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귀환(歸還) (4)
객잔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객잔에 방이 부족하니, 사람을 나눠야겠네요.”
경은의 말에 제갈민중이 고개를 끄덕였다.
“짐은 이곳에 모두 맡기고, 사람은 셋으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상단 사람들을 셋으로 나눠 각기 다른 객잔에 투숙하게 했다.
명운과 정문 그리고 경은이 함께 화운객잔에 머물렀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정문의 물음에 경은이 오른손 식지를 빙글 돌렸다.
“어차피 짐은 모두 이곳에 있으니,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이쪽이 상단의 짐을 다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정도는 해야죠. 이쪽 사람이 가장 많잖아요.”
화운객잔에는 그들 외에도 세 명의 상단원이 더 있었다.
경은은 정문과 대화하며 슬쩍 명운의 얼굴을 살폈다.
‘사부님께서 전음을 보내실 만도 한데 아무 말도 없으시네.’
그녀는 가장 좋은 방을 잡은 뒤, 명운을 불러들였다.
“상단주께서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탁.
문이 닫히자 경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명운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사부님, 이쪽으로.”
그러나 명운은 상석에 앉지 않았다.
“난 아직 삼류표사야.”
경은은 다시 상석에 앉는 대신 그 옆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무엇이?”
“저 때문에 중원을 떠나지 못하셨잖아요.”
경은을 만나지 못했다면, 명운은 유현을 통과해 이미 중원을 떠났을 터였다.
“은은 나를 도우려고 왔잖아. 이런 일로 사과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적어도 열흘은 이곳에 있어야 해요.”
명운은 팔짱을 낀 뒤,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흐흠, 열흘인가?”
고민하는 그를 본 경은은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녀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 안 됩니다!”
명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이곳에서 머무는 열흘 동안 근처에 있는 신교제자들을 도우려 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무림맹이 신교제자들을 토벌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인근 신교제자들이 고생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들을 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은의 말을 듣고 나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피해가 심한 것은 아마도 산서지부일 것이다.’
이곳에서 거리는 넉넉잡고 나흘 정도.
그의 경공이라면 이틀이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
“정말요?”
“예를 들어 산서지부 같은 경우에는 거리가 너무 멀거든. 지금 출발해도 구할 수 없을 거야.”
명운은 대답은 이렇게 했지만, 그들을 구할 수 있다면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열흘 동안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그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경은은 그의 대답에 다소 안심하는 얼굴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명운이 그녀에게 물었다.
“은은 사부가 그렇게 걱정스러운가?”
경은이 굳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걱정스러운 정도가 아닙니다. 사부님께 안 좋은 일이 벌어진다면, 전 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명운을 십만대산으로 무사히 귀환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명운은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어느새 내가 은에게 걱정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말았군.”
경은은 답답한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부님, 식사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명운이 그녀의 물음에 답하려는 순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급히 오른손을 들어 경은에게 신호를 보냈다.
‘무인의 걸음이다. 한 명이 아니군.’
소리로 볼 때, 정문이나 천원대 대원은 아닌 것 같았다.
‘기를 펼칠까? 아니면…….’
명운은 기를 펼치는 대신 청력을 높였다. 이윽고 복도 끝에서 두 무인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놈들이 하곡관을 통과하려고 했단 말이지?”
“세 명을 잡았습니다.”
“그래, 그들은 지금 어디 있나?”
“원 대협과 함께 있습니다.”
명운은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천마신교제자들이 하곡관을 넘어 초원으로 도주하려다가 잡힌 것이었다.
‘흠, 이곳에 잡혀 있다면, 그냥 두고 볼 수 없겠군.’
산서지부까지 다녀오는 것을 고려했던 그였다.
근처에 천마신교제자가 잡혀 있다면,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사라지자 명운이 입을 열었다.
“신교제자들이 이곳에 잡혀 있다고 하는군.”
그의 말을 들은 경은이 아미를 위로 올렸다.
“이곳에 말입니까?”
“아마 산서지부 제자들 같아.”
“어떻게 된 것일까요?”
“아무래도 하곡관을 넘고자 하다가 무림맹에 잡힌 모양이야.”
