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귀환(歸還) (1)
검선 선화.
천마신교 또한 이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신교우사 공복진은 두 손을 모으며 교주 명증에게 보고를 올렸다.
“교주님, 검선이 쓰러졌다 합니다.”
명증은 대명좌에 앉은 채 물음을 던졌다.
“검선이라면…… 화산파의 그자 말인가?”
검선 장천선인은 명증과 같은 시대에 활동하던 무인이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명증은 그가 검을 휘두르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제법 날카로운 검이었지.’
공복진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러합니다.”
명증이 재차 물었다.
“우사, 누가 그를 쓰러뜨렸는지 알고 있나?”
공복진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러 경로로 소식을 모으고 있으나 아직 누구와 싸웠는지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명증은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신교좌사 양대충과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자명단주 사마진이 있었다.
“그대들은 이 사실을 몰랐는가?”
사마진은 이미 누가 벌인 일인지 알고 있었다.
‘운이 벌이고 있는 일이 점점 커지고 있구나.’
그녀는 명운이 돌아올 때까지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자 했다.
‘자칫 잘못하면 운에게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사마진의 우선순위는 명증이 아닌 명운이었다. 그녀가 교주의 물음에 답했다.
“저도 조금 전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림맹은 그자를 흉수라 부를 뿐, 우리와 마찬가지로 누구인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명증은 그녀의 대답에 얼굴을 굳혔다.
“자명단주, 무림맹이 모르는 일이라면 우리도 몰라야 한다는 것인가?”
“그것은 아닙니다.”
“하면?”
사마진이 고개를 숙였다.
“최근 개방의 용두방주까지 그 괴인에게 쓰러졌다고 합니다. 자명단 제자들이 백방으로 소식을 모으고 있으니, 곧 모든 것이 밝혀질 것입니다.”
명증은 혀를 찼다.
“쯧쯧쯧, 요즘 자명단주를 보면 생각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 같단 말이야.”
교주의 시선은 역시 날카로웠다.
“죄송합니다.”
명증은 시선을 다시 공복진에게 돌렸다.
“중원 쪽은 됐고, 파천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무림맹이 오랜 숙적이라면, 파천궁은 현실적인 위협이었다.
그들은 오공자 명정을 죽이고 적풍대를 전멸시켜, 천마신교에 큰 타격을 입혔다.
“서장에 제자들을 풀어 조사하고 있으나 단서를 쉬이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아직 아무것도 찾은 것이 없다는 것인가?”
“죄송합니다.”
명증이 냉소했다.
“그대도 죄송하단 말인가? 자네도 자명단주와 같은 모양이로군.”
다른 곳에 생각이 있다.
공복진은 속으로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후…… 보위산 정벌 이후, 모든 것이 꼬여만 가는구나.’
그가 깊이 허리를 숙였다.
“교주님, 제가 직접 서장에 가 보겠습니다.”
명증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잘 생각했네. 파천궁에 대한 단서를 찾을 때까지 대명궁으로 돌아오지 말게.”
공복진으로서는 난감한 명령이었다.
하나 파천궁의 본거지를 찾지 못한다면, 천마신교로서는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큰 그림으로 보면 명증의 명령은 결코 과한 것이 아니었다.
“신 명심하겠습니다.”
공복진은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그가 떠나자 남은 이들은 신교좌사 양대충 쪽 사람들뿐이었다.
“양 좌사.”
양대충은 교주의 부름에 살짝 긴장했다.
‘공복진 다음은 나구나.’
그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교주님, 하명하십시오.”
“자네도 여기 있을 때가 아니지 않나?”
양대충은 역시라 생각했다.
‘교주님의 아들이 죽었음에도 복수는커녕 범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교주님께서 화를 내시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몸을 일으키며 답했다.
“저도 서장으로 떠나겠습니다.”
명증이 오른손을 들었다.
“자네까지 서장으로 떠나면 곤란하지.”
“…….”
“그대는 이곳에 남아서 출정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양대충이 두 손을 모았다.
“삼단과 사신대가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명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뒤, 두 눈을 감았다.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마치 안개에 휩싸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 *
파천궁 화안전.
화안전은 파천궁 사왕 중 한 명인 풍왕의 거처였다.
“교주님께서 어인 일로 이곳까지…….”
이곳을 찾은 것은 파천궁주 천혁이었다.
