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정중지와(井中之蛙) (6)
양대충은 즉시 세 명의 수하를 불렀다. 세 사람 모두 태양혈이 툭 튀어나와 있어 상당한 내공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안다함에서 남쪽으로 닷새를 나아간 뒤, 그곳에서부터 사방 십여 리를 철저하게 수색하며 남하하라.”
세 사람 중 붉은 수염을 한 이가 물었다.
“찾는 것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지명입니까?”
양대충이 답했다.
“너희가 수색할 곳은 파천궁의 영역이다. 하니, 파천궁 무인을 만날 수도 있고, 그들의 은신처나 본거지를 마주할 수도 있다.”
파천궁의 영역이라는 말에 세 사람의 표정이 변했다.
“막중한 임무군요.”
양대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바로 그렇다.”
붉은 수염이 있는 사내가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즉시 안다함 남쪽을 철저하게 수색하겠습니다!”
그들이 사라진 직후, 명운이 물었다.
“아끼는 자들인가?”
양대충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밥값은 하는 자들입니다.”
명운은 척후로 나선 이들이 좌사부의 정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버리는 패로 쓰는 자들이 아니다. 적어도 십여 년은 양 좌사와 함께한 이들일 것이다.’
양대충은 좋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이런 기회는 흔히 오는 것이 아니다. 파천궁의 본거지를 알아내지 못한다고 해도, 최대한 많은 것을 알아내야 한다.’
그는 적에 대해 아는 만큼 승산이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공 우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만나셨습니까?”
명운이 그의 물음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직 만나지 못했네.”
“하면 이쪽으로 불러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공 우사를 말인가?”
양대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파천궁에 대한 단서를 잡게 된다면, 그 즉시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명운은 낮게 신음했다.
“음, 바로 공격한다라. 조금 이르지 않을까?”
양대충이 살짝 목소리를 굳혔다.
“이쪽이 적을 발견하는 순간, 적도 이쪽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이 그렇게 되면 시간과 싸움이 됩니다.”
주력부대를 기다리는 동안 파천궁이 도주하거나 방비를 강화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명운도 천준기가 전사하기 전까지 양대충과 마찬가지로 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왕과 싸운 뒤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쉽지 않을 거야.”
“쉬운 싸움은 없습니다.”
명운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파천궁의 실력은 예상 이상이었네.”
양대충은 그가 과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천 단주가 전사하고, 진이 저 꼴이 되었으니, 그들의 전력이 예상 이상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늦출 수는 없다.’
그가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리며 말했다.
“부교주님께서는 그들의 실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명운은 아직 파천궁의 실체를 완벽히 꿰뚫고 있지 않았다. 다만, 파천궁에 빙왕이나 화왕 같은 고수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빙왕은 나와 파천궁주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 말은 즉, 파천궁주가 무극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지금 우리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네.”
“저를 포함해도 말입니까?”
양대충은 잔혹마도라 불리던 사내였다.
‘잔혹마도는 책략보다는 정면돌파를 선호하는 사내였다. 그에게 이번 일을 맡긴다면 정면에서 싸우고자 할 것이다.’
명운은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양 좌사, 전장이 그리웠나?”
“대산을 떠나니, 잃어버렸던 감각이 다시 살아나더군요.”
잃어버렸던 감각.
그것은 상대의 뼈와 살을 자르는 감각이었다.
명운이 재차 물었다.
“파천궁이 우리를 습격하기 위해 병력을 얼마나 동원했다고 생각하나?”
양대충은 미간을 좁혔다.
“정면에서 공격했으니, 백은 되지 않겠습니까?”
명운은 두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활짝 핀 열 손가락 중 여섯을 접었다.
“처음에는 여섯이었네.”
양대충은 그의 대답에 마른침을 삼켰다.
“여섯 말입니까?”
“그 다음은 둘이었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열이 채 되지 않는 숫자로 삼단주 중 하나를 죽이고, 나머지 하나에게 중상을 입히다니, 이쯤 되면 명운이 무사히 살아 돌아온 것이 기적이었다.
“서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사마진이 명운을 대신해 그의 물음에 답하고자 했다.
“그날의 일은…….”
명운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사마 단주, 그날의 일은 내가 대답하지.”
그는 사마진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날의 일을 다시 떠올리는 것은 그녀를 힘들게 할 것이다.’
화왕에게 처참히 패배한 그 날.
사마진은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공포와 수치, 그리고 치욕을 당했다.
명운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면, 그녀는 목숨마저 잃어버렸을 것이다.
“부교주님.”
명운이 오른손을 들며 말했다.
“그대는 몸을 회복하는 것에 전념하게.”
사마진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명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좌사,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지.”
파천궁과의 싸움은 짧게 끊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양대충이 짧게 대답한 뒤 그의 뒤를 따랐다.
* * *
노대에 오르자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명운은 난간을 잡은 채 하늘 높이 솟아오른 봉우리를 바라보았다.
‘저렇게 높은 봉우리도 하늘에는 닿지 못하는구나.’
하물며 사람의 무공으로 어찌 하늘에 닿을 수 있을까?
천마의 바람은 너무나 광오한 것이었다.
그가 시선을 만년설에 고정한 채 물었다.
“생각은 정리되었나?”
양대충은 그의 물음에 고개를 숙였다.
“노대에 오르는 동안 정리하고자 했지만, 정리되지 않는 것이 많았습니다.”
명운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리되지 않는 것이라. 말을 해 보게.”
그는 어떠한 것이든 답해 주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처음에는 적의 숫자가 적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 그것은 파천궁 무인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면 이해할 수 없는 다른 것이 있었다는 말인가?”
