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축하연 (6)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명운이 질문을 던진 것은 자심전주 송전흠이었다.
“아, 아닙니다.”
명운은 머리를 긁적였다.
“뭔가 묻었다면 솔직히 이야기해 주시죠.”
송전흠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것이 아니라 공자님의 뒤쪽에 걸린 그림이 조금 삐뚤어져 있어. 그것이 눈에 밟혔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그림을 확인했다.
“저것이 삐뚤어진 것입니까?”
“아주 조금 그렇습니다.”
명운은 생각했다.
‘송 전주의 대답이 어색하구나.’
그는 무인들을 숨긴 이들이 송전흠과 공모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명운은 바로 사마진에게 전음을 보냈다.
– 송 전주가 이상합니다.
사마진 또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송 전주, 오늘 몸이 불편하십니까?”
송전흠은 명운에 이어 사마진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자 진땀을 흘렸다.
“몸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자심전에서 이렇게 큰 연회를 연 것이 처음이라 긴장이 되는군요.”
“처음입니까?”
사마진이 기억하는 것만 해도 몇 번이나 자심전에서 큰 연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자심전주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
명증은 자심전주 송전흠이 궁지에 몰린 것을 보고는 등명군에게 전음을 보냈다.
– 송 전주를 구하게.
등명군은 술이 담긴 주전자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부교주님께 한잔 올리겠습니다.”
육도검 등명군은 평소 윗사람에게 아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명운은 그의 행동 또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설마 등명군과 송전흠이 공모한 것은 아니겠지?’
자심전주와 적비단주가 공모했다면, 이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적비단주님의 술이라면 받지 않을 수 없지요.”
등명군은 주전자를 들고 일어서기 전, 마지막 무영단을 주전자에 넣었다.
‘약효가 부족했다면 이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는 술을 따르면서 명증에게 전음을 보냈다.
– 술에 새 무영단을 넣었습니다.
명증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얼굴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등명군이 올린 술을 다 마셨음에도 명운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두 개의 주전자에 세 개의 무영단을 넣었으니, 약효가 부족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명운은 바뀐 것이 아니다.
명증은 미간을 좁혔다.
‘내가 잘못 생각했단 말인가?’
명운은 명증마저 자신을 주시하자 어깨를 으쓱했다.
“소자의 얼굴에 뭔가가 묻었습니까?”
“술기운이 돌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다.”
“술기운 말입니까?”
“나는 네가 술을 마시는 것을 처음 보지 않느냐?”
아버지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술이 약한 체질은 아닌 모양입니다.”
그는 잔을 비운 뒤, 명증에게 말했다.
“아버님께 건의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일이냐?”
“제가 청성제일검을 베었을 때, 큰 공을 세운 이가 있습니다.”
명증이 물었다.
“그에게 상을 주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가 누구냐?”
명운은 중간쯤에 앉은 천원대 부대주 서진을 가리켰다.
“천원대 부대주 서진입니다. 그의 안내가 있어 중원에서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서진은 명증과 명운이 동시에 자신을 주시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서진이라 합니다.”
명증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강호행에 공을 세웠다고?”
서진이 목소리에 내공을 실어 답했다.
“대주님을 보필했을 뿐입니다.”
명운이 덧붙이듯 말했다.
“서진은 용두방주와 싸울 때도 개방의 호법들을 견제해 공을 세웠습니다.”
명증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흐흠, 그렇다면 그 공이 적지 않겠구나. 운, 네가 원하는 상은 무엇이냐?”
“승진입니다.”
명증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공석이 된 천원대 대주 자리를 저 친구에게 주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 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친구라 생각합니다.”
명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락하마.”
명운은 아버지의 허락에 활짝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서진에게 다가갔다.
“아버님께서 자네의 공을 높이 평가하셨네.”
“하면…….”
“곧 대주에 임명될 걸세.”
