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부교주 (2)
개방 개봉총타.
용두방주는 예상하지 못한 손님을 맞이했다.
“방장대사께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를 찾아온 것은 소림사 방장 혜명대사였다.
“불초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대사 외에도 또 손님이 있단 말입니까?”
용두방주의 물음에 혜명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말입니다.”
상황이 어려우니, 지금은 구파일방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용두방주가 오른손을 들며 그를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드시지요.”
강호에 몸을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 중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 개방은 거지들의 문파이니, 총타라 해도 다리 아래 움막보다 조금 나은 수준일 것이다.
그러나 개봉총타는 어느 문파 부럽지 않은 전각과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이는 개방에 상인이나 상단 출신 제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용두방주와 혜명대사가 자리를 잡은 누각은 네 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곳은 경치가 좋습니다.”
누각에서는 개봉 성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이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는 합니다.”
혜명대사가 그의 말을 받았다.
“마음이 뚫리는 경치구려. 하나 답답한 마음을 뚫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외다.”
“그것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나머지 두 사람이 도착했다.
용두방주는 그 두 사람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이처럼 귀한 손님들이 연이어 오시다니…….”
개봉총타를 찾아온 나머지 두 명은 무당파 장문인 현진도장과 화산파 장문인 진명도장이었다.
다시 말해 무당, 화산, 소림, 개방의 장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이는 작은 구파일방 총회라 할 수 있었다.
“무림맹 일 때문입니까?”
용두방주가 묻자 진명도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맹은 맹주에게 일임했지 않습니까?”
부맹주 좌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는 이렇게 답을 했다.
“하면 무슨 일로 이렇게 세 분께서 찾아오신 것입니까?”
무당파 현진도장이 입을 열었다.
“지금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의 위기.
검선의 죽음을 말하는 것일까?
용두방주가 자세를 고치며 물었다.
“검선께서 선화하신 일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진명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용두방주는 시선을 소림의 혜명대사에게 돌렸다.
“흉수를 추격할 추격대를 조직하자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아미타불, 그렇지 않소이다.”
흉수를 추격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흉수의 공격에 대비하자는 말씀입니까?”
이번에는 무당파 현진도장이 대답했다.
“그와 비슷한 말입니다. 저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구파일방의 무위가 이전과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용두방주는 그 말에 미간을 좁혔다.
“구파일방의 무위가 떨어진다는 말씀이 대체 무엇입니까?”
화산파 진명도장이 대답했다.
“화산파의 매화검수는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으나 이십 년 전과 비교하면 다소 손색이 있습니다.”
용두방주는 생각했다.
‘매화검수의 무공이 다소 떨어지는 것은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구파일방이라고 해도 매년 같은 수준의 인재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인재가 부족하거나 그 수준이 낮을 때는, 구파일방이라 할지라도 그 힘이 떨어질 수 있다.’
소림의 혜명대사가 말했다.
“소림 또한 마찬가지라오. 백팔나한의 힘은 유지되고 있지만, 사십팔단승의 무공은 다소 떨어진 상태라오.”
사십팔단승은 백팔나한과 달리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백팔나한과 경쟁하는 관계였다.
용두방주는 두 사람의 대답에 말끝을 올렸다.
“으음. 소림마저 그렇습니까?”
무당파 현진도장 또한 같은 이야기를 했다.
“무당은 사반을 내세우고 있으나, 삼반일 때보다 오히려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명의 수재가 세 명의 수재보다 못하다.
이는 그들의 재능이 앞선 선배들보다 떨어진다는 뜻이었다.
용두방주는 세 사람의 말을 모두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들었습니다. 삼대와 이대제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현진도장이 그의 말을 받았다.
“방주, 우리의 시대는 언젠가 끝납니다.”
검선이 그러했듯 그들도 이십 년, 빠르면 십 년 뒤에 이대제자들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은퇴하게 될 터였다.
“그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진명도장이 물었다.
“후개는 어떻습니까?”
개방에는 매화검수나 사십팔단승 같은 집단이 없었다.
대신 개방에는 후개라는 필승의 패가 있었다.
