기 때문일까?
자현도장은 감정을 내리누르는 데 익숙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청성파는 언제까지 흉수를 추적하실 것입니까?”
복수하기는커녕 흉수가 누구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면 청성파의 명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삼 년 정도 보고 있습니다.”
“삼 년이면 짧은 것은 아니군요.”
“하나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혜명사태가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일이 벌어진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흉수의 무공이 고강하니, 아마도 사천성을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혜명사태는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도장,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자현도장은 이미 복수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삼 년이면 사람들이 이 일을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는 흉수를 찾지 못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혜명사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장, 한 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괜찮습니다.”
“흉수의 무공이 매우 뛰어나다는 보고서가 무림맹에 올라왔습니다. 그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현도장은 살짝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마른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사형께서는 천하십대고수에 그 이름을 올리셨던 분입니다. 그런 분을 해한 흉수입니다. 무공이 뛰어나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겠죠.”
“인질을 이용한 암격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자현도장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사태, 이야기는 멀리 퍼트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혜명사태가 목에 힘을 주었다.
“이 자리에서 듣고 잊겠습니다.”
“흉수와 사형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혜명사태는 눈을 크게 떴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녀는 이 내용을 정말로 몰랐던 것 같았다.
“현장에 검오기를 사용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검오기는 검기(劍氣)와 검강(劍罡)의 중간 단계로 혜명사태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검오기까지 사용한 대결이 있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자허도장께서는 검오기를 사용하고도…….”
“흉수가 사형과 대결에서 검강을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혜명사태가 그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도장! 어찌 그런 일을 비밀에 부치셨단 말입니까?”
그녀는 절대 비밀이 되어서는 안 되는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검강을 사용하는 흉수라면, 마교주 또는 그에 준하는 자가 사천에 나타났다는 말이 아니던가?’
자현도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태, 듣고 잊기로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나! 검강을 쓰는 흉수라면 사방에 나가 있는 아미제자, 아니 무림맹 제자들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검강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극에 이르렀다는 뜻이었다.
그런 자를 만나게 된다면, 이쪽의 수가 수백에 이른다고 해도 그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하물며 지금 길을 막고 있는 무림맹 제자들은 많아야 수십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제자들을 사지로 밀어 넣었구나!’
혜명사태와 달리 자현도장은 차분했다.
“흉수는 이미 사천을 빠져나갔을 것입니다.”
그의 한마디에 혜명사태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도장께서는 처음부터 흉수를 잡을 생각이 없으셨던 것이군요.”
자현도장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잡을 생각이 없던 것이 아니라 잡을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겠죠.”
쓰러진 자허도장은 천하십대고수이자 청성제일검이었다. 청성파에 남은 이들 중에는 그 누구도 자허도장과 검을 견줄 수 없었다.
‘청성파 일대제자 전부가 달려들어도 흉수를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
무극에 이른 무인은 그만큼 두려운 존재였다.
“사태께서 겁쟁이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여기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혜명사태는 자현도장을 비난할 수 없었다.
‘사형에 대한 복수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문의 보존,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고민의 여지가 없다.’
그녀는 시선을 산허리로 돌렸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사문을 지키지 못한다면, 저승에 가서 선대를 뵐 면목이 없겠죠.”
타고난 성정이 불같은 혜명사태는 그와 같은 선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그녀는 아미파 장문으로서 그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 * *
청풍과 청문은 확 달라진 주가령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가씨?”
“두 사람, 왜 그렇게 서 있어요.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주가령은 막 피어난 꽃처럼 생기가 넘쳤다.
이는 그들이 알고 있던 그녀가 아니었다.
“아가씨, 괜찮으신 겁니까?”
“괜찮지 않으면요?”
“아닙니다.”
방 안에는 명운이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두 무인이 안으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밤, 무사하셨군요.”
청풍과 청문은 일제히 포권을 취했다.
“종 소협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큰 인사를 받을 일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에 이어 서진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명운을 보자마자 밝은 미소를 지었다.
“공자님, 객잔을 찾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가장 큰 곳으로 오라 하지 않았나?”
“그게 비슷한 곳이 한 곳 더 있었습니다.”
중경성은 대성(大城)이었기 때문에 큰 객잔이 여럿 있었다.
서진과 두 사람은 큰 객잔을 여럿 들린 뒤, 명운을 찾아냈던 것이었다.
“다들 밤새 걸으신 거죠?”
주가령의 물음에 세 사내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계속해서 물었다.