서진은 깊이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명운은 축하를 전하면서 벽 뒤에 선 자들의 동향을 파악했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지켜볼 뿐이었다.
‘설마 저들이 아버님의 호위병들인가?’
명운은 그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송 전주와 등 단주의 움직임이 너무 수상하다.’
그가 자리로 돌아오자 명증이 이마의 땀을 닦았다.
“오늘따라 덥군.”
명증은 옷을 갈아입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사마진이 명운에게 다가왔다.
“운, 뭔가 일이 있는 것 같다.”
명운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님과 같은 분이 더위를 느끼실 리 없습니다.”
사마진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어떻게 생각해?”
그녀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잘은 모르겠습니다.”
“운이 모를 때도 있나?”
“이상한 일이 많아서요.”
“이상한 일?”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송 전주나 등 단주가 반역과 같은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언행을 보면 그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등명군은 명증이 옷을 갈아입겠다고 하자 시중을 들겠다며, 시녀장과 함께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이는 등명군은 명증의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흠, 이상한 일이네.”
“어쩌면 연회장을 경비하는 무인들을 제가 과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마진이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알겠어.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자리로 돌아갔다.
자심전 별실.
명증은 이곳에서 등명군과 마주했다.
“얼굴에 전혀 변화가 없더군. 어떻게 된 것인가?”
“가지고 있는 무영단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그 말은 약의 효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인가?”
등명군이 두 손을 모았다.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명증이 물었다.
“어떤 가능성인가?”
“첫째는 사람이 바뀌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닐세.”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명운은 불세출의 천재가 되었다.
두 사람은 이를 인정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약관의 나이에 수강을 막아 낸다면, 불혹에는 성존과 같은 무공을 지니게 될 것이다.’
등명군이 두 손을 모은 채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역용술을 익혔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명증이 팔짱을 꼈다.
“무영단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역용술이라고?”
“무영단은 근육에 작용하는 약입니다. 예를 들어 얼굴 근육이 아니라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피를 썼다면…….”
명증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교한 인피는 여러 사람을 속일 수 있겠지. 하지만 이처럼 오랜 시간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낼 수는 없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인피로써는 내 눈을 속일 수 없다네.”
그는 인피면구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의 얼굴과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인피 특유의 미묘한 차이와 표정 변화에서 오는 위화감은 완전히 감출 수 없다.’
게다가 명운은 오랜 시간 여러 사람과 함께하고 있었다.
이는 인피면구로는 불가능한 행동이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첫 번째 가능성 말인가?”
“부교주의 재능이 저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뛰어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명증은 낮게 신음했다.
“으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아들의 재능을 질투한 아버지가 되겠군.”
“교주님, 어찌 그러한 말씀을 하십니까?”
명증이 반문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교주님!”
명증이 오른손을 흔들었다.
“일단 부하들을 철수시키게.”
“지금 말입니까?”
명증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군.”
그가 돌아서자 등명군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존명.”
명증이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사마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녀의 한숨 소리를 들은 혜선단주 천준기가 물었다.
“왜 그렇게 길게 한숨을 내쉬는가?”
“술기운이 조금 오르는 것 같습니다.”
“자네 같은 사람도 취하는가?”
사마진이 살짝 눈썹을 굽혔다.
“자네 같은 사람이라고요?”
천준기가 어색하게 웃었다.
“무, 무공이 뛰어난 고수 말일세.”
“차갑고, 사나운 여인이라는 소리 아니었던가요?”
“그럴 리가 있나?”
천준기는 두 손을 연신 흔들었다.
“이곳에 모인 여인 중 자네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어디 있다고.”
“칭찬은 고맙습니다만, 본심이 아닌 듯 보이네요.”
“허허허, 의심하지 말게. 진짜 본심이니까.”
명운은 벽 뒤에 서 있던 무인들이 물러나는 것을 느꼈다.
‘뭔가 일이 해결된 것인가?’