“검선이 죽었다.”
풍왕이 멈칫하며 말끝을 올렸다.
“노환입니까?”
“아니, 정체불명의 고수에게 당했다고 하더군.”
“정체불명의 고수입니까?”
천혁이 상석에 앉은 채로 말했다.
“이번에도 자네가 가야 할 것 같네.”
파천궁에는 천하 십대고수를 제압할 수 있는 무공을 지닌 무인들이 여럿 있었으나 정보력은 천마신교나 무림맹에 미치지 못했다.
‘정보는 무공과 달라 그것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중요하다.’
풍왕이 살짝 말끝을 올렸다.
“다른 사왕은 안 되는 것입니까?”
천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네.”
풍왕은 속으로 긴 숨을 내쉬었다.
‘후우…… 쉴 틈이 없구나.’
그와 그의 부하들은 얼마 전 곤륜산에서 오공자 명정과 적풍대를 격멸한 바 있었다.
“교주님, 명가의 잡졸들이 본궁을 노리고 있습니다. 소인은 궁을 비우는 것이 불안합니다.”
풍왕의 말대로 천마신교제자들이 서장 곳곳에서 파천궁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다.
“본궁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있지 않느냐?”
“하나…….”
“풍왕.”
풍왕이 고개를 숙이며 목에 힘을 주었다.
“예, 교주님.”
“그대는 섬서로 가서 정체불명의 고수를 포섭하라.”
포섭.
천혁은 생각했다.
‘검선을 이겼다면 쓸 만한 자일 것이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발아래 두고자 했다.
이는 자신감을 넘어 오만에 가까웠다.
“지금 즉시 섬서로 출발하겠습니다.”
풍왕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천혁이 한마디를 더했다.
“포섭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지?”
풍왕이 두 손을 모았다.
“그 자리에서 숨통을 끊겠습니다.”
“좋아. 가 보게.”
“존명.”
풍왕은 두 손을 푼 뒤, 그대로 방을 빠져나갔다.
홀로 남은 천혁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명가를 처리하고 나면 다음은 무림맹이다.”
그의 시선은 십만대산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십만대산을 정벌한 다음에는 중원을 정복할 것이며, 끝내는 황좌(皇座)에 올라 천하를 다스리고자 했다.
* * *
명운은 깨끗한 옷을 벗고, 낡은 무복을 입었다. 그리고는 늙은 말과 허름한 검을 한 자루 샀다.
‘얼굴에도 뭔가 바르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그는 고운 흙을 머리와 얼굴에 흩어 발랐다.
‘이쯤이면 되겠지.’
묵검은 상자에 넣어 안장 뒤에 달았으며, 등에는 표(鏢)라는 깃발을 꽂았다.
명운의 모습은 허름한 표국의 표사 그 자체였다.
“이제 출발해도 좋을 것 같군.”
그가 자장현에서 변장을 한 것은 만리장성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성을 넘으면 끝이지만, 그 전에 유현을 거쳐야 한다.’
유현은 무림맹의 마지막 지부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적지 않은 무림맹 제자들이 머물고 있었으며, 그들은 이곳에서 천마신교와 새외 세력의 남하를 견제하고 있었다.
‘그냥 경공으로 돌파할 수도 있지만, 이후 초원을 여행해야 하니까.’
초원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물건들이 제법 있었다.
그것을 모두 가진 채 강행 돌파를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말을 타고 관문을 지나가는 게 제일이야.’
명운이 대로변으로 나아갔을 때였다.
“거기.”
그는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저 말입니까?”
“그래, 거기.”
명운을 부른 이들은 각각 검과 도를 차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부른 이들이 무림맹 제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쪽은 표물을 운반 중입니다만?”
“우리가 그것을 몰라서 부른 것 같나?”
명운은 귀찮은 일에 말려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허…… 무림맹에 표사에게 시비를 거는 녀석들이 있던가?’
그가 미간을 좁힌 순간 검을 찬 이가 재차 물었다.
“유현으로 가지?”
“그렇습니다만?”
“이 편지를 지부에 전해 주게.”
명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심부름이었군.’
그가 심부름 값을 이야기하려는 순간, 검을 찬 사내가 편지를 건네며 말했다.
“맹의 일에 협조하는 것일세.”
협조.
좋은 단어로 포장했지만, 심부름 값을 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쩨쩨한 녀석들이군.’
