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반란(叛亂) (2)
서장으로 보내는 지원군의 규모를 두고 무려 닷새 동안 논쟁이 이어졌다.
“오늘도 싸우고 있나?”
그의 물음에 시녀장 홍비가 고개를 숙였다.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교주님께서 나서 주시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원래는 양 좌사의 명령만으로도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양대충은 군무를 맡은 신교 좌사였다. 삼단을 제외한 군세는 그의 명령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장로들은 양대충이 명령한 지원군의 출정을 막고, 광명정에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것은 명운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였다.
“규모가 워낙 커서 이견이 나올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명증이 나서지 않는다면 양쪽의 대치는 끝나지 않을 듯 보였다.
“지원군을 보내자는 쪽은 누구인가?”
“양주천가와 귀주석가가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명증은 홍비의 대답에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음, 귀주석가는 원래 운의 편이었지. 양주천가는 아무래도 복수 때문인 듯하군.”
양주천가의 가주 천준서는 전사한 동생 천준기의 복수를 하고자 했다.
“반대쪽은 누구인가?”
“대산노가와 대설진가입니다.”
명증은 입술 끝을 올렸다.
“대산노가는 천에게 붙었고, 진가는 둘째에게 붙었던가?”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명정의 모습은 그가 며칠 전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였다.
홍비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일 가 보도록 하지.”
“오늘은 그냥 두고 보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홍비는 그의 대답에 무릎을 굽혔다.
“교주님의 명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겠나이다.”
명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광명정의 상황은 며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쪽에서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면, 반대쪽에서는 무림맹의 위협과 대명궁의 경호를 이야기했다.
“사신대의 절반을 남쪽으로 보내면, 무림맹은 어찌 막는단 말이오!”
“맞습니다! 서장에는 이미 좌사부와 우사부에 사대호법이 내려가 있습니다. 그것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휘자의 무능입니다!”
반대가 일어나면 찬성이 다시 그들의 말을 반박했다.
“파천궁은 본교의 근간을 흔드는 대적이오! 그들을 상대하는데, 어찌 전력을 아끼려 한단 말입니까?”
“사신대와 자명단을 남쪽으로 보낸다고 해도 본궁에는 우리 십장로와 대산팔가가 있지 않습니까? 무엇이 두렵단 말입니까?”
양쪽의 첨예한 대립은 다음 날 명증이 도착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장로들의 논쟁이 닷새를 넘었으니, 내가 끝을 내야 할 것 같소.”
명증은 이렇게 말을 한 뒤에 서장으로 향할 지원군을 발표했다.
“주작대, 청룡대, 천원대, 그리고 자명단을 보내도록 하겠네.”
그의 발표는 명운의 청을 모두 들어준 것이었다.
“교주님, 그것은…….”
대산노가 가주 노혁선이 나섰으나 명증이 오른손을 들며 그의 말을 잘랐다.
“지금 내린 명이 바뀌는 일은 없을 걸세.”
그가 딱 잘라 말하자 열 명의 장로가 일제히 두 손을 모았다.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지원군의 출발은 사흘 뒤로 결정되었다.
* * *
“지금 광명정에 있는 교주가 가짜란 말인가?”
진백청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수왕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으음, 수왕께서…….”
수왕은 명증이 서장에 있으며, 대명궁에 머물고 있는 것은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본교의 화왕이 쓰러졌습니다. 칠공자라는 자가 화왕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백청이 의자의 팔걸이를 잡으며 생각했다.
‘화왕의 무공은 무극에 가깝다고 했다. 나는 물론 양 좌사도 그를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강자를 풋내기가 쓰러뜨렸을 리 없다.’
그가 낮은 음성으로 답했다.
“칠공자의 무공으로는 백 번을 싸워도 불가능하겠지.”
“수왕께서는 교주 명증이 칠공자로 역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진백청은 생각에 잠겼다.
‘흠, 명증이 이곳에 없다. 그렇다면 어제 있었던 결정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서장으로 대군이 출발하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인 것 같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왕님의 명에 따라야겠지.”
“그럼, 저희도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수왕의 수하가 떠난 뒤.
진백청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명가를 쓰러뜨리면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가 말한 지옥이란 파천궁의 금제가 아니었다.
천마신교와 명가에 대한 증오와 미움.
그것이 바로 그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것이었다.
* * *
서장으로 지원군이 떠난 직후, 북쪽에서 한 통의 전서가 도착했다.
