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비와 검 (1)
명운과 명원.
두 사람의 비무는 계속되었다.
쉬익! 쉬익!
앞으로 뻗어 나가는 검격은 대부분 명원의 것이었다.
명운은 명원의 검격을 해소한 뒤 짧게 반격하는 것이 전부였다.
팍!
짧은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다시 한번 불꽃을 일으켰다.
“위험하다.”
신음과 같은 한마디를 내뱉은 것은 신풍이었다. 그는 명원의 검이 기세에서 밀리는 것을 확인했다.
‘패색이 짙다.’
명운은 명원을 압도하기보다는 천천히 밀어내고 있었다.
타앙!
맑은소리가 들리면서 다시 한번 두 자루의 검이 마주쳤다.
이번에도 밀려난 것은 명원의 검이었다.
‘설마 공자께서 십이성의 공력을 사용하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
십이성의 공력을 쓰면서 밀린다는 것은 패배나 다름이 없었다.
쉬익! 쉬익!
두 자루의 검기가 명운을 노렸으나 그는 그것을 침착하게 받아 냈다.
퉁!
짧은소리와 함께 현검과 충돌한 검기가 튕겨 나갔다.
명원은 그것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검기를 받아 내는 검이라니!’
평범한 청강검이라면 진즉 잘려 나갔을 것이다. 뛰어난 장인이 만든 검이라 해도 검기와 충돌하면 이가 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현검은 아무렇지 않은 듯 검은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 검을 무력화하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비무를 시작하기 전.
그는 병기에 의한 이득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검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보검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구나.’
명원은 검을 비틀어 명운의 옆구리를 노렸다. 하나 이번 공격도 가볍게 튕겨 나갔다.
탕!
“제법이구나!”
명원은 검을 반대로 돌려 재차 옆구리를 노렸다. 그러자 명운이 검을 세워 그의 검격을 받아 냈다.
타앙!
바로 그 순간 명원이 왼손을 뻗으며 일장을 날렸다.
검이 아닌 장격을 쓰는 것은 이번 비무에서 처음이었다.
슉!
짧은 거리를 감안한다면 이 공격을 막는 것은 지극히 어려웠다.
‘검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명원은 현검만 아니라면 자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훅!
명운은 왼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명원의 장격을 흘려 버렸다.
‘이럴 수가!’
명원은 뒤로 물러난 뒤 미간을 좁혔다.
“운,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명운은 검을 아래로 내리며 말을 받았다.
“형님을 속이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명원은 차갑게 웃었다.
“후후후, 그렇다고 생각해 두마.”
여진훈은 명운이 셋째 형의 명예를 위해 승부를 길게 끈다고 생각했다.
‘너무 쉽게 이겨 버리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으니까.’
형제간의 우애를 생각한다면 이쪽이 더 좋았다.
“운, 왜 검기를 쓰지 않는 것이냐?”
명원은 명운이 충분히 검기를 쓸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내 검을 받아 낸 것은 검의 힘만이 아니다.’
그는 왼손의 일장을 흘려내는 것을 보고 명운의 실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다.
“검기에 쓸 내력을 다른 곳에 돌려 속도를 높였습니다.”
팔과 다리에 내력을 불어넣어 속도를 높였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내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신풍은 명운과 명원의 대화를 들으며 생각했다.
‘힘을 간결하게 쓰는 것은 고수의 증거. 이 승부, 어렵겠구나.’
그가 알고 있는 것을 명원이 모를 리 없었다.
“그 나이에 훌륭하구나.”
“형님의 검 또한 대단했습니다.”
명원이 검을 세웠다.
“다음 한 수로 이 승부를 끝내도록 하자.”
명운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명원은 생각했다.
‘운은 힘을 충분히 아껴 왔다. 장기전으로 간다면 내가 이길 확률이 낮을 것이다.’
그는 검에 내력을 잔뜩 불어넣었다.
‘잘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해 보자.’
지금 시도하고자 하는 수법은 폐관 수련에서도 완성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수법이 아니고서는 명운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녀석도 절정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으니까.’
