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정중지와(井中之蛙) (5)
“부교주님께서 돌아오신다!”
목책 위에 선 경계병의 외침에 아래 있던 무인이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고?”
“부교주님께서 돌아오신다고!”
무인은 급히 빗장을 풀었다.
“부교주님께서 돌아오신다!”
무인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은 안다함(安多艦)이라는 작은 성채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닷새를 더 나아가면 십만대산이 위치한 청해가 나왔다.
“다들 준비해라!”
무인들은 무기를 든 채 문 앞으로 달려왔다.
이윽고 명운이 말을 탄 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병사들이 주시한 것은 부교주 명운이 아닌 그의 뒤를 이어 안으로 들어선 여인이었다. 그녀는 바로 자명단주 사마진이었다.
사마진의 미모는 변방 병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저 미인은 대체 누구야?”
“부교주님께서 새로 얻은 애인인가?”
“애인이라고? 지난번에 같이 떠난 시녀는 어떻게 하고?”
안다함 채주 현위천은 병사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명운의 입성을 지켜보았다.
‘새로 얻은 미인은 그렇다고 해도, 두 수행원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미간을 좁혔다.
‘두 명을 잃고, 한 명을 얻었다는 말인가? 뭔가 납득이 가질 않는군.’
현위천은 두 손을 모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속하 현위천이 부교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명운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이곳은 별일이 없는 모양이군.”
현위천이 말의 고삐를 잡으며 말했다.
“아직은 특별한 이상이 없습니다. 가신 일은 잘되셨는지요?”
명운은 그의 물음에 살짝 미간을 좁혔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모두 있었지.”
현위천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가시죠. 따뜻한 물과 식사, 그리고 깨끗한 방을 준비했습니다.”
사마진은 신분을 밝히는 대신 조용히 명운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병사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 집중되고 있다. 역용을 하지 않은 것은 실수일까?’
평소 그녀는 자신의 미모를 감추기 위해 역용을 사용했다. 그러나 명운에게, 아니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그녀는 본래의 모습 그대로 그의 뒤를 따랐다.
명운이 성채의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현위천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부교주님, 뒤에 계신 미인은 누구입니까?”
명운은 그의 물음에 돌려 대답했다.
“현 채주는 아직 견문이 부족한 것 같군.”
“견문이 부족하다면…….”
“그녀는 사마 단주일세.”
현위천은 그의 한마디에 깜짝 놀랐다.
‘사마 단주?’
천마신교에서 사마 단주라면 딱 한 사람뿐이었다.
‘자명단주 사마진!’
그는 사마진의 미모가 대단하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문제는 지금 중요한 것이 사마진의 미모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현위천은 자신보다 한참 상관인 사마진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예도 갖추지 못했다. 그는 급히 몸을 돌린 뒤 두 손을 모았다.
“속하, 현위천 단주님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사마진은 얼굴을 굳혔다.
“부교주님께서 계십니다.”
자신이 아닌 명운을 수행하는 일에 집중하라는 말.
현위천은 머쓱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죄, 죄송합니다.”
명운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십만대산에서도 사마진의 얼굴을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전, 그가 짧게 현위천을 불렀다.
“현 채주.”
현위천은 깍듯이 예를 취했다.
“부교주님, 명을 내려주십시오!”
“사마 단주의 상처가 심하니, 의원과 그녀를 간호할 수 있는 여인들을 성채로 불러오라.”
현위천은 눈을 크게 떴다.
“사마 단주의 상처가 심하단 말입니까?”
그가 보기에 사마진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설마 피부가 눈처럼 흰 것이 피를 많이 흘려서인가?’
명운은 그의 반문에 얼굴을 굳혔다.
“검상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는가?”
현위천은 명운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즉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아, 아닙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그는 명운과 사마진을 가장 좋은 방으로 안내하고는 나는 듯 사라졌다.
“이렇게 걷고 있으니, 그가 믿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명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은 내게 기대도 좋잖아.”
“기댈 정도로 힘든 것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마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
명운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다.
“진!”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을 부하들에게 보이면…….”
명운은 그녀를 안아 들었다.
“바보 같은 소리. 부하들의 눈치나 보는 자가 어찌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사마진을 안은 채 방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그들이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조금 쉬는 게 좋겠어.”
명운은 사마진을 침상 위에 눕혔다.
“부교주님.”
“괜찮아.”
사마진은 명운이 부교주에 올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분의 고하가 확실해 졌으니까.’
이제는 편히 그에게 기댈 수 있었다.
“현 채주를 만나고 오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전 괜찮아요. 이곳에 오래 계시면 오해를 살 수도…….”
명운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야.”
그는 손을 뻗어 사마진의 옷깃을 풀었다.
사마진은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가 어떠한 일을 하고자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피가…….”
명운이 그녀의 윗옷을 벗긴 것은 상처를 살피기 위함이었다.
‘진의 내공이 깊지 않았다면, 목숨을 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구했을 때, 그는 치명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화왕의 대도가 남긴 상처는 그의 예상보다 깊었다.
사마진이 아닌…… 경은이 이와 같은 상처를 입었다면,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붕대를 갈아야겠어.”
사마진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의원이 오기로 되어 있잖아요.”
명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내 도움은 필요하지 않은 거야?”
“그런 말이 아니에요.”
사마진은 전과 다르게 나긋나긋했다.
“그저 부교주님께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명운은 그녀의 말에 손을 멈췄다.
“흠, 의원이 상처를 살피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
기를 운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그였다. 하지만 기만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었다.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원의 영역이다.’
한 시진 정도 기다렸을까?
인기척과 함께 현위천이 나타났다.
“의원이 도착했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보다 빠르군.”
