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반란(叛亂) (5)
청해성 남부.
겹겹이 솟아오른 봉우리.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낡은 사원.
사원에는 으레 있어야 하는 승려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
파천궁 무인들이 승려들을 내쫓고 자신들의 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주군, 안다함에서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두 손을 모은 채 수왕에게 보고를 올리고 있는 이는 오대검 중 한 명인 좌검이었다.
“내용은?”
“사방으로 병력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수왕은 곧 미간을 좁혔다.
“서쪽이 아니라 사방으로?”
그가 전중을 통해 흘린 정보를 입수했다면 서쪽으로 병력을 돌려야 했다.
“그렇습니다.”
수왕은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움직임에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서쪽이 아니라 사방이라. 명증, 대체 무슨 생각이지?’
그는 아직도 안다함에 천마신교 교주 명증이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명증은 어떻게 되었나?”
좌검이 답했다.
“전선구에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수왕이 턱을 쓰다듬으며 명을 내렸다.
“지금 즉시 척후조에 전서를 보내라. 사방으로 뻗어 나간 자들이 누구인지 지금 즉시 확인하라!”
“존명!”
좌검이 사라진 뒤, 두 명의 사내가 불상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좌검과 같은 오대검으로 준검과 원검이라 했다.
준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주군, 적이 사방으로 떠났다고 하지만, 진짜는 서쪽일 것입니다.”
수왕이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가교는 밀종의 지원을 거절하지 못할 테니까요.”
수왕이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밀종에 대한 지원이라. 아니야. 내가 아는 명증은 그렇게 따뜻한 자가 아니다. 그가 사방으로 군을 보낸 것은 필시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것일 테지.”
원검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주군, 우리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목적이라 해도 그들이 병력을 나누었다면 잘된 일입니다.”
수왕이 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원검, 자세히 설명하라.”
원검이 두 손을 모은 채 이야기했다.
“넷으로 나뉜 병력 중 명증이 이끄는 병력을 찾을 수 있다면, 그를 공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찾지 못한다고 해도 나뉜 병력 중 한둘을 격파할 수 있다면, 안다함의 병력을 줄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수왕은 여전히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리고 있었다.
툭. 툭. 툭.
그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적의 병력을 줄이는 정도로는 큰 이득을 보았다고 할 수 없다.”
원검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군, 지금 중요한 것은 대명궁 함락입니다. 이쪽에서 큰 이득을 보지 못한다고 해도 명증을 서장에 묶어 둘 수 있으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수왕과 그 수하들은 명증이 안다함에 있고, 대명궁에게는 가짜가 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진백청에게 반란을 사주한 것이었다.
수왕이 팔걸이에서 손을 거두며 말했다.
“그대의 말이 옳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안다함의 성채가 아니라 십만대산의 대명궁이다. 준검, 원검.”
그가 호명하자 두 사람이 동시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군, 명을 내려 주십시오.”
수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명을 내렸다.
“그대들은 지금 즉시 십만대산으로 달려가 진 장로를 도우라.”
“존명!”
그는 지원군을 파견하는 것이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백청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백청이 대명궁을 장악했다고 해도 궁밖에 머물고 있는 공자들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른다. 그들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서는 지원군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왕은 화왕과 빙왕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졌다.
‘그들이 진백청을 도왔다면 대명궁을 장악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떠나간 이들을 생각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흔든 뒤, 대명궁 장악 이후의 그림을 그렸다.
* * *
적룡대주 하청규는 육도검 등명군의 검에 쓰러지기 직전 이러한 말을 남겼다.
– 사내로 태어났다면, 끝을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명가의 가신으로 살기보다는 명가를 지배하고자 했다. 물론 그는 자신의 야망에 걸맞은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등명군의 검에 쓰러지고 말았다.
등명군은 현무대에 잔당 토벌을 맡긴 뒤, 서재로 돌아왔다.
“반란을 일으킨 하청규를 베었습니다.”
명증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적룡대의 나머지는?”
“현무대에 맡겼습니다.”
현무대를 지휘하는 것은 대주 노혁준이었다. 그는 선두에 서서 적룡대와 진가의 잔당을 토벌하고자 했다.
