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귀환(歸還) (6)
명운과 정문은 각각 한 명씩 사람을 안아 든 채 경공을 전개하고 있었다.
‘공자님은 어쩌시려고 그러시는 걸까?’
정문이 의문을 가진 것은 명운이 안고 있는 것이 태산파 여자제였기 때문이었다.
‘혹시 노리개로 삼으실 생각인가?’
천마신교에서는 포로를 노예로 팔거나 부리는 일이 흔히 있었다.
더군다나 명운이 포로로 사로잡은 여제자는 젊고, 외모가 괜찮은 편이었다.
무공을 폐한 뒤 노예시장에 올린다면, 좋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고문으로 보복을 하시려는 건가?’
신교제자들이 당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겠다.
이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공자님께 궁금한 것이 많지만, 지금은 여쭤볼 수가 없구나.’
그는 뒤에 있었기 때문에 명운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나 좋은 얼굴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휙! 휙!
산 위에 우뚝 솟은 만리장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장성을 넘는다. 가능하겠지?”
명운의 물음에 정문이 바로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그가 물음을 던진 것은 정문이 신교제자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 경공이 부족해 신교제자를 안은 채 만리장성을 넘을 수 없다면, 그가 두 명을 안고 넘을 생각이었다.
“장성이 가깝다. 경계를 늦추지 마라.”
“존명!”
일다향 뒤.
명운과 정문은 만리장성 위에 올라섰다.
대장군부는 만리장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모든 구간에 야간 경계병을 배치한 것은 아니었다.
‘경계병을 배치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겠지. 한 리에 한 명씩만 경계병을 배치해도 만 명이 넘는 병력이 필요하니까.’
이에 대장군부는 이민족의 기마병이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위주로 경계병을 배치했다.
명운과 정문이 올라선 곳은 당연히 경계병이 없는 곳이었다.
“잠깐 쉬도록 하지.”
그는 장성 위에서 신교제자의 상태를 살폈다.
‘좋진 않군.’
명운은 즉시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원이 없으니,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가 없구나.’
그는 강대한 기운을 운용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치명상을 치료할 수 없었다.
“상처에 금창약을 발라 주게.”
정문은 고개를 숙이며 명을 받았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는 지니고 있는 금창약을 아낌없이 상처에 발랐다.
정문이 신교제자를 치료하는 사이 명운은 태산파 제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난… 나는…….’
이제 죽음보다 더한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사형제들이 죽었을 때 자결을 했어야 했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흠.”
명운은 짧은 한숨과 함께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태산파 여제자는 그의 손길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 오지 마!’
명운은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겁을 먹었군.’
그는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신교제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이들의 동료였다.
명운은 손을 거둔 뒤, 목소리를 낮췄다.
“똑똑히 귀를 열고 들어라. 내가 널 살려 주는 것은 이 한마디를 맹에 전하기 위해서다.”
태산파 여제자는 눈썹을 위로 올렸다.
‘날 살려 준다고?’
명운은 그녀를 겁간할 생각도, 노예로 팔 생각도 없었다. 그가 그녀를 이곳까지 끌고 온 것은 한 가지 계책을 실행하기 위해서였다.
“일어나라.”
명운의 명에 여제자가 멈칫했다.
“일어나라니?”
그녀는 자신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움직여 보았다.
언제 혈도를 푼 것일까?
그녀의 혈도는 이미 풀려 있었다.
명운은 감정을 배제한 채 말했다.
“장성을 내려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태산제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명운이 살짝 말끝을 높였다.
“대답해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그의 한마디에 태산파 여제자가 바로 입을 열었다.
“하, 할 수 있습니다.”
“좋아.”
명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태산파 여제자에게 말했다.
“난 이곳에서 장성을 넘을 것이다. 그러니, 날 잡겠다고 장성 안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길 바란다. 만에 하나 나와 싸우고자 한다면, 초원으로 날 찾아오면 될 것이다. 나는 너희를 피하지 않고, 초원에서 기다릴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이 한 말을 되풀이할 것을 지시했다.
태산파 여제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말을 되풀이했다.
“난 이곳에서 장성을 넘을…….”
명운은 그녀에게 두 차례 더 자신의 말을 되풀이할 것을 명했다.
태산파 여제자는 또렷한 목소리로 그가 한 말을 되풀이했다.
‘날 정말로 살려 주는 것일까?’
명운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완벽하게 되풀이한 것을 확인하고는 짧게 명했다.
