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대접전 (1)
남쪽으로 향하는 천마신교의 지원군은 그 규모가 보위산 정벌군 못지않았다.
두두두…….
말들이 일으키는 먼지와 보급품을 실은 마차의 삐걱 거리는 소리가 인적이 끊긴 계곡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청룡대주 진백강이 뒤쪽을 돌아보며 말끝을 올렸다.
“중원 정벌에 나서면 이런 느낌일까요?”
주작대주 이건석은 그의 물음에 미간을 좁혔다.
“지금은 기분을 낼 때가 아닐세.”
그는 파천궁과 싸움이 길어지면 반드시 무림맹이 움직이리라 생각했다.
‘교주님께서 대군을 파견하신 것은 속전속결로 이번 싸움을 끝나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진백강과 이건석, 편제상 두 사람의 지위는 같았다. 하지만 먼저 대주가 된 이건석 쪽이 서열에서 진백강을 앞섰다.
“소문이 사실일까요?”
이건석이 진백강의 물음에 반문했다.
“무슨 소문 말인가?”
“교주님께서 칠공자를 위해 연기를 하셨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명운을 위한 연기.
이건석은 광명정에서 있었던 두 사람의 대결을 지목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교주님께서 칠공자에게 뻗어 낸 수강이 진짜 수강이 아니었다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군.’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런 소문은 누구에게 들었나?”
진백강이 앞으로 시선을 돌리며 대답했다.
“특별히 제게 그런 소문을 이야기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연무장에서 조장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추궁했습니다.”
순간 이건석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조장들이 그런 소문을 입에 담았단 말인가?”
그는 군기가 해이해졌다고 생각했다.
“충격적인 광경 아니었습니까? 전 그런 소문이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네는 교주님을 의심하는 모양이군.”
진백강이 살짝 말끝을 올렸다.
“그런 광경을 보고도 의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닙니까?”
이건석이 눈썹을 아래로 내리며 답했다.
“나는 의심하지 않네.”
“정말입니까?”
“정말일세.”
“약관의 칠공자가 교주님의 수강을 받아 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믿으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 광경을 진심으로 믿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당사자인 교주 명증조차 명운의 무공을 믿을 수 없어 아들을 다시 한번 시험해 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건석은 큰 의심 없이 명운의 무위를 받아들였다.
“천재라면 가능하지 않겠나? 그리고 칠공자가 아니라 이제는 부교주님일세.”
진백강이 목에 힘을 주며 말을 받았다.
“이 대주님, 검기가 아니라 수강입니다. 그것을 막아 냈다는 사실은 천재라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됩니다.”
“흠, 자네는 의심이 많군.”
“칠, 아니……. 부교주님과 마찬가지로 천재라고 불리었던 이공자님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공자 명각.
그는 열 살이 채 되기도 전에 천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가 약관에 이룬 것은 절정의 초입에 지나지 않았다.
수강과는 너무나도 먼 그런 위치였던 것이다.
“다른 천재들과 차이가 너무 크다?”
진백강은 점점 말이 빨라졌다.
“큰 정도가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전 오히려 그것을 믿는 이 대주님이 더 이상합니다.”
이건석은 흥분한 진백강과 달리 차분했다.
“흔히 말하는 천재가 아니라 진짜 천재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이 대주님!”
이건석이 오른손을 세웠다.
“목소리가 너무 크네.”
그는 주변의 측근들은 괜찮지만, 일반 대원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
진백강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그 광경을 어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약관에 불과한 명운이 묵검을 휘둘러 수강을 막아 내는 모습은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석이 그를 달래듯 말했다.
“만에 하나 교주님께서 연기를 하셨다면, 무엇 때문에 그리하셨단 말인가?”
진백강이 목소리를 낮추며 답했다.
“파천궁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파천궁?”
“교주님께서는 그들을 속이기 위해서 연기를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건석이 오른손을 들어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흠, 파천궁이라. 그럴 수도 있겠군.”
진백강은 그가 자신의 말을 긍정하자 어깨를 으쓱했다.
“이 대주님은 원래 그렇게 쉬이 납득하십니까?”
이건석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가?”
“이쪽도, 저쪽도 맞는다면 모두 틀린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입니까?”
이건석은 진백강의 물음에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
진백강은 그의 웃음에 다시 한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대주님은 어려운 분입니다.”
선두에 두 대주가 있다면, 행렬의 중앙에는 세 명의 장로가 있었다. 그들은 말을 나란히 한 채 중군을 이끌고 있었다.
“이번 일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의문을 제기한 것은 대산노가 가주 노혁선이었다.
“냄새라니요?”
“운의 무공은 그렇다고 해도 파천궁이라는 자들이 조금 그렇습니다.”
대산유가 가주 유순형은 그의 말에 혀를 찼다.
“쯧쯧, 칠공자의 무공은 의심할 수 있어도 파천궁까지 의심하는 것은 선을 넘은 일입니다.”