휘이이익!
주변의 공기가 명원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명운은 그의 내력이 검에 모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 공격보다 더 많은 양이다.’
마지막 한 수라고 했으니, 남은 내력을 모두 불어넣을 수도 있었다.
‘이쪽도 제대로 해 볼까?’
어설픈 수로 동수를 이룬다면, 명원이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는 대지의 기운을 끌어 올렸다.
휘익!
짧은 돌풍이 한 번 일어나 후.
명원은 얼굴을 굳혔다.
‘간다!’
그는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오른손을 뒤로 당겼다.
여진훈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활처럼 몸을 뒤로 당긴 뒤 검격을 쏘아 낼 생각이군.’
위와 같은 수법으로 검격을 펼칠 경우, 방향은 정면에 한정되었다. 그러나 검격의 속도만큼은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팍!
오른발이 앞으로 나가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에 들린 검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쉬이이이이익!
격렬한 파공성과 함께 검이 명운을 향해 날았다.
‘받아라!’
뇌전검(雷電劍).
이 한 수는 검에 모든 내력을 담아 던지는 기술로 다음 수가 없는 배수진이었다.
여진훈은 뇌전검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것은 살수가 아니던가?’
검의 우열만을 가리는 승부에서 쓸 만한 기술이 아니었다.
검이 명운에게 닿기 직전.
명원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무, 무엇이냐!’
그가 놀란 것은 명운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흐릿해졌기 때문이었다.
다음 순간, 뇌전검은 그대로 명운을 통과해 뒤쪽 바위를 향했다.
쾅!
둔중한 소리와 함께 검은 절반이나 바위를 파고 들어갔다.
“뇌전검을 피했다고?”
그의 일격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하지만 뇌전검을 피했다고 해서 명운이 승리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맞다.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누군가 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툭. 툭.
명원은 등을 두드린 것이 손이 아닌 검임을 알 수 있었다.
‘설마?’
등골이 오싹했다.
이윽고 명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검이 그 거리에서 날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명원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등 뒤라고?’
그는 처연한 목소리로 물었다.
“언제 뒤로 돌아갔느냐?”
명운이 검을 거두며 답했다.
“검을 피한 직후였습니다.”
명원은 들었던 두 손을 아래로 내렸다.
“대단한 경공이구나. 그것은 무엇이라 하느냐?”
“환영보입니다.”
“환영보?”
“그렇습니다.”
환영보는 흑살대주 이승원의 무공이었다. 그는 명운을 제거하기 위해 그의 초가를 방문했을 때, 이 무공을 선보인 바 있었다.
“내가 졌다.”
명원은 이 한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
광명좌를 향해 달렸던 지난 삼십 년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좋은 비무였습니다.”
명운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이것은 형에 대한 예이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에 대한 위로였다.
신풍은 우두커니 서서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떠한 말로도 공자님을 위로할 수 없을 것이다.’
삼공자의 여정은 이 이름 없는 벌판에서 끝난 것이었다.
“승부가 깨끗이 났구려.”
목소리를 높인 것은 여진훈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명운이 이기리란 걸 알고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 이와 같을까?’
명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원래는 네게 고개를 숙이고 도움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하나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그럴 수가 없구나.”
명운은 두 손을 풀며 그의 말을 받았다.
“형님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구나.”
그는 검조차 회수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이 마음이 진정된다면 그때 다시 널 보마.”
삼공자 명원은 그렇게 떠났다.
일다향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여진훈이 명운에게 물었다.
“부교주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명운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셋째 형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삼공자가 이공자의 편에 설 수도 있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리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삼공자 명원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확신했다.
‘셋째 형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 악인은 아니다.’
명운은 명원이 명천이나 명각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군중으로 돌아오자 이건석이 그들을 맞이했다.
“삼공자는 먼저 돌아갔습니다. 비무의 결과는…….”
여진훈이 명운을 대신해 답했다.
“부교주님께서 이기셨네.”