명증이 긴 한숨을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제 남은 것은 천인가?”
장공자 명천.
진백청은 죽기 전 명천이 이 모든 일의 배후라 지목했다.
명증이 등명군에게 물었다.
“자네는 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공자의 반란.
그것도 장남인 장공자 명천의 반란.
이 일은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었다.
등명군은 두 손을 마주 잡은 채 고개를 숙였다.
“자결이 가장 깨끗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명증에게 반란을 일으켰으니, 죽음은 피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가 자결로서 명예를 지킨다면, 나머지 가족들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연좌는 하지 않고 말인가?”
장공자 명천에게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다.
등명군이 고개를 숙인 채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일을 키운다면 적들이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이미 반란군이 진압되었으니, 장공자의 목숨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모양새가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반란의 배후로 명천이 주목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는 병사를 이끌고 대명궁으로 진군하지 않았다.
등명군은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크게 일어나지 못한 반란이다.’
명증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결심을 굳혔다.
“자네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군.”
“교주님.”
명증이 오른손을 들었다.
“명을 내리겠다.”
등명군이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속하,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윽고 명증의 명이 떨어졌다.
“천에게는 자결을, 준과 탁은 유배형에 처한다!”
장공자 명천은 이번 일의 주범으로 자결을.
넷째 명준은 명천과 이번 일을 꾸몄을 가능성이 커 유배형을.
여섯째 명탁에게는 외가인 대설진가가 반란을 일으켰기에 명준과 같은 유배형이 내려졌다.
“존명!”
등명군은 명증의 명을 받으며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천이 순순히 교주님의 명을 받아들여야 할 텐데 말이야.’
명천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않고, 저항한다면 싸움이 더욱 커질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군.’
등명군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주의 서재를 나섰다.
* * *
비로궁.
장공자 명천은 잇달아 들려온 비보에 미간을 좁혔다. 특히 진백청이 죽으면서 그를 반란의 수괴로 지목했다는 이야기에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누명이다!”
그는 죽은 진백청과 인연이 없었다.
‘내가 어찌 그자와 반란을 도모했단 말인가?’
진백청은 이공자 명각과 친분이 깊었다.
명천은 이 모든 것이 명각의 계략이라 생각했다.
‘놈에게 당한 것이다.’
그는 진백청이 스스로를 희생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라 생각했다.
“주군, 속히 입궁하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즉시 오해를 푸셔야 합니다.”
그의 수하들은 그가 대명궁에 입궁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이쪽에 불리합니다.”
“주군!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명천은 주먹을 꾹 쥐었다.
“진백청이 각을 위해서 날 모함한 것이다!”
백암귀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주군,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쪽에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명천의 음성에 노기가 실렸다.
“그대마저 날 버리려 하는가?”
백암귀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어찌 주군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바라는 것은 주군께서 누명을 벗으시는 것입니다.”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백암귀의 말은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속히 입궁하시어…….”
입궁하라는 말에 명천이 다시 노성을 터트렸다.
“갈(喝)!”
그의 외침이 워낙 컸기에 수하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침묵이 대전을 맴돌았다.
이윽고 앞으로 나선 것은 귀혼단주 양위청이었다.
“주군, 충신의 조언은 귀에 거슬린다 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귀에 거슬리는 조언을 해 보고자 합니다.”
명천은 미간을 좁힌 채 그의 말을 받았다.
“백암귀와 같은 이야기라면 그만두게.”
양위청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그와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면?”
“다른 의견이라면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명천이 좁혔던 미간을 살짝 풀며 말했다.
“허락하겠다.”
양위청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본궁의 전력은 귀혼단과 무궁사(武宮士)를 합해 오백이 넘습니다. 여기에 대산노가의 무인들을 합하면, 지난 전투로 피해를 입은 대명궁 병력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당당하게 정면대결을 주장하고 있었다.
명천의 수하들은 전면전은 불가하다고 생각했다.
“양 단주! 어찌 그런 말을!”
“반란을 일으키자는 말이오?”
“모두 죽게 될 것이오!”
수하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명천이 오른손을 들었다.
“닥쳐라!”