“떠나라.”
그의 한마디에 태산파 여제자가 몸을 돌렸다.
“정말 이대로 가도 되는 것입니까?”
명운은 얼굴을 굳혔다.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태산파 여제자는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명운은 사형제들을 죽인 원수였다.
휙.
그녀는 경공을 전개해 숲속으로 사라졌다.
정문은 사라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군요.”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자네라면 원수가 고맙겠나?”
“그렇긴 하지만…… 한데 공자님, 괜찮은 겁니까?”
애써 잡아 온 포로를 풀어 주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괜찮네.”
“무림맹이 추격해 올 수도 있습니다.”
“추격?”
“초원으로 말입니다.”
명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감히 추격하지 못할 걸세.”
“그렇게 많은 제자가 죽었는데도 추격을 하지 못한단 말입니까?”
명운이 하곡에서 벤 무림맹 제자의 수는 오십이 넘었다.
“이 주변에는 무림맹 제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테지. 남아 있다고 해도 개방 거지 몇 명 정도. 그 정도 숫자로는 추격할 수가 없네.”
그는 무림맹의 전력을 차분히 계산하고 있었다.
‘날 상대하려면 결국 무당과 소림이 움직여야 한다.’
무당과 소림에서 파견된 제자들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보름은 필요했다.
‘무림맹 녀석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정문, 오늘 밤은 빈 초소에서 보내도록 하지.”
정문이 그의 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장성 중간에는 병사들이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초소들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명운과 정문은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 * *
겁에 질린 태산파 여제자가 하곡현성에 나타난 것은 자시쯤 되었을 때였다.
“도, 도와주세요.”
그녀가 가장 먼저 찾아간 이들은 개방제자들이었다.
개방제자들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피 냄새를 맡고는 미간을 좁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다, 다 죽었습니다.”
개방제자들은 그녀를 안정시키고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잠시 뒤, 그들은 태산파 여제자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들을 수 있었다.
“원 대협과 맹의 제자들이 흉수에게 전멸했단 말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대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나?”
“흉수가 전언을 남겼습니다.”
“전언을?”
“그렇습니다. 절 살려 둔 것은 전언을 전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소식은 바로 분타주에게 보고되었다.
하곡분타주는 크게 놀라 이결제자를 불렀다.
“아구!”
“예, 분타주님.”
“너는 당장 제자들을 이끌고 장원으로 달려가 무림맹 제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라.”
분타주는 정말로 무림맹 제자들이 죽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겁에 질린 여제자의 말만 믿을 수는 없다.’
잠시 뒤, 일결제자가 허겁지겁 달려와 분타주에게 보고했다.
“분타주님! 무림맹 제자들이 전부 죽어 있었습니다.”
분타주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냐?”
“참혹한 광경이었습니다.”
분타주는 즉시 개방총타에 전서를 띄웠으며, 인근 현에 머물고 있는 무림맹 제자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다.
몇 시진 뒤, 인근 현에 머물고 있던 무림맹 제자들은 개방에서 전해 온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원 대협 일행이 전멸이라고?”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거짓 정보다!”
몇몇 제자는 오악검파와 사이가 좋지 않은 개방이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얼마 뒤, 이 소식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이럴 수가 있나!”
“모두 죽었습니다. 제자들이 흘린 피가 내전을 넘어 외전까지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흉수의 짓이 분명합니다.”
다음 날.
해가 뜰 무렵 무림맹 총단과 개방총타에 분타주의 전서가 도착했다.
무림맹 총단의 반응은 파멸적이었다.
“무, 무엇이라고?”
부맹주 좌건은 사제와 태산제자들의 죽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십이 넘는 제자가 하곡에서 흉수와 싸워 전멸했다?”
그는 전서를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즉시 하곡으로 전령을 보내라! 이 일을 상세하게 조사해야 한다!”
좌건이 쩌렁쩌렁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개방의 용두방주는 고개를 흔들었다.
“맹은 일이 이렇게 될 것을 몰랐단 말인가?”
그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다.
‘백을 밀어 넣으면, 백이 죽을 것이고, 삼백을 밀어 넣으면 삼백이 죽을 것이다.’
용두방주는 숫자로는 명운을 상대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방주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팔결제자이자 개방 장로인 여진이었다.
“여 장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림맹의 요청이 있다면 움직이겠지만, 저희가 초원까지 나갈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개방에 전해진 것은 명운의 전언이 포함된 전서였다.
