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장로회의 (2)
비로궁의 가장 넓은 방인 광회전.
이곳 사람들은 광회전을 간단히 대전이라고 불렀다.
명천은 수하들을 광회전에 모은 뒤, 대명궁에서 온 편지를 펼쳤다. 그 내용은 차기 교주 선출을 위한 장로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편지를 접으며 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광명정으로 와서 회의에 참석하라고?”
명천은 생각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의 참모 묘원수는 그와 생각이 조금 달랐다.
“주군, 이참에 대군을 이끌고 입성한다면, 일시에 대산을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족장 이누한의 군대가 이틀 거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들을 앞세우고 대명궁에 입궁한다면, 기세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천은 웃음을 거두고는 묘원수에게 물었다.
“만에 하나 이것이 함정이라면?”
명증이 죽지 않고, 함정을 팠다면?
그렇다면 그들은 꼼짝없이 대명궁 북문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명궁 안에 머물러 있는 비선의 정보에 의하면, 교주님께서 승하하신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확실하다고?”
“남문에서 이공자와 칠공자의 비무가 있었으며, 몇 차례 장로회의가 열려 서로의 세를 견주었다고 합니다.”
명천은 미간을 좁혔다.
“그 모든 것이 사실이라 해도 대명궁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
그는 우세한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고자 했다.
‘우세한 곳에서 나와 적진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길을 버리고, 거친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명천은 묘원수의 계책을 성급한 수로 생각했다. 그러나 묘원수는 자신의 계책이 옳다고 확신했다.
“주군! 이 기회를 놓치시면 안 됩니다.”
명천은 오른손을 손바닥이 보이도록 세웠다.
“더 말할 것 없네. 나는 가지 않을 것일세.”
그는 부교주 유청이 보낸 편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편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이승원이 앞으로 나와 물었다.
“주군, 이누한의 군대는 어떻게 할까요?”
신교십검이자 명증의 사위인 그는 현재 명천의 측근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매제는 그들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이승원은 명천의 물음에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이누한이 이끄는 병사들은 대부분 기병입니다. 공성하는데 기병은 적합하지 않으니, 서쪽으로 병력을 돌려 신강을 정복하는 데 쓰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신강과 청해 북부, 그리고 감숙을 정복한다면, 천마신교 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는 귀혼단주 양위청이 그에게 제시한 대전략이기도 했다.
묘원수가 앞으로 나와 두 손을 모았다.
“주군, 그들만 보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명천이 그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가 가겠나?”
“제가 어찌 군을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마땅한 장수를 뽑아 지휘를 맡겨야 할 것입니다.”
명천은 앞서 이누한에 대해 이야기한 이승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매제가 가주겠는가?”
이승원이 낮은 목소리로 그의 물음에 답했다.
“휘하의 숫자가 부족하니, 이누한에게 얕보일까 두렵습니다.”
그가 이끄는 부대는 양위청의 귀혼단과 비교하면 그 수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들은 명천이 미소를 지었다.
“삼백을 더 붙여 주지.”
비로궁 수비 병력 중 삼백을 빼 주겠다는 말.
이승원은 바로 두 손을 모았다.
“주군께서 일을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야심이 컸기에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고자 했다.
‘이번 일만 잘 처리한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승원의 목표는 사신대주나 삼단주가 아니었다. 그는 천마신교의 부교주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지금은 양위청이 앞서 나가고 있지만, 곧 내가 역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뒤로 물러서려는 순간 키가 작은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명천의 심복 중 한 명인 백암귀였다.
“주군!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본궁의 수비 병력에서 삼백을 뺀다면 수비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명천은 그의 반대에 혀를 찼다.
“쯧쯧쯧, 지금 대명궁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란에 빠져 있네. 그들이 감히 본궁을 공격할 수는 없을 걸세.”
“주군! 모든 것이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명천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묘원수가 사실이라 하지 않는가?”
그는 대명궁으로 향하자는 제안은 거절했지만, 묘원수의 말이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백암귀의 생각은 달랐다.
“소문이 거짓일 수도 있습니다.”
그가 계속해서 사실이 아니라 말하자 이번에는 묘원수가 앞으로 나섰다.
“백 노사, 교주님의 승하는 소문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마음을 편히 하시죠.”
백암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도 소문은 들었소이다. 하나 칠공자가 이공자를 이겼다는 소식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이까?”
명천은 명운이 명각을 이겼다는 말에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그게 무슨 말이오. 각이 막내에게 졌다니?”
그는 자신의 경쟁자인 명각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각이 막내에게 졌을 리가 없지 않은가?’
백암귀가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소문에 따르면 남문 앞에서 두 사람의 비무가 벌어졌고, 수많은 이가 이 비무를 관전했다고 합니다.”
