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부교주 (1)
절강성 무림맹 지부.
무림맹주 남궁민은 무당파 일대제자 현원도장과 마주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현원도장이었다.
“맹주께서 총단으로 돌아가셔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남궁민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바다였다.
“검선께서 선화하셨다지요?”
현원도장이 대답했다.
“그 일도 있고, 하곡의 일도 무시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은 하곡현에서 무림맹 제자 수십 명이 전사한 일을 이미 보고받은 터였다.
“흉수는 초원으로 떠났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남궁민은 고개를 흔들었다.
“흉수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맹주,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자신의 전언을 위해 태산파 제자를 살려 보낸 것이 그 증거입니다.”
“피에 미친 혈마(血魔)는 아니다. 그 말씀이십니까?”
남궁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는 흉수가 자신의 무위를 자랑하기 위해서 중원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수들과 대결한 것 외에 그 어떠한 것도 노리지 않았다.’
현원도장이 말했다.
“얼마 전 장문 사형께서 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현진도장께서 말입니까?”
현원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장문 사형께서는 지금 맹의 상태를 위험하다고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무림의 태산북두라 할 수 있는 무당이나 소림 장문인의 의견은 무림맹주라 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흠, 위험하다라. 역시 부맹주 문제입니까?”
남궁민은 여러 경로로 부맹주 좌건의 독단에 대해 듣고 있었다.
“부맹주 문제도 있고, 저는 이 모든 것이 오악검파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부맹주 한 명이 아니라 오악검파 전체인 것입니까?”
“맹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궁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 문제는 좌건을 부맹주로 임명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크게 번질 줄은 몰랐습니다.”
“맹주께서 계속 좌시하면 맹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무림맹의 중심을 잡는 것은 예전부터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였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을 더 둘까 합니다.”
“맹주!”
남궁민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지금 절강을 떠나면, 절강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마교도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는 절강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마교도의 의지를 완전히 꺾기 전까지는 총단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맹의 정치가 혼란스럽다고 해도 소림과 무당이 있으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남궁민은 소림과 무당의 저력을 깊이 믿고 있었다.
같은 시각.
남해의 한 섬.
명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런 일이 벌어져도 철수하지 않는다고?”
그의 앞에 앉은 것은 심복 중 한 명인 민국충이었다.
“맹주의 의지가 굳건해 보입니다.”
무림맹이 철수하지 않으면, 그들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흠…….”
지금 천마신교에서는 파천궁과 싸움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버지의 후계자는 십중팔구 파천궁과 싸움에서 공을 세운 사람이 될 것이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대산으로 돌아간다.”
민국충이 눈을 크게 떴다.
“공자님?”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미가 없다니요?”
명각이 목소리를 높였다.
“대산에 큰 싸움이 났으니, 절강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민국충 또한 오공자 명정이 전사하고, 적풍대가 전멸한 일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당장 큰 싸움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초조한 것은 우리가 아닌 무림맹입니다. 조금만 더 버티시면…….”
절강을 확보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명각은 절강을 확보한다고 해도 대명좌를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파천궁을 정벌하는 데 선두에 서지 못한다면, 절대 권좌를 물려받을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절강이 아니라 파천궁이다.”
“공자님?”
“뜻을 굳혔다. 더 말을 하지 말라!”
명각은 사람을 보내 금선방에 귀환을 알렸다.
금선방 기함 조희(照禧).
금선방주는 선실에서 명각의 전갈을 받고는 미간을 좁혔다.
“이공자가 돌아가겠다는군요.”
그의 앞에는 말끔한 얼굴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대산으로 돌아가서 본궁과 싸우겠다는 말입니까?”
사내는 파천궁 사람이었고, 금선방주는 그의 정체를 알면서도 그와 동맹을 맺고 있었다.
“그런 모양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파천궁에 검을 겨누고자 한다면, 이 자리에서 사내를 제거할 수도 있었다.
하나 금선방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의 뜻에 따를 수밖에요.”
금선방주가 눈썹을 위로 올렸다.
“정말입니까?”
“방주께서는 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공자가 파천궁의 적이 된다면, 이곳에서 그를 베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금선방주는 역으로 명각을 제거하고자 했다.
사내는 그의 의견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의 실력으로는 본궁에 맞설 수 없습니다.”
그가 명각을 제거하지 않은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명각의 손으로 명가를 멸망시켜야 하니, 그를 베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파천궁의 계획은 간단했다.
명각을 교주로 만들어 그의 손으로 천마신교를 멸망시킨다.
‘거대한 성은 밖에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들어야 한다.’
사내는 머릿속으로 새로운 계획을 짰다.
‘흠, 명각에게 고의로 패배해, 그의 공적을 높여 주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까?’
그들은 명각을 위해서라면 파천궁 자체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 *
“사부님, 사부님?”
명운은 경은의 목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깼다.
“음, 경은인가?”
“예, 아침입니다.”
“후…… 내가 늦잠을 잔 것인가?”
경은이 대답했다.
“늦잠을 잔 것은 아닙니다만, 평소 사부님과는 다르시네요.”
명운이 늦잠을 자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막 아침을 먹고 있습니다.”
명운은 몸을 일으킨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몸이 피곤한 것은 아니었다.
‘피곤한 것은 정신이다.’
수십 명의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명운이 신경을 쓴 것은 섬서와 산서에서 참혹하게 죽어 간 신교제자들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예상하지 못한 희생이었다.’