용두방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옳은 말씀입니다. 초원으로 찾아오라는 흉수의 말은 도발로 받아들이면 될 것입니다.”
그는 상대의 도발에 말려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제자들에게는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라 전하겠습니다.”
“하곡분타주와 인근 현의 분타주들에게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전하십시오.”
여 장로가 고개를 숙였다.
“그리 지시하겠습니다.”
그가 빠져나가자 용두방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맹의 오만함이 참사를 불러왔구나.”
용두방주는 무림맹주가 속히 총단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 *
흉수가 초원으로 달아났으니, 무림맹 제자들은 초원으로 가는 길을 막을 명분이 사라지고 말았다.
명운은 이것까지 계산해서 태산파 여제자를 살려 보낸 것이었다.
끼익. 끼익.
경은이 이끄는 상단은 아침을 먹은 뒤 하곡관으로 향했다.
“오늘은 길을 막는 자들이 없군요.”
제갈민중이 어깨를 으쓱하며 경은의 말을 받았다.
“큰일이 터졌으니, 무림맹은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개방제자들의 입에서 시작된 소문은 이미 하곡현성에 널리 퍼져 있었다.
“공자님께서 그렇게까지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공자님께서는 어쩌면 우리를 위해서 이번 일을 벌이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쪽의 철수를 위해서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경은과 제갈민중은 아직 신교제자들이 어떠한 꼴을 당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곧 하곡관에 도착했다.
“정지!”
하곡관 앞에는 관병들이 여럿 서 있었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
“무로지(無老地)로 갑니다.”
무로지는 하곡관에서 북쪽으로 수백 리 떨어진 몽고족의 땅이었다.
“목적은?”
“달자들에게 쌀을 팔고, 돌소금을 좀 살까 합니다.”
관병은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소금은 나라에서 전매하는 것을 모르는가?”
“저희가 취급하는 돌소금은 약재입니다.”
“약재?”
“예, 초원의 돌소금은 음식에 쓰기에는 너무 비싸죠.”
“하긴 그도 그렇군.”
관병이 고개를 돌리자 수문장이 손가락을 두 개 폈다.
이는 적당히 뇌물을 받고 보내라는 뜻이었다.
관병이 고개를 바로 하자 제갈민중이 그의 손에 동전 열 닢을 올려놓았다.
“저희 작은 성의입니다.”
밀무역이 아니기 때문에 은자를 뇌물로 쓸 수는 없었다.
관병은 동전 열 닢에 미간을 좁혔다.
“짜군.”
제갈민중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돌소금 정도로는 큰 이득이 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는 관병이 물러서지 않자 동전 다섯 닢을 추가로 올렸다.
그러자 관병이 물었다.
“이게 끝인가?”
“죄송합니다. 정말 사정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관병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길을 비켰다.
“통과!”
상단은 동전 열다섯 닢으로 하곡관을 통과할 수 있었다.
끼익. 끼익.
다섯 대의 마차가 관문을 통과해 초원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초원입니다.”
상단은 중원을 벗어나 신교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초원에 이르렀다.
“아직 방심할 수 없습니다.”
경은은 언제 추격대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장성에서 백여 리는 떨어져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하후문이 그녀에게 물었다.
“경 총관님, 공자님과는 어떻게 합류하실 겁니까?”
경은이 대답했다.
“우리가 공자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공자님이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그녀는 명운을 깊이 믿고 있었다.
“이쪽에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하후문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쪽은 인원이 많으니,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종영세가 제갈민중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 왜 그것밖에 쓰지 않은 겁니까?”
“무엇을 말인가?”
“동전 말입니다.”
종영세는 은자를 내밀었다면, 바로 통과 신호가 떨어졌으리라고 생각했다.
제갈민중은 그의 말을 듣고는 혀를 찼다.
“쯧쯧, 이 친구 아직 뭘 모르는군.”
“제가 뭔가 실수했습니까?”
제갈민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보게. 관문의 병사들은 돈 냄새가 나는 자에게 더 집착한다네. 우리가 큰돈을 뇌물로 내밀었다면, 그들은 우리 짐을 일일이 수색했을 것이야.”
쉽게 말해 돈이 있어 보이는 상단일수록 관문 통과가 어렵다는 말이었다.
“그렇습니까?”
종영세가 고개를 갸웃했을 때였다.
멀리 두 사람이 상단의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경은은 그들을 보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사부님! 사부님!”
그들의 앞을 막고 서 있는 이는 명운과 정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