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Returner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남벌(南伐) (1)
“헉!”
거친 숨과 함께 깨어난 이는 수왕이었다. 그는 명운과 대결에서 정신을 잃은 뒤 두 호법에게 구조되었다.
좌호법이 그에게 물었다.
“정신이 드나?”
수왕은 자신이 낡은 침상 위에 있음을 깨달았다.
“또 두 분께서 절 구해 주셨습니까?”
“교에 필요한 인재니까.”
차갑게 대답한 사람은 우호법이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매번 실패하는군요.”
좌호법이 그에게 물병을 내밀며 말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했네. 신경 쓰지 말게.”
수왕은 물병을 받으며 생각했다.
‘두 사람이 이렇게 사람이 좋았었나?’
파천궁에 있을 당시 두 사람은 날이 선 검과 같은 무인이었다.
“자네 덕분에 우리도 고생이야.”
“죄송합니다.”
우호법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는 두 걸음 떨어진 곳에 걸터앉아 있었다.
“보통 고생이 아니지. 저 친구는 물론, 나도 몸을 회복하려면 한 달은 더 있어야 할 걸세.”
두 사람은 몸이 다 회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 그 덕분에 명증과 싸울 때 입었던 상처가 터져 버렸다.
좌호법이 우호법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말이 지나치군.”
“무엇이 지나치단 말인가?”
“수왕이 입은 타격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크다네.”
수왕은 좌호법의 말에 미간을 좁혔다.
‘비교할 수 없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그는 다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전력을 다해 명운과 싸웠다. 그 결과 좌우호법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단전이 빈 느낌이군요.”
멀리 떨어진 우호법이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빈 정도가 아니지. 삼류 고수보다 못할걸?”
삼류보다 못하다.
그 말은 내공이 모두 상실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말이었다.
수왕이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제가 무공을 잃게 된 것입니까?”
좌호법이 그를 다독이듯 대답했다.
“전부 잃은 것은 아닐세. 몇 년 동안 상처를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을 걸세.”
몇 년.
수왕은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죽은 것만 못한 상태라는 말씀이시군요.”
좌호법의 그의 어깨를 잡았다.
“좌절하지 말게. 자네의 지혜는 본교의 큰 힘일세.”
수왕은 그의 말이 이렇게 들렸다.
– 자네의 무공은 기대하지 않는다. 대신 지혜는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싸움으로 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되었다.
“무시무시한 자였습니다. 그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좌호법이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는 자네를 구해 나오느라 바빴네. 나머지는 자네의 부하들에게 듣게.”
우호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가 더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군.”
두 사람이 동시에 자리를 뜨자 우검이 안으로 들어섰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수왕은 자신의 무공이 우검보다 못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는 처연하게 웃었다.
“후후후, 이것보다 더 어떻게 나빠질 수 있겠는가?”
“주군!”
“괜찮다.”
수왕은 천마신교를, 아니 천하를 노리던 사내였다. 그러나 그의 야망은 비로궁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제 더는 천하를 논할 수 없겠지.’
그의 눈빛이 탁해졌다.
“좌우호법께서 내력으로 주군을 치료하셨습니다.”
수왕은 그의 말에 멈칫했다.
“좌우호법께서?”
“그렇습니다.”
수왕은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았다.
‘멋대로 폭주하는 내력을 제어하기 위해 두 사람이 내 내력을 깡그리 날려 버린 것이구나.’
그는 긴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후우……. 두 사람이 아니었다면 난 죽었다는 말이구나.”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우검의 실력으로는 날뛰는 그의 내력을 제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이들은 어디 있느냐?”
우검이 두 손을 모으며 답했다.
“좌검과 원검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에 모여 있습니다.”
좌우호법이 그를 치료하는 동안 오대검 중 셋이 그를 호위했다.
“좌검과 원검은?”
“두 사람은 아마도 본궁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구나.”
수왕은 물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물병을 그에게 내밀었다.
“일은 어떻게 되었느냐?”
“명운은 결국 비로궁을 얻었습니다.”
“그 말은 즉, 명천이 죽었다는 말이냐?”
“명천은 북쪽으로 달아났습니다.”
수왕은 얼굴을 굳혔다.
“죽을 용기가 없었다는 말이구나.”
그는 자신이라면 최후까지 싸워 봤으리라 생각했다.
“양위청이라는 자가 계책을 썼다고 합니다.”
귀혼단주 양위청이 계책에 밝다는 것은 수왕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명천을 대신해서 죽었느냐?”
“아닙니다. 그는 남은 이들과 함께 항복했으며, 다른 직책을 얻었다고 합니다.”
“다른 직책?”
“크게 소문이 나지 않은 것을 보면 대단한 지위는 아닌 듯합니다.”
수왕은 콧방귀를 뀌었다.
“투항한 장수는 높이 쓰지 않는다는 말이구나.”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놈의 무공은 진짜였다.’
명운의 마지막으로 사용한 힘은 명증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왕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떻게 할까?”
이것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본궁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떨까요?”
수왕이 말끝을 올렸다.
“아무 성과도 없이 말이냐?”
“저희는 이미 가교의 교주를 죽이지 않았습니까?”
