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광명좌의 주인 (7)
회의가 끝난 뒤.
양위청이 명천을 찾아왔다.
“교주님.”
“무슨 일인가?”
양위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해독제를 복용하는 정도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는 명천이 말한 대비책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었다.
“왜 해독제로 독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인가? 막내가 더 독한 독을 쓸 거란 말인가?”
양위청이 답했다.
“이쪽이 대명궁에 간자를 심었듯, 저쪽도 이쪽에 간자를 심었을 것입니다.”
명천이 그의 말을 받았다.
“막내가 이쪽의 계책을 알고 대비할 것이라는 말인가?”
“그러합니다.”
“그것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양위청이 멈칫했다.
“다른 계책이 있으시단 말씀이십니까?”
“물론.”
명천이 손바닥 위에 작은 구체를 하나 올려놓았다. 그가 올린 구체는 천뢰구의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비천구(飛天球)라고 한다.”
“비천구라면…….”
“천뢰구보다 작지만, 그 위력은 천뢰구 이상이지.”
비천구는 대대로 명가에 전해지는 암기였다.
“어떻게 이것을 손에 넣으신 것입니까?”
천뢰구만 해도 대단한 것이었는데, 명천은 그 이상인 비천구를 가지고 있었다.
“양 단주, 명가의 장남을 무시하지 말게.”
천마신교는 장자상속이 아니었지만, 장자는 동생들과 비교해 유리한 경우가 많았다. 명천의 경우에는 각종 보단과 내단을 가장 먼저 복용했으며, 비천구와 같은 보물도 동생들과 비교하면 더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교주님께서는 이번 비무에 그것을 사용하실 생각이시군요.”
명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내가 천뢰구를 쓴다면 비천구로 받아 줄 생각이네.”
양위청은 두 손을 모았다.
“상대의 수법을 역으로 이용하는 수. 훌륭한 계책이라 생각합니다.”
이쪽에서 더 강력한 암기를 날린다.
이것은 그도 생각하지 못했던 수법이었다.
‘장공자는 반란 이후 더 노련해진 것 같다.’
이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과거 이러한 날카로움을 보였다면 명운은 물론, 명각도 그의 권좌에 도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해독약과 갑옷도 준비해야겠지.”
명천은 지나칠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일전으로 광명좌의 주인이 가려진다. 백번 싸워 백번 모두 이길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승리한다면 유청은 물론, 여진훈도 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천마신교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바로 강자존이었다.
“양 단주.”
“예, 교주님.”
“자네는 승리 이후의 일을 생각하게.”
교주가 된 이후.
양위청은 고개를 숙였다.
“인사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인사는 물론, 대산팔가와 신교 전체를 생각해 두게.”
명천은 양위청을 더 높이 쓰고자 했다.
“교주님.”
“할 말이 있는가?”
“부교주에 어울리는 인물을 추천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명천은 가볍게 웃었다.
“후후후, 스스로 추천하고자 하는가?”
“아닙니다.”
“흠, 자네가 아닌 다른 이라. 누구인가?”
양위청은 속으로 심호흡한 뒤에 대답했다.
“사공자가 어떨까 합니다.”
명천은 미간을 좁혔다.
“준을?”
명준은 형제 중 가장 기량이 떨어졌다. 명천은 그가 여섯째 명탁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했다.
‘내게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준을 부교주에 올린다?’
그는 탐탁지 않았다.
“자네답지 않은 인사군.”
양위청은 명천이 부정적으로 나오리란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교주님, 예부터 권력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나누는 것이 아닌데, 어찌하여 준을 부교주에 추천하였는가?”
“사공자이기 때문입니다.”
명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준이기 때문에?”
“사공자는 본디 뜻이 부족하고, 생각이 옅어 다루기 쉬우실 것입니다.”
뜻이 부족하고 생각이 옅다.
명천은 미소를 지었다.
“허수아비로 두자는 말이군.”
“생각이 많고, 능력이 있는 자가 부교주 자리에 오른다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리 있군.”
“신은 오직 교주님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그는 앞서 사공자와 밀약을 맺은 바 있었다.
“그대가 앉고 싶은 자리는 어디인가?”
양위청은 허리를 더욱 깊이 숙였다.
“속하가 어찌 자리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그는 몸을 낮추며 명천을 떠받들고자 했다.
“바라는 것이 있으니, 내게 붙은 것이 아닌가?”
“속하는 그저 신교의 평안을 바랄 뿐입니다.”
이 한마디는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거짓말이었다.
