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광명좌의 주인 (3)
“결국, 막내가 광명좌의 주인이 되었다는 말이군요.”
힘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삼공자 명원이었다. 그는 명운에게 패한 뒤 자택에 머무르고 있었다.
“내 힘이 부족했다.”
“외숙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을 것입니다.”
명원의 앞에 선 이는 그의 외숙이자 대산주가 가주 주홍진이었다.
“미안하구나.”
명원이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것입니까?”
명운이 교주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권력을 잡은 권력자는 자신과 경쟁했던 이를 그냥 두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주홍진은 짧게 한숨을 내쉰 뒤 그의 물음에 답했다.
“내 생각에는 내일 있을 출정식에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출정식이 있습니까?”
“비로궁을 토벌한다고 하더구나.”
명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교주가 되자마자 큰형을 치는 것입니까? 막내는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그의 음성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주홍진은 그가 감정을 크게 드러내자 가볍게 헛기침했다.
“흠, 흠. 원아, 말을 조심해야 한다.”
명운은 이제 경쟁자가 아닌 교주였다. 그의 뜻에 거슬린다면 아무리 형제라고 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아니, 권좌를 두고 경쟁했던 형제인 만큼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숨죽여 살아야 한다면 둘째 형처럼 은거하겠습니다.”
“원아!”
명원은 몸을 돌렸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내 밑에서 그의 충신으로 살 생각은 없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명운의 신하가 될 생각은 없었다.
‘대명궁에서 교주의 형으로 사는 것은 서로 부담되는 일일 것이다.’
부담감이 커진다면 명운은 그를 제거하고자 할 것이다. 그는 그전에 대명궁을 떠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걸고 비무를 벌인 둘째 형이 똑똑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주홍진이 그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원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무엇이 이르단 말인가?
광명좌의 주인은 이미 결정되었다.
또 무슨 변수가 있단 말인가?
명원은 변수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했다.
“외숙, 거짓말로 저를 위로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주홍진은 그의 말에 목소리를 줄였다.
“거짓말이 아니다. 교주, 아니 칠공자는 아직 혼인하지 않았다.”
명원은 문제가 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나 약혼녀가 있습니다.”
“있지. 하지만 두 사람은 만 리가 넘게 떨어져 있으며, 언제 합방하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명원은 본디 머리가 나쁘지 않았다. 그는 주홍진의 의도를 재빨리 이해했다.
“흠, 운에게는 아직 후계자가 될 아이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칠공자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너밖에 없다.”
장공자 명천은 반란을 일으켰고, 이공자 명각은 곤륜산으로 은거했다. 명운에게 이상이 생긴다면 삼공자 명원이 광명좌를 이어받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외숙의 말씀은 머리를 숙인 채 때를 기다리라는 것이군요.”
“원아, 그 정도도 하지 못하겠느냐?”
명원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광명좌를 얻기 위해서라면 기다릴 수 있습니다.”
주홍진이 그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내일 아침 흑살대를 이끌고 북문으로 나아가라. 그리고 교주가 올 때까지 기다리도록 해라.”
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교주에 대한 호칭은…….”
“당연히 교주님이죠.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과거 동생을 부르듯 하면 안 된다.
주홍진은 이것을 당부하고자 했다.
“난 널 믿는다.”
“외숙, 그 정도도 못 할 것 같으면 진즉 그만두었습니다.”
“고맙구나.”
주홍진은 돌아서며 생각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변고는 일어날 수 있다.’
군대의 선두에 선 젊은 교주.
그리고 그런 교주를 향해 집중되는 적의 공격.
‘전쟁이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유시에 맞아 쓰러진 장수가 어디 한둘이던가?’
물론, 전장에는 유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혼란을 틈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도 충분히 있을 수 있었다.
‘칠공자가 어디까지 대비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다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주홍진은 비로궁 정벌을 또 다른 기회로 삼고자 했다.
* * *
“교주님을 뵙니다.”
유청이 서재 안으로 들어가자 명운은 그에게 오른쪽 자리를 권했다.
“앉으시죠.”
그의 왼쪽에는 여진훈이 앉아있었다.
명운은 유청의 뒤에 선 장연비에게도 말을 건넸다.
“장 단주도 왔군.”
장연비가 두 손을 모으며 허리를 숙였다.
“사부님을 따라왔습니다.”
그녀는 사십 대 중반이었나 경은의 언니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자네도 앉지.”
“교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장연비는 사부인 유청 옆에 앉으며 생각했다.
‘여 장로까지 와 있으니, 이번 회의는 내일 정벌에 관한 것이 틀림없겠구나.’
내일 아침, 그녀가 이끄는 혜선단을 포함한 대군이 비로궁을 향해 떠날 예정이었다.
명운은 모두가 앉자 이름이 빼곡히 적힌 종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본 유청이 물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명운이 짧게 답했다.