우검은 명증을 죽인 것만 해도 큰 공이라고 생각했다.
“교주를 죽였다? 하나 가교는 저렇게 멀쩡하지 않으냐?”
“명증이 있었다면 더욱 강했을 것입니다.”
우검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명증이 명운과 함께 파천궁을 친다면 그 힘은 파천궁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둘 중 하나는 꺾었다는 말인가?”
“가교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크게 흔드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왕은 두 손을 모았다.
“네 말대로라면 서둘러 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구나.”
그는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 *
광명정.
천마신교 교주들은 교의 중요한 일을 논의할 때 이곳을 이용했다.
명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삼단과 사신대의 주인을 광명정으로 불렀다.
“모두 모였나?”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좌우에 늘어선 무인들이 일제히 두 손을 모았다.
“삼가, 교주님을 뵙니다.”
과거 교주 중에는 인사로 만세를 외치게 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만세 인사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만세를 지나친 아부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앉지.”
명운의 권유에 삼단과 사신대의 주인들이 자리에 앉았다. 물론 모든 이가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적비단주 등명군과 백호대주 조자건은 비로궁을 지키고 있어 참석할 수 없었다. 대신 부교주 유청과 호법 송원표, 장로 여진훈이 참석해 숫자를 맞췄다.
“오늘 그대들과 상의할 일은 다음 과업일세.”
그의 첫 번째 과업은 비로궁 정벌이었다.
“다음 과업이라 하시면 어떤 것입니까?”
질문을 던진 이는 호법 송원표였다.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네.”
송원표가 두 손을 모으며 그의 말을 받았다.
“속하, 교주님의 가르침을 청합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첫 번째는 북쪽으로 다시 진군하여 이누한을 격파하는 것일세.”
대족장 이누한은 십만대산 북쪽의 영역을 휩쓸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크고 작은 지부들은 계속해서 지원요청을 보내오고 있었으나 명운은 군을 쉬이 움직일 수 없었다.
여진훈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누한은 큰 걱정거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초원에서 이누한을 상대하는 것은 좋은 계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명운의 물음에 유청이 말끝을 올렸다.
“교주님, 다음 과업을 듣고 말씀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명운은 그의 물음에 다음을 이야기했다.
“부교주님께서 물으시니, 답변하지 않을 수 없군요. 두 번째는 남쪽으로 진군하여 파천궁을 격파하는 것입니다.”
유청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파천궁은 본교의 최대 적입니다. 북쪽의 이누한을 격파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그들의 세력은 강대하여 쉽게 상대할 수 없습니다. 그들을 격파하고자 하신다면 교주님께서 직접 대군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가야 할 것입니다.”
명운이 대명궁을 비운다면 북쪽의 이누한이 남하할 가능성이 컸다. 물론 명운은 이에 대비해 등명군에게 비로궁 수비를 맡긴 바 있었다.
“친정을 하라는 말씀이시군요.”
여진훈은 이번에도 반대를 표했다.
“교주님, 파천궁의 본거지는 이곳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대군을 이끌고 그곳까지 가시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보급 때문입니까?”
“보급을 떠나 주변의 정세가 불안합니다.”
자명단주 이건석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교주님, 적어도 비로궁 북쪽이 안정될 때까지는 대군을 남쪽으로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비로궁 북쪽에는 아직 명천의 잔당이 남아 있었다. 그는 그들을 토벌하여 이누한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곳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운은 그의 말을 들은 뒤, 오른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는 말이군.”
이건석이 두 손을 모았다.
“차분히 때를 기다리신다면 기회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명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때를 기다린다. 맞는 말이긴 한데 말이야.”
이건석의 말은 정론이었다.
“좋아.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그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루도록 하겠네.”
주변의 모두가 두 손을 모았다.
“교주님의 혜안에 탄복하였습니다.”
명운은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그런 말은 하지 말게. 난 그대들의 의견에 따른 것뿐이니까.”
부교주 유청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교주님께서 불쾌하게 생각하셨다면 삼가도록 하겠습니다.”
명운이 고개를 끄덕인 뒤 마지막 세 번째 과업을 이야기했다.
“앞에 두 가지는 미룰 수 있지만, 마지막 하나는 미루는 것이 힘들 것 같네.”
“어떠한 과업입니까?”
“아버님을 해한 흉수를 찾아 참하는 것일세.”
흉수들은 비로궁 앞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 바 있었다. 그러나 명운은 상황이 여의찮아 그들을 추격할 수 없었다.
“선대의 원수를 갚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하신 두 가지 과업보다 어려울 것입니다.”
신출귀몰한 고수들을 드넓은 십만대산에서 잡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명운이 말끝을 올렸다.
“추혼대로 안 될까?”
추혼대는 추적에 특화된 이들로 잘 훈련된 새와 개를 이용했다. 혹자의 말에 이들은 따르면 백 리 밖으로 도망친 비선도 잡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건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흉수가 이미 대산을 벗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음, 그대는 부정적이군.”
오른쪽에 앉아 있던 혜선단주 장연비가 오른손을 들었다.