파천궁을 의심하게 된다면, 적풍대의 전멸 또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적풍대의 전멸이 본교 내부의 일이라면, 신교는 분열하고 말 것이다.’
그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노혁선은 유순형이 자신의 생각을 일언지하에 부정하자 고개를 여진훈에게 돌렸다.
“여 장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진훈은 대산팔가에 속하지 않은 두 장로 중 한 명으로 명망이 두터웠다.
“글쎄요.”
“여 장로께서는 파천궁을 의심하지 않으십니까?”
여진훈의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뭐라 확답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노혁선은 그가 신중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 장로는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지.’
유순형이 노혁선을 다그치듯 말했다.
“노 장로, 서장에 도착하면 다 풀릴 의문입니다. 지나친 이야기는 좋지 않습니다.”
그는 명운의 무공을 의심했지만, 파천궁의 존재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반면 노혁선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자 했다.
유순형은 그가 이렇게 된 이유가 후계자 경쟁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공자가 일찍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의심병이 도진 모양이군.’
사실 사공자 명준의 의심병은 그의 외가인 대산노가에서 이어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후위는 누가 맡고 있습니까?”
여진훈이 유순형의 물음에 답했다.
“후위는 자명단입니다.”
“자명단도 이번 지원군에 이름을 올린 것입니까?”
“단주인 사마진이 서장에 있으니까요.”
노혁선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사신대 둘에, 자명단과 천원대까지 공을 세우지 못하면 이상할 것입니다.”
그는 약간 빈정거리듯 말했는데, 여진훈은 태연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받았다.
“양 좌사의 손에 대군이 맡겨질 테니, 공을 세우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노혁선은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이번 원정이 성공한다면, 양 좌사가 지난 과오를 씻을 수 있겠군요.”
지난 과오라 함은 보위산 정벌을 말했다.
당시 지휘를 맡은 것은 장공자 명천이었으나 신교좌사라는 직함 때문에 양대충 또한 책임에서 벗어나게 될 수 없었다.
유순형은 보위산 정벌이 언급되자 심기가 불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노 장로, 과오라는 말은 심하군요.”
그는 장공자 명천의 외숙부로 보위산 정벌의 배경 중 한 명이었다.
“험, 심하다니요.”
“보위산 정벌은 과오가 아니라 공입니다.”
노혁선은 물러서지 않고 혀를 찼다.
“허허허, 그 손해를 보고도 공입니까?”
유순형이 다시 맞받아치려는 순간이었다.
선두에서 고함 소리와 함께 신호탄이 솟아올랐다.
쉬익! 펑!
그는 신호탄의 색을 확인하고는 미간을 좁혔다.
“노란색? 적이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곳곳에서 조장들이 무기를 빼 들었다.
스릉. 스르릉.
“적이 나타났다! 전투 준비를 하라!”
길이 좁았기 때문에 대군은 길게 늘어설 수밖에 없었다.
여진훈은 경험이 많은 무인이었기에 지형적으로 아군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 장로, 왼쪽 절벽을 확보해야 합니다.”
절벽 위에서 돌과 암기가 쏟아진다면 속수무책이었다.
“옳은 말씀입니다.”
유순형은 검을 빼 들고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지금부터 절벽을 확보할 것이다. 누가 따르겠느냐?”
청룡대 조장 중 한 명이 두 손을 모으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오조가 따르겠습니다.”
“좋다. 가자.”
유순형이 경공을 전개해 절벽을 타고 오르려는 순간, 절벽 위에서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슈슈슈슈슈슉!
그는 검으로 화살을 튕겨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몸을 숙여라!”
청룡대 무인들은 벽에 바짝 붙어 화살을 피했지만, 화살에 맞은 자가 적지 않았다.
“크윽.”
“어깨에 화살이…….”
여진훈은 이쪽의 대처가 한발 늦었다고 생각했다.
‘척후를 절벽 위에 올린 채 이동했어야 했다.’
그는 검을 뽑은 뒤 고전하고 있는 유순형과 합류했다.
“유 장로, 내가 돕겠소!”
“감사합니다.”
두 장로가 앞장을 서며 길을 열자 청룡대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장로님을 따르라!”
“절벽 위에 적을 격퇴하라!”
같은 시각.
정면에서는 더욱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촤악!
파열음과 함께 핏줄기가 솟아올랐다.
“어림없다!”
주작대주 이건석과 청룡대주 진백강은 피를 뒤집어쓴 채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적의 기습이라니! 척후대는 어떻게 된 것인가?”
두 사람은 매복을 피하기 위해서 오백 보 앞에 척후대를 두었다. 그러나 화살이 쏟아질 때까지 척후대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적이 척후대를 그냥 통과시켰을 수도 있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숨어 있는 적을 찾아내지 못하면 척후대가 아닙니다.”
진백강은 목소리를 높이며 정면의 적을 쓰러뜨렸다.
“비켜라! 비켜!”
