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골육상잔(骨肉相殘) (2)
수왕은 얼굴을 찌푸린 채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쯤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말이야.’
십만대산의 진백청과 연락을 맡은 자는 오대검 중 한 명인 우검이었다. 그는 현재 십만대산에 머무르며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주군, 언제까지 우검의 전서를 기다리실 것입니까?”
전검은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루 정도는 더 기다릴 것이다.”
“하루면 포로들에 대한 심문이 모두 끝날 것입니다.”
수왕의 위치는 명운보다 북쪽이었다. 다시 말해 같이 출발한다면 그들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걱정되는가?”
“주군, 신은 이번 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촤악!
수왕이 부채를 펼치며 말했다.
“전검, 걱정하지 마라. 이쪽이 늦게 출발해도 도착은 더 빠를 것이다.”
“주군!”
“근거가 없는 말이 아니다. 녀석들은 대군이라 행군이 늦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쪽은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도 알고 있지 않느냐?”
전검은 그의 말을 듣고는 미간을 좁혔다.
“명증이 별동대를 만들어 길을 재촉한다면, 결코 우리보다 늦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탁!
수왕이 펼친 부채를 접으며 말을 받았다.
“별동대라. 소수로 본교를 친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어째서 좋단 말씀입니까?”
“본교가 그 별동대조차 상대하지 못할 것 같은가?”
수왕은 천마신교의 별동대 정도는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명증이라면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늦더라도 대군을 유지한 채 진군하는 것이 옳다.’
승리를 잡았으니,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판단을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본교에 전서구만이라도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패전을 보고하란 말인가?”
“그것이 본교를 위한 일입니다.”
수왕은 가능하다면 승전과 패전을 함께 보고하고 싶었다. 이는 그가 우검의 전서구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흠…….”
그가 긴 한숨과 함께 부채를 내려놓았을 때였다.
타타탁.
비둘기의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주군, 우검의 전서입니다.”
수왕은 바로 명을 내렸다.
“어서 확인하라!”
그는 파천궁의 흥망이 이번 전서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진 가주가 대산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면, 풍왕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
퉁.
전검은 빠른 손놀림으로 전서를 담은 대나무 통을 열었다. 그러고는 그 안에 들어 있던 전서를 펼쳤다.
“이것은!”
그의 눈이 커지자 수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성공인가?”
전검이 심호흡을 크게 한 뒤에 대답했다.
“실패입니다.”
수왕은 실패라는 대답에 크게 낙담했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정녕 하늘이 본교를……. 아니, 나를 버린 것인가?”
전검이 전서를 든 채로 말했다.
“주군, 우검의 전서에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수왕이 그늘진 얼굴로 물었다.
“무엇이 이해가 되지 않는단 말인가?”
“진 가주의 반란이 실패한 이유가 명증이 십만대산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뭐?”
전검은 수왕이 이처럼 놀라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냐? 명증이 왜 십만대산에 있다는 말인가?”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검의 전서에 따르면 명증이 십만대산에 있다고 합니다.”
수왕은 눈썹을 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럴 리가 없다! 명증은 분명 이곳에 있다!”
전검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명증이 아니라면 누가 화왕과 풍왕을 벤단 말인가? 십만대산에 명증이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우검이 다른 누구와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누구라면?”
“부교주 유청이 서역에서 돌아온 것이 아닐까요?”
수왕은 부교주 유청이라는 말에 부채를 다시 들었다.
툭. 툭.
부채를 두드리면서 수를 세는 것은 그만의 버릇이었다.
상대의 수를 모두 읽은 것일까?
수왕의 부채가 멈췄다.
“어쩌면 부교주 유청은 처음부터 대산을 지켰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 전검이 말끝을 높였다.
“예? 그가 처음부터 대산을 지키다니요?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모든 것이 우리를 속이기 위한 가교의 계책이라고 생각하면 앞뒤가 맞는다.”
수왕이 부채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명증은 막내아들을 철저히 이용한 것 같구나.”
“설마!”
“그렇다. 혼인은 아마도 거짓일 것이다.”
