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축하연 (5)
연회 한 시진 전.
적비단주 육도검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적비단 십비 삼백 명을 연회장 주변에 배치했습니다.”
명증은 그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심전 쪽의 협조는 어떻던가?”
“자심전주와 함께 세밀하게 계획하여 이번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연회가 저녁이 아니라 점심에 열리게 된 것은 미리 배치된 적비단의 무인들 때문이었다.
명증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이번 거사의 결과에 따라 본교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명증은 고개를 두 번 끄덕이고는 말끝을 살짝 올렸다.
“무영단은 어떻게 되었지?”
무영단은 역용술을 무력화시키는 단약으로 이번 연회의 핵심이었다.
“다섯 알을 준비하여 두 알의 성능을 이미 시험하였습니다.”
“시험까지 했다고?”
“적룡대에서 역용술을 사용하는 이를 대상으로 시험을 하였습니다.”
명증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러면 적룡대주도 이번 일을 알고 있겠군.”
등명군이 두 손을 모은 채 말을 받았다.
“적룡대주에게는 황실에 잠입하는 비선에게 주어질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으로 될까?”
“적룡대주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 아들을 얻어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적룡대는 암살과 파괴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보위산 정벌이나 파천궁 정벌 같은 굵직한 싸움에서는 비켜나 있었다.
“결과는 어떠했나?”
“결과는 확실했습니다.”
“확실하다면, 어느 정도였나? 바로 효과가 나타나던가?”
등명군이 답했다.
“첫 번째로 무영단을 복용한 이는 먹자마자 바로 역용이 풀렸습니다.”
“두 번째는?”
“두 번째는 복용과 동시에 이상 반응을 보이더니, 일다향이 지나지 않아 역용이 모두 풀렸습니다.”
명증이 두 손을 모았다.
“그러면 안정적으로 역용을 푼다면 일다향은 지나야 한다는 말이군.”
“무영단을 제조한 장인의 말에 따르면 내공을 사용할 경우 약효가 빠르게 퍼져 바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말을 했습니다.”
“내공인가?”
“역용술은 결국 몸을 다루는 술법입니다.”
명증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가지를 더 물었다.
“혹시 무영단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해독약이 있나?”
“무영단은 독이 아니라서 그러한 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명증은 결과에 만족했다.
“수고했네.”
등명군은 두 손을 풀고는 허리를 폈다.
“더 지시하실 것이 있으신지요?”
“이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발설하지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십비의 비주에게도?”
등명군이 대답했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십비의 비주들은 이번 일을 어떻게 알고 있나?”
“자세한 것은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지금까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등명군이 대답했다.
“그 의문은 곧 풀리게 될 것입니다.”
명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돌아가서 연회를 준비하게.”
“존명!”
등명군은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 * *
“교주님꼐서 입장하십니다!”
연회장 안으로 들어선 명증은 화려한 금빛 장삼에 은으로 수가 놓인 옥대를 차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화려한 복장보다 그의 뒤를 따르는 한 여인에게 쏠렸다.
‘그녀가 새로운 시녀장인가?’
‘석비연과 외모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군.’
새로운 시녀장 홍비는 사내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외모였지만, 미녀라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명운 또한 새로운 시녀장에게 눈이 갔다.
‘홍비라.’
그의 기억 속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원래는 그녀가 시녀장이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명운은 석비연 다음의 시녀장을 기억하려 했으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서숙으로 돌아가 예전에 기록한 것을 다시 봐야겠다.’
과거로 돌아왔을 때, 그는 이틀에 걸쳐 미래의 일을 적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이 기록을 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알고 있는 과거와 지금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교주님을 뵙니다!”
모두의 외침과 함께 명증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곧장 상석으로 움직였다.
“운, 왔느냐?”
명운이 두 손을 모은 채 허리를 굽혔다.
“소자, 아버님을 뵙니다.”
명증은 목소리를 높여 웃었다.
“하하, 오늘은 너를 위한 잔치이니, 마음껏 먹고 마셔라!”
그의 목소리와 손짓은 다소 과장됨이 느껴졌다.
‘여러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일까?’
명운은 명증의 언행이 그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회장의 다른 이들을 의식한 것이라 생각했다.
“연회를 열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녀석, 입에 발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명증은 손을 한 번 휘두르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자, 다들 앉지.”
그의 한마디에 모두가 자리에 앉았다.
“연회를 시작하라!”
명증의 외침과 함께 음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악단은 말석과 상석 양쪽에 모두 배치되어 있었다.
명운은 과거 상석에 배치된 악단의 솜씨가 조금 더 낫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솜씨 좋은 악사들이 더 높은 곳에 배치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가 젓가락을 든 순간 명증이 말했다.
“운, 아비가 술을 한잔 내리겠다.”
명운은 급히 일어나 명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잔을 내밀었다.
“한잔 따라 주십시오.”
명증은 백자로 된 주전자를 들었다.
주전자 안에는 명주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술을 따르자마자 그 향기가 주변에 진동했다.
쪼르르륵.
‘과연 명주로구나.’
명증은 술을 따르며 생각했다.
‘의심 없이 그 술을 마신 순간,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명주가 든 주전자는 등명군이 준비한 것으로, 그는 무영단을 두 개나 넣어 약효를 강화했다.
등명군은 긴장한 얼굴로 명운을 바라보았다.
‘역용이 풀리는 순간, 일이 시작될 것이다.’
그는 수하들을 향해 신호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향이 좋습니다.”
명운은 잔을 받아들고는 그것을 위로 올렸다.
“너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술이다.”
명증은 명운이 바로 술을 마시지 않자 살짝 심호흡했다.