시녀장 홍비는 전서를 앞으로 내미는 대신 그 내용을 요약해서 전했다.
“교주님, 유 부교주가 대산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북쪽에서 온 전서는 부교주 유청이 보낸 것이었다.
“오래도 걸렸군.”
명증은 육도검 등명군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그제 청해에 들어왔다고 하니, 곧 대산에 도착할 것입니다.”
탁.
명증의 하얀 돌이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 위에 떨어졌다.
“어떤가?”
등명군의 그 물음에 답했다.
“좋은 수입니다.”
“좋은 수라. 아첨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아첨이 아닙니다. 이 한 수는 좌상귀에 부족한 힘을 보태는 좋은 수라 생각합니다.”
명증이 미묘한 미소를 지은 뒤 말했다.
“자, 다음은 자네일세.”
검은 돌이 바둑판 위에 떨어졌다.
탁.
등명군은 좌상귀의 전투를 피해 반대쪽 화점을 공략하고자 했다.
“장로들이 서장으로 향하는 지원군에 합류했다고 들었습니다.”
명증이 하얀 돌을 집으며 말을 받았다.
“장로들은 운의 무공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더군.”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나도 믿지 못했으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신은 지금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약관도 채 되지 않은 청년이 교주가 천마신공으로 이룬 수강(手罡)을 받아친다.
‘그것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약관에 무극이면 중년에는 현경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자네도 그들과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
“제가 말입니까?”
“운과 연을 맺어 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차기 교주이니 말이야.”
“교주님!”
명증이 마른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농담이 아닐세. 그 아이가 아니면 누가 광명좌를 차지한단 말인가?”
후계자 논쟁은 등명군에게 부담스러운 화제였다. 그래서 그는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교주님, 천 단주의 후임을 두고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증은 미간을 좁혔다.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그가 남긴 자리에 더 집착한다는 말인가?”
“세간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탁.
명증이 돌을 놓으며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저 말입니까?”
“말을 돌리지 말게. 자네도 천 단주의 후임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 아닌가?”
등명군이 그의 물음에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펑!
폭음과 함께 창밖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등명군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화약창고에서 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명증은 폭발과 함께 불길이 일었지만,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등명군의 말을 받았다.
“화약창고는 반대쪽일세.”
“하면…….”
“이쪽에 뭔가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군.”
등명군은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몸을 일으켰다.
“교주님, 제가 가 보겠습니다.”
명증이 바둑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등 단주, 시작한 바둑은 다 두고 가게.”
가볍게 움직이지 말라는 말.
등명군은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현무대에게 진압을 맡기시려는 것인가?’
현무대는 대명궁과 광명정을 지키는 부대였다.
“교주님, 작은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은 일이 아니라 해도 서둘러 움직일 필요가 없네.”
두 사람은 다시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그 시각.
태화전의 입구인 홍문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돌파하라!”
검을 들고 공격하는 자들은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현무대는 검은 무복을 입은 채 그들을 막아섰다.
“홍문을 사수하라!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
홍문 주변에는 현무대원의 시신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전황은 현무대에 불리했다.
“적이 너무 많습니다.”
“안으로 퇴각해야 합니다.”
홍문의 수비를 맡은 조장은 얼굴을 굳혔다.
“버텨라! 곧 지원군이 올 것이다!”
그는 검을 들고는 푸른 옷을 입은 자들을 향해 돌진했다.
파악!
그가 휘두른 검에 맞은 이가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아악!”
조장이 기세를 올린 것도 잠시, 답답한 비명과 함께 무릎이 꺾였다.
“크윽…….”
왼손을 뻗어 지혈을 해 보려 했지만,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멈추지 않았다.
“그러게 항복하라고 했을 때 했어야지.”
푸른 옷을 입은 중년인은 상당한 고수로 보였다.
“이제 죽어라!”
촤아아악!
중년인이 검을 휘두르자 현무대 조장의 머리가 허공을 날았다. 그는 조장의 목을 벤 뒤 수하들을 향해 외쳤다.
“홍문을 확보한다!”
그의 명에 푸른 옷을 입은 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홍문을 확보하라!”
“흑도들을 물리친다!”
현무대원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홍문을 내주었다. 그들은 태화전 안쪽으로 물러선 뒤에 수비진을 구축했다.
“이곳이 뚫리면 바로 본전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이곳만은 어떻게든 사수해야 한다!”