이건석은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는 자들의 무공이 어디서 본 듯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무공이 본교의 무공과 비슷한 것은 그 뿌리가 같기 때문인가?’
그는 파천궁 제자들을 베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당황하지 마라! 적의 수는 많지 않다!”
이건석의 말대로 머릿수는 천마신교가 파천궁보다 많았다. 하지만 기습을 당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격이 불가능했다.
절벽 위.
천마신교의 악전고투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지리멸렬하군.”
그는 바로 풍왕이었다.
그리고 그의 좌우에는 수족이라 할 수 있는 낙하삼귀(落河三鬼)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들은 수왕의 오대검과 비교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풍왕은 그러한 비교를 불허했다.
– 우리가 더 강하다!
같은 사왕 중 한 명인 빙왕은 낙하삼귀와 오대검을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었다.
– 무공은 낙하삼귀가 낫지만, 부하로 쓴다면 오대검이 나을 것이다.
낙하삼귀 중 한 명인 우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풍왕님, 절벽을 오르는 자들이 있습니다.”
풍왕도 천마신교 장로들의 전진을 주목하고 있었다.
“절벽을 탈환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절벽을 빼앗기면 곤란합니다.”
풍왕이 몸을 돌리며 말끝을 올렸다.
“나를 따르겠는가?”
낙하삼귀가 일제히 무기를 빼 들었다.
“지옥이라도 함께하겠습니다.”
풍왕은 수하들의 외침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다! 가자!”
그가 첫 목표로 삼은 것은 대산유가 가주 유순형이었다.
슈우우우우!
귀가 찢어질 듯한 파공성과 함께 몰아친 것은 더할 수 없이 위험한 기운이었다.
‘위험하다!’
유순형은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푸른 검기를 사방으로 뻗어 냈다.
슈슈슈슉!
하나 그 정도로는 풍왕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그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쿠웅.
유순형은 반대쪽 절벽에 충돌하고 나서야 몸을 멈출 수 있었다.
“크윽…….”
내상을 입은 것일까?
입에서 두 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겨우 일격에 이 모양이란 말인가?’
고개를 돌리자 쌍도를 들고 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하하하, 내 도격을 받아 냈군. 제법이야.”
유순형은 선혈을 지우며 미간을 좁혔다.
“제법이라니, 이쪽이 할 소리다!”
여진훈이 그와 풍왕의 사이를 막아서며 말끝을 올렸다.
“유 장로,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이윽고 대산노가 가주 노혁선이 합류했다.
“강적입니다. 협공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천마신교의 십장로 중 셋.
이들이 강호에 나간다면 그야말로 혈풍(血風)이 불 터였다.
그러나 풍왕은 여유가 있었다.
“하나보다는 셋이 더 재미있겠지.”
그는 양손을 활짝 펼쳤다.
“자! 다시 놀아 보자!”
세 장로는 풍왕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와 압박감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짙은 살기에 주변의 공기마저 흔들리고 있다.’
‘혹시 놈이 파천궁주인가?’
휘익!
도가 이르기 전에 도풍(刀風)이 먼저 세 장로를 덮쳤다.
“어림없다!”
그들은 도풍쯤은 어렵지 않게 받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풍왕이 펼쳐 낸 도풍은 일반적인 도풍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쾅! 콰쾅!
세 장로는 검에 팔 할의 공력을 담아 휘둘렀으나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크윽, 이 무슨 힘이란 말인가?”
여진훈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눈썹을 세웠다.
“조심하게. 뒤는 절벽일세!”
지형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풍왕이 위에서 그들을 덮쳤다.
“이것은 어떠냐?”
콰아아아아아아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세 장로가 서 있던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하나 세 장로의 대처도 만만치 않았다. 그들은 절벽이 무너지기 직전 경공을 전개해 세 방향으로 흩어졌다.
“세 방향에서 역습하세!”
“좋습니다!”
풍왕은 그들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미꾸라지 같구나!”
그는 가장 먼저 유순형을 향해 두 자루의 대도를 던졌다.
휘이이이이잉!
두 자루의 대도가 맹렬한 소리를 내며 유순형을 노렸다.
‘놈의 대도를 정면으로 받아 내는 것은 무리다.’
유순형은 허공에서 몸을 비틀어 대도를 피하고자 했다. 하나 대도는 그가 피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방향을 바꾸어 좌우에서 그를 노렸다.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는 대도라니, 마치 비도와 같구나!’
거대한 대도를 참새처럼 작은 비도처럼 다루는 사내.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강적이었다.
‘이쪽도 전력으로 간다’
유순형은 십이성의 공력으로 대도를 받았다.
따아아아앙!
손아귀가 찌릿해질 정도의 통증.
그러나 그 통증을 느낄 틈도 없이 오른쪽에 있던 여진훈이 목소리를 높였다.
“유 장로! 조심…….”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 풍왕이 뒤에서 유순형을 덮쳤다.
“잡았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기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