‘후…… 설마 이쪽의 계책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그는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할 생각이었다.
등명군의 긴장감은 명증 이상이었다. 그는 명운이 바로 술을 마시지 않자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이야기가 샌 것인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은 적룡대주 하청규였다.
‘그가 운과 교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설마, 그쪽에서 이야기가 샌 것은 아니겠지?’
등명군이 기억하고 있는 명운과 하청규의 교류는 초하를 받아 내기 위한 그림 내기가 와전된 것이었다.
‘만약 하청규가 이야기를 흘렸다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그는 죽음으로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명운은 술잔을 높이 든 다음 고개를 몸을 돌려 그것을 마셨다.
그 순간 명증은 미간을 좁혔다.
‘몸을 돌린 것은 술을 마신 척 연기를 하기 위해서인가?’
명운이 술잔을 아래로 내리자, 명증이 말했다.
“한 잔 더 따라 주마.”
명운은 아무 의심 없이 술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소자, 한 잔 더 받겠습니다.”
“이번 잔은 부교주에게 내리는 것이다.”
명증은 주전자를 기울이며, 명운의 잔을 확인했다.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명운은 술을 마신 척 연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술을 마신 것이었다.
‘곧 약효가 나타날 것이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쪼르륵.
두 번째 잔이 가득 찼다.
이번에는 잔을 높이 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마셨다.
명증은 바로 등명군에게 전음을 보냈다.
– 준비하라.
등명군은 얼굴을 굳힌 채 심호흡을 했다.
‘시작이군.’
다음 순간, 명운은 잔을 비우고는 고개를 숙였다.
“훌륭한 술입니다.”
명증은 활짝 얼굴을 폈다.
“이제 아비에게도 술을 따라 주지 않겠느냐?”
연회에서 술을 주고받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명운은 잔을 내려놓고는 백자로 된 주전자를 들었다.
“소자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명증은 바로 잔을 받지 않았다.
“따뜻한 것으로 한 잔, 차가운 것으로 한 잔을 마시고 싶구나.”
내공을 이용해 술의 따뜻함과 차가움을 바꿔 달라는 주문이었다.
명운쯤 되는 고수라면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다.
‘한음진기와 양강진기를 동시에 사용해 보라는 뜻이구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강진기를 일으킨 뒤, 그것을 오른손으로 옮겼다.
잠시 뒤, 주전자 입구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따뜻한 술입니다.”
명증은 명운이 술을 덥히기 위해서 내공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크게 만족했다.
‘무영단을 복용한 뒤, 내공까지 사용했으니, 효과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할 것이다.’
명운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잔에 술을 따랐다.
쪼르륵.
양대충과 삼단의 단주들은 교주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이 광경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운의 내력이 상당하다.’
‘교주님의 강기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니, 술을 덥히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등명군을 제외하면, 그들 또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다.
오직 양대충만이 연회장 주변에 이는 위화감을 느낄 뿐이었다.
‘뭔가 있다.’
그는 살짝 미간을 좁혔지만, 명운처럼 그것을 또렷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차가운 술입니다.”
명운은 한음진기를 끌어올린 뒤, 따뜻해진 술을 급히 식혔다.
잠시 뒤, 주전자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사마진은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음기와 양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쯤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는 그녀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교주님께서 왜 이런 주문을 하셨을까?’
모두에게 명운의 무위를 알리기 위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간단한 주문이었다.
명증이 술잔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그는 첫 잔과 두 번째 잔을 잇달아 비웠다.
“아들이 따라 준 술이라 그런지 더욱 향이 깊구나.”
“과찬이십니다.”
명운은 깊이 허리를 숙인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마진에게 전음을 보냈다.
– 연회장 뒤에 숨은 무인이 백이 넘습니다.
사마진은 명운의 전음을 받고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백이 넘는 무인이라고?’
설마 연회장을 습격하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그녀는 표정을 관리하기 위해 억지 미소를 지었다.
“부교주님, 제게도 한 잔 주시겠어요?”
명운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주님께도 한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등명군과 명증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자, 이제 본 모습을 드러내라.’
‘너는 누구냐?’
명증은 파천궁의 고수가 명운으로 역용을 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쪼르륵.
술을 따르는 명운의 얼굴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은 것인가?’
명증은 명운이 사마진과 술을 주고받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
하지만 명운의 얼굴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그는 분명 내공까지 운용했다.’
그는 등명군에게 다시 전음을 보냈다.
– 실수한 것은 아니겠지?
등명군이 전음으로 답했다.
– 제가 직접 약을 넣었습니다.
명증은 미간을 좁혔다.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그는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무희들을 들라 하라!”
명증의 한마디에 화려한 복장의 여인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혜선단주 천준기가 그녀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석 시녀장이 무희들을 가르치지 않았나?”
사마진이 그의 말을 받았다.
“예전에는 그러했지요.”
“새로운 시녀장도 무희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사마진은 말끝을 올렸다.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녀 또한 태화전에 오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명운의 전음을 들은 순간부터 살짝 날이 서 있었다.
‘누가 무인들을 숨겼단 말인가?’
자심전주?
아니면 양 좌사?
그녀는 모두 아니라 생각했다.
‘혹시 천인가?’
사마진의 시선은 연회에 참석하지 않은 장공자 명천에게 향했다.
“그러고 보니, 공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네요?”
천준기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교주께서 나름 배려해 주신 것이겠지.”
“그런가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네.”
명증과 등명군, 그리고 자심전주 송전흠은 초조한 시선으로 명운을 주시했다.
‘왜 변하지 않은 것인가?’
시간은 이미 일다향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