“요직에 앉을 후보들입니다.”
그 한마디에 유청은 물론이고, 여진훈도 눈썹을 세웠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요직이라니요!”
“교주님, 비로궁 정벌을 위해 저희를 부르신 것이 아닙니까?”
명운은 담담하게 그들의 말을 받았다.
“비로궁 정벌도 논의할 것입니다. 하나 그에 앞서서 인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유청은 그의 대답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교주님, 지금은 인사를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어떻게 비로궁을 공격할 것인가?
또는 비로궁 안의 세력을 어떻게 와해시킬 것인가?
그는 그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공자가 이끄는 반란군은 사기가 높다. 그들을 상대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책 못지않은 책략이 필요하다.’
명운은 낮지도 높지 않은 어조로 말을 이었다.
“비로궁 정벌은 인사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유청은 그와 함께 전장에 나선 적이 없었기에 그의 계책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인사에서 정벌이 시작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인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힘이 하나로 모이지 않을 것입니다.”
여진훈은 유청과 달리 명운의 무공과 언행을 눈으로 확인한 바 있었다. 그는 조금 생각을 바꾸었다.
“흐흠, 대산팔가를 비롯한 여러 가문의 충성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씀이시군요.”
명운이 오른손 식지를 세웠다.
“가문만이 아닙니다. 삼단주와 사신대주, 그리고 그 아래 위치한 이들까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혹여나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파천궁이나 무림맹과 싸움은 이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청은 그의 설명을 듣고는 멈칫했다.
‘비로궁이 아닌 파천궁과 무림맹과의 싸움이라고? 약관에 불과한 나이에 이렇게 깊이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명증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맞장구를 쳤을 것이다. 그러나 명운이 심계를 이야기하자 놀라움이 다른 감정을 압도했다.
유청이 두 손을 살짝 쥐며 말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씀 같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겠죠.”
곁에서 세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장연비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교주님은 내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구나. 젊고 쾌활한 미남이라고 생각했는데, 머릿속은 사부님보다 더 복잡하구나.’
그녀가 이 자리에서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선봉에 서서 적을 무너뜨리라는 말이었다. 명운은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우선 부교주님부터 시작할까 합니다.”
명운의 말에 유청이 말끝을 올렸다.
“저부터 말입니까?”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교주께서는 조금 더 자리를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유청은 앞서 장연비에게 은퇴를 이야기한 바 있었다.
명운은 그에게 은퇴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라면 얼마나…….”
그가 말을 줄이자 명운이 확실한 선을 그었다.
“최소한 파천궁을 정벌할 때까지는 자리에 계셔 주셨으면 합니다.”
파천궁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적이었다.
여진훈은 적절한 선이라고 생각했다.
‘파천궁을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움직인다면, 누군가는 대명궁에 남아 이곳을 지켜야 할 것이다.’
유청으로서는 거절할 이유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알겠습니다. 신 유청, 파천궁을 정벌할 때까지 교직을 맡겠습니다.”
여진훈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는 양 좌사가 부교주의 위를 차지하겠지만, 지금은 부교주가 유임하는 것이 옳다.’
그는 명운이 인사에서도 노련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좌우양사입니다.”
천마신교에서 좌우양사는 실무의 최고 직책이라 할 수 있었다.
여진훈이 슬며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유임이 어떠시겠습니까?”
좌우양사 또한 유임한다.
명운은 그의 조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시선을 유청에게 돌렸다.
“부교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청은 기책이나 묘수를 즐겨 쓰는 자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그는 무난하거나 명확한 것을 선호했다.
“혼란한 시기이니, 좌우양사 또한 유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명운은 두 사람의 의견을 들은 뒤, 마지막으로 장연비에게 물었다.
“장 단주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연비는 원래 이곳에 초대받은 이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그녀는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운은 그녀의 의견을 묻고자 했다.
“저는 인사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좌우양사가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명운은 그녀의 의견까지 들은 뒤 양대충과 공복진, 두 사람의 인사를 결정했다.
“모두의 의견이 유임으로 일치하니, 좌우양사 또한 유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문제는 삼단주와 사대호법이었다.
이들은 사신대주 위에 있었기에 대산팔가와 무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다음은 삼단주입니다.”
이번에도 여진훈이 먼저 의견을 말했다.
“삼단주 또한 바꿀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자명단주 사마진은 명운의 사람이었고, 적비단주 등명군은 북쪽 전선에서 공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혜선단주 장연비는 이제 막 임명된 터였다.
유청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여진훈의 의견에 동의했다.
모두가 유임을 말하고 있을 때, 명운이 그것을 깼다.
“자명단주를 교체하고 싶습니다.”
순간 여진훈이 눈썹을 세웠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그가 들은 소문에 따르면 자명단주 사마진은 명운과 여러모로 깊은 관계라고 했다.
