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태양은 오직 하나 (4)
강하원은 얼굴이 굳어 있었다.
“조광.”
“예, 총관님.”
“자네가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있네.”
조광은 그의 명령에 멈칫했다.
“제가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원 소저입니까?”
원영재는 복주원가에서 보내온 여인이었다.
명운에게는 그녀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다.
“그녀 말고도 한 명이 더 있네.”
“한 명이 더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네.”
조광은 미간을 좁혔다.
‘초예와 초하는 지금 이곳에 없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명뿐이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물었다.
“경 소저입니까?”
“알고 있었나?”
“공자님의 첫 번째 제자가 아닙니까? 그녀의 재능과 별개로 중요한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강하원이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인질이 될 수 있네.”
인질.
이것은 조광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누가 두 사람을 인질로 잡는다는 말입니까?”
“새로운 교주가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크네.”
새로운 교주.
강하원은 광명정에서 새로운 교주가 뽑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교주가 뽑히면, 공자님을 발아래 두려 할 것이다.’
명운을 발아래 놓기 위해 그의 가족을 인질로 삼고자 할 것이다.
‘공자님은 가족이 없으니, 가장 가까운 이들을 인질로 삼고자 할 것이다.’
조광이 목소리를 낮췄다.
“새로운 교주의 인질이 될 수 있다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겠군요.”
강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가능한 한 빨리 대명궁을 빠져나가야 하네.”
조광이 두 손을 모았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할 수 있겠나?”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조광이 두 손을 풀며 물었다.
“더 지시하실 것은 없으신지요?”
강하원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머지는 자네가 알아서 하게.”
명운이 조광을 믿었듯, 그도 조광을 믿었다.
‘조광이라면 잘 해낼 것이다.’
조광의 무공은 처음 서숙에 들어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사람을 이끄는 능력이나 계책을 세우는 것도 전에 비해 능숙해졌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강하원은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조광처럼 변했을까?’
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쁘게 일한 덕분에 무공 연마에 쓸 시간이 부족했고, 심력도 매일 같이 소모되어 계책마저 무뎌졌다.
몸은 또 어떠한가?
불혹을 넘으니, 예전처럼 날렵하게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은 총관으로서의 능력 정도였다.
‘공자님의 짐이 되지 않으면 다행이겠구나.’
강하원은 뒤 물결에 밀려나는 파도가 된 느낌이었다.
“아직 파도가 되기에는 이른데 말이야.”
불혹.
아직은 뒤로 물러날 나이가 아니었다.
* * *
차분한 느낌의 서재.
그 서재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삼공자 명원과 대산주가 가주 주홍진이었다.
“여 장로가 돌아온 뒤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하셨다고요?”
“그렇게 되었다.”
명원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회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어느 한쪽이 우세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주홍진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회의는 부교주 명운과 이공자 명각 두 사람에게 기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실을 조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직 역전의 기회가 남아 있다.’
주홍진은 여진훈이 도착할 때까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다른 가문들을 설득할 생각이었다.
‘진가는 대산팔가에서 추방되었으나, 노가와 유가는 장로가 없을 뿐이다.’
장로를 잃은 가문이라 할지라도 대산팔가였다. 그는 그들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명원이 말했다.
“그렇다면 여 장로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겠군요.”
그의 말대로 이런 상황에서는 여진훈이 지지하는 공자가 대명좌에 오를 가능성이 컸다.
“흠, 아무래도 가장 영향력이 있는 장로이니, 그렇겠지.”
“외숙께서는 여 장로를 설득할 계책이 있으십니까?”
명원은 여진훈을 설득하지 못하면 광명좌의 주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유력한 공자가 없다면, 세력을 가장 많이 모은 이가 광명좌의 주인이 될 것이다.’
주홍진은 명원의 물음에 멈칫했다.
“여 장로 말이냐?”
“그렇습니다.”
명원은 상황을 주홍진보다 더 냉철하게 보고 있었다.
“네 말이 옳다. 여 장로의 지지를 얻으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 같겠지. 하나 그를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네가?”
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 장로는 지금 운과 함께 있습니다. 그가 운을 지지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십중팔구 대명좌에 앉는 것은 명운이 될 것이다.