이건석 또한 결과가 정해진 싸움이었다고 생각했다.
‘삼공자의 무공은 높이 잡아도 우리 사신대주 정도밖에는 안 될 것이다. 그 정도 무공으로는 부교주님의 무위를 감당할 수 없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굽혔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명운은 그의 축하 인사에 손을 내저었다.
“형제끼리 무공을 확인해 본 것일세. 인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네.”
“하나…….”
“되었네. 병사들이 보고 있네.”
이건석은 두 손을 풀고 자세를 갖췄다.
“죄송합니다.”
명운이 그의 곁을 스쳐 가며 물었다.
“허 호법으로부터는 소식이 없나?”
허위천은 앞서 대명궁을 향한 바 있었다.
“그러고 보니, 허 호법이 삼공자와 마주치지 않았는지 모르겠군요.”
북상하는 허위천, 그리고 남하하던 명원.
두 사람은 같은 길을 사용했다.
그러나 상대를 먼저 발견한 것은 허위천이었다. 그는 은밀하게 잠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에 삼공자가 자신을 발견하기 전에 몸을 숨겼다.
그래서 삼공자는 그와 마주치지 않고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대강의 소식은 셋째 형에게 들었으나 허 호법의 이야기도 듣고 싶군.”
그는 명원의 이야기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알고 있는 것과 진실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유 부교주 정도겠지.’
지금 교권을 지닌 이는 부교주 유청이었다.
* * *
현 장로와 허삼선 그리고 홍비.
세 사람은 명각과 함께 장로 회의를 대비하고자 했다.
“지난 회의의 판세를 이야기하면 칠공자와 공자님이 앞서 나가고 있었습니다.”
명각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원이 아니라 운입니까?”
그는 막내보다는 셋째의 배경이 더욱 두텁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부교주라는 직함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명각은 미간을 좁혔다.
“그 직함은 허울뿐 아니었습니까?”
현 장로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았습니다.”
홍비가 그의 말을 받았다.
“교주님의 수강을 칠공자가 검으로 받았다는 소문을 믿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명각은 혀를 찼다.
“쯧, 아직도 그런 소문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우선은 이쪽이 무공에 있어 우위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할 것입니다.”
강자존의 법을 따르게 하자.
홍비는 정론을 펼쳤다.
‘무공으로 겨룬다면 이공자를 이길 수 있는 공자는 없을 것이다.’
명각은 그녀의 말에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비무 한 번이면 깨끗이 해결될 테니까요.”
홍비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자님, 칠공자가 비무를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세력을 키운 명운이 비무 없이 장로 회의에서 대산팔가를 등에 업고 광명좌를 차지하려 할 수도 있었다.
‘칠공자는 이미 귀주석가와 양주천가, 복주원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의 편에 선 팔가는 이미 셋이나 되었다. 그녀의 말에 허삼선이 수염을 쓰다듬었다.
“피할 수 없는 곳에서 비무를 청하면 될 것입니다.”
명각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피할 수 없는 곳이 어디입니까?”
허삼선은 미리 생각해 둔 곳이 있었다.
“이곳이면 칠공자는 절대 도전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가 지도 위에 표시된 지점에 손가락을 올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것은 좋군요.”
“훌륭한 계책입니다!”
“저곳이라면 운도 도전을 피할 수 없겠죠.”
명각은 허삼선의 계책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불안 요소가 남아 있습니다.”
허삼선이 물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양 좌사가 함께 있을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비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양대충이 무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
“양 좌사는 무인입니다.”
현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무골인 만큼 강자존의 법칙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는 평생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명각은 얼굴을 풀지 않았다.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습니다.”
허삼선이 걱정할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양 좌사가 따르지 않더라도 여 장로가 있습니다. 그만큼 강직한 이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전대 신교좌사였던 여진훈.
그는 양대충 이상으로 강직한 사내였다.
“여 장로를 믿는다면…….”
홍비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자께서는 비무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녀는 명각이 명운을 제압하면 광명좌는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