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반란(叛亂) (1)
해가 뜨기 전.
명운은 성문을 열었다.
쉬익.
차가운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도 시원하군.’
그가 성채 밖으로 나선 것은 아침 연공을 위해서였다.
한번은 사마진이 그에게 이렇게 물은 바 있었다.
– 지하 연공실이 있는데, 왜 굳이 밖으로 나가시는 것인가요? 파천궁의 첩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것인가요?
그녀는 명운이 파천궁의 비선이나 척후들을 유인해서 사로잡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명운이 성채 밖으로 나가는 이유는 그녀의 생각과 달랐다. 그는 그녀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 밖으로 나가서 연공하는 이유는 성채의 기운이 탁하기 때문이야. 탁한 기운을 토납으로 받아들이면, 단전에 쌓인 기운 또한 탁해지니까.
구파일방은 물론, 각 지역에서 명문이라 불리는 문파들이 명산이나 명당에 자리를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맑은 기가 흐르는 곳.
또는 대량의 기운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뛰어난 무인을 키워 낼 수 있었다.
성문 위에 선 두 초병의 시선이 성채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에 고정되었다.
“부교주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매일 이렇게 밖에 나가시는 것일까?”
“주변을 훑으며 파천궁의 첩자를 잡으려 하시는 것 아니야?”
“그런가?”
“그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이른 시각에 성채를 떠날 이유가 없지.”
“하긴.”
명운이 경공을 전개하자 곧 초병들의 시선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빠르군.”
“얼마나 무공을 연마하면 저렇게 빨라질까?”
“우리는 앞으로 십 년을 더 연마해도 불가능할 거야.”
두 사람이 고개를 흔드는 사이 명운은 십여 장 이상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서부터는 성채의 시선이 닿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좌측에서 적의가 섞인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도 따라붙는군.’
시작은 사흘 전이었다.
연공을 마치고 일어섰을 때, 평소와 다른 감각이 느껴졌다.
사방에 기를 펼치자 남쪽으로 이백 보쯤 떨어진 곳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윽고 적의가 가득 담긴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그 시선이 파천궁 제자의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공격을 펼치지는 않았다.
‘거리가 너무 멀었으니까.’
이백 보.
속도를 높여 추격한다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거리.
하나 무극의 경지에 이른 그도 이 정도 거리를 일순간에 좁히는 것은 불가능했다.
‘단번에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 도주를 포기하고 자결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가능하다면 사로잡아서 정보를 얻고 싶었다.
‘양 좌사의 부하들은 실패했으니까.’
실망스럽게도 양대충의 수하들은 남쪽에서 파천궁을 발견하지 못했다.
탁.
명운은 산 중턱에 위치한 바위 위에 올라섰다.
“후우…….”
긴 숨을 내쉰 뒤, 상쾌한 공기를 들이켜자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훌륭해.”
대명궁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상쾌함.
매일 이런 곳에서 수련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에게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성존이라 불리던 천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무공은 모두 이루었으니, 세상을 바꾸는 일만 남았다.
그렇게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세상을 바꾸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무공을 수련했을까?
‘아마도 후자겠지.’
무극이란 경지가 있었지만, 그는 무공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했다.
명운은 호흡을 가다듬은 뒤, 사방으로 기를 뻗었다. 그러자 멀리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파천궁 제자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직도 이백 걸음 밖이군.”
그는 가부좌를 틀면서 생각했다.
‘연기를 좀 해 볼까?’
가까이 다가온다면 벼락같이 뛰쳐나가 파천궁 제자를 생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백 보 거리에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사부님과 누님의 원수.”
명운을 노려보고 있는 파천궁 척후대원은 전중이라는 자였다. 그는 자결한 빙왕의 제자 전옥의 동생이었다.
“조장은 놈을 감시하는 것만 하라고 했지만……. 연공에 들어간 놈이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척후대를 이끄는 조장은 그의 복수심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손을 쓰지 말라는 엄명을 내린 상황이었다.
‘죽이고 싶다.’
아니, 복수를 하고 싶다.
그는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힘겹게 참았다.
‘저렇게 눈에 보이는데도 손을 쓸 수가 없다니!’
손을 쓰지 말라는 명을 내린 조장은 물론, 자신을 막는 모든 것이 미웠다.
“참을 수가 없구나.”
결국, 그는 비도(飛刀)를 들었다.