“방은 잡으신 것인가요?”
서진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방을 잡다니요? 다시 출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의 물음에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다들 밤새 걷느라 지쳤을 것 아닌가? 오늘은 객잔에서 쉬도록 하지.”
“공자님, 그래도 되는 겁니까?”
서진은 이런 식으로는 수뢰방의 추격을 따돌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명운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아무리 수뢰방의 세력이 크다고 해도 성안에서 일을 벌일 수는 없을 걸세.”
그는 믿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어제 그런 일을 당하고도 추격한다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것이겠지.’
수뢰방이 알아서 물러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출발이 늦는다면 밖에서 그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명운은 그 말에 손을 내저었다.
“성 밖에서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는 수뢰방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강행군을 할 생각이 없었다.
서진은 몸을 숙였다.
“공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가서 방을 잡겠습니다.”
명운이 돌아서는 그에게 말했다.
“자네와 두 사람의 방을 함께 잡도록 하게.”
“하면 공자님께서는?”
“난 이곳에서 소저를 지키겠네.”
서진은 명운과 주가령을 번갈아 보았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구나.’
그는 주가령의 얼굴이 확 핀 것이 명운과 있었던 일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서로 사랑에 빠진 것인가? 하지만 공자님께서는 도민국 군주와 혼인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렇군. 공자님은 천마신교 사람이었지.’
천마신교 무인들은 아내가 있어도 다른 여인을 취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게다가 명운은 정실부인은 몰라도 첩을 여럿 둘 수 있는 신분이었다.
‘후…… 공자님도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는 마교(魔敎) 사람이구나.’
그가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명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장 호위, 말을 좀 보러 가지.”
그가 이렇게 말을 한 것은 주가령과 두 호위가 이야기할 틈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명운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공자님, 괜찮으신 겁니까?”
명운이 되물었다.
“무엇이 말인가?”
“소저의 외모가 아름답긴 하지만, 내력을 알 수 없지 않습니까?”
명운이 앞서 걸으며 말했다.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서진은 명운의 한마디에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명운이 화제를 돌리듯 말했다.
“화산으로 가기로 했네.”
서진은 그의 말에 경악했다.
“예? 화산이요?”
그는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장 호위, 목소리가 너무 크네.”
서진은 명운이 주의를 시켰음에도 목소리를 낮출 수가 없었다.
“아니, 그게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화산이 어떤 곳입니까?”
“화산에는 화산파가 있지.”
명운의 말이 너무 태연했기 때문에 서진은 재차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공자님!”
화산파(華山派).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두고 이인자가 되지 못한 삼인자라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림의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무당과 소림을 제외하면 그들 앞에 자신 있게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문파가 없었다.
화산파의 매화검법과 매화검수, 그리고 자하신공은 수백 년 전부터 그 이름을 천하에 떨쳤으며, 그들이 수백 년 동안 써 온 협행의 기록은 수 권의 책으로 만들어도 부족했다.
“화산파에서 그녀를 치료하기로 했네.”
서진이 멈칫했다.
“치료란 말씀입니까?”
명운이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주 소저는 병이 있네.”
“주 소저라면?”
“그녀의 성이 주씨일세.”
서진은 담담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아, 그 주 소저였군요.”
그는 지금까지 이름을 모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난밤에 같이 있으면서 이름 정도는 알았을 것이다.’
그가 명운에게 물었다.
“공자님, 그러면 밤이슬을 맞으면 안 된다는 말이 진짜였습니까?”
“그 정도가 아닐세. 이번 치료가 실패하면 그녀의 목숨을 구할 수가 없을 걸세.”
서진은 명운의 말에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는 주가령이 선천적으로 약한 몸을 타고 태어나서 밤이슬을 맞으면 안 된다고만 생각했다.
한데 명운은 그녀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자네에게 거짓을 말해서 무엇을 하겠나?”
“결국, 주 소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화산을 택하신 것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게 요약하면 그렇다네.”
서진은 그의 뒤를 따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사정은 이해했습니다만, 쉬운 결정은 아니군요.”
화산파에는 그들의 신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도인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것도 그렇고, 이대로 화산을 향하게 된다면, 계획과 크게 다른 경로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명운과 서진의 처음 계획은 중원을 크게 우회해 몽고 초원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불만이 많아 보이는군.”
“불만이 아니라 걱정입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善)을 베풀면 덕(德)이 되어 돌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말도 있었습니까?”
“없었나?”
“처음 듣습니다.”
명운은 말없이 객잔의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