경은이 그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명운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은아, 넌 사부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
“그것은 아니지만,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명운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 거라.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니까.”
무림맹의 추격은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경은이 뒤로 물러서며 물었다.
“단주님께서도 걱정하실 것입니다. 전서를 보낼까요?”
“전서를?”
“조금이라도 걱정을 풀어 드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명운 일행은 중원과 제법 떨어져 있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괜찮겠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서를 보내도 좋다.”
명운의 한마디에 경은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단주님께서 좋아하실 것입니다.”
그녀는 생각했다.
‘도민국의 군주와 맺어질 바에는 차라리 사마단주님이 사부님의 짝이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사마진은 명운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명운을 위한 배경이 되어 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도민국 군주 일함은 명운의 배경이 되어 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짐이 될 수도 있다.’
일함이 사마진보다 나은 것은 어리다는 것뿐이었다.
다음 순간, 명운의 한마디가 그녀의 상념을 깨웠다.
“경은.”
경은이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예, 사부님.”
“그 친구 상태는 어떻더냐?”
명운이 언급한 이는 그가 구한 신교제자였다.
“호흡이 좋아졌습니다.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공은 역시 무리인가?”
경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무립니다. 사부님께서도 이미 아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명운이 말끝을 내렸다.
“내 의견과 의원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
상단 일행 중에는 의술을 아는 천원대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명운은 그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하나 그와 명운의 결론은 같았다.
“사지의 근육이 끊어져 있어 다시 이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회복이 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무공을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명운은 오른손을 들었다.
“알았다. 조금 뒤에 갈 것이다.”
“식사를 준비하겠습니다.”
경은은 뒷걸음으로 천막에서 물러나 왔다.
* * *
사마진이 경은의 전서를 받은 것은 조금 전이었다. 그녀는 전서를 받자마자 서둘러 명증을 찾았다.
그녀가 교주의 거처에 이르자 경장을 차려입은 시녀가 허리를 굽혔다.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사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서 교주님께 알리도록.”
시녀가 문을 가볍게 두드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명단주가 찾아왔습니다.”
잠시 뒤, 교주 명증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라.”
사마진은 그제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뒤 고개를 숙였다.
“속하, 교주님을 뵙니다.”
교주의 침전에는 서둘러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시녀가 아닌 듯 보였다.
사마진은 그녀의 정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무슨 일이냐?”
사마진이 재빨리 대답했다.
“급한 전갈이 있어 이렇게 교주님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명증은 그녀의 대답에 얼굴을 굳혔다.
“그 급한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내가 다시 묻게 하지 마라.”
사마진은 고개를 깊이 숙인 채 보고했다.
“검선을 쓰러뜨린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명증은 굳혔던 얼굴을 폈다.
“흠, 그래?”
검선을 벤 자.
호기심이 당기는 소식이었다.
순간 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인가?”
사마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였다.
“교주께서 이미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명증은 몸을 돌리면서 오른손을 들었다.
“잠깐 말을 하지 마라.”
그는 이름을 묻는 대신 생각에 잠겼다.
아마도 누가 검선을 베었는지 맞춰 보려 하는 것 같았다.
명증은 십만대산을 떠난 신교 고수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유청은 아닐 것이고…….’
유청은 방향 자체가 중원과 반대였다.
‘설마 그 아이인가?’
그가 짧게 물었다.
“각인가?”
십만대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신교 고수 중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공자 명각이었다.
그는 앞서 십대고수 중 한 명인 도왕을 베었다는 보고를 올린 바 있었다.
사마진이 대답했다.
“아닙니다.”
그러자 명증이 다시 한번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검선을 베었단 말이냐?”
사마진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칠공자 명운입니다.”
명증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무엇이라 했느냐?”
“칠공자 명운이 화산의 검선을 쓰러뜨렸습니다.”
명증은 사마진이 명운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심한 일이 아닌가?’
그는 절대로 명운이 검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운은 검선이 아니라 원부터 넘어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명운은 삼공자 명원보다 한 수 아래였다.
이윽고 명증이 말끝을 올렸다.
“자명단주, 이번에는 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본교주를 능멸하려 하다니!”
사마진은 그의 외침에 이마를 바짝 땅에 가져갔다.
“제가 어찌 교주님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명증이 되물었다.
“그대는 운이 정말로 검선을 이겼다고 생각하나?”
사마진이 대답했다.
“제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청성제일검 자허도장을 벤 것도 운이라 합니다.”
명증은 기가 막혔다.
“하…… 청성파 장문인도 운이 베었다고?”
검선과 청성파 장문인 자허도장을 잇달아 쓰러뜨렸다면, 이 공은 그냥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후계자 경쟁은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어떤 공자가 화산파의 검선을 쓰러뜨린단 말인가?
“그러합니다.”
명증이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확실한가?”
사마진이 이마를 바닥에 댄 채로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명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지금 운은 어디 있는가?”
사마진이 답했다.
“중원에서 돌아오고 있다 합니다.”
“어느 곳으로 돌아온단 말인가?”
“초원길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명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안서(安西)에 사람을 보내 운을 맞게 하라.”
안서는 십만대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도시였다.
사마진은 몸을 일으키며 두 손을 모았다.
“존명!”
그녀가 뒷걸음으로 물러나자 양쪽에 서 있던 시녀들이 침전의 문을 닫았다.
탁.
길게 한숨을 내쉰 것은 사마진이었다.
“후우…… 잘한 일인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명운이 도착하기 전에 이 사실을 명증에게 알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다.
그러나 이 판단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