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빙왕 (4)
사마진은 깊이 심호흡을 했다.
‘후우…… 가장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이라고 하더니, 삼공자가 파천궁과 연결되어 있었구나.’
그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파천궁 제자 이원에게 물었다.
“그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나요?”
“그 외에는 모른다.”
“아, 모르는군요.”
사마진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명운이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 한 가지 질문을 추가할 수 있을까요?
사마진은 섭혼대법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명운의 물음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손을 위로 올리며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명운은 그녀의 신호를 확인하고는 질문을 전했다.
– 우리가 사로잡은 여인의 복장이 다른 제자들과 다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사마진은 생각했다.
‘복장? 운은 미모가 아닌 그것 때문에 그녀를 사로잡으라고 말한 것인가?’
그녀는 명운이 요구한 질문을 이원에게 말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그대들과 복장이 다른데, 이유가 있나요?”
이원은 섭혼대법에 지배를 받고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그녀와 우리는 신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분이라고요?”
“그렇다.”
명운은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을 사로잡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휘자는 아니라고 해도 신분이 다르다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소진을 섭혼대법으로 심문한다면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어떻게 신분이 다른가요?”
이원이 대답하려는 찰나였다.
털썩.
그가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을 본 천준기가 말했다.
“여기까지인 것 같군.”
명운의 시선이 마지막 남은 소진을 향했다.
소진은 자신의 운명을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다.
‘잠시 뒤면, 나도 이 사제와 마찬가지로 섭혼술로 정신이 엉망이 되겠구나.’
그녀는 최후를 각오했다.
그러나 사마진은 그녀에게 섭혼대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바위에 몸을 기대며 가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한계인 것 같네요.”
섭혼대법은 막대한 내력을 사용하는 무공은 아니었지만,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술법이었다. 따라서 여러 대상을 상대로 몇 번씩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명운이 부드러운 음성으로 사마진을 격려했다.
“사마 단주, 수고했네.”
천준기 또한 그녀의 공로를 인정했다.
“훌륭한 섭혼대법이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제법 힘이 들었을 걸세.”
사마진이 심호흡을 한 뒤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명운은 그녀의 물음에 주먹을 살짝 쥐었다.
“아무래도 둘로 나누어야 할 것 같아.”
“둘이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대산에 우리가 알아낸 사실을 알려야 하고, 다른 누군가는 파천궁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야 하니까.”
그는 정보를 확인하는 일과 십만대산에 전달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천준기가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대산에 소식을 알리는 것은 전서구를 사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명운은 그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전서구가 부족해.”
“부족하다니요. 아직 한 마리 남았습니다.”
“그 한 마리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명운은 중요한 소식이니 직접 인편으로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알아낸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파천궁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특히 삼공자 명원의 배신이 컸다.
천준기가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돌아가고, 누가 남쪽으로 가게 되는 겁니까?”
명운은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내가 남쪽으로 가고, 그대 둘은 대산으로 돌아가게.”
천준기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째 저희가 쉬운 일을 맡는 것 같습니다.”
그는 부교주인 명운을 대신해 자신이 남쪽으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게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천가가 휘청 이는 정도겠지만, 부교주님께 문제가 생긴다면 신교는 후계자를 잃게 된다.’
천준기는 명운이 차기 교주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섭섭해도 어쩔 수 없네.”
“섭섭한 것이 아닙니다.”
“하면?”
“혼자가 된 부교주님을 파천궁 녀석들이 습격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명운이 반문했다.
“그대가 습격을 당하면 결과가 다르다는 것인가?”
천준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제가 쓰러지면 천가의 무인이 쓰러지는 것입니다. 하나 부교주님께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신교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사마진의 생각도 같았다.
“천 단주의 말이 옳습니다. 부교주님께서 위험을 감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부하들에게 공을 양보하시는 아량도 필요합니다.”
그녀는 천준기의 의견을 지지했다.
‘이번에는 천 단주의 말이 옳다. 운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명운은 두 사람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내가 남쪽으로 가겠다고 한 것은 단순히 공을 탐했기 때문이 아닐세. 천 단주, 우리 중 누가 가장 먼저 적의 접근을 알아차렸지?”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파천궁 제자들의 출현을 안 것은 명운이었다.
천준기가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부교주님입니다.”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척후로 나서기 위해서는 기감(氣感)이 뛰어나야 한다네.”
천준기는 일찍이 절정의 반열에 오른 고수였다. 그런 그에게 기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이는 천마신교에서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 임무를 맡기에 제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말은 아닐세. 하지만 더 적합한 사람이 있지.”
더 적합한 사람.
그는 바로 명운이었다.
사마진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나 앞서 천 단주가 말한 것처럼 부교주님께서 직접 나서시게 되면, 이쪽이 짊어져야 하는 위험이 너무 큽니다.”
그녀는 여전히 명운이 남쪽으로 떠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사마 단주, 내 무공을 의심하는 것인가?”
“그것 아닙니다. 하지만…….”
명운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공을 세울 수 없네. 사마 단주는 이번 계책도 반대했었지?”
이번 계책을 반대한 사람은 사마진뿐만이 아니었다. 양대충을 비롯한 모두가 명운의 독행을 반대했다. 오죽하면 그는 측근이라 할 수 있는 강하원과 경은에게 이야기조차 하지 않고 출발하는 강수를 두었다.
“부교주님, 이미 원하는 것을 얻으셨지 않습니까?”