구파일방은 보위산 전투 때도 후개를 보내 명천의 맹공에 맞선 바 있었다.
“보위산에 다녀온 이후 폐관에 들어갔습니다.”
진명도장이 낮게 신음했다.
“으음, 폐관수련입니까?”
용두방주가 되물었다.
“장문인들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현진도장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구파의 인재들을 한곳에 모아 가르칠 생각입니다.”
“각 문파가 아닌 한곳에서 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씀이십니까?”
현진도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파일방의 제자들은 각 문파 안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들의 힘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습니다.”
용두방주가 그의 말을 받았다.
“하면 개방에서도 제자들을 보내겠습니다.”
“어떤 이들을 보내실 것입니까?”
“장래가 촉망되는 삼결 이상의 제자들을 뽑겠습니다.”
진명도장이 시선을 현진도장에게 돌렸다.
“무당에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희는 이대제자 위주로 뽑고자 합니다.”
그는 미래를 바라보는 삼대제자가 아닌 실세라 할 수 있는 이대제자를 내세웠다.
무당은 지금의 상황을 개방보다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용두방주가 물었다.
“장문, 제자들을 어느 곳으로 보내면 되는 겁니까?”
현진도장 대신 혜명대사가 대답했다.
“소림으로 보내 주시오.”
혜명대사의 대답에 용두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심사숙고해서 제자들을 뽑겠습니다.”
무당과 소림, 그리고 화산과 개방은 나름의 대비책을 세우고자 했다.
하나 이는 독단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원래라면 그들은 무림맹주와 함께 이번 일을 상의하고 대책을 함께 세워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 * *
감숙성 안서.
명운은 이곳에서 익숙한 얼굴과 마주했다.
“아소가 공자님을 뵙니다.”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자명단 우이각주로 승진한 아소였다.
“아 소저께서 마중을 나오셨군요.”
아소가 치마를 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공자님, 말을 낮춰 주십시오.”
명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이니, 격을 심하게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옆에서 함께 몸을 낮춘 이가 있었으니, 그녀는 초예였다.
“초예가 공자님을 뵙니다.”
“잘 있었나?”
초예의 미모는 예전부터 뛰어났지만, 열일곱이 된 지금에는 눈부신 수준이었다.
‘같이 서 있는 아 소저의 미모가 흐릿하게 보일 정도군.’
물론 명운은 그녀의 미모를 보고자 그녀를 안서까지 부른 것은 아니었다.
“공자님 덕분에 무탈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환자 한 명을 봐주도록.”
초예가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환자는 어디 있습니까?”
명운이 짧게 대답했다.
“마차 위에.”
그녀가 치료해야 할 환자는 무림맹에 고문을 당한 신교제자였다. 그는 많이 회복된 상태였으나 근골을 사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많았다.
초예는 그를 살펴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환자를 살피는 사이 명운은 아소와 마주했다.
“사람이 제법 많습니다.”
아소가 데려온 이들은 자명단 스무 명 외에 교주 직할이라 할 수 있는 흑살대 이비(二飛)였다.
흑살대는 지난 보위산 전투에서 큰 타격을 입어 이번 파천궁 정벌에서 빠진 상태였다.
“교주님께서 직접 명을 내리셨습니다.”
“아버님께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명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흠, 그렇다면 아 소저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입니까?”
“소녀는 공자께서 큰 공을 세우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아래까지 내려가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명운은 살짝 말머리를 돌렸다.
“길은 보위산 쪽입니까?”
“지금은 그쪽이 가장 빠릅니다.”
보위산을 통과하면 멀리 청해를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길도 넓어서 마차도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었다.
무림맹과 천마신교가 보위산을 두고 접전을 벌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명운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대명궁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파천궁이라는 자들이 나타났다고 들었습니다만?”
“우사께서 직접 서장으로 나아가 그들의 은신처를 찾고 계십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렇다는 말은 아직 출정하지 못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명운은 생각했다.
