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장로회의 (1)
청천벽력.
시녀장 홍비는 이공자 명각의 패배에 망연자실했다.
“어, 어떻게 질 수 있단 말인가?”
연이라는 시녀는 그녀의 물음에 무릎을 살짝 굽혔다.
“제가 직접 본 것이 아니라 자세한 이야기는 드릴 수가 없습니다. 다만, 실력의 차이가 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홍비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실력의 차이가 컸다?”
“소문은 그렇습니다.”
“믿을 수가 없구나.”
홍비는 이공자 명각에게 자신의 미래는 물론이고, 가문의 흥망을 걸었다. 그러나 이공자 명각은 그녀의 기대를 배신하고 말았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이공자의 무공은 공자 중 으뜸이다.’
게다가 그가 상대한 칠공자 명운은 약관에 불과한 막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공자가 패배했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
“너는 이 소식을 누구에게 들었느냐?”
연이라는 시녀가 답했다.
“한 명이 아닙니다. 여러 명이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승부에 대한 소문이 대명궁에 파다합니다.”
비무를 지켜본 이가 많았기에 소문은 더 없이 빨리 돌았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이구나.’
홍비가 처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칠공자가 승리했다면, 비연이 시녀장으로 복귀할 것이다.’
석비연의 귀주석가는 오래전부터 명운을 지원했고, 지난 장로회의에서도 다시 한번 명운을 지지하며 자신들이 그의 배경이라는 것을 확실히 했다.
‘십중팔구, 그렇다고 생각해야겠지.’
석비연이 복귀한다면 그녀의 후임이었던 홍비는 완전히 밀려날 터였다.
‘그것은 안 돼.’
고민에 빠진 그녀에게 연이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시녀장님, 새로운 교주님에게 다음 시녀장을 추천하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새로운 교주. 그리고 다음 시녀장.
홍비는 눈썹을 세웠다.
“새로운 시녀장이라고?”
“적어도 시녀장님과 척지지 않은 이가 다음 시녀장이 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연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었다. 그녀는 권력을 유지하기보다는 어떻게 퇴장할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홍비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일리가 있는 말이구나.”
새로운 교주가 추대되면, 그녀가 시녀장으로 남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에게 앙심을 품지 않은 인물을 시녀장으로 남기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석비연으로 정해져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다고 해도 한번 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홍비가 연에게 물었다.
“누가 좋을 것 같으냐?”
연은 생각해 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어떠한 인물을 추천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새로운 교주가 될 사람이 칠공자라면, 그의 주변에서 찾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칠공자의 주변?”
“부교주부에 여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녀장이 되려면 여인의 신분이어야 했다.
‘게다가 혼례를 올리지 않은 이여야 한다.’
홍비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흠, 누가 있을까?’
솔직히 말해 아무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쪽은 칠공자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적다.’
그녀는 명운이 교주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비가 부족했다.
“연.”
연이 살짝 무릎을 굽히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예, 시녀장님.”
“그대가 직접 칠공자 주변 여인에 관해 조사하라.”
연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시녀장이 될 만한 여인에 관해 조사하면 될까요? 아니면 주변 여인을 모두 조사할까요?”
“주변 여인을 모두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홍비는 시녀장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시녀장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연이 떠난 뒤, 홀로 남은 홍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각이 승리를 거뒀다면, 이런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명각은 패배했고, 승리한 명운은 장로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장로회의에 변수가 있을까?’
지금 명운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삼공자 명원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이공자 명각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 마디로 역부족.
“역시 칠공자일까?”
그녀가 미간을 좁혔을 때였다.
툭. 툭.
누군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그녀의 물음에 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녀장님, 부교주부에서 전갈입니다.”
홍비는 자세를 바로 했다.
“부교주부에서 전갈이라고? 유 부교주님인가?”
“그렇습니다.”
“전언인가? 아니면 전서인가?”
“전서입니다.”
“가져오라.”
부교주 유청의 편지.
홍비는 그것을 받아 펼쳤다.
‘음? 나도 장로회의에 참석하라고?’
부교주 유청이 그녀에게 보낸 전서는 장로회의의 초대장이었다.
‘새로운 교주가 서는 모습을 지켜보라는 말이구나.’
아니면 새로운 교주가 새로운 시녀장을 뽑을 때까지 그를 모시라는 말이 될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이대로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녀는 장로회의에 참석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 *
장로회의의 초대장을 받은 것은 홍비만이 아니었다.
최근 가주를 잃은 대산팔가와 청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대의 대주, 심지어 각 상단의 단주에게도 장로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가 갔다.
“유 부교주께서는 가능한 많은 이를 장로회의에 참석시킬 생각인 것 같습니다.”
홍비는 미간을 좁혔다.
“광명정을 가득 채우겠다? 누구 생각일까?”