그들은 포로를 심문해 파천궁의 위치를 알아낸 바 있었다.
사마진은 이 정도면 충분한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했다.
“아직 부족하다고 하면 욕심이 과한 걸까?”
“부교주님.”
명운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명을 내리겠다.”
천준기와 사마진은 명을 내리겠다는 선언에 두 손을 모았다.
“속하, 부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천마신교에서 명은 절대적이었기에 앞서와 같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천 단주와 사마 단주는 천마신교로 포로를 호송하라. 단, 인질로 사용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죽음에 이르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질로 사용하겠다는 명은 다른 제자들과 신분이 다른 소진에게 적용되는 것이었다.
사마진이 두 손을 모은 채 명을 받았다.
“부교주님의 명,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은 천준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천 단주?”
천준기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허리를 굽혔다.
“부교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명에 따르는 것이 순리였다.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마 단주를 부탁하네.”
천준기는 명운의 한마디에 멈칫했다.
“사마 단주를 부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섭혼대법을 사용해서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을 걸세. 그리고…… 대산으로 돌아가면서 계속 섭혼대법을 사용할 것이 아닌가? 그때마다 집중력이 떨어질 테니, 자네가 사마 단주를 지켜 주게.”
사마진은 명운의 말을 듣고는 오른손을 내저었다.
“그런 걱정이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명운과 천준기가 동시에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 않아도 된다니?”
“사마 단주?”
사마진이 두 사람의 의문에 답했다.
“섭혼대법은 한 사람에게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두 번 사용하고자 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하죠. 따라서 저 둘에게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녀는 앞서 섭혼대법을 당한 파천궁 제자를 가리켰다.
명운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하면 저들을 데려갈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그의 물음에 천준기가 앞으로 나섰다.
“포로로서 가치가 없다면 여기서 처리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명운은 손을 뻗어 그를 제지했다.
“그래도 데려가게.”
“부교주님?”
“아직 모든 것을 알아낸 것이 아니지 않나? 그리고 저들 또한 필요할 때가 있을 걸세.”
불필요한 살생을 금하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면, 말 그대로 더 얻어 낼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천준기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섭혼대법으로 모든 것을 다 알아낸 것이 아니니, 부교주님의 말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포로 교환이 필요하다면 숫자가 많은 쪽이 낫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는 두 손을 모았다.
“둘을 데려가겠습니다.”
명운은 기를 펼쳐 주변을 훑었다. 그가 기를 펼친 것은 파천궁의 눈을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가까운 곳에 척후는 없는 것 같군.’
그는 주변에 파천궁 제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가벼운 음성으로 말했다.
“하면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
명운이 이별을 말하려는 순간, 사마진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부교주님, 저희 셋이 파천궁을 공격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그녀는 세 사람의 무위를 합하면 웬만한 무력 집단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다.
천준기는 그녀의 제안을 듣자마자 좁혔던 미간을 폈다.
‘흠, 셋으로 기습을 펼친다. 상대를 전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타격을 주는 것이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는 사마진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부교주님은 기책을 선호하시니, 사마 단주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윽고 명운이 대답했다.
“무리일세.”
그의 대답은 예상보다 짧고 단호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마진이 재차 말끝을 올렸다.
“왜 무리라고 생각하셨나요?”
명운이 낮은 음성으로 답했다.
“파천궁 제자의 대답을 듣지 않았나? 파천궁 무인의 숫자를 생각한다면, 우리 셋으로는 무리일세. 그리고 우리가 기습으로 상당한 타격을 준다고 해도 교주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패퇴한다면, 공격하지 않은 것만 못 할 걸세.”
그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파천궁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실한 준비를 한 뒤에 공격하자는 말씀이신가요?”
명운은 사마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지. 파천궁은 공격할 기회가 많지 않을 테니까.”
그가 사마진의 기습을 반대한 것은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셋으로 기습을 하면 셋 중 누구 하나는 반드시 쓰러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었다.
‘만에 하나 진이 목숨을 잃는다면…….’
명운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천준기가 자세를 고치며 말했다.
“부교주님, 무리하시지 마십시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무리하지 않을 걸세. 그리고 파천궁 정벌은 혼자서 무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는 사마진이 그에게 물었다.
“부교주님, 말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포로가 있으니, 그대들이 모두 가져가게.”
그의 대답에 사마진의 아미가 위로 솟았다.
“하면 파천궁까지 걸어서 가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명운이 허리에 찬 주머니를 툭 치며 대답했다.
“이 주머니에 벽곡단이 스무 개 들어 있네. 식량은 이것으로 충분하네.”
“식량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사마진은 걸어서 그 먼 길을 가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운의 생각은 달랐다.
“길이 아니라 산을 타고 이동할 걸세.”
산을 타고 이동한다면 말은 불필요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척후의 기본은 은밀함일세.”
최대한 은밀히 접근해 파천궁의 모든 것을 살피겠다.
이는 척후의 정론이었기에 사마진은 반론을 펼치는 것이 힘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한숨을 내쉬었다.
“하… 부교주님…….”
명운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가볍게 안아 주었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사히 돌아올 테니까요.”
사마진은 명운의 행동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운?”
“천 단주가 있으니, 여기까지 해야겠네요.”
명운은 사마진을 놓아주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천 단주, 그럼 부탁하네.”
천준기가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맡겨 주십시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발을 굴렀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화살처럼 튀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