복수심이 한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백 보 안으로 들어선다면 놈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백 보 안으로 접근하면 확실하게 살수를 펼칠 수 있겠지만, 그의 살기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것은 곤란하지.’
전중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스윽. 스스슥.
명운은 기를 뻗어 그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가 움직이자 명운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손을 쓰려는 모양이군.’
전중은 차를 한 잔 마실 시간에 겨우 열 걸음을 전진했다. 그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인 것은 명운의 무위가 빙왕 이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이 눈치를 채면 이쪽이 당한다.’
그의 걸음은 명운에게 다가갈수록 느려졌다.
마지막 열 걸음을 옮기는 데 차 한 잔이 아니라 밥 한 끼를 다 먹을 시간이 필요했다.
전중은 백 보 안으로 들어선 뒤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직도 명운은 가부좌를 튼 채였다.
‘전혀 모르고 있군.’
그는 비도를 세웠다.
슥.
명운은 전중이 백여 걸음 정도에서 무기를 드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암기를 던지려는 것인가?’
비침이나 은침 같은 암기는 백 보 밖에서 목표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화살인가?’
화살은 암기는 아니었지만, 수백 보 밖의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였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군.’
그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신 순간 전중이 그에게 비도를 겨냥했다.
‘일격으로 끝낸다.’
명운을 맞출 수만 있다면…….
화왕과 빙왕도 하지 못한 것을 그가 해내는 것이었다.
‘가라!’
비도가 앞으로 움직이려는 찰나.
팍.
짧은 타격음과 함께 그의 동작이 멈췄다.
‘혀, 혈도를 찍혔다?’
누가 전중의 혈도를 찍었단 말인가?
전중은 정면에 앉아 있는 명운을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놈은 아니라면?’
전중은 생각했다.
‘설마 조장이?’
척후대 조장은 그에게 공격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하나 그가 손을 썼다면, 명운은 죽은 목숨이었다.
‘이것은 본궁에 대한 반역이다.’
전중이 눈을 질끈 감았을 때였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흠, 잡긴 잡았는데 거물은 아닌 것 같군.”
전중은 자신의 혈도를 찍은 자가 척후대 조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정이었구나!’
그의 혈도를 찍은 것은 백옥관(白玉冠)을 쓴 중년 문사였다.
“피라미 같지만, 놓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중년 문사는 혈도를 잇달아 두 번을 더 찍었다. 전중은 완벽하게 상대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큭, 내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중년 문사가 신호를 보내자 명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았는가?”
중년 문사가 그의 물음에 답했다.
“잡았습니다.”
명운이 걸음을 옮기며 재차 물었다.
“들고 있는 물건은 비도인가?”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백여 걸음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도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전중은 그것만으로도 그들의 무의를 짐작할 수 있었다.
‘둘 다 고수다.’
두 사람 모두 그가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진 고수였다.
‘내가 욕심을 냈구나.’
복수에 눈이 멀어 무모하게 거리를 좁힌 것이었다.
“어떻게 하겠나?”
중년 문사가 명운의 물음에 대답했다.
“섭혼대법을 써 볼까 합니다.”
명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공 우사도 섭혼대법을 쓸 수 있나?”
전중을 사로잡은 것은 신교우사 공복진이었다. 그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정보를 다루는 것은 원래 이쪽이 전문입니다.”
좌사가 군무를 담당한다면, 우사는 그 외의 것들을 담당했다.
다시 말해,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은 그가 사마진보다 한 수 위였다.
* * *
공복진이 펼친 섭혼대법은 사마진의 그것과 크게 달랐다.
섭혼대법에 지배당한 전중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사, 살려 주세요.”
공포에 질린 얼굴.
사마진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상대를 유혹했다면, 공복진은 공포로 전중을 내리누르고 있었다.
명운은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섭혼대법이란 그것을 펼치는 자에 따라 그 성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는 모양이군.’
공복진이 전중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답하라!”
내공이 서린 그의 외침에 전중이 몸을 움찔했다.
“으윽!”
“대답해!”
전중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대, 대답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전, 전중입니다.”
공복진의 물음이 이어졌다.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느냐?”
“안다함의 성채에 있는 가교를 감시하기 위해 왔습니다.”
명운은 미간을 좁혔다.
‘이쪽을 가교라 부른다는 것은 파천궁 제자가 확실하다는 말이군.’
