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광명좌의 주인 (1)
광명좌.
오직 천마신교의 주인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
역대 교주들은 이 자리에 앉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다.
명운은 그 자리를 보며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다.’
그는 형제들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것만 해도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과거의 교주들이었다면, 이 자리에 앉는 것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크게 본다면 대명궁은 적들에게 포위된 형국이었다. 그는 그 포위를 풀고, 천마신교의 영광을 되찾아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었다.
“광명좌에 앉으소서!”
유청에 이어 여진훈을 비롯한 십장로 장로가 목소리를 높였다.
명운은 광명좌 앞에 섰다. 이제 남은 것은 앉는 것뿐.
그러나 그는 그저 앉는 것으로는 큰 감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묘가 필요하겠지.’
그는 새로운 교주 즉위를 위한 인상적인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지의 기운을 이용하자.’
명운은 발아래에 흐르고 있는 진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두 손을 펼쳐 그 진기를 뿜어냈다. 진기는 광명좌 뒤에서 타오르는 성화를 향했다.
‘지금이다.’
그는 두 손을 펼친 채 목소리를 높였다.
“본좌는 성존의 뜻을 잇고, 신교의 정의를 펼치겠노라!”
그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성화가 크게 타올랐다.
화르르르륵!
광명정 안에 모인 이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만세! 만세! 만만세!”
명운은 그 외침과 함께 광명좌에 앉았다.
“부교주 유청이 교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유청에 이어 십장로가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
“장로들이 교주님께 인사 올립니다.”
장로들 다음은 호법, 그다음은 삼단주, 그리고 사신대주와 각주들의 충성 맹세가 이어졌다.
명운은 모두의 인사를 받은 뒤 목소리를 높였다.
“본좌가 이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성존의 뜻이라 생각하오. 그렇기에 성존의 뜻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오.”
성존의 뜻.
대산유가 유진순은 미간을 좁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저러는 것일까?’
그는 삼공자 명원의 후견인이었기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라는 것인가?’
교주에게 교인들이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명운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성존의 뜻에 따라 그대들에게 첫 번째 명을 내리고자 하오.”
무릎을 꿇은 무인들이 두 손을 모았다.
“삼가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운은 좌우를 돌아보며 목소리에 내공을 실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본교는 아직 교주에게 해를 입힌 흉수를 잡지 못했소. 본좌의 첫 번째 명은 흉수를 잡으라는 것이오!”
명증의 복수.
그의 후계자라면 응당 해야 하는 일이었다.
“교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광명정 안에 모인 무인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자 귀가 웅웅 거릴 정도의 함성이 일어났다. 이윽고 부교주 유청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시선을 모두에게 돌렸다.
“신교 제자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그대들은 모든 임무에 앞서 흉수를 생각하라! 흉수를 찾아 죽이는 것이 교주님의 첫 번째 명이니라!”
광명정 안의 무인들이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존명!”
명운은 시선을 장연비에게 돌렸다.
“천화신녀.”
장연비가 두 손을 모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말했다.
“그대를 혜선단주에 임명하겠다.”
삼단주 중 하나인 혜선단주.
그 자리는 전 단주인 천준서가 전사한 뒤, 지금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여진훈은 명운의 첫 번째 인사를 접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님께서 장연비를 혜선단주에 임명하신 것은 보은 인사이자 논공행상을 확실히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아니, 공을 세운 자는 반드시 포상할 것이며, 반대로 과를 범한 자는 반드시 벌할 것이다.
명운은 신상필벌을 확실히 하고자 했다.
“교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혜선단 부단주 이무천은 그녀의 외침을 듣고는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완전히 망했구나.’
그는 내심 승진을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비어 있는 자리에 장연비가 들어옴으로써 그의 입지는 완전히 좁아져 버렸다.
최악의 경우 그의 출셋길이 막혀 버릴 수도 있었다.
‘하긴 교주의 즉위를 반대했으니, 목이 잘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려나.’
그는 은퇴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단주님,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이무천에게 치료를 권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혜선단 이조장 왕릉이었다.
“왕릉인가?”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몸을 살피셔야 합니다.”