경은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사부님께서는 그들을 구하러 가실 생각이시죠?”
“구하지 않는다면?”
“사부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은은 날 막고 싶은 모양이군.”
경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구한다고 해도 열흘은 이곳에 있어야 하니까요.”
그녀는 구출한 산서지부 제자들을 숨기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루 이틀은 몰라도 열흘 이상 그들을 숨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쪽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짊어져야 하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구한 다음, 바로 장성을 넘을 거야.”
경은은 그의 말을 듣고는 크게 놀랐다.
“장성을 넘으신다고요?”
“장성 밖에서 상단이 관성을 통과할 때까지 기다리지. 그러면 되지 않겠나?”
경은은 명운이 먼저 장성 밖으로 나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신교제자들을 구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이렇게 되면 사부님께서 먼저 밖으로 나가실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쪽이 훨씬 나을 수도 있었다.
‘잠깐만! 그들을 구하지 않고, 그냥 사부님만 장성을 넘어도 되는 것이잖아.’
사실 이쪽이 훨씬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명운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녀는 명운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뭐, 그래서 사부님을 더욱 존경하는 것이지만, 이럴 때는 일을 어렵게 만드신단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혼자 가지는 마세요.”
혼자 가지 말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데려가라는 말인가?”
“여러 사람을 데려가라고는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한 명은 데려가 주세요.”
명운은 그녀의 말을 들은 뒤 잠시 고민을 했다.
‘한 명이라. 누가 좋을까?’
그는 여러 사항을 고려한 뒤 한 사람을 낙점했다.
“정문을 데려가겠네.”
경은은 정문이라면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 숙위라면 괜찮겠네요.”
정문은 아직 천원대에서 제대로 된 직위를 받지 못한 채 숙위로 불리고 있었다.
* * *
화산(華山).
십여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이곳에 도착한 이는 무당파 장문인 현진도장이었다.
그는 육십에 가까운 중년인이었지만, 맑은 눈과 검은 머리는 실제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장문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현진도장을 맞이한 것은 화산파 장문인 진명도장이었다.
“검선께서 선화하셨는데, 어찌 그냥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검선의 명복을 빈 뒤에 검호정(劍豪亭)이라는 정자로 향했다.
검호정은 바위 위에 지어진 정자였는데, 그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였다.
“검선께서 선화하신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진명도장이 현진도장의 말을 받았다.
“검선께서는 마지막 순간, 화산제자들에게 큰 가르침을 내리고 가셨습니다.”
“검선의 가르침이 있으셨습니까?”
진명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순간, 진현과 다른 제자들에게 검에 대한 가르침을 내리셨다고 하더군요.”
“아, 진현도장이 마지막 가르침을 받았군요.”
두 사람은 삼대제자 시절부터 친분이 있었기에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이윽고 그들의 화제는 검선의 죽음을 넘어 무림맹에 이르렀다.
“최근 맹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진명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께서 자리를 비우신 것이 문제입니다.”
그는 남궁 맹주를 신뢰했지만, 좌 부맹주는 신뢰하지 않았다.
“맹주께서 당분간 절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전서를 보내오셨습니다.”
진명도장은 현진도장의 한마디에 낮게 신음했다.
“음…… 맹주께서는 절강에 그대로 계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적의 양동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무림맹주 남궁민은 자신이 절강을 떠나면, 마교가 다시 절강을 침공해 오리라 생각했다.
사실 그의 이러한 예상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이공자 명각과 금선방 제자들은 남쪽 섬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당분간은 힘들겠군요.”
“부맹주를 다시 뽑는 것도 방법입니다.”
“부맹주를 말입니까?”
진명도장이 말했다.
“좌건, 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습니다.”
“흠, 그가 충동적이긴 합니다만…….”
현진도장은 쉬이 부맹주를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허물이 없다면, 그를 내칠 수 없을 것입니다.”
“허물이 있다면 가능하겠습니까?”
“가능은 하겠지요. 하나 오악검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현재 태산, 항산, 숭산, 세 문파는 하나로 뭉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구파일방이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구파일방 중 나설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은 무당과 소림 정도였다.
“장문, 조금 더 지켜봅시다.”
현진도장은 신중한 입장이었다.