주홍진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여 장로를 설득할 계책은 있는 것이냐?”
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주홍진은 조카의 말에 듬직함을 느꼈다.
‘원의 생각이 나보다 깊구나. 벌써 거기까지 생각해 두다니.’
그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대명궁에 도착하기 전에 만나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출발할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 말이냐?”
명원이 거느리고 있는 흑살대는 대명궁 수비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흑살대를 데려가진 않을 것입니다.”
“흐흠, 혼자 다녀올 생각이구나.”
“여 장로와 양 좌사가 대명궁 근처까지 왔다고 하니, 하루면 될 것입니다.”
주홍진은 모든 것이 명원에게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네 뜻이 그러하다면, 그렇게 하여라.”
이날 저녁.
명원은 소수의 수행원만을 데리고 저택을 나섰다.
“공자님,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명원은 짧게 답했다.
“남쪽으로 간다.”
그를 따른 이는 신풍과 석기련 단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만족과 전쟁에 종군했던 이들이었다.
“남쪽이라면 여 장로님과 양 좌사님을 만나는 것입니까?”
명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그 두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대명좌는 꿈도 꿀 수 없다.”
석기련은 미간을 좁혔다.
“두 사람은 이미 칠공자에게 포섭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다른 쪽을 노리심이 어떻습니까?”
그는 장로 회의에 출석하지 못한 대산팔가와 접촉하는 쪽이 더 나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지금 큰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명원이 정면을 주시하며 답했다.
“다른 가문들은 외숙께 맡겼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비로써 다른 장로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두 사람이라는 말을 강조한 것은 대군을 이끄는 것이 양대충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신풍이 그에게 물었다.
“공자님, 공자님께서는 혹시 칠공자도 설득하려 하시는 것입니까?”
명운을 설득할 수 있다면, 나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었다.
명원은 그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그는 여진훈만을 설득하기 위해서 길을 나선 것이 아니었다.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는 이들을 전부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면, 대명좌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두두두.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은 남문 앞에 이르렀다.
석기련이 남문 앞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먼저 온 사람이 있군요.”
성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과 먼저 온 이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왜 나가지 못한다는 것인가?”
“대주님의 명입니다!”
“이쪽은 부교주님의 명을 받고 있다!”
명원은 말을 천천히 몰아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냐?”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은 명원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삼공자님을 뵙니다.”
인사가 끝난 뒤, 수문장이 고개를 들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해가 진 뒤에는 성문을 절대 열지 말라는 엄명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교주부 사람들이 성문을 열고 나가겠다고 해서…….”
남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이들은 조광과 경은을 비롯한 부교주부 사람들이었다.
‘부교주부라고 해서 유 부교주부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그는 조광을 향해 물었다.
“그대들은 무슨 일로 성문을 열고 나가려 하는가?”
조광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부교주님의 명을 받아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려고 가는 중입니다.”
명원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운의 명을 받았다는 말이군.”
그는 아직 명운을 부교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운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지금 빚을 만들어 두는 것도 좋겠지.’
명원이 고개를 수문장에게 돌렸다.
“그대는 내가 나간다고 해도 문을 열지 않을 생각인가?”
수문장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그, 그것은…….”
흑살대주와 현무대주는 서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삼공자 명운은 교주의 아들이자 유력한 교주 후보 중 하나였다.
‘여기서 고집을 부린다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명원은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교주의 아들들은 대부분 힘을 쓰는 데 거침이 없었다.
수문장이 머뭇거리자 명원이 말했다.
“현무대주가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내가 명을 내렸다고 전하라. 그러면 될 것이다.”
이 한마디는 수문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같았다. 수문장은 즉시 허리를 굽혔다.
“존명.”
그가 비켜서자 병사들이 성문을 양쪽으로 열었다.
끼익.
명원은 고개를 조광과 경은에게 돌렸다.
“무사히 임무를 마쳤으면 좋겠군.”
조광이 두 손을 마주 잡으며 허리를 굽혔다.
“공자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는 어떻게든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삼공자에게 빚을 진 것은 마음에 걸리지만, 일단 대명궁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두 여인을 어떻게든 낙산원까지 호위하는 것이었다.