이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구나.”
그는 왕릉과 함께 뒤로 물러났다.
명운은 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유 부교주.”
유청이 두 손을 모았다.
“하명하시지요.”
명운이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비로궁으로 떠날 것입니다.”
비로궁으로 떠날 것이다.
이는 출병을 의미했다.
여진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출병은 단순히 장공자를 토벌하겠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는 명운이 흉수를 보낸 자로 명천을 지목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출병을 이해할 수 있다.’
유청이 두 손을 모은 채 명을 받았다.
“알겠습니다. 삼단과 사신대를 준비하겠습니다.”
교주의 친정.
광명정 안에 모인 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비로궁을 칠 줄이야.”
“단숨에 공격인가?”
“자칫 실패하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친정이 실패한다면 이제 막 교주에 올라선 명운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 뻔했다.
대산주가 주가 가주 주홍진은 생각했다.
‘이쪽은 나쁠 게 없는 이야기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모았다.
“교주님! 대산팔가도 함께하도록 해 주십시오!”
삼단과 사신대에 대산팔가까지 더하면 총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주홍진이 목소리를 높이자 다른 가주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주님, 허락해 주십시오!”
“석가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노가를 선봉에 세워 주십시오!”
“원가의 무인들에게 공을 세울 기회를 주십시오!”
주작대주 이건석의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충성 경쟁을 하는 가신들처럼 보였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인가?’
새로운 교주가 옹립된 순간, 모든 것이 바뀐 것이었다.
명운이 대산팔가 가주들을 향해 말했다.
“그대들과 함께한다면 매우 든든할 것이오. 하나 대명궁을 비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그대들에게는 대명궁의 수비를 맡기겠소.”
그의 말이 끝나자 대산팔가 가주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교주님의 명을 받아 대명궁을 지키겠나이다!”
명운은 모든 지시가 끝났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가 떠나자 부교주 유청이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돌아가 내일의 출병을 대비하시오!”
그의 명이 떨어지자 천마신교 무인들이 광명정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 *
“교주님 축하드립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은 강하원이었다.
“강 총관, 좋은 날에 왜 우는가?”
“이런 경사스러운 날에 울지 않으면 언제 또 울겠습니까?”
명운은 혀를 찼다.
“쯧쯧, 지난번에도 그러지 않았나?”
강하원은 명운의 무위를 확인하고 운 바 있었다.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사람인가 봅니다.”
명운은 고개를 경은에게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강하원과 달리 밝았다.
“은.”
“예, 교주님.”
“그냥 사부님이라고 하지.”
경은이 무릎을 살짝 굽히며 말했다.
“교주님이라 불러 보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진심이었다.
“후……. 은까지 이러기인가?”
“교주님이 되셨으니까요.”
두 사람은 명운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나와 함께한 이들이라 할 수 있겠지.’
그는 두 사람에게도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 총관.”
강하원이 울음을 참으며 말을 받았다.
“예, 교주님.”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 보게.”
“제가……. 어찌 원하는 것이 있겠습니까?”
명운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자네와는 정상적인 대화가 안 될 것 같군.”
“죄송합니다.”
명운은 시선을 경은에게 돌렸다.
“은은 어떠한가?”
경은은 미리 생각해 둔 것이 있었다.
“이곳에서 시녀장님을 보좌하고 싶습니다.”
시녀장을 보좌한다.
시녀장 홍비는 그 자리에 연이라는 아이를 쓰라 말한 바 있었다.
명운은 앞서 연이라는 아이를 만난 바 있었다. 그녀는 홍비의 말대로 태화전 내부 사정에 밝았고, 머리 또한 총명했다.
‘원 소저를 보좌하는 것은 연이 알맞을 것이다.’
그가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은은 태화전 안을 잘 모르니, 원 소저를 보좌하는 것은 무리야.”
경은은 명운의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금세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교주님을 곁에서 모실 수 없는 것인가요?”
“그건 아니지.”
“그것은 아니라고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은에게는 전서관을 맡기고자 해.”
전서관.
천마신교에는 이러한 직책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은의 두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
“전서관이라고요?”