양대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부교주님께서 습격한 자가 여섯에서 둘로 줄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 점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여섯 명으로 실패했다면, 더 많은 고수를 보내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파천궁은 오히려 고수의 숫자를 줄였다.
명운이 난간을 잡은 채 말했다.
“여섯 명의 적을 쓰러뜨린 뒤, 우리는 둘로 나뉘었네.”
양대충은 명운의 말을 듣고는 멈칫했다.
“그 말씀은…….”
“맞아. 파천궁은 한 곳에 한 명씩을 보냈지. 그게 녀석들의 무서운 점이야.”
양대충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천 단주는 어느 쪽이었습니까?”
세 명이 둘로 갈라섰으니, 한쪽은 두 명이었을 터였다.
양대충은 천준기가 어느 쪽에 속했는지 알고자 했다.
“사마 단주와 천 단주가 함께 갔고, 나는 따로 행동했네.”
양대충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삼단주 중 둘을 한 사람이 상대했다고?’
사마진과 천준기를 습격한 자는 단순히 삼단주 중 둘을 상대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와 싸워 천준기는 전사, 사마진은 중상을 입고 말았다.
“혹시 부교주님께서 사마 단주를 구원하신 것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슬아슬했지.”
그가 아니었다면, 두 사람 모두 죽었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양대충은 사실을 알고 난 뒤에 미간을 좁혔다.
“그 정도로 뛰어난 무인이 있을 줄은…….”
명운이 그의 말을 잘랐다.
“나도 몰랐네.”
이것은 거짓이 없는 진실이었다.
알았다면 그는 절대 천준기와 사마진을 따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적을 얕보았기에 일어난 사달이다.’
양대충이 턱을 쓰다듬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으음, 놀라운 사실이군요.”
명운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포로들에게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수풍화빙 이렇게 네 명의 왕이 있다고 하더군.”
“수왕, 풍왕, 화왕, 빙왕, 이런 식입니까?”
“그렇지. 그중 두 명이 우리를 습격했었네.”
양대충은 생각했다.
‘사왕이라면 이쪽의 사대호법과 비슷한 위치가 아닐까?’
만에 하나 그렇다면, 파천궁의 무공은 천마신교 이상이라 할 수 있었다.
“부교주님께서는 그들과 겨뤄 보셨습니까?”
“한 명은 죽이고, 한 명은 놓아주었네.”
양대충은 고개를 갸웃했다.
“놓아주셨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명운이 오른손을 바닥이 보이게 들며 대답했다.
“파천궁주와 내 무공을 비교한 뒤에 더 높은 쪽에게 복종하겠다고 하더군.”
“그래서 그러라고 하셨습니까?”
명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부교주님.”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네. 그와 같은 강자는 흔하지 않으니까.”
양대충은 명운이 실력에 자신이 있음을 깨달았다.
‘파천궁주와 비교해도 더 무공이 높다고 생각하시는 것인가?’
명운이 그의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양 좌사는 내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라면?”
“파천궁주의 무공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명운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사왕의 무공이 그 정도라면, 파천궁주의 무공은 얼마나 더 뛰어날지 생각했단 말인가?”
양대충은 조금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명운이 다시 만년설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아마도 무극을 이뤘을 거야.”
양대충의 미간이 좁아졌다.
“파천궁주가 무극을 이뤘단 말입니까?”
그가 알고 있는 한, 무극을 이룬 자는 천마신교에서 교주 명증뿐이었다.
‘교주님을 제외하면 그를 상대할 자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그런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두 고수의 이야기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천마신교에서 삼단주 중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양대충이나 공복진 정도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나와 대등한 자를 한 명은 베고, 한 명은 놓아주었다. 어찌 믿을 수 있을까?’
명운의 무공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파천궁의 전력이 그 정도라면 왜 지금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단 말인가?’
그 정도의 전력이라면 십만대산을 함락시키지 못한다고 해도 서장 정도는 충분히 빼앗을 수 있었다.
“의심하는군.”
양대충은 자신의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명운은 그를 탓하는 대신 말끝을 올렸다.
“한번 겨뤄 보겠나?”
“겨뤄 보다니요?”
“내가 자네의 무공을 평가해 주지.”
신교좌사의 무공을 평가해 주겠다.
명운이 아니었다면, 격노했을 발언이었다.
양대충은 그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굳혔다.
“부교주님께서 제 무공을 평가해 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자네의 무공을 화왕과 빙왕 두 사람과 비교해 주겠네.”
명운의 음성에는 고저가 느껴지지 않았다. 즉, 이는 그의 진심이라 할 수 있었다.
순간 양대충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하하, 파천궁의 두 왕과 비교라. 재미있겠군요.”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명운과 무공을 겨룬 적이 없었다.
‘이번에 비무를 해 본다면 실력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양대충은 광명정에서 명증과 명운이 보여 주었던 대결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들을 상대로 살인기를 쓰는 아버지는 없으니까.’
그는 명증이 광명정에서 발출한 수강은 평소의 절반, 아니 그 이하의 위력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
명운이 물었다.
“어디서 겨루겠나? 연공실?”
안다함 성채에는 제법 넓은 지하연공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양대충은 고개를 흔들었다.
“비좁은 연공실에서 어찌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명운과 사마진의 대결은 연공실로 충분했다. 하지만 양대충은 그 정도로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면 어디가 좋겠나?”
양대충이 한 발 앞으로 나오며 대답했다.
“저 설산 아래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대도를 휘두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