“혼인이 거짓이라면…….”
수왕이 쓰디쓴 약을 마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유청은 서역으로 갈 필요가 없었겠지. 그는 지금까지 명증으로 변장을 한 채 대명궁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유청이 대명궁을 지켰다면 진백청의 실패를 납득할 수 있었다.
‘명증!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계가 깊구나!’
이번만은 그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두 곳에서 모두 함정에 빠지게 될 줄이야.”
전검은 그의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신은 그의 간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풍왕의 패배와 진백청의 실패.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왕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도록 하자.”
그는 제대로 된 계책 없이 파천궁주를 만나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실패를 만회할 계책을 찾아야 한다.’
이번 패배를 혼자 책임지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 * *
명운은 이건석으로부터 중요한 보고를 받았다.
“파천궁 제자들을 섭혼대법으로 심문한 결과, 파천궁이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천칠백 리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명운은 그의 보고에 턱을 쓰다듬었다.
“역시 동쪽이었군.”
그의 예상대로 들어맞은 것이었다.
‘양 좌사가 그대로 나아갔다면 파천궁을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이번에는 여진훈이 그에게 물었다.
“회군을 물리시겠습니까?”
병력을 돌려 파천궁을 친다.
성공한다면 후계자 구도를 반석에 올리는 것은 물론, 천마신교의 최대 적을 쓰러뜨리는 대공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십만대산을 안정시키는 것.
그는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진 대주 문제도 있고 하니, 지금은 돌아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진훈은 명운의 말에 고개를 숙였다.
“삼가 부교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병사들이 회군 준비를 서두를 무렵.
십만대산에서 다시 한번 전서구가 날아왔다.
이번 전서구는 이전 소식 못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부교주님, 대산에서 다시 한번 반란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건석의 얼굴은 어두웠다.
명운은 전서를 받으며 물었다.
“누가 반란을 일으켰단 말입니까?”
“장공자님입니다.”
장공자 명천의 반란.
이것 역시 명운이 알고 있던 미래에는 없던 것이었다.
‘큰형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대체 왜?’
후계자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에?
그렇기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명운은 전서를 펼쳤다.
그 안에는 명천이 반란을 일으킨 원인이 적혀 있었다.
“으음, 진 가주의 반란을 큰형이 사주했다.”
미간이 절로 좁혀지는 내용이었다.
‘일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파천궁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그의 예측대로 흘러갔다. 하나 파천궁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예측할 수 없는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이러면 더더욱 돌아갈 수밖에 없겠군.”
이건석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속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회군 준비를 서두르게!”
“존명!”
북쪽으로 향하는 길.
명운은 찌푸린 이마를 펼 수 없었다.
‘때가 좋지 않아.’
큰형 명천의 대대적인 반란.
그는 명천이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배후에 누가 있지 않고서야 큰형이 이렇게 쉽게 반란을 일으켰을 리가 없다.’
하지만 배후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누가 어떠한 이유로 명천을 도와 반란을 일으킨단 말인가?
“허 호법.”
그의 부름에 호법 허위천이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허위천은 명운과 함께 지원군을 구원했으나 도착이 늦어 큰 공을 올리지는 못했다.
“십여 기를 이끌고 선행하게.”
“선행 말씀이십니까?”
“먼저 가서 대산의 상황이 어떠한지 파악하게.”
명운은 선발대를 보내 십만대산의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알고자 했다.
“더 분부하실 것은 없으신지요?”
그는 개인적으로 맡길 임무가 없는지 묻고자 했다.
명운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시간이 남는다면 부교주부에 다녀오도록 하게.”
부교주부에는 총관 강하원과 그의 심복들이 남아 있었다.
허위천이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부교주님의 명을 받아 선행하겠습니다.”
그는 병사들의 준비를 기다리지 않고 소수의 수행원과 함께 북쪽을 향해 떠났다.
명운은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
남은 것은 상황의 변화를 확인한 뒤 그것에 맞춰 가는 것뿐이었다.
‘한데…… 이것만으로 끝일까?’
그는 더 큰 변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 * *
대명궁 태화전.