그는 아버지 명증의 움직임과 그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 무인들이 물러나고 있습니다.
명운의 전음을 들은 사마진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더 진하게 연회를 즐겨 봐야 할 것 같네요.”
천준기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진, 낮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네.”
연회가 중반에 이르렀을 무렵, 명증이 양대충에게 말했다.
“양 좌사.”
“예, 교주님.”
“파천궁 정벌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양대충이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언제라도 출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네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
양대충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별실로 자리를 옮기시겠습니까?”
명증이 답했다.
“아닐세. 내 서재에 가서 듣도록 하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러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증은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내가 떠난다고 연회를 파하지 말게. 오늘은 새로운 부교주를 축하는 자리가 아닌가?”
그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양 좌사, 가세.”
명증은 양대충과 시녀장만을 데리고 태화전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본 혜선단주 천준기가 입을 열었다.
“오늘 교주님은 조금 이상하신 것 같군.”
사마진은 그의 말을 듣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자네는 느끼지 못한 것인가?”
“무엇을 말인가요?”
“교주님 말일세. 뭔가 초조해 보이는 얼굴이었어.”
사마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파천궁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파천궁 때문인가?”
“공 우사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겠죠.”
천준기가 반쯤 술이 남은 잔을 빙글 돌리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서장에 그들이 없는 것이 아닐까?”
사마진은 그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쪽의 허를 찌르기 위해서 중원으로 본거지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
무림맹이 장악한 중원에서는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정체를 숨길 수 있었다.
* * *
태화전.
양대충은 서재에 들어오자마자 깊이 허리를 숙였다.
“교주님께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명증은 그에게 자신의 옆자리를 권했다.
“우선 앉게.”
양대충은 명증의 옆자리에 앉았다.
“다시 보고를…….”
명증이 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사실은 그 이야기가 듣고 싶은 것이 아닐세.”
양대충은 멈칫했다.
‘출정 준비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다는 것인가?’
그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교주님께서는 어떤 이야기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운 말일세.”
양대충은 미간을 좁혔다.
‘운을 부교주에 임명한 것은 교주님이다. 혹시 과한 자리였다고 생각하시는 건가?’
그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부교주가 운에게 벅찬 자리라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네.”
“그러면 어떤 일입니까?”
“그 아이의 무공 말일세.”
양대충 또한 명운의 무공에 놀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무공이었습니다.”
명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는 그 나이에 그런 무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성존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쉬이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증이 오른손 식지를 세웠다.
“운은 말일세. 얼마 전까지는 스승도 없는 아이였네. 아니, 누가 그에게 무공을 가르쳤는지 모르겠군.”
양대충이 그의 말을 받았다.
“무공을 가르친 것은 아마 자명단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마진이?”
“자명단주는 운이 폐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원을 하고 있었습니다.”
명증은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금시초문이군. 운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석가 아니었던가?”
“석가보다 더 적극적으로 운을 지원한 것이 자명단주였습니다.”
명증은 자신의 기억을 뒤로 돌렸다.
‘그녀가 운에 대해 처음 이야기한 것은 금사단 때문이었다. 설마, 그런 것인가?’
그는 사마진이 금사단을 비롯한 영단을 명운에게 대량으로 공급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 보고를 올린 것은 운에게 금사단을 내어 주기 위한 이유가 필요했을 뿐인가?’
명증은 쓴웃음을 지었다.
“흠, 자명단주의 지원으로 이룬 무공이라.”
양대충은 그의 말을 듣고는 두 손을 모았다.
“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증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서역에서 사람이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살짝 말끝을 올렸다.
“자네 말대로라면 자명단주가 고수를 제대로 키웠단 말이군.”
“행운도 크게 따랐을 것입니다.”
“행운인가?”
“그 정도 무공은 행운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명증은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약물이 기연을 일으켰다. 그 말인가?’
그는 진상을 알기 위해서는 사마진의 대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