푸른 무복을 입은 자들이 홍문을 돌파한 순간, 명증에게 다급한 소식이 도착했다.
피를 뒤집어쓴 자는 현무대 조장 중 한 명이었다.
“교주님, 반란입니다!”
명증은 반란이라는 말에도 안색에 변화가 없었다.
“누가 일으킨 반란이냐?”
조장이 두 손을 모은 채 대답했다.
“대설진가입니다!”
순간 명증의 미간에 골이 파였다.
‘진백청이 반란을?’
무엇 때문에 그가 반란을 일으켰단 말인가?
후계자 경쟁에서 명운이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기에는 근거가 빈약했다.
“대설진가의 무인들이 선두에 섰느냐?”
조장의 대답은 명증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가주 진백청이 선두에 서서 반란군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음, 진백청이 선두에 섰다?”
“그러합니다.”
육도검 등명군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교주님, 제가 진백청을 상대하겠습니다!”
명증은 그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현무대 조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가 혼자 반란을 일으켰을 리 없다. 너는 돌아가서 다른 가문이나 부대가 합류하지 않았는지 확실히 살펴보도록 하라.”
현무대 조장은 교주의 명에 두 손을 세웠다.
“존명!”
그가 떠난 직후, 등명군이 다급하게 말했다.
“교주님! 신에게 역적을 토벌하라는 명을 내려 주십시오!”
명증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내가 바둑을 끝까지 두라고 하지 않았던가?”
두 사람의 바둑은 이제 막 절반을 지났을 뿐이었다.
“교주님!”
“자, 두게. 자네의 차례일세.”
“하…….”
등명군은 탄식이 섞인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현무대주가 반란을 잘 막아 주길 바랄 뿐이다.’
탁.
돌이 다시 반상 위에 떨어졌다.
“자네를 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지 궁금한가?”
등명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교주님의 생각을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번 반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지 지켜보고자 하네.”
명증은 반란을 빠르게 진압하는 대신, 반란에 참여한 자들을 확실히 알고자 했다.
등명군이 바둑돌을 잡으며 말했다.
“반란이 커지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들에서 일어난 작은 불을 방치하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되어 산을 태울 수도 있었다.
“진압할 수 없을 정도로 반란이 커진다면 본좌가 교를 잘못 다스린 것이 되겠지.”
“교주님!”
명운이 하얀 돌을 놓으며 말끝을 올렸다.
“이번 수는 어떤가?”
등명군은 물음에 답하는 대신 주먹을 꾹 쥐었다.
“교주님, 백호대만이라도 부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는 현무대 하나만으로는 이번 반란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바둑에 집중하지 않으면 내게 지게 될 걸세.”
“교주님…….”
“이 사람,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가?”
등명군은 생각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는 바둑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명증과 등명군.
두 사람이 바둑을 두고 있을 무렵.
현무대주 노혁준은 황급히 다섯 개 조를 이끌고 태화전에 이르렀다.
“이럴 수가!”
그는 홍문을 막고 서 있는 자를 보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대가 교주님을 배신할 줄이야!”
현무대주 노혁준의 앞을 가로막은 자는 적룡대주 하청규였다.
“노 대주, 대세가 이미 기울었소. 어찌 무익한 저항을 하시려는 것이오.”
하청규는 휘하의 적룡대와 함께 대설진가의 반란에 합류했다.
노혁준이 목에 힘을 주었다.
“고작 적룡대로 사신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하청규가 혀를 찼다.
“쯧쯧쯧, 노 대주는 광명좌에 앉아 있는 자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구려.”
“뭐라고?”
“이곳에 있는 자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소.”
노혁준은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에 있는 자가 가짜라면, 진짜 교주님은 어디 있단 말이냐?”
하청규가 태연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서장에 계시다고 들었소.”
“교주님께서 서장에 계시다고?”
“물론 살아 있다고 장담은 할 수가 없을 것이오.”
“놈!”
하청규는 입술 끝을 올렸다.
“아직도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깨닫지 못한 모양이구려.”
“네 놈이 세 치의 혀를 아무리 놀려도 나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하청규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명을 내렸다.
“쳐라!”
그의 명령에 푸른 무복을 입은 자들이 일제히 부복했다.
“존명!”
노혁준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적룡대를 보며 이를 악물었다.
‘배은망덕한!’
그는 백여 명의 현무대원과 함께 홍문을 향해 돌진했다.
“반도를 토벌한다!”
홍문에서 다시 한번 큰 싸움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