명천은 생각했다.
‘내가 알아서 좋은 자리를 내어 주라는 말이군.’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대의 자리는 내가 생각해 보지.”
“속하, 교주님께 심려를 끼쳐 드린 것이 아닐까 염려스럽습니다.”
“심려는 무슨…….”
양위청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교주님, 한 가지 이야기가 더 있습니다.”
“무엇인가?”
“삼공자에 관한 것입니다.”
앞서 그는 삼공자 명원의 배신을 유도하는 계책을 낸 바 있었다.
“일대일 대결이 성사되었으니, 원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명천이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었다.
“걱정하지 말게. 원에 대한 처분은 이미 생각해 두었네. 그리고 아주 이용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야.”
“이용 가치라면…….”
“대명궁의 늙은이들이 승부를 인정하지 않고 무력을 쓰려 한다면 원이 도움이 될 걸세.”
양위청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예전의 장공자가 아니군.’
이제 어설픈 수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교주님께서는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하하하, 내가 그 정도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였나?”
“속하, 걱정이 너무 앞섰습니다.”
“괜찮아.”
양위청은 두 손을 모았다.
“돌아가서 교주님의 승전 축하연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존명!”
양위천은 짧게 목소리를 높인 뒤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그가 물러나자 명천은 혼자가 되었다.
“후후후, 며칠 후면 진짜로 천마신교의 교주가 될 수 있겠군.”
그는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각이 아니다.’
명천은 명각이 심하게 방심한 끝에 명운에게 승리를 내주었다고 생각했다.
‘무공이 뛰어난 자들은 상대의 무공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승부는 무공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 말이지.’
무공에 심하게 몰입하면 그 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명각이 그러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그래서 목숨을 잃은 것이고.’
그는 아버지 명증의 암살을 사주한 패륜아이기도 했다.
“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명천은 뒤에서 들려온 물음에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누구냐?”
상대는 기척도 없이 그의 뒤를 잡았다.
‘고수.’
그의 진영에는 이처럼 뒤를 잡을 수 있는 고수가 없었다.
“의뢰의 대가를 받고자 합니다.”
의뢰.
명천은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미간을 좁혔다.
“파천궁인가? 걱정하지 마라. 본좌는 그대들과 약속을 지킬 것이다.”
상대의 음성은 여전히 차가웠다.
“좋습니다. 그러면 덤으로 칠공자도 제거해 드리죠.”
명천은 명운을 제거해 주겠다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흥! 너희는 내 싸움을 망치고자 하는 것인가? 운은 내가 쓰러뜨릴 것이다.”
그는 파천궁에 명운의 암살을 사주할 생각이 없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운을 때려눕힐 것이다.’
이것은 대명좌를 손에 넣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망치다니요. 싸움은 교주님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입니다.”
명천은 미간을 좁혔다.
“멀리서 암수를 쓰겠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하면?”
그 순간, 그의 눈이 귀신을 본 사람처럼 커졌다.
“너, 너는!”
명천의 앞에 나타난 파천궁 고수는 그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가 대신 싸우면 절대로 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를 찾아온 것은 파천궁 사왕의 필두 수왕이었다.
“인피면구인가?”
사람을 죽이지 않고 만드는 인피면구는 그 질이 떨어졌다. 하지만 수왕이 착용하고 있는 인피면구는 그 품질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인피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역용술이군.”
역용술은 얼굴 근육을 움직여 상대의 얼굴을 그대로 본뜨는 수법이었다.
“맡겨 주신다면 실수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명천은 오른손을 꾹 쥐었다.
‘녀석들의 실력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 손으로 승리를 거두고 싶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 혼자도 충분하네.”
수왕은 그의 말에 냉소했다.
“이공자의 뒤를 따르고 싶으신 것입니까?”
명각의 뒤.
명천은 수왕의 냉소 뒤에 뭔가가 감춰져 있다고 생각했다.
“설마? 명각이 패한 것도 너희 소행이란 말인가?”
파천궁은 명운과 명각의 대결에 관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수왕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
명천은 그가 침묵을 지키자 낮게 신음했다.
“으음.”
맡길 수밖에 없다.
아니, 맡기지 않는다면 이들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막내에게 달려가 날 죽여 주겠다고 말하고도 남을 녀석들이다.’
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뜻대로 해라.”
수왕은 왼쪽 가슴에 손을 얹은 뒤 허리를 굽혔다.
“훌륭한 선택이십니다.”
그는 말을 마친 뒤 연기처럼 사라졌다.