진명도장은 그의 말을 들은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맹의 미래가 정말 걱정입니다.”
현진도장은 두 눈을 감은 뒤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그는 구파일방이 얼마나 오래 중원을 지켜 왔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힘들었던 시기도 많았다. 이 정도에 흔들린다면 어찌 중원을 보전할 수 있단 말인가?’
현진도장은 불같은 성격의 진명도장과 달리 차가운 마음과 깊은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 * *
명운은 몸을 깨끗하게 씻은 뒤, 듬성듬성 난 수염을 깎았다. 그리고는 새 무복과 신발, 그리고 허리띠를 착용했다.
“검도 바꾸실 것입니까?”
그는 정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일세.”
명운은 눈으로 묵검이 든 상자를 가리켰다.
스윽.
정문이 상자를 열자 묵검이 눈에 들어왔다.
“묵검이군요.”
명운은 묵검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페관 이후, 계속 그 친구와 함께했지.”
그는 정문에게 묵검을 받은 뒤 그것을 허리에 찼다.
“준비가 끝난 겁니까?”
“아직 아닐세.”
명운은 아직 중요한 것이 하나 더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잠깐 기다리게.”
그는 말을 하면서 지필묵을 들었다.
한 시진 뒤.
명운은 정문과 함께 객잔을 나섰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정문은 우선 정보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림맹 제자들의 뒤를 밟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거나 한 명을 사로잡아서 신교제자들이 어디 있는지 털어놓게 해야 한다.’
명운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무림맹을 찾아갈 생각일세.”
“예?”
“뭘 그리 놀라나?”
정문은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고 하지만, 이것은 조금…….’
무리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저기 있군.”
명운은 길을 막고 사람들을 수색하고 있는 무림맹 제자들에게 다가갔다.
“수고하십니다.”
무림맹 제자들은 말끔한 무복을 입은 젊은이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명운이 품속에서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원 대협께 드릴 편지가 있습니다.”
무림맹 제자들은 그가 태산파 일대제자 원창서를 언급하자 눈을 크게 떴다.
“원 대협께 말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중요한 편지입니다.”
무림맹 제자들은 의심 없이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우두머리를 보이는 이가 가장 끝에 선 제자를 불렀다.
“우현.”
“예, 사형.”
“소협을 원 대협께 안내하게.”
우현이라는 제자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우현이라고 합니다.”
명운은 그와 마주 보며 포권을 취했다.
“명가장의 조훈이라 합니다.”
무림맹 제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명가장?’
‘조훈이라,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군.’
‘복장은 괜찮아 보이는데, 신출내기인가?’
‘그게 아니라면 명문대파(名門大派)의 이름 없는 분파 정도겠지.’
정문은 앞서 나가는 우현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허, 이렇게 쉽게 뚫릴 수도 있는 건가?’
그는 명패나 명첩조차 확인하지 않는 무림맹 제자들의 허술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반면, 명운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림맹은 중원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로 구성된 단체다. 구파일방이나 오악검파면 모를까? 중소문파들은 서로 얼굴을 알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평소라면 명첩이나 소매의 표식으로 서로를 구분할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량의 인원이 급히 소집된 상황이라면 그것이 불가능했다.
“이쪽입니다.”
우현은 현성을 빠져나가 작은 장원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명운은 그를 따르며 생각했다.
‘역시 성내에는 없었군.’
현성 안에서 이런저런 일을 벌이면 관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무림맹과 천마신교 모두 현성 밖에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장원 앞에는 칼을 찬 무림맹 제자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명운과 우현을 보고는 오른손을 들었다.
“정지!”
우현이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 포권을 취했다.
“원 대협께 중요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
명운이 앞으로 나아가 두 손을 모았다.
“맹의 전갈입니다.”
이번에도 무림맹 제자는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의심하지 않은 것은 우현이 길잡이로 딸려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운이 좋았군. 원 대협께서는 안에 계시네.”
명운은 밝은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정말 다행이군요.”
정문은 밝은 명운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공자님은 어찌 저리 연기를 잘하신단 말인가?’
그는 명운이 삼류표사 못지않게 무림맹 제자 연기도 뛰어나게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