‘교주님은 자기 사람을 내치는 것인가?’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읍참마속이라 하겠지만, 명운은 이제 막 교주에 오른 약관의 젊은이였다.
‘만약 대를 위해서 읍참마속을 결의한다면 모두가 교주님을 따르게 될 것이다.’
그는 어쩌면 이번 한 수는 명운이 아닌 강하원과 같은 심복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했다.
“자명단주는 최근 부상을 입어 최전선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휴식을 주고자 합니다.”
장연비는 명운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마귀할멈의 부상이 사실이구나.’
그녀에게는 사마진과 승부가 어렵게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여진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부상이 이유라면 잠시 이선으로 물러나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굳이 교체할 필요가 있을까요?”
명운은 그의 말에 목소리를 굳혔다.
“지금은 전시입니다. 부단주에게 단의 지휘를 맡길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유청은 명운이 교체를 생각했다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사마 단주를 처벌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휴식을 주기 위함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교주님께서는 사마 단주의 후임으로 누구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자명단은 강력한 무력 집단인 적비단과 달리 다재다능한 집단이었다.
“일단 그대들의 추천을 받아 보고 싶습니다.”
부교주와 가장 영향력 있는 장로의 추천.
명운은 교주가 되었지만, 자신을 낮추고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 했다.
“자명단주라.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여진훈의 말에 명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생각이 정리되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시선을 장연비에게 돌렸다.
“장 단주는 부단주와 대화해 보았는가?”
부단주 이무천은 그녀와 비무를 벌여 당분간 왼팔을 쓰지 못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내일 출전인데 아직인가?”
장연비가 두 손을 모았다.
“이 자리가 파하면 그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은 이무천과 문제를 빨리 풀면 풀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게.”
그와 장연비가 대화하는 사이 여진훈이 정리를 마쳤다.
“교주님,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명운이 오른손을 들며 그의 말을 받았다.
“후보를 기탄없이 이야기해 주십시오.”
여진훈은 자기 사람을 요직에 앉힐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적당한 후보를 이야기했다.
“삼공자가 어떨까 합니다.”
삼공자 명원은 명운의 셋째 형이었다.
“셋째 형을 말입니까?”
여진훈이 두 손을 모았다.
“삼공자는 교주님과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인물입니다. 과거라면 가장 먼저 숙청해야 하는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교주님께서 숙청을 생각하고 계시지 않다면 그를 승진해 요직에 앉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명운은 여진훈의 추천에 담긴 의미를 알고 있었다.
‘셋째 형을 승진시키면 대산주가와 그의 배경이 되었던 이들을 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아직 명원의 속내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거느린 세력이 완전히 복종할지도 미지수였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에게 권력을 나누고자 한다는 오해를 심어 줄 수도 있었다.
“생각을 좀 해 보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유청에게 돌렸다.
“부교주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청은 여진훈의 의견에 반대하고 나섰다.
“저는 삼공자를 중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유청이 손가락 세 개를 들며 답했다.
“첫째는 권력은 나눌 수 없는 것입니다. 형을 가까이 두면 형제간의 우애를 남들에게 보여 줄 수 있으나 본교의 가르침은 사이좋은 형제가 아닙니다. 고하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면 훗날 화가 될 것입니다.”
이는 명운도 생각한 바 있는 단점이었다.
“둘째는 삼공자의 기량입니다. 삼공자는 문무에 모두 재능을 지니고 있으나 자명단주와 같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부하를 이끄는 힘, 적과 싸울 수 있는 무예, 그리고 적의 계책을 간파하는 능력, 모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운은 유청의 지적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역시 유 부교주, 부교주 자리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군.’
유청이 마지막 세 번째 이유를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명가의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명가의 사람이 요직에 앉게 되면, 대산팔가나 다른 무가에 돌아갈 몫이 적어집니다. 자식이 아닌 형제를 요직에 앉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훗날 명운에게 아들이 생기면 요직에 앉힐 수 있다. 하나 형제를 요직에 앉히는 것은 좋지 않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명운은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한 의견이군요. 여 장로께서는 부교주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진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삼공자 명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이윽고 명운이 유청에게 물었다.
“부교주께서 생각하신 후보가 있으십니까?”
유청이 두 손을 모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작대주 이건석을 추천합니다.”
주작대주 이건석은 여러 전투에서 승리한 경험 많은 무인이었다. 게다가 그의 경력이나 무공은 사신대주 중 가장 뛰어났다.
이는 사신대주 중 가장 뛰어난 이를 삼단주로 승진시키자는 말이었다.
명운은 그의 추천을 듣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랫사람 중 가장 뛰어난 이를 위로 올린다. 수수하지만 진중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추천이군.’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습니다. 자명단주는 이건석으로 하겠습니다.”
자명단주 다음은 이건석의 승진으로 공석이 된 주작대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