교주 명증의 집무실.
그곳에 먼지를 뒤집어쓴 사내가 도착했다.
“속하, 교주님을 뵙니다.”
명증은 사내의 위아래를 살핀 뒤,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꼴이 그게 뭔가?”
사내가 두 손을 풀며 답했다.
“급히 오느라 갈아입지 못했습니다.”
명증이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며 말을 받았다.
“사실 꼴이 웃긴 것은 그대가 아니라 나일세.”
사내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앉게.”
명증이 의자를 권한 사내는 바로 부교주 유청이었다. 그는 명운의 혼인 사절로 도민국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제가 없는 동안 사건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다 들었나?”
“대충은 들었습니다.”
“그렇군.”
명증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것을 깨달은 유청이 힘주어 말했다.
“교주님!”
명증은 그가 목소리를 높이자 오른손을 세웠다.
“됐네. 내가 자식들을 제대로 키우지 못한 탓일세.”
유청은 높였던 목소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교주님께서 상심이 크신 것 같구나. 힘을 불어넣어 드리기에는 노부가 너무 늙고 말았다.’
큰아들이 반란을 일으켰으니, 상심하는 것이 당연했다.
“천의 일은 아쉽게 되었습니다.”
“천만이 아니야. 준 그놈도 형에게 붙었다네.”
명천과 명준 두 사람은 연합군을 만들어 비로궁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현재 육도검 등명군이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운과 각이 공을 세우지 않았습니까?”
명증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염려했던 그 둘이 그나마 낫더군.”
유청이 그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교주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긴? 신교의 법으로 다스릴 생각이네.”
“투항할 기회를 주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투항할 기회.
명증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비에게 칼을 들이댄 자식에게 투항할 기회를 주란 말인가?”
유청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장공자는 부득이한 이유로 반란을 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부득이한 이유라. 자네는 그런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이…….”
“천은 동생들에 대한 질투를 다스리지 못하고 반란을 일으켰네.”
소인배에게 자비는 없다는 말.
유청은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주님의 뜻은 확고하구나.’
그는 어떻게든 이번 싸움을 무마시켜 보려 했지만, 상황은 쉽지 않았다.
“자네가 지휘를 맡겠나?”
유청이 멈칫하며 물었다.
“제가 말입니까?”
“등명군에게는 벅찬 일이야.”
육도검 등명군은 인재였지만, 반란군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도 합류했네.”
삼공자 명원이 합류함으로써 토벌군의 전력은 한층 강화되었다.
“이공자는 아직입니까?”
이공자 명각.
그는 무림맹을 상대로 공을 세워 이전의 실패를 만회한 바 있었다.
“각 말인가?”
“그렇습니다.”
“각은 아직일세.”
“명을 내리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명증이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동생들을 모두 모아 형을 치게 할 생각은 없네.”
유청은 자신이 실언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재빨리 무릎을 꿇었다.
“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명증은 오른손을 내저었다.
“됐네. 일어나게.”
유청은 그의 용서에 몸을 일으켰다.
“죄송합니다. 대산을 떠난 지 오래라 생각이 짧았습니다.”
명증이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어느 한 자식을 편애한 적은 없는데 말이야.”
편애.
유청은 그 한마디가 막내 명운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편애가 아니다! 칠공자는 분명 대공을 세웠다. 교주님께서는 그에 상응하는 상을 내리신 것뿐, 이것을 질투한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이다.’
그가 혼인 사절로 떠난 것 또한 교주가 내린 상 중 하나였다.
“교주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명증이 말끝을 올렸다.
“무엇이 궁금한가?”
“칠공자의 무위, 소문에 거짓이 없는 것입니까?”
대산 주변에 흐르고 있는 소문.
그것은 명운의 무공이 명증의 아들 중 으뜸이라는 것이었다.
명증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소문 이상일세.”
소문 이상.
부교주 유청은 눈을 깜빡이지 않을 수 없었다.
‘칠공자의 무공이 그 정도란 말인가?’
그렇다면 부교주라는 직위 또한 진짜일 가능성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