명천은 수왕의 무공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깨닫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 교주가 된다고 해도 녀석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발을 뻗고 잘 수가 없겠구나.”
* * *
명운은 대군을 이끌고 비로궁으로 나아갔다. 병사들은 명운과 명천의 일대일 대결을 모르고 있었기에 치열한 싸움을 예상하고 있었다.
“비로궁의 고수라고 해 봐야 장공자 정도일까?”
“귀혼단주도 있지.”
“아, 양위청 말인가?”
“그자는 무시할 수가 없어.”
귀혼단주 양위청은 비로궁에서 가장 존재감이 있는 무인이었다. 그는 앞서 계책을 펼쳐 부교주 유청의 공격을 격퇴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하면 고수라 할 만한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신교십검 이승원이 있는데 최근 비로궁을 떠났다는 소문이야.”
“그렇다면 낙승이군.”
“걱정되는 것은 비로궁의 높은 성벽뿐이지.”
병사들은 비로궁의 성벽을 넘을 수 있다면, 자신들이 이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선두에서 걷고 있는 이는 명운과 삼단의 단주, 그리고 여진훈이었다.
“교주님, 한 시진이면 비로궁에 도착합니다. 전투 준비를 갖출까요?”
명운이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이건석의 말을 받았다.
“그럴 필요 없네. 싸움은 아마 내일이 될 것일세.”
오늘 전투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건석은 말끝을 올렸다.
“교주님, 소문이 사실입니까?”
“소문?”
“장공자가 일대일 승부에 응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 소문은 아직 병사들 사이에 퍼지지 않았다. 다만 사신대주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비무와 관계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흠, 비로궁을 다녀온 사신에게 들었나?”
“그것은 아닙니다.”
명운은 추궁하는 대신 사실을 이야기했다.
“큰형이 싸움을 받아들였네.”
“그렇다면…….”
“비무에서 이긴 사람이 광명좌의 주인이 되겠지.”
“교주님, 교주님께서는 이미 광명좌의 주인이십니다.”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 반기를 들고 있는 이들이 많네.”
이건석은 명운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고 있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비무에서 이기는 것은 교주님이다.’
그가 미간을 좁히자 여진훈이 말했다.
“이 단주, 교주님을 믿게.”
육도검 등명군이 그의 말에 힘을 실었다.
“교주님의 무공이면 십 초식 안에 끝날 것일세.”
그는 명운이 서장에서 활약하는 것을 본 적은 없었으나 명증의 강기를 막아 냈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 이윽고 이건석이 말했다.
“교주님의 승리를 의심하진 않습니다. 다만 암계가 걱정될 뿐입니다.”
이공자 명각과 삼공자 명원은 암격 없이 정면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명천은 달랐다. 그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거짓 항복으로 부교주 유청의 군대를 격파한 바 있었다.
“암계라. 자네의 걱정, 머릿속에 넣어 두겠네.”
그의 말을 받은 것은 명운이었다.
“교주님께 주제넘은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
명운이 정면을 주시하며 말했다.
“다 나를 위한 걱정이 아니겠는가?”
한 시진 뒤.
그가 이끄는 대군이 비로궁 앞에 당도했다.
“정지!”
이건석이 목소리를 높이자 병사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척! 척! 척!
“정지!”
병사들이 멈추자 이건석이 계속해서 명을 내렸다.
“자명단과 적비단은 정면에 진을 펼친다!”
비로궁의 기습에 대비하기 위해 자명단과 적비단이 앞으로 나섰다.
“서둘러라!”
“진을 펼친다!”
“거마목을 준비하라!”
명운은 여진훈과 함께 전군을 살폈다.
“생각보다 잘 훈련되어 있군요.”
여진훈이 좌익을 살피며 말을 받았다.
“자명단과 적비단은 실전 경험이 풍부합니다.”
오히려 실전경험이 적은 쪽은 십만대산을 지키는 백호대와 현무대였다. 특히 현무대는 지난 반란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규모 전투를 치른 적이 없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자명단 무인이 달려왔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교주님, 표진의 제자가 도착했습니다.”
명운은 그에게 고개를 돌렸다.
“표진이 아니라 그의 제자라고?”
“표진은 중병에 걸려 거동이 힘들다고 합니다.”
명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할 수 없구나. 그를 이리로 데려오너라.”
“존명!”
여진훈은 표진이라는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표진이라. 누구지? 십만대산에 내가 모르는 고수가 있던가?’
천하에 표라는 성을 가진 무인은 흔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