“가장 빠른 말을 마을에 보내 의원과 간호할 수 있는 여인을 데려왔습니다.”
명운은 현위천의 일 처리가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어서 안으로 들여보내게.”
“알겠습니다.”
의원과 여인이 안으로 들어서자 명운은 현위천과 함께 방 밖으로 나갔다. 그는 현위천과 함께 복도 끝에 위치한 노대로 향했다.
노대에 이르자 명운이 현위천에게 물었다.
“우리가 떠난 뒤에 이곳에 도착한 사람은 없었나?”
그는 양대충이 사람을 보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현위천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부교주님께서 떠난 직후, 장 호법이 왔었습니다.”
장헌, 그는 천마신교 사대호법 중 한 명이었다.
명운은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자 턱을 쓰다듬었다.
“장 호법이 다녀갔다고? 그래 무슨 일이라 하던가?”
“대산으로 보고를 떠나는 길이라 했습니다.”
명운은 생각했다.
‘흠, 그렇다는 말은 공 우사가 파천궁의 꼬리를 잡았다는 뜻인가?’
그와 공복진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보고를 올린다면, 보고가 빠른 쪽의 공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천 단주의 희생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현위천이 그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그것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가?”
정기적인 보고일 수도 있다.
명운은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현위천이 뭔가를 더 말하고자 하는 순간이었다.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긴 외침이 들려왔다.
“누군가 옵니다!”
성채의 망루에 선 초병의 외침에 현위천이 두 손을 모았다.
“부교주님, 밖에 다녀오겠습니다.”
명운이 오른손을 세우며 말했다.
“이곳에서 지시해도 괜찮네.”
자신의 앞에서 큰 목소리를 내도 좋다는 말이었다.
현위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일이냐!”
그의 외침에 망루에 선 초병이 대답했다.
“한 명이 아닙니다. 수십 명이 북쪽에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명운은 미간을 좁혔다.
“북쪽이라고?”
현위천이 다시 두 손을 모았다.
“부교주님, 이번에는 정말로 내려가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청을 허락했다.
“그렇게 하게.”
그의 명이 떨어지자 현위천은 빠른 걸음으로 노대에서 사라졌다.
* * *
이번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성채에 도착했다.
백여 명에 이르는 부하를 이끌고 안다함의 성채에 도착한 이는 바로 신교좌사 양대충이었다.
“신교좌사 양대충이 부교주님을 뵙니다.”
무복을 입은 그는 등에 도를 메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에게는 완전 무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왔는가?”
“허락도 없이 부교주님의 뒤를 쫓았습니다.”
양대충은 전령을 보내 명운을 설득하는 직접 수하들을 이끌고 그의 뒤를 쫓았다.
“자네 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된 것 같군.”
양대충은 두 손을 풀지 않은 채 침상을 살폈다. 그곳에는 사마진이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었다.
‘진이 중상을 입었다고? 대체 누구와 싸운 것인가?’
사마진과 같은 강자가 중상을 입었다면, 강적과 마주했음이 분명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천 단주는 어디에 있습니까?”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 지켜 주지 못했네.”
순간 양대충의 눈썹이 위로 곤두섰다.
“예에?”
“모두 내 잘못일세.”
양대충은 명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천 단주가 죽었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삼단주 중 두 명이 명운의 호위로 붙었다.
양대충은 그 정도면 충분한 전력이라 생각했다.
‘삼단주 중 둘이면, 천원대 전원을 호위로 붙인 것보다 더 큰 전력이라 할 수 있다.’
조금 과장하면 사신대 중 하나를 호위로 붙인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가 확인하듯 재차 물었다.
“정말로 천 단주가 전사한 것입니까?”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신조차 확보할 수 없었네.”
시신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는 뜻.
‘삼단주 중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는 오공자와 적풍대를 잃었을 때보다 더 큰 타격이었다.
“모두 파천궁의 짓입니까?”
명운은 짧게 대답했다.
“그렇다네.”
양대충은 생각했다.
‘파천궁의 실력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곤륜산에서는 매복과 기습으로 큰 이득을 보았다고 해도 이번에는 달랐다.
‘두 사람을 상대로 다수가 매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마진과 천준기 두 사람의 감각은 대군의 매복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두 사람에 부교주님까지 있다. 적은 아마도 정면에서 공격해 왔을 것이다.’
양대충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혹시 척후로 쓸 만한 자들이 있는가?”
그의 상념을 깨운 것은 명운의 물음이었다.
양대충이 재빨리 자세를 고치며 되물었다.
“척후라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하나, 또는 둘이면 될 것 같군.”
목표가 정해져 있었기에 많은 수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사마진은 그의 말을 듣고는 몸을 일으켰다.
“파천궁의 위치를 조사하시려 하는 것인가요?”
명운이 그녀의 말을 받았다.
“그냥 넘겨 버리기에는 아까운 정보니까.”
운이 좋다면…….
파천궁의 위치를 확실히 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양대충이 물었다.
“부교주님, 뭔가 정보를 얻으신 것입니까?”
“그렇다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어떻게 파천궁 제자들과 싸웠고 그들을 심문했는지 말해 주었다.
양대충은 그의 말을 다 듣고는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파천궁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면, 천 단주의 죽음을 만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명운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네.”
“그것이 무엇입니까?”
“장 호법이 대산으로 떠났다고 하더군. 그가 파천궁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우리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일세.”
양대충은 이마를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와는 이곳으로 오는 중에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정기적인 보고일 것입니다.”
장헌, 아니 공복진이 아직 파천궁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아직 기회가 남아 있었다.
“그게 정말인가?”
“제가 어찌 부교주님께 거짓을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장 호법 또한 제게 거짓을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의 한마디에 명운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