공복진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왜 부교주님께 비도를 던지려 했지?”
전중은 몸을 떨며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공복진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어서 대답하지 못할까!”
전중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외쳤다.
“복수가 하고 싶었습니다.”
복수라는 말에 명운이 이마를 찌푸렸다.
‘내가 죽인 자의 가족인가?’
어쩌면 화왕의 형제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무공이 너무 부족하다.’
화왕은 그 외에 고수는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강한 사내였다.
“누구의 복수냐?”
“누님의 복수입니다.”
누님.
명운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누님의 복수인가? 내가 죽인 자 중에 여제자는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는 고도(古道)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제자를 떠올렸다.
‘그녀의 동생인가? 그러나 이번 대답도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마진과 함께 사로잡은 파천궁 제자들의 대답은 대부분 조작된 것이었다.
‘수왕이라는 자의 소행이라고 했던가?’
공복진의 심문은 계속되었다.
“네 누이는 누구냐?”
“저, 전옥이라고 합니다.”
공복진은 물론 명운도 모르는 이름이었다.
‘전옥이라.’
다음 질문은 그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파천궁은 어디에 있느냐?”
“서, 서쪽.”
명운은 그의 대답에 혀를 찼다.
“쯧, 서쪽이라 대답한 것을 보면, 동쪽일 가능성이 크겠군.”
공복진이 더 자세한 것을 묻고자 할 때였다.
털썩.
전중이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그는 무공이 뛰어나지 않았기에 섭혼대법에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짧았던 것이다.
“후우…….”
공복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쉰 뒤 고개를 돌렸다.
“부교주님께서는 이 자의 대답이 조작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자는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척후일세. 언제 포로가 될지 알 수 없는 자이지.”
“그렇다면 누이에 대한 복수도 조작일 수 있겠군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지.”
공복진이 쓰러진 전중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자는 어떻게 할까요?”
“더 물어볼 것이 있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복진은 말을 줄였다.
‘이래서는 대답할 수 없겠지.’
섭혼대법에 당한 자는 정신이 파괴되어 폐인이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게다가 그의 섭혼대법은 사마진의 섭혼대법보다 후유증이 컸다.
* * *
송원표는 아침 일찍 공복진의 부름을 받았다.
“속하, 우사를 뵙니다.”
공복진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부교주님의 명이 떨어졌네.”
송원표가 두 손을 풀며 물었다.
“부교주님의 명입니까?”
“파천궁을 찾으라는 지시일세.”
파천궁을 찾는 일.
지난번 임무는 양대충에게 내려졌다. 하나 그와 그의 수하들은 파천궁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저희 차례라는 말씀이시군요.”
공복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좌사부에서 실패한 일을 우리가 성공시키면, 누가 더 위인지 분명해질 걸세.”
송원표는 바로 두 손을 모으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공복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파천궁이 어느 곳에 있는지 아직 모르지 않습니까?”
“아침에 포로를 하나 잡았네.”
“포로를 말입니까?”
새로운 포로.
송원표는 모르는 일이었다.
“밖에서 처리했네.”
“그렇군요.”
“그가 실토한 바에 따르면 파천궁은 동쪽에 있네.”
전중은 파천궁이 서쪽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명운과 공복진은 그 대답을 거짓으로 판단했다.
“동쪽입니까?”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네. 하지만 중원에 닿기 전에는 발견할 수 있을 걸세.”
안다함과 중원 사이.
그 어딘가에 파천궁이 있다는 뜻이었다.
“광대한 지역이군요.”
이곳과 중원 사이의 땅은 작은 나라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넓었다.
“길을 따라 수색하게. 고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걸세.”
공복진은 길에서 수백 리 떨어진 외지에 파천궁이 있을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목적은 숨는 것이 아니라 대업을 이루는 것이다. 언제든 치고 나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송원표가 두 손을 모으며 명을 받았다.
“지금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돌아서는 그에게 공복진이 말했다.
“척후를 충분히 데려가게.”
송원표가 걸음을 멈춘 채 그의 말을 받았다.
“믿을 수 있는 자들로 뽑겠습니다.”
이번 임무에 성공하면 우사부는 좌사부 못지않은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그는 걸음을 내디디며 생각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번에 공을 세우게 되면 부교주님의 눈에 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에게는 다시없을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