“유 부교주의 지시가 아니겠습니까?”
“칠공자가 아니고 유 부교주가?”
“두 사람이 만났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었습니다.”
홍비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흠, 두 사람이 아직 만나지 않았다?”
그녀는 어쩌면 파고들 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쪽에서 먼저 움직일까?’
홍비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연이 이야기했다.
“시녀장님, 밖에 나가 소식을 모으는 도중 적비단의 비조검을 만났습니다.”
홍비가 멈칫하며 물었다.
“비조검이라면 석주를 말하는 것인가?”
비조검 석주는 적비단 무인이면서 귀주석가의 일원이었다.
“그렇습니다.”
“그자가 무엇이라 하던가?”
연이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유 부교주가 여러 사람을 광명정으로 모으는 것은 이번 회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라 하더군요.”
홍비는 그녀의 말에 낮게 신음했다.
“으음, 정당성이라.”
명증은 후계자에 관한 확실한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 따라서 누가 새로운 교주가 되더라도 뒷말이 나올 수 있었다.
‘뒷말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생각이군. 하지만 누가 교주가 되어도 소교주를 거치지 않고 교주가 된 첫 번째 사내가 된다.’
이는 어떻게 해도 뒷말은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연, 칠공자 주변에 대한 조사는 끝났는가?”
그녀는 칠공자 주변 여인에 관한 조사를 명한 바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깊이 조사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녀장님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홍비는 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을 들여 조사하는 것은 무리이겠지. 어서 이야기해 보거라.”
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칠공자 주변 여인은 크게 세 사람 정도를 뽑을 수 있었습니다.”
홍비가 말끝을 올렸다.
“석비연을 포함해 셋인가?”
“아닙니다.”
연의 꼽은 여인의 숫자는 홍비가 예상한 것보다 많았다.
‘흠, 석비연을 빼고도 셋이라. 여인을 가까이하는 인물인가?’
그녀가 재차 물었다.
“그래? 그러면 한 명 한 명 이야기해 보거라.”
연이 오른손을 가볍게 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인물은 경은이라는 여인입니다.”
“경은?”
“칠공자의 첫 번째 제자로 가장 오래 함께 한 여인입니다.”
홍비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칠공자의 제자라고? 그는 아직 약관에 불과하지 않으냐? 어떻게 제자가 있을 수 있지? 그것도 여인이?”
연이 대답했다.
“그녀가 언제 어떻게 제자가 되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과거 서숙에서 일했던 이가 증언하기를 경은은 단순한 제자가 아니라 칠공자를 곁에서 모시는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홍비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곁에서 모시는 역할이라. 하면 그 아이가 시녀장에 가장 어울리겠구나.”
그녀는 두 번째와 세 번째를 들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일단 들어 보는 것이 좋겠지.’
홍비가 다음이라는 말을 하려고 할 때, 연이 경은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경은이라는 여인은 칠공자가 서숙에서 낙산원으로 옮겼을 때, 낙산원의 총관을 맡기도 했다고 합니다. 천원대 부대주일 때도 함께 했다는 것을 보면, 여러 방면에 재주가 있는 여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비는 그녀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총관까지 맡은 적이 있는 여인이라. 그렇다면 그녀가 으뜸이겠구나. 다음 사람도 있느냐?”
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두 번째 여인은 복주원가의 원영재입니다.”
홍비는 복주원가라는 말에 눈썹을 세웠다.
“귀주석가가 아닌 복주원가의 여인이 끼어 있단 말이냐?”
“복주원가는 최근 칠공자와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복주원가에서 원영재라는 여인을 보낼 때, 서숙에서는 그녀가 칠공자의 시첩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았다고 합니다.”
홍비는 그녀의 대답에 이마를 찌푸렸다.
“소문은 그렇다고 치고, 실제는 어떠했느냐?”
“시종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시첩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현재 그녀는 부교주부의 시녀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홍비는 손을 뻗어 의자의 팔걸이를 잡았다.
“부교주부의 시녀장이라. 흠, 그녀를 시녀장으로 추천하면 복주원가의 호의를 얻을 수 있겠구나.”
연은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습니다. 다만, 원영재는 세 명의 여인 중 칠공자와 함께한 시간이 가장 짧다고 합니다.”
홍비가 오른손 식지를 세우며 물었다.
“대신 배경이 가장 크지 않느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홍비는 그렇지 않다는 대답에 눈썹을 위로 올렸다.
“그렇지 않다고? 그녀보다 배경이 더 큰 여인이 있느냐?”
연이 답했다.
“아소라는 여인의 배경이 더 큰 듯합니다.”
“아소?”
“자명단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홍비는 눈살을 찌푸렸다.
“부교주부가 아닌 자명단의 여인인가?”
“그녀는 자명단주의 심복이라 합니다.”