‘아직 토벌군이 출정하지 않았다면 파천궁 정벌에 이쪽도 참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파천궁 정벌에서 공을 세운다면, 후계자 경쟁에서 크게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형들의 견제가 들어오기 전, 최대한 많은 공을 쌓는 것이 좋다.’
전면에 무위를 드러냈으니, 이제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단주께서는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아소가 잠시 멈칫했다.
“단주님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소는 여러 감정을 누른 채로 대답했다.
“단주님께서는 중원의 정보를 모으는 동시에 이번 출전에 대비하고 계십니다.”
“그 말은…… 이번 정벌에 자명단도 출전하는 것입니까?”
“삼단과 사신대 모두가 서장으로 출전할 것입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아버지께서 직접 출전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천마신교 교주 명증의 친정.
이는 거의 이십 년 만의 일이었다.
‘때를 잘 맞춰서 돌아온 것 같구나.’
그는 파천궁 정벌이 후계자 경쟁의 핵심이 되리라 생각했다.
며칠 뒤.
명운 일행이 보위산에 도착했다.
보위산은 현재 두 봉우리 모두 신교의 지배하에 있었다.
“무림맹 쪽 봉우리는 현재 재건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후개와 무림맹 제자들은 서산으로 철수하면서 자신들의 거처를 폭파시킨 바 있었다.
“지금 보위산을 지키는 것은 누구입니까?”
“귀혼단주 양위청입니다.”
귀혼단주 양위청은 장공자 명천의 측근 중 측근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보위산은 큰 형의 땅이라는 뜻이군요.”
“장공자께서 피와 돈으로 탈환한 곳이니까요.”
명운은 아소와 나란히 말을 달렸다.
경은은 조금 뒤에서 하후문과 함께 두 사람을 쫓았다.
‘이렇게 보니, 공자님과 아 소저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구나.’
아소는 한때 명운의 배필로 지목되었던 여인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하후문의 질문에 아소가 대답했다.
“대산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요.”
하후문은 고개를 갸웃했다.
“공자님께서 대공을 세우고 귀환하는 것이니, 좋은 일만 있지 않겠습니까?”
경은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옛말에 호사다마라 했습니다.”
좋은 일에는 안 좋은 일이 여럿 따라온다.
이는 명운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것이었다.
‘대명궁으로 돌아가면,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아소가 그에게 물었다.
“어느 봉우리로 가실 것인가요?”
명운이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어느 쪽도 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순간 아소의 아미가 위로 올라갔다.
“네?”
“귀혼단주와는 연이 없습니다.”
“거북하시다는 말씀이시군요.”
명운이 앞을 주시하며 말했다.
“가능하면 빨리 대산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그의 말에 아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해가 질 때까지 이동한 뒤에 숙영지를 찾아보겠습니다.”
일행은 보위산을 지나쳐 서쪽으로 나아갔다.
열흘 뒤.
명운은 대명궁의 입구라 할 수 있는 대관촌에 도착했다.
“공자님을 뵙니다.”
대관촌은 현무대 영역이었기 때문에 명운 일행은 현무대 무관에 짐을 내릴 수 있었다.
명운은 두 손을 모은 현무대 무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
현무대 조장이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명운이 대답했다.
“기억하고 있네.”
두 사람은 도민국 군주 고민 사건 때 얼굴을 마주한 바 있었다.
“자네, 그때는 조장이 아니지 않았나?”
현무대 조장이 대답했다.
“작년에 조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현무대 조장은 명운을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했다.
명운이 방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몇 년 전에도 이 방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게…… 이 방이 저희 무관에서 가장 좋은 방입니다.”
귀빈들이 이용하는 방은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명운이 겉옷을 벗으며 말했다.
“목욕을 하겠네.”
조장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숙였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현무대 조장이 물러가자 명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드디어 돌아왔군.”
대관촌에 이르고 나서야 십만대산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가 긴장을 놓은 것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밖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렸다.
‘고수다.’
명운은 문 쪽으로 기를 뻗는 동시에 자세를 고쳤다.
“누구인가?”
문밖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도 괜찮아?”
명운은 이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누님?”
“들어간다.”
드륵.
사마진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