“그 비무에서 각이 막내에게 졌다?”
“소문에 따르면 비무에 패한 이공자가 곤륜산으로 은거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찌 이 소문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명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는 일리가 있소. 각의 무공은 나와 버금갈 정도로 뛰어나니 막내에게 졌을 리가 없소.”
그는 대명궁에서 날아오는 소식을 모두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대명궁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진실을 알 수는 없구나.’
이때 좌측에서 한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사공자 명준의 수하이자 그의 책사인 왕영이라는 자였다.
“장공자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두 공자는 일대일로 대결한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명천이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왕영인가? 더 자세히 말해 보라.”
왕영은 책사답게 오른손을 사람들을 향해 펼치며 말했다.
“남문에서 벌어진 싸움은 아마도 두 세력의 전투였을 것입니다.”
명천은 그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음, 두 세력의 전투라.”
그는 반란을 일으킨 뒤, 전보다 심계가 깊어졌다.
“하면 이런 말인가? 각을 지지하는 군세와 막내를 지지하는 이들이 남문에서 크게 싸웠고, 막내를 지지하는 군세가 승리를 거두어 각이 곤륜산으로 추방되었다?”
왕영이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바로 보셨습니다. 칠공자를 지지하는 이들 중에는 신교좌사 양대충이 있으니, 이공자의 군세가 버텨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명천은 좁혔던 미간을 풀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일세. 양 좌사의 무위와 지휘력을 각이 넘어설 수는 없었겠지.”
광회전 안에 모여 있던 이들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
“양 좌사가 칠공자에게 붙었다면,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양 좌사라고 생각합니다.”
명천은 아우 명준의 책사 왕영의 지혜가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왕영의 지혜가 이쪽의 책사들보다 낫구나.’
그의 휘하 책사는 묘원수와 백암귀가 있었다.
왕영은 확실히 두 사람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왕영, 한 가지를 더 묻겠다.”
왕영이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장공자님의 질문을 받들겠습니다.”
이윽고 명천이 물었다.
“그대는 양 좌사가 왜 막내에게 붙었다고 생각하나?”
이공자 명각과 신교좌사 양대충이 손을 잡았다면, 명천에게 큰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세력이 싸움으로서 그는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왕영이 대답했다.
“칠공자의 뒤에 특출난 배경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명천이 그의 말을 받았다.
“허수아비로 쓰기 위해 막내의 편을 들었다는 말인가?”
“다른 공자들은 팔가가 뒤에 있으니, 양 좌사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양 좌사의 오른팔이라 할 수 있는 사마 단주가 일찍부터 칠공자와 접촉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명천은 그의 대답에 만족했다.
“양 좌사가 각을 쫓아냈다면 남은 것은 원 정도겠군.”
삼공자 명원.
그는 앞서 명운에게 패한 바 있었다. 하지만 명천과 비로궁 무인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대명궁에서 열리는 장로회의는 그 둘의 충돌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명천은 당분간 그 두 세력이 충돌하게 놔둘 생각이었다.
‘대명궁을 장악하는 것은 아마 양 좌사겠지. 하지만 유 부교주는 그의 전횡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양대충과 유청이 충돌하리라 생각했다.
* * *
개봉 무림맹 총단.
무림맹주 남궁민이 도착하자 수백 명의 무인이 두 손을 모았다.
“맹주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그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자 그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나 남궁민의 얼굴은 굳어 있을 뿐이었다.
“그만두게. 오늘의 귀환이 환영받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의 목소리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절강성의 마교를 어느 정도 몰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깨끗이 치워 버린 것은 아니었다.
‘허 장로와 팽 가주의 복수 또한 하지 못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의 원수는 마교의 이공자 명각이었다.
“후우…….”
남궁민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잠시 뒤.
그는 환복도 하지 않은 채 무림맹 인사들을 대전으로 모았다.
“모두 모였습니까?”
맹주의 물음에 무림맹 고수들이 고개를 숙였다.
“총단에 있는 이들은 대부분 모인 것 같습니다.”
남궁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들 앉으시지요.”
집무실이나 서재가 아닌 대전.
이곳으로 고수들을 모았다는 것은 중요한 논의를 하겠다는 뜻이었다.
무림맹 고수들의 표정은 맹주 남궁민 못지않게 어두웠다.
“부맹주.”
남궁민의 부름에 부맹주 좌건이 몸을 일으켰다.
“예, 맹주님.”
남궁민은 그가 몸을 일으키자 오른손을 흔들었다.
“앉아서 이야기합시다.”
좌건이 앉자 남궁민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본맹과 마교가 휴전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부맹주 좌건이 대답했다.