“사마진 말인가?”
“그러합니다.”
홍비는 속으로 혀를 찼다.
‘자명단주 사마진이라. 그녀가 아소라는 여인을 밀고 있다는 말인가?’
만에 하나 그것이 사실이라면 아소도 무시할 수 없었다.
‘사마진은 칠공자의 후견인이면서 양 좌사의 오른팔이니까.’
그녀가 물었다.
“그녀 또한 칠공자의 시첩인 것이냐?”
“그것은 아닙니다.”
“하면 무슨 인연이 있어 후보에 올려놓았느냐?”
“아소는 칠공자가 낙산원에 있을 때, 낙산원과 자명단의 연결 고리를 맡았고, 한때는 칠공자의 정략결혼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략결혼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입지를 알 수 있었다.
“사마진의 총애가 큰 여인이라는 말이구나. 혹시 가문이 뛰어난 것이냐?”
아소의 가문이 뛰어나다면 원영재를 가볍게 능가할 수 있었다.
“그녀가 속한 가문은 병주아가(幷州阿家)로 미천한 가문은 아니지만, 대산팔가와 마주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흠, 뛰어난 가문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마진의 심복이라 생각해야겠구나.”
“자명단주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비가 찌푸렸던 이마를 폈다.
“그녀를 높이 평가하면 사마진의 호의를 얻을 수 있겠구나.”
그녀는 셋 중 하나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셋의 장단점이 뚜렷하여 쉬이 결정하기 힘들구나. 누구를 시녀장으로 추천하느냐에 따라 홍가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천마신교에서는 대대로 교주의 부인들보다 시녀장의 권력이 더 강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명가(大明家)가 외척이라 할 수 있는 대산팔가를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천마신교에는 환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환관을 대신하는 시녀들을 관리하는 시녀장의 권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던 홍비가 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연, 너라면 누구를 추천하겠느냐?”
연은 태화전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을 정리한 바 있었다.
“저는 원 소저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홍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세 사람 중 가장 가능성이 가장 떨어지는 인물이 아닌가?’
그녀가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이유는 원영재가 명운과 연결 고리가 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
연이 답했다.
“원영재는 경은이라는 유력한 인물이 있음에도 부교주부의 시녀장을 맡았습니다. 이는 복주원가와 부교주님 사이에 뭔가 이야기가 오고 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홍비는 생각했다.
‘흐흠, 칠공자가 복주원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미래의 시녀장 자리를 복주원가에 약속했단 말인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다고 해도 다른 두 사람이 칠공자와 더 가깝지 않겠느냐?”
홍비는 칠공자의 호의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신교의 주인은 대산팔가가 아니라 교주다.’
연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시녀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각기 다른 이유라고?”
연이 오른손을 세우며 말했다.
“경은은 우선 칠공자와 너무 가깝습니다. 게다가 외모 또한 뛰어나니, 시녀장이 아닌 시첩이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시녀장이 아니라 부인이나 첩이 될 여인이라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시녀장이면서 교주의 애인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게의 경우 교주들은 시녀장을 자신의 애인으로 삼지 않았다.
석비연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녀는 미모는 물론 문과 무에서 모두 뛰어났다. 그럼에도 명증은 그녀를 취하지 않았다. 이는 그녀가 시녀장으로 남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아소는 어떠한 이유로 불가하다고 생각하느냐?”
연이 재차 대답했다.
“아소는 사마 단주의 측근 중 측근입니다. 그녀가 시녀장이 되면 사마 단주의 권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부교주님의 생각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대대로 신교의 교주는 자신의 교권을 다른 이와 나누는 법이 없었습니다.”
사마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아소를 쓰진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
홍비는 그녀의 분석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장로회의가 끝나고 새로운 교주가 결정되면, 이때까지 자신을 도왔던 이들을 역으로 견제할 수도 있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명운이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아니, 명운도 명가의 사내인 만큼 그렇게 할 가능성이 더 컸다.
홍비가 찌르듯 물었다.
“연, 너는 어떤 것 같으냐?”
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
“시녀장 후보로 말이다.”
연은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시녀장님, 전 시녀장님의 사람입니다. 가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후보에 오를 자격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홍비의 생각은 달랐다.
“너라면 태화전을 잘 알고 있고, 외모 또한 나쁘지 않다. 난 네가 괜찮을 것 같구나.”
“시녀장님.”
“시녀장이라는 자리는 교주님과 이어질 수 없는 자리다. 네가 언급한 이들은 모두 교주님과 이어질 수도 있는 이들이다.”
홍비는 교주의 연인이 될 수 있는 이들은 시녀장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배경이 아니라 교주님과 관계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외출할 것이다. 준비하라.”
연이 두 손을 위로 들며 명을 받았다.
“지금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그녀는 홍비가 명운을 만나고자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