그는 일언으로 수하들을 침묵시킨 뒤 양위청에게 시선을 돌렸다.
“양 단주는 이야기를 계속하라!”
양위청이 차분한 음성으로 이야기를 이었다.
“싸움이 시작되면 수성보다 공성이 어려우니, 이쪽은 수성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명천이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외부의 도움을 생각해 두었는가?”
양위청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무림맹도 좋고, 몽고 초원의 부족들도 나쁘진 않을 것입니다.”
무림맹은 수백 년 동안 천마신교와 척을 진 세력이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쉬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초원의 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천마신교는 그들을 지배했지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즉시 이곳저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양 단주, 무모하네!”
“무림맹과 손을 잡다니, 그대는 주군을 멸망하게 하려는 것인가?”
“몽고 달자들과 어찌 같은 편이 될 수 있겠나?”
명천은 수하들과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 누구와도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용히 하라!”
그의 외침에 다시 수하들이 말문을 닫았다.
명천이 양위청에게 물었다.
“내가 한 곳을 더 생각했는데 들어 보겠는가?”
“소신 귀를 열고 주군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명천에게 쏠렸다.
“파천궁은 어떠한가?”
파천궁.
천마신교 최대의 적이자 비밀에 쌓인 존재들.
명천은 그들과 손을 잡으면 아버지 명증과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양위청의 생각은 달랐다.
“주군, 그들은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천은 의외의 대답이라 생각했다.
“지금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닌가?”
양위청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파천궁은 본교를 멸하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대명궁을 차지했다고 해도 그것은 얼마 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명천이 스스로의 힘으로 대명궁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으음……. 그렇군. 한데 말일세. 자네는 왜 네게 대명궁으로 가서 누명을 벗어야 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나?”
많은 이들이 그가 대명궁에 가는 것을 원했다.
그러나 양위청만은 달랐다.
그래서 명천은 그 이유를 알고자 했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명천이 말끝을 높였다.
“불가능하다고?”
“교주의 주변에 있는 자들은 우리를 대역죄인으로 낙인찍었을 것입니다. 살생부도 이미 작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싸우다 죽거나 교주의 명을 받아 처형 되거나 둘 중 하나.
그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명천은 그의 대답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은 처음부터 하나였단 말이군.”
수하들은 그의 한마디를 듣고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싸우다 죽을 수밖에 없겠군.’
그들은 청룡대와 주작대가 자리를 비운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현무대는 이번 진가의 반란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육도검이 이끄는 적비단만 잘 막아 낸다면, 외곽의 백호대는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위청은 백호대주 조자건 정도는 자신의 선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정도도 못 한다면 자결을 택하는 것이 더 낫다.’
명천이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싸울 것이다. 그대들의 뜻은 어떠한가?”
대전에 모인 이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들은 일제히 두 손을 모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군과 함께 싸울 것입니다!”
명천은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대들이 함께해 준다면 나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외침이 끝나자 수하들이 일제히 불렀다.
“천세! 천세! 천천세!”
만세가 아닌 천세.
이것은 교의 후계자, 다시 말해 소교주에게 붙는 경어였다.
함성이 낮아지자 명천이 명을 내렸다.
“백암귀!”
“하명하십시오!”
“그대는 북쪽으로 가서 아누한에게 동맹을 청하라!”
아누한은 몽고 초원의 대족장 중 한 명이었다.
“존명!”
명천의 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묘원수!”
“묘원수, 주군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그대는 보위산으로 가서 병력을 수습하라. 그리고 서산에 전령을 보내 무림맹과 휴전을 맺으라.”
“존명!”
백암귀와 묘원수에게 내려진 명령은 양위청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양위청!”
“주군, 명을 내려 주십시오!”
명천은 흐뭇한 얼굴로 양위청을 바라보았다.
“수성에 관한 모든 것을 그대에게 일임하겠다. 수성에 필요하다면 본궁의 자금은 얼마든지 써도 좋다.”
“존명!”
돈은 목숨을 잃으면 아무 의미가 없었다.
명천은 지금까지 모은 군자금을 이번 전투에 모두 쓰고자 했다.
반란이라는 이름의 운명이 등명군이 우려한 방향으로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