“내게 올라오는 서류를 먼저 읽고 검토하는 직책이라 할 수 있지.”
전서관의 역할은 황궁의 상서령과 같은 것이었다.
“제가 어찌…….”
“은은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경은은 명운의 비밀을 알고, 그것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그녀가 날 배신했다면 이 자리에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것은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는 명운의 그림자로서 강하원과 함께 지금까지 그를 보좌해 왔다. 이것은 사마진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강하원도 울음을 거두며 경은에게 말했다.
“경은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경은은 두 사람의 말에 무릎을 꿇었다.
“있는 힘을 다해 교주님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명운이 미소를 지었을 때였다.
문밖에 인기척이 들려왔다.
명운은 상대가 고의로 인기척을 흘렸음을 알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왔는가?”
그의 물음에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홍비가 교주님을 뵙니다.”
새로운 시녀장이 임명된 것이 아니었기에 아직은 그녀가 태화전의 시녀장이었다.
“서재는 준비되었는가?”
홍비가 가볍게 무릎을 굽히며 답했다.
“깨끗이 준비하였습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여기 있는 경은을 전서관으로 쓰고자 하네.”
“전서관 말입니까?”
전서관이라는 직책은 그녀 역시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내게 오는 편지와 문서들을 미리 읽어 보는 역할일세.”
홍비는 그의 말을 듣고는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편지와 전서를 미리 읽는다는 것은 교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아버님께서 모든 문서와 편지를 읽으셨던가?”
홍비는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하면 그 많은 문서와 편지는 어떻게 했는가?”
“직위의 고하와, 중요도에 따라 제가 편지를 선별해 올렸습니다.”
명운이 말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보낸 이의 직위가 낮거나 그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들은 아버님께서 보시지도 못했겠군.”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경은이 먼저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나는 전서관을 만들어 시녀장의 짐을 덜어 주고자 하네.”
전서관이 신설되면 시녀장의 권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하나 홍비는 이견을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음 시녀장은 원 소저가 될 것이 아닌가?’
그녀가 바라는 것은 자신과 홍가의 안녕이었다.
“교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명운이 오른손 식지를 세웠다.
“한 가지 더.”
“하명하시지요.”
“전서관의 월봉은 은 백 냥으로 하겠다.”
은 백 냥.
이 말에 홍비가 멈칫했다.
“교주님 그것은!”
그녀는 차마 너무 많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월봉 백 냥이라면 적룡대주나 흑살대주와 같지 않은가?’
백 냥의 월봉은 사신대주 바로 아래에 속하는 이들이 받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명운은 경은에게 확실한 대우를 해 주고자 했다.
“교주님 너무 많습니다.”
목소리를 높인 것은 경은이었다.
‘이렇게 많은 돈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며 그녀의 말을 받았다.
“많지 않다. 네가 해야 할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내가 단순히 널 위해서 많은 월봉을 내린다고 생각하지 마라.”
자신은 직급에 맞는 월봉을 선택한 것뿐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하나 경은은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교주님!”
그녀가 목소리를 높이자 명운이 살짝 미간을 좁혔다.
“교주의 명을 듣지 않는 것인가?”
교주의 명.
그 말에 경은은 급히 고개를 숙였다.
“제가 어찌 교주님의 명을 듣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홍비 또한 머리를 조아렸다.
“속하, 교주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그녀는 경은이 많은 돈을 받아도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것도 논공행상의 일종이겠지.’
명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서관에게 한 가지 일을 더 맡기도록 하겠다.”
경은이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말을 받았다.
“교주님, 말씀해 주십시오.”
“집무실과 서재의 관리와 유지 또한 그대의 몫이다.”
서재와 집무실은 교주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는 장소였다.
다시 말해 자신이 업무를 보는 공간을 모두 경은에게 맡긴다는 뜻이었다.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명운은 시선을 홍비에게 돌렸다.
“대충 끝난 것 같군. 홍비, 안내하게.”
홍비가 몸을 일으키며 그의 명을 받았다.
“서재로 안내하겠습니다.”
명운은 경은과 강하원을 대동한 채 교주의 서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