“교주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추혼대를 보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그녀는 유청이나 이건석과 반대로 이번 일이 가장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대군을 쓰는 것이 아니니, 실패한다고 해도 타격이 작을 것이다.’
명운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장 단주는 추혼대가 그들을 잡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시간을 주면 흉수는 더 멀리 달아날 것입니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지금 손을 쓰는 것이 가장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명운은 고개를 끄덕인 뒤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누가 추혼대와 함께 가겠는가?”
추혼대는 추적에 특화되어 있었기에 흉수를 상대할 고수가 반드시 필요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앞으로 나선 것은 장연비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야기를 꺼냈으니, 자신이 이번 일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장 단주라면 믿을 수 있지.”
장연비는 명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속하, 반드시 흉수를 찾아내겠습니다.”
명운이 물러나려는 그녀에게 말했다.
“장 단주, 적을 찾아내면 무리해서 상대하지 말고, 포위한 뒤 내게 전서를 보내게.”
장연비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교주님께서는 속하의 무공을 믿지 못하시는 것입니까?”
“그런 뜻이 아닐세. 아버지의 원수는 아들이 갚아야 하지 않겠나?”
자신이 직접 흉수의 목을 칠 것이다.
장연비는 그의 설명에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였다.
“존명!”
그녀가 물러나자 회의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이번 주제는 명운이 아닌 교에 관한 것이었다.
“교주님, 건의드릴 것이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것은 현무대주 노혁준이었다.
“노 대주, 무슨 일인가?”
“흑살대의 주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비로궁 정벌 전까지 흑살대의 주인은 삼공자 명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비로궁 앞에서 큰형 명천의 편을 들었고, 명운은 그 죄를 물어 그를 남만으로 유배를 보냈다.
“흠, 흑살대주라.”
그도 다음 흑살대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임자가 없단 말이지.’
명각이 교주로 있었을 때, 흑살대주는 마교십검 이승원이었다. 그러나 그는 흑살대주가 되기 전 명천에게 붙었고, 지금은 이누한과 함께 초원을 휩쓸고 있었다.
그렇다고 심복을 그 자리에 임명하자니 실력이 부족했다.
‘종영세나 관흠으로는 어림도 없지.’
하후문이나 정문도 아직은 흑살대주라는 직함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부대주를 승진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흑살대 부대주 금태는 현재 자택 연금 상태였다.
“내키지 않는 일이군.”
명운은 부대주 금태가 명원과 적지 않은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금태도 대주가 되기에는 무공이 부족해.’
이번에는 청룡대주 원훈이 오른손을 들었다.
“교주님, 석가 사람은 어떨까요?”
귀주석가는 오래전부터 명운을 지원해 온 이들이었다. 그는 그들에게도 교직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주석가라…….”
당위성은 컸다. 그러나 이쪽도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귀주석가의 인물이라면 비조검 석주 정도인데 말이야.’
석주의 무공은 정문과 비슷하거나 살짝 위였다.
‘흑살대주가 되기에는 부족해.’
흑살대는 교주의 친위부대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친위부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뛰어난 무공이 필요했다.
원훈이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교주님, 비조검 석주가 어떨까요?”
그는 애초에 비조검 석주를 후보로 두고 이번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그러나 명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비조검으로는 부족하지 않겠나?”
무공이 부족하다.
원훈은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비조검의 무공은 확실히 부족합니다. 다만, 귀주석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명증이었다면, 대산팔가끼리 감싸는 것이냐고 비아냥거렸을 수도 있었다. 하나 명운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배려가 필요하다. 틀린 말은 아니군.”
그가 살짝 미간을 좁히자 여진훈이 오른손을 들었다.
“교주님, 석 시녀장은 어떻겠습니까?”
시녀장 석비연.
명운은 여진훈의 추천에 눈을 크게 떴다.
“석 시녀장 말씀입니까?”
“석 시녀장은 비록 여인의 몸이지만, 문무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장연비나 사마진의 예가 있으니, 여인이라고 해서 중책을 맡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석 시녀장에게 흑살대 같은 무력 집단을 맡겨도 될까?’
그가 망설이자 유청도 석비연을 지지하고 나섰다.
“교주님, 석 시녀장은 태화전을 십 년 이상 운영한 경험이 있으니, 흑살대도 잘 운영할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귀주석가에는 그녀 이상의 인물이 없습니다.”
명운은 두 사람의 추천을 받고도 임명을 망설였다.
‘그래도 흑살대주는 조금 그래.’
그는 석비연의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저도 찬성합니다.”
세 번째 찬성은 이건석이었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는가?”
앞에 두 사람과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물은 것이었다.
“흑살대는 교주님의 뜻을 받드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석 시녀장은 오랜 시간 전대 교주님의 곁에서 그 뜻을 받들었습니다.”
교주의 충복으로 그녀만 한 인물이 없다.
명운은 그의 이유를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말에 일리가 있군. 석비연을 흑살대주에 임명하도록 하겠네.”
흑살대주 석비연.
이것은 다소 예상을 벗어난 인선이었으나 대산팔가의 균형을 맞춘다는 의미에서는 훌륭한 인사였다. 다만 명운은 이 인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