* * *
명원이 남쪽으로 말을 달리고 있을 때, 대산주가 가주 주홍진은 부교주 유청을 찾아갔다.
유청은 뜻밖의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주 장로가 여기는 무슨 일인가?”
주홍진은 어설픈 인사말은 전하지 않았다.
“제게 중요한 일은 하나뿐이지 않겠습니까?”
유청은 눈살을 찌푸렸다.
“장로 회의는 여 장로가 도착할 때까지 연기되지 않았나?”
신교의 서열, 나이, 무공, 그 밖의 모든 것이 유청이 위였기에 사적인 자리에서는 주홍진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부교주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유청의 생각.
이것 또한 중요했다.
‘장로 회의에서 후계자가 결정되지 않으면, 부교주의 뜻이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현재 교권을 쥐고 있는 것은 부교주 유청이었다.
“내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알고 싶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유청이 찌푸렸던 얼굴을 펴며 말했다.
“아직은 지지하는 후보가 없네.”
주홍진은 그의 말에 눈썹을 위로 올렸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는 자신에게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지지하는 공자가 없다면 원을 지지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주홍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유청이 그에게 차를 권하며 말했다.
“주 장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공일세.”
“공자들의 무공을 확인한 뒤 가장 뛰어난 무공을 지닌 공자의 손을 들어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결론만 이야기하면 그렇지.”
주홍진에게는 달갑지 않은 대답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을 지닌 이는 명각이다.’
그는 유청이 이공자 명각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부교주님, 무공만으로는 교주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무공만으로는 교주가 될 수 없지. 하지만 무공이 약한 자가 교주가 된다면, 본교를 지켜 내지 못할 것이야.”
유청이 무공이 뛰어난 공자를 지지하는 이유는 하나가 더 있었다.
‘본교를 지탱하는 것은 강자존이 아니던가? 무공이 약한 자가 교주가 된다는 것은 그 강자존을 무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주홍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부교주님께서는 원을, 삼공자를 지지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유청의 대답은 단조로웠다.
“삼공자가 교주에 합당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면, 그의 손을 들어줄 걸세.”
“합당한 무공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지지할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유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본교는 강자존이라는 반석 위에 서 있네. 나는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네.”
“부교주님, 삼공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교주님께서 무공을 가르쳐 주신다면 분명 대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청은 그의 말에 부정적이었다.
“내가 가르쳐서 될 일이 아닐세.”
주홍진은 주먹을 꾹 쥔 채 심호흡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가져온 패를 밝혔다.
“좋습니다. 삼공자를 밀어주신다면, 부교주님의 제자인 장연비를 부교주에 임명하겠습니다.”
장연비는 유청이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당신의 지위를 당신의 제자가 이을 수 있게 해 주겠소.’
유청은 그의 한마디에 눈썹을 위로 세웠다.
“주 장로, 거래를 하자는 것인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일 것입니다.”
“어리석은 말일세.”
“부교주님!”
유청이 오른손을 세웠다.
“이 이야기는 못 들은 것으로 하지.”
주홍진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물었다.
“부교주님,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내가 원하는 것은 교주님의 유언이 정확히 집행되는 것일세.”
“원이 교주가 되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까?”
유청이 차가운 음성으로 되물었다.
“주 장로, 삼공자의 무공은 그대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삼공자는 절정을 넘어 초절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천마신교 교주가 될 수 없었다.
“부족한 무공은 천마신공으로 보충할 수 있습니다.”
역대 교주들은 천마신공을 배워 무극에 이르렀다. 주홍진은 명원도 천마신공을 익히면 무극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유청의 생각은 달랐다.
“홀로 서지 못하는 자는 교주가 될 수 없네.”
그는 몸을 일으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을 열어라! 손님께서 돌아가신다!”
유청은 완강했다. 그 덕분에 주홍진은 아무 소득 없이 부교주부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밖으로 나온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결국 무공인가?”
그는 상황이 명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주홍진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다른 이를 찾아 발길을 돌렸다.
유청은 누각의 난간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 장로, 본교의 근본을 잊었는가? 어찌하여 그토록 핏줄에 집착하는가?”
중요한 것은 핏줄이 아닌 실력.
그는 강자존의 법칙만이 천마신교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