“보위산에 머무르고 있는 자들과 반년 동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남궁민은 미간을 좁혔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맹주께서 절강으로 떠나신 뒤, 섬서와 사천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마교와 전면전을 가능한 한 피하고자 했습니다.”
남궁민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겨우 그런 이유로 휴전을 했다는 말입니까?”
“맹주님.”
“마교는 마교입니다. 그들은 허 장로와 팽 가주를 살해하고, 사천에서는 자허도장을 화산에서는 검선을 해한 자들입니다.”
남궁민의 질책에 부맹주 좌건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닙니다. 본맹의 방침을 확실히 하자는 이야기입니다.”
항산파 장문인 자은사태가 손을 들며 발언권을 요구했다.
남궁민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말씀하시죠.”
발언권을 얻은 자은사태가 입을 열었다.
“맹주님, 부맹주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나 흉수를 추격하는 동안 수백여 명의 제자들이 희생되는 바람에 마교와 싸움을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점을 고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남궁민은 얼굴을 굳혔다.
“피해가 크다고 해서 마교와 손을 잡다니! 맹은 피를 두려워하지 않소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맹주, 너무 힘으로만 해결하려 하면 안 됩니다.”
발언권을 요구하지 않고 이야기한 것은 개방의 장로 이옹이었다. 그는 개방의 오의파에 속하는 인물로 장로임에도 실제로 구걸해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남궁민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장로께서는 좌 부맹주의 결정이 옳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 완전한 실책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이옹은 좌건을 지지하는 세력은 아니었다. 하나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근 맹의 입은 피해는 좌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무리한다면 앞으로 십여 년은 몸을 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다.’
개방의 허 장로와 하북팽가 가주 팽현각은 그렇다고 해도 검선이나 자허도장이 세상을 떠난 것은 쉬이 메울 수 없는 손실이었다.
“완전한 실책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장로께서는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습니까?”
이옹이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당분간은 힘을 키우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남궁민이 물은 것은 좌건에 대한 문책이었다. 그러나 이웅은 무림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대답했다.
‘완전히 동문서답이군.’
그는 재차 좌건에 관해 묻는 대신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었다.
“제가 듣기로 마교는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힘을 키우기보다는 이참에 그들에게 빼앗긴 보위산을 탈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무림맹이 정말로 마교를 멸하고자 한다면, 지금 움직이는 것이 옳았다.
‘마음 같아서는 십만대산을 치고 싶지만,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무당파 중진 현원도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맹주께서 어떠한 말씀을 하시고자 하는지 다들 잘 알 것입니다. 하지만 파사(破邪)보다 앞서는 것이 있습니다.”
마교를 멸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무림맹주 남궁민은 말끝을 올렸다.
“사람을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씀이십니까?”
두 사람은 절강에서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뜻이 잘 통하는 사이였다.
현원도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수천, 수만의 목숨을 희생해 마교를 멸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림맹은 마교를 멸하는 것이 아닌 중원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였다.
‘마교에 원한이 있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현원도장은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남궁민이 살짝 목소리를 키웠다.
“도장, 마교를 멸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보위산을 수복하자는 것입니다.”
그는 이참에 보위산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위산을 수복할 수 있다면, 십 년간은 마교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무림맹은 서산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었지만, 보위산을 점거하고 있을 때와 같다고 할 수 없었다.
부맹주 좌건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맹주님, 마교의 내전은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반년 뒤, 휴전이 끝나면 바로 보위산을 공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휴전을 지키면서 힘을 키운 뒤 공격하자는 말이었다. 이윽고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맹주님, 좋은 의견 같습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수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맹주의 의견을 채택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림맹주 남궁민은 부맹주 좌건을 견책하고 보위산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좌우의 의견이 이러하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뜻이 그러하다면, 그쪽으로 방향을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대전에 모인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훌륭하신 판단이십니다.”
무엇이 훌륭한 판단이란 말인가?
남궁민은 좌우의 의견에 휩쓸렸을 뿐이었다.
‘마교의 교주라면 단호하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마교 교주가 아니었고, 이곳 또한 십만대산이 아니었다.
“후우…….”
한숨과 함께 대전을 막 나섰을 때였다.
오행문 문주 하주가 그에게 다가왔다.
“맹주님.”
남궁민이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새로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남궁민은 미간을 좁혔다.
‘새로운 소식인가? 대단한 것은 아니겠지.’
그는 새로운 소식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어떤 소식입니까?”
“마교 교주가 죽었다는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순간 남궁민의 눈이 커졌다.
“명증이 죽었단 말입니까?”
하주가 답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여러 경로로 확인 중입니다.”
마교 교주의 죽음.
만에 하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보위산이 문제가 아니다.’
이 기회를 살린다면 십만대산의 턱 밑까지 치고 들어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