명운은 심부름 값이 필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편지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부에 이 편지를 전하면 되는 겁니까?”
“그래.”
도를 든 자가 한마디를 더했다.
“부탁하네.”
“맡겨 주십시오.”
명운은 다시 길을 재촉했고, 두 사내는 몸을 돌렸다.
‘흠, 내게 맡기는 것을 보니, 중요한 편지는 아닌 모양이군.’
그는 중요한 편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무림맹 제자들이 여러모로 허술하다고 생각했다.
‘뭐, 그 덕분에 우리가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이겠지.’
두 시진쯤 지났을 때였다.
한 떼의 무림인들이 그를 지나쳐 유현으로 달려갔다.
명운은 그들을 보고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저들도 유현으로 가는 모양이군.’
그는 속도를 높이는 대신 말을 멈추었다.
“후, 조금 쉴까?”
명운이 말에게 휴식을 준 것은 무림맹 제자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일다경 정도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말 위에 올랐다.
“자, 이제 다시 가 볼까?”
그는 반 시진을 더 걸어서 정가촌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은 유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로 작은 객잔과 식당이 있었다.
명운은 국수를 파는 식당 앞에서 한 떼의 무림인들과 마주했다.
‘흠, 아까 봤던 무림맹 제자들이군. 여기서는 엮이지 않는 게 좋겠지.’
그는 구석에 자리를 잡은 뒤, 돼지고기를 얹은 국수를 시켰다.
잠시 뒤, 점소이가 국수를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빨리 나와서 좋군.”
명운은 흐뭇한 얼굴로 젓가락을 들었다.
‘제법 괜찮아 보이는걸?’
큰 목소리가 난 것은 바로 그쯤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명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국수도 편히 먹지 못하게 하는군.’
그는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림맹 제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지휘는 내가 맡는다!”
“뭐라고?”
“태산제자들이 많으니, 태산파 제자가 지휘를 맡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삼비의 비주는 바로 나다!”
명운은 국수를 입에 넣으며 생각했다.
‘흔한 주도권 다툼이군.’
그는 무림맹 제자들의 싸움을 무시한 채 국수를 먹고자 했다.
후루룩.
따뜻한 면발이 입안에 들어오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괜찮아.’
오랜만에 국수다운 국수를 먹는다는 느낌이었다.
“이놈!”
“해볼 테냐!”
어느덧 무림맹 제자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타악! 타앙!
점소이와 주인은 몸을 숨겼고, 명운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엉망이군.”
그가 다시 면발을 들어 올렸을 때였다.
쉬익!
바람을 가르며 비수가 날아왔다.
이 비수는 명운을 맞추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던진 것이 목표를 빗나가 그의 식탁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거…….’
젓가락을 들어 비수를 튕겨 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 동작을 본다면, 그의 정체를 의심할 수도 있었다.
‘아쉽지만, 국수는 포기할 수밖에 없구나.’
명운이 외마디 비명을 외친 순간 국수를 담은 그릇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런!”
파악!
그릇이 아래로 떨어지자 아까운 국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이고! 내 국수!”
그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아무도 그를 주시하지 않았다.
명운은 잠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어차피 보는 사람도 없는 것을, 그냥 젓가락으로 튕겨 낼 걸 그랬나?’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국수조차 마음 편히 먹을 수 없구나.”
탁.
식탁 위에 놓은 것은 동전 한 닢.
원래 가격은 두 닢이었지만, 절반도 먹지 못해서 한 닢만을 놓은 것이었다.
그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삼류표사를 연기했다.
“주인장, 난 이만 가오.”
식당 주인은 계산대 밑에서 손을 흔들었다.
“무사님, 죄송합니다.”
“주인장, 그대가 죄송할 일은 아니오.”
명운은 재차 한숨을 내쉬고는 식당 밖으로 나가고자 했다.
그런데 밖에서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가 있었다.
끼익.
문제는 안으로 들어온 이의 얼굴이 매우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경은?”
경은은 긴 차양이 있는 모자를 쓴 채 명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부님?”
그녀는 명운이 어찌할 틈도 없이 와락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사부님!”
명운은 어설픈 동작으로 경은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삼류표사에게 달려든 아가씨, 고함과 함께 서로에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무림맹 제자들.
식당 안은 